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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연이 긱백에서 꺼내든 것은 검은색 기타였다. 뭔가 알아본듯 짧게 탄성을 내뱉는 사외이사를 두고, 수연은 아무 말 없이 기타를 튕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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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곡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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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곡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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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곡인지, 언제 만들어졌는지 전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노래. 하지만 수연의 입에서 나오는 활기찬 목소리와 기타 소리는 절로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을 들뜨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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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뒤, 이어지는 기타 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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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주 기타리스트의 그것처럼 비주얼적으로 화려하다거나 그렇지는 않다. 하지만 확실하게 귀를 잡아채는 리듬이 그곳에 있었다. 무슨 곡인지 알아내려 오만 표정을 다 일그러트린 채 곡을 듣고 있던 사외이사조차, 그 솔로를 듣자 표정이 풀렸다. 자신의 자존심보다 앞에서 펼쳐지는 명연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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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곡이 끝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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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들었어요. 혹시 어떤 곡인지 알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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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lan parsons project의 Games people play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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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란 파슨스… 이름은 들어봤는데, 실제로 들어본 건 이게 완전 처음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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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처음 사외이사가 보여주었던, 살짝 실력을 의심하는 듯한 분위기. 그 분위기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였다. 마치 보석이라도 보는 것 마냥 눈을 반짝이며 수연을 바라보는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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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격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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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는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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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잠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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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는 그 모습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속으로 잠깐 내쉬고는 수연을 다시 데려가려 했다. 하지만 그녀를 붙잡은 것은 사외이사의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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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가수보다는 내가 더 잘 알 수 밖에 없으니까. 같이 시설을 좀 소개해주고 싶은데.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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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은 이제 홍보팀. 만약 수연 학생이 우리 쪽으로 들어오게 되면, 이제 이 분들이랑 친해야 할 거에요. 이 분들이 열심히 일을 해 줘야 우리가 이제 돈을 벌 수 있는 거거든? 파하하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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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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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전의 기타 연주를 들은 후. 사외이사는 수연에게 완전 꽂혀버렸는지, 수연을 이리저리 끌고 다니며 시설을 소개해주고 있었다. 홍보팀, 인사팀, 재무팀, 총무팀… 모든 사람들에게 다 도장을 찍겠다는 기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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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하지는 않을까 생각하며 유나는 수연을 바라보았지만, 다행히도 수연은 이리저리 메모를 하면서 설명을 듣고 있었다. 소속사가 하는 일에 흥미가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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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몇분을 더 돌아다녔을까. 원래라면 유나가 안내해줬어야 할 사옥을 전부 다 자신이 안내해준 후, 사외이사는 수연을 휴게실에 앉힌 채 자신이 커피까지 뽑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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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도로 마음에 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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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법 하긴 하다고 유나는 생각했다. 기타 잘 치는 사람은 많고 얼굴 이쁜 여자애들도 많으며 스타성 있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기타도 잘 치고 얼굴도 이쁜데 스타성까지 있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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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는 아이돌 프로듀스를 위해서 스카웃된 사람이긴 했지만, 락을 좋아한다 했으니 락 쪽의 프로듀스도 한번쯤 해 보고 싶었겠지. 그런 와중에 저런 인재가 나왔으니, 당연히 저렇게 극진하게 대접할 수 밖에 없을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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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럼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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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뽑아놓고 담소를 나누던 사이, 서류를 가지고 슬쩍 들어오는 인사팀 직원. 이사는 그 직원을 보더니 기다렸다는 듯 말을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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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서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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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수연을 보았다. 수연 또한 할 말이 있는 듯, 잠시 기다렸다가 입을 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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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그럼 저도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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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이제 계약 설명을 좀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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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집에 가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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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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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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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간 맴도는 침묵. 이사도 유나도, 인사팀 직원도, 수연도 일순간 멈춰버린 상태. 그 침묵을 깬 것은 수연의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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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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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오늘 뭐, 입사한다고 온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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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저는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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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수연아. 소속사 들어갈 생각 있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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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생각이 있다는 거지, 그게 곧 들어간다는 이야기는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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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당하다는 듯 둘을 쳐다보는 수연의 표정. 수연은 그렇게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유나에게 “다음 세션 때 연락 부탁드립니다.” 하고 사라졌다. 남은 세 사람 사이에 맴도는 것은 침묵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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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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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어처구니 없긴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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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네 소속사에서 나온 명전은, 당황스러운 기분을 가다듬으며 생각했다. 자신은 그냥 소속사에 한번 가보겠다는 이야기를 한 것 뿐인데, 어느새 계약을 하지 않겠냐는 제안까지 들으니 매우 황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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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그래서 그런 거였나 싶기도 했다. 굳이 뭐 관계도 없는 사외이사라는 사람이 자신에게 음악을 들려달라고 한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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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명전은 그냥 잊어버리기로 했다. 어차피 유나를 제외하면 두 번은 안 만날 사람이다. 