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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 귀족주의, 혈통주의가 만연하던 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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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부와 명예를 위해 권력자들 사이에 마차, 와인, 테라스가 숨 쉬듯이 오갔으리라 생각하는 이들이 있지만, 이는 큰 오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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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가문의 일원이 많고 서로 사이가 안 좋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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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은 고일 대로 고여버린 권력의 중추라면 말이 다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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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나 서로의 목숨을 노리는 것은 최후의 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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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이면 일이 너무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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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에서야 의무교육 덕분에 읽고 쓰는 능력은 기본적인 밑바탕이라고는 하지만, 불과 몇백, 아니 몇십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읽고 쓸 줄 아는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드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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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당장 오늘날의 제 3세계 혹은 개발도상국만 가보더라도 자국 글씨를 모르는 이들은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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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물며 지식이 곧 힘이요 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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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통과 가문이 신용으로 직결되는 에우로파라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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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대부분의 나라나 지방보다 모든 것이 부족한 아이스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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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지식인 또한 귀중한 인적 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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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아이오나 정도 되는 이가 사라진다면, 그건 단순히 한 가문만 흔들리는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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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치정, 혈족, 결투 문제부터 영토, 가문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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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윈터 가문의 이름을 빌려 잠시 진정됐을 뿐인 모든 문제가 고개를 슬며시 들어 올릴 것은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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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문제가 분쟁이 되어 일제히 터져나갈 만큼 펠윈터 가문의 역사와 이름은 가볍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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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로 사소한 영토 분쟁 따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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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아이스랜드에선 알프레드의 손짓 한 번이면 그대로 박살 나 모두가 손잡고 사이좋게 지낼 수 있는 문제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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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앞서 말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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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랜드는 모든 것이 부족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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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나 지식인은 더더욱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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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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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 가문의 시종장은 말이 조금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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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국에서도 단 7명밖에 없는 공작 가문의 시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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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아이스랜드의 지배적인 종교의 장로나 되는 이의 가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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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알프레드는 급하게 무려 소드마스터까지 투입한 구출대를 투입하고서도 불안에 떨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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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한 곳 다치기라도 한다면 대참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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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정치적인 위기만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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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나의 부재로 발생할 행정 공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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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목을 주먹질 한 번에 부술지라도 아이오나는 언제 죽을지 모르는 노인이었다. 다친다면 회복 기간이 필수인 것이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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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목숨이라도 잃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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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투타티스 맙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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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레드는 틈만 나면 신들에게 기도하며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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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얼마 뒤, 집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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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레드의 소원은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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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타티스 맙소사! 신들이시여. 자네 무사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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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군. 심려를 끼쳐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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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여나 어디 다친 것은 아니겠지? 자네도 이제 나이가 있을 텐데. 멀쩡하다고 고집 피우는 건 아니라고 믿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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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구가 주군께 거짓을 고할 리가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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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레드는 아이오나가 다시 한번 걱정시켜드려 죄송하다며 고개 숙여 인사하면서 접히는 두툼한 목살과 뱃살을 보며 안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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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흥분이 어느 정도 가라앉고 알프레드는 아이오나로부터 그간의 사정을 모두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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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그리즐리 비버 따위가 아닌, 더욱더 중요한 일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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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마스터. 확실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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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레드는 마주 앉은 아이오나를 지긋이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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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미간을 찌푸리고는 그는 신중하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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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미 서신을 통해 확인한 사실이었지만, 다시 한번 확인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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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마음을 아는 아이오나는 묵묵히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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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물론입니다. 주군. 소드마스터가 확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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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한창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을 나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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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입니다. 범인의 눈으로 보이지 않는 몸놀림. 그 검 솜씨. 오러를 확인하지는 못했으나, 마력 운용의 정밀함은 분명 소드마스터가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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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소드마스터인 처칠 경과 동행한 캐서린에게도 확인받았다는 말에 알프레드는 미소를 억누르기가 너무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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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일반적인 기사도 아니고, 무려 소드마스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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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앞으로 살날이 한참 남은 절정을 구가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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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어쩌다가 만나게 된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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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일을 겪었는지 묻고 싶은 것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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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알프레드는 잠시 호기심을 억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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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붙잡아둘 수는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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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나는 수염을 쓰다듬던 손을 멈칫하더니 그대로 내려 테이블에 올렸던 손과 깍지를 끼고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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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돈을 밝히더군요. 보상만 확실하면 분명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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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가 그렇게 말했다면 확실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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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나는 이미 오는 길에 고든의 성격과 그가 원하는 것을 모두 파악한 상태였고, 이 자리는 주군에게 허락을 받는 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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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알프레드가 거부할 일은 하늘이 무너지지 않는 이상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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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위와 그에 딸린 영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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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랜드는 넘치는 것이 작위요, 영토이며 부족한 것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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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마스터를 만족하게 할만한 작위를 준비하는 것은 매우 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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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에겐 다행히 고든은 명예보단 금전을 더욱 중시하기도 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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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러고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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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아이오나는 뭔가 생각났다는 듯이 탄성을 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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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든 경이 아타니타스공과 전속요리사 카렘과 안면이 있는 듯했습니다. 듣자 하니, 보더스터까지 동행한 사이라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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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고든 경의 가치가 점점 더 올라가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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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시간이었지만 제법 친분을 쌓은 듯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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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나는 쓴웃음을 머금고는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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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만 잡히면 놀리는 고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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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응징하는 캐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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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격렬하게 반응하는 카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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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어린 사촌들을 놀리는 삼촌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광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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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이가 보면...친인척으로 오해할 만큼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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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그렇게 말할 정도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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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식 하나를 두고 그렇게 다투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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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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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그런데 확실히 카렘이 새로 발견한 향신료를 넣은 커스터드 타르트에는 그만한 가치는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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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터홈으로 오는 동안 아이오나도 직접 맛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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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갑게 식은 에그 타르트의 익숙하다면 익숙한 맛과 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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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익숙한 맛과 익숙한 향에 이색적인 향이 더해져 탄생한 새로운 맛과 향의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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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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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무심코 아이오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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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향신료가 그리즐리 비버의 생식선만 아니었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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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뭐라 했나? 뭐의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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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흠, 그리즐리 비버의 수컷이 암컷을 유혹하는 향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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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뭐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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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나는 차마 또 한 번 말하기는 싫은 듯 깍지를 낀 두 손으로 대략적인 외형을 묘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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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떠올리고 싶지 않았던 알프레드는 충분히 알아들었다는 뜻으로 손을 내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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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 하아. 새로운 향신료를 발견했다. 확실한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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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군. 제가 직접 확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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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으. 맛도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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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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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레드는 무심코 머리를 부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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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이면 그리즐리 비버의 생식선이라는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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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독초 취급을 받던 붉은 마녀의 손가락이 지금 하나의 향신료로 아이스랜드 전역에 빠르게 퍼져나가고는 있다고 하지만, 이번에는 x알, 아니 생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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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행보 하나하나가 기대 이상 상상 초월이잖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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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리즐리 비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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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바닐라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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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 바닐라를 넣은 물건은 지금 확인할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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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 전 레시피와 사용법을 총주방장에게 건넸으니, 조금만 기다리시면 실물을 맛보실 수 있으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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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까지 듣자 알프레드는 떨떠름함을 감출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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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사향도 사향노루의 생식선이고, 환상의 마법 재료인 용연향은 드물게 아룡의 배설물에서 채취할 수 있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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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렇다고 향수나 향낭으로 쓰는 것과 그걸 먹는 거는 또 다른 이야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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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목축업자나 도축업자들은 고기를 포함한 각종 부산물을 팔고 남은 피와 내장같은 잔여물을 주식처럼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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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물며 소시지 같은 내장을 활용한 요리는 그동안 알프레드도 얼마든지 먹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것도 그에 대한 연장선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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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레드는 한참을 그렇게 의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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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아이오나가 준비한 것은 지난날 카렘이 눈이 뒤집혀서 곧바로 잘게 토막을 내자마자 사용한, 그런 물건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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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에게 부탁해 조금 더 공을 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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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한 주정과 연금술을 통해 없는 불순물을 거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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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더 순수하게 달콤한 향만 남긴 원천 바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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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실물로 나온 바닐라 향이 진하게 풍기는 에그 타르트를 두고도 한 줄기의 의심을 계속 한 상태로 에그 타르트를 입에 넣고 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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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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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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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주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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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해야 할지는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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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윈터홈에 오기 전, 토벌대를 통해 아이스랜드 전역에 연락을 넣어 놓은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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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반응일지는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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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레드와 아이오나가 집무실에서 때아닌 간식을 두고 서로 열정적으로 경쟁하는 그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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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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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 이것 좀 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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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일터입니다.