게다가 유익한 지식을 가르쳐주기도 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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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사가 하는 일이 참 많긴 하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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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 프로듀싱, 마케팅, 홍보, 영업, 법무, 그 외 스케줄 조정, 코디 등. 명전이 막연하게 하다보면 어떻게든 손에 익겠지라고 생각하던 것들. 소속사에서는 그 모든 것들을 대행하면서 소속 아티스트가 자신의 활동에만 전념하게끔 해 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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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생각하면 좀 아쉽기는 했다. 하지만 명전은 애초에 레이블도 들어가지 않으려 했던 사람. 1년 전 주현과 휘석이 제안했었던 소속사 [엔트라인] 영입 건도 그때 당시 거절한 판에, 유나의 소속사에 들어갈 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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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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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블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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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혹시 생각 있으신가 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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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마시며 한가로이 테이블에 앉아 다이어리를 끄적이고 있던 엄마, 혜인에게 명전은 그렇게 말을 건넸다. 다이어리를 덮고는 명전을 바라보는 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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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용방안을 찾아보고 있긴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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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전이 생각한 방향은, ‘엄마’가 구입했던 레이블… [레이블 에코사운드]를 확장하는 것이었다. 완전한 소속사는 아니지만, 애초에 인디 레이블들 중에서도 소속사와 비슷한 형태를 띄고 운영되는 곳들이 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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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런 레이블들이 소속사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소속 가수나 밴드를 케어하는 것은 아니긴 했다. 하지만 그거야, 사람 영입해서 기능 늘리면 되는 일 아닌가. 엄마가 사장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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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식으로 확장을 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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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제가 생각했을때는, 지금은 그냥 인디 밴드들 음원 유통 정도만 해 주고 수수료 받고. 그 정도만 하고 있는 상황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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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말에, 혜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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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딸을 지원해주기 위해서 충동적으로 구입했던 기업, [레이블 에코사운드]. 원래 혜인은 [레이블 에코사운드]를 가지고 뭔가 사업을 해 볼 생각이 있었지만, 구입해놓고 보니 너무나도 손 댈 곳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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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이리저리 새어나가고 있지 않나, 회계나 업무는 그야말로 주먹구구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나… 그 때문에 일단 구조 개편과 영업이익 개선 정도만 해 놓고, 나머지는 다 나중으로 미뤄놓은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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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생각에는 기존 레이블들처럼 프로듀서도 영입하고. 거기에 더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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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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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사처럼 마케팅 파트도 이제 신설해서, 좀 본격적으로 가면 좋지 않을까 생각을 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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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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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인은 뒷목을 매만지고는, 딸을 바라보았다. 바라는 눈치가 있어 보이는 모양새. 하지만 혜인은 그 바램을 들어주기가 좀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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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하면 그런 쪽으로 가면, 아예 돈을 쏟아붓는 형태가 되는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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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인이 [레이블 에코사운드]를 구매하면서 생각했던 것은, 일종의 인디 음악 플랫폼이었다. 플랫폼을 만들어 음원 구매를 쉽게 하고, 차트나 팟캐스트, 라디오 같은 매체도 만들고. 시장 내부의 플레이어가 되기 보다는, 그냥 플랫폼을 만들어서 시장 자체를 먹어버리자는 게 혜인의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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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녀의 딸, 수연이 제시하는 방향은 정 반대였다. 프로듀서와 마케팅 팀을 영입해서 레이블로 가자는 것. 아예 전통적인 레이블처럼 되자는 것 아닌가. 사업성이 나오지 않는다고 보기는 힘들지만, 그렇다고 잘 나온다고 할 수도 없었다. 일종의 도박에 가까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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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혜인은 수연에게 이유를 물어볼 수 밖에 없었다. 어머니가 아닌 사업가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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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쪽으로 가면 엄마가 레이블에 투자를 너무 많이 해야 할 것 같은데. 애초에 이미 구축되어 있는 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쪽으로 가는 게 맞지 않니? 다른 소속사에 들어가는 게 훨씬 더 낫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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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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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인의 말에, 명전은 말문이 막혔다. 논리적으로 보면 타당한 이야기였다. [레이블] 딱지가 붙어있어봐야 인디 레이블. 처음부터 끝까지 쌓아올려야 하고, 그 과정에서 돈도 많이 들긴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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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다른 소속사로 들어가면, 활동방침에 대한 강요는 있을지언정… 시간이나 비용 등을 충분히 아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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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혜인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방안을 선택할 이유가 있느냐고 묻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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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으로 생각하면 없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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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전은 그렇게 생각했다. 정말 합리적으로 생각해보면, 굳이 이 길을 선택할 필요가 없었다. 그냥 소속사에 들어가면 된다. 명전 정도의 실력이라면 소속사에 들어가자마자 마치 에스컬레이터에 탄 것 마냥 자동으로 방송이니 뭐니 이런 것들을 다 뚫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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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연’의 얼굴이 방송에 나오고, 유튜브로 수도 없이 재생되고. 음악도 마찬가지겠지. 그냥 퍼스트 클래스에 탄 것마냥 편안하게 모든 것이 흘러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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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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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소속사에 들어가면… 일단 우리 밴드 애들이랑은 같이 못 할수도 있고. 게다가 제가 원하는 음악을 못 할 수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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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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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표정이 굳어지고, 입에서는 조금씩 진심이 흘러나온다. 혜인은 허리를 편 채 딸의 이야기를 조금씩 들었다. 사고 이후, 항상 어른스러운 체를 해 왔던 아이의 진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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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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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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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엄마가 레이블까지 샀는데, 제가 그걸… 그걸 버리고 그러면 안 되니까. 꼭 이 레이블을 키워야겠다. 뭐 그런 생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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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렇게 하자는, 뭐 그런 거에요. 그녀의 딸은 민망한 듯 횡설수설하며 말을 얼버무렸다. 그 말을 들은 후, 혜인은 잠시 정지했다가… 딸에게 다가가 딸을 와락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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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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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자!! 수연이가 하고 싶은 거 다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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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딸, 수연을 끌어안은 채로 혜인은 집이 떠나가라 외쳤다. 방금 전까지 가지고 있던 그놈의 ‘사업가적 마인드’ 같은 건 이미 다 내다버린지 오래였다. 이렇게까지 딸이 부탁하는데 뭘 못해주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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