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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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든은 감탄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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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이 꼭 성공한 친구가 다르게 보이거나, 성공한 자식의 일터를 둘러보는 부모 같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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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든의 반응은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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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1년이 다 되어가고 있었지만, 어린 나이에 마을을 뛰쳐나온 카렘은 고든으로 하여금 왕년의 그를 떠올리게 만드는 모습이 보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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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든은 일종의 대리만족을 느끼며 주방을 둘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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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어린 나이에, 이만큼이나 성공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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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전부 네가 마음대로 사용하는 곳이라고? 그리고 이 주방 하나뿐이긴 하지만 주방장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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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주방장 자리에서는 진작에 쫓겨났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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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아니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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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 사람이 많아져서 실수하기 시작하니까 본업에 집중하라던데요. 아타니타스님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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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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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이 녀석, 아직 성인식도 치르지 않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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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든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는 카렘을 흘끗 내려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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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관에서 아이오나와 함께 복귀한 이들, 그리고 은인들을 환영하는 만남이 끝나고 고든이 캐서린을 따라 관광하는 느낌으로 마법사의 탑으로 향할 때 함께 하는 마법사의 숫자는 어림짐작해 수십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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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두 배를 곱하면 11살짜리 꼬마가 그 모든 인원을 먹여 살리는 것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했다. 마력을 다루는 것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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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뭐, 전속요리사인 너 말고 다른 요리사가 따로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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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집요정이 전부 담당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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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집요정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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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넵. 이름은 메리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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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요정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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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을 이리저리 둘러보던 고든은 카렘 쪽으로 고개와 허리를 숙이고는 작게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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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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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쁘냐고요? 네. 아타니타스님만큼은 아니어도. 이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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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당당한데? 조숙한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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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딱히 감출 내용도 아니고. 사실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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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반응은 또 왜 이렇게 건조한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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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은 반응이 팍 식어버린 것처럼 얼굴을 찌그러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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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적인 아름다움은 행동이랑 일치하지 않는다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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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뭐 어지간히도 깨는 행동을 하나 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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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요정답게 어지간한 일중독자는 저리 가라고 할 정도로 일중독이에요. 누가 자기 일감을 뺏어가 눈이 뒤집힌 꼴을 보면 알게 될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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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일중독이라고 해봐야 뭐. 미녀의 애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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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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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은 기가 찬 나머지 무심코 비음을 흘리며 웃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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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앞서 말했듯 메리는 미녀가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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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티 하나 없는 우윳빛 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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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로 깔끔하게 정리한 부드러운 머리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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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새초롬한 눈에 오똑한 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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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같이 앙다문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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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전생의 어지간한 연예인은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들어갈 곳은 들어가고 나올 곳은 나온 비율 좋은 몸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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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이 워낙에 천외천이고 입는 옷이 똑같아서 그렇지 적어도 마법사의 탑 내에서는 나르케 말고는 미모에 한해서 메리와 견줄 인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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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그런 미녀가 일만 관계되면 미모가 무색할 정도로 살기를 내뿜어서 딴생각을 전혀 들지 않게 하니까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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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아니, 굳이 설명할 필요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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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 카렘! 여기 있다고 들었는데. 오, 그래. 다행히 있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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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실한 목소리가 카렘을 현실로 끌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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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주방 밖에서 고드윈이 간절하게 그를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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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공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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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런데 손님과 함께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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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대회관에서 보셨을 겁니다. 이쪽은 고든입니다. 고든? 이분은 고드윈 공자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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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관에서 얼굴은 익혔지만 직접 인사를 나눈 적은 없던 두 남자는 서로 악수하며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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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연 고드윈은 이게 아니라는 듯 움찔거리고는 카렘을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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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게 아니지! 카렘! 너의 놀라운 요리 솜씨와 나이에 맞지 않는 천재적인 지식만이 날 기근의 구렁텅이에서 구할 수 있을 거야! 도움이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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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 오.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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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께서 날 굶겨 죽이실 모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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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내 그럴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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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보다 눈에 띄게 출렁거리는 배와 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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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은 목 바깥으로 튀어나오려던 말을 어떻게든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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