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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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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 귀족주의, 혈통주의가 만연하던 시기.

더 많은 부와 명예를 위해 권력자들 사이에 마차, 와인, 테라스가 숨 쉬듯이 오갔으리라 생각하는 이들이 있지만, 이는 큰 오해였다.

물론 가문의 일원이 많고 서로 사이가 안 좋거나.

혹은 고일 대로 고여버린 권력의 중추라면 말이 다르지만.

어디까지나 서로의 목숨을 노리는 것은 최후의 수단.

죽이면 일이 너무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지금에서야 의무교육 덕분에 읽고 쓰는 능력은 기본적인 밑바탕이라고는 하지만, 불과 몇백, 아니 몇십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읽고 쓸 줄 아는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드물었다.

아니, 당장 오늘날의 제 3세계 혹은 개발도상국만 가보더라도 자국 글씨를 모르는 이들은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하물며 지식이 곧 힘이요 권력.

혈통과 가문이 신용으로 직결되는 에우로파라면 어떨까.

거기에 대부분의 나라나 지방보다 모든 것이 부족한 아이스랜드.

당연히 지식인 또한 귀중한 인적 자원.

그런데 아이오나 정도 되는 이가 사라진다면, 그건 단순히 한 가문만 흔들리는 것이 아니었다.

사소한 치정, 혈족, 결투 문제부터 영토, 가문 등등.

펠윈터 가문의 이름을 빌려 잠시 진정됐을 뿐인 모든 문제가 고개를 슬며시 들어 올릴 것은 당연했다.

물론 문제가 분쟁이 되어 일제히 터져나갈 만큼 펠윈터 가문의 역사와 이름은 가볍지 않았다.

막말로 사소한 영토 분쟁 따위.

적어도 아이스랜드에선 알프레드의 손짓 한 번이면 그대로 박살 나 모두가 손잡고 사이좋게 지낼 수 있는 문제에 불과했다.

하지만 앞서 말하지 않았던가.

아이스랜드는 모든 것이 부족하다고.

특히나 지식인은 더더욱 그러했다.

그런데.

귀족 가문의 시종장은 말이 조금 달랐다.

왕국에서도 단 7명밖에 없는 공작 가문의 시종장?

거기에 아이스랜드의 지배적인 종교의 장로나 되는 이의 가치는?

때문에 알프레드는 급하게 무려 소드마스터까지 투입한 구출대를 투입하고서도 불안에 떨 수밖에 없었다.

어디 한 곳 다치기라도 한다면 대참사였다.

비단 정치적인 위기만이 아니었다.

아이오나의 부재로 발생할 행정 공백은?

거목을 주먹질 한 번에 부술지라도 아이오나는 언제 죽을지 모르는 노인이었다. 다친다면 회복 기간이 필수인 것이 당연했다.

그런데 목숨이라도 잃는다면?

오 투타티스 맙소사.

알프레드는 틈만 나면 신들에게 기도하며 빌었다.

그리고 얼마 뒤, 집무실.

알프레드의 소원은 이루어졌다.

"투타티스 맙소사! 신들이시여. 자네 무사했군!"

"주군. 심려를 끼쳐 죄송합니다."

"혹여나 어디 다친 것은 아니겠지? 자네도 이제 나이가 있을 텐데. 멀쩡하다고 고집 피우는 건 아니라고 믿겠네."

"노구가 주군께 거짓을 고할 리가 있겠습니까?"

알프레드는 아이오나가 다시 한번 걱정시켜드려 죄송하다며 고개 숙여 인사하면서 접히는 두툼한 목살과 뱃살을 보며 안도했다.

그리고 흥분이 어느 정도 가라앉고 알프레드는 아이오나로부터 그간의 사정을 모두 들을 수 있었다.

당연히 그리즐리 비버 따위가 아닌, 더욱더 중요한 일들이었다.

"...소드마스터. 확실한가?"

알프레드는 마주 앉은 아이오나를 지긋이 응시했다.

잠시 미간을 찌푸리고는 그는 신중하게 물었다.

물론 이미 서신을 통해 확인한 사실이었지만, 다시 한번 확인해야 했다.

그 마음을 아는 아이오나는 묵묵히 끄덕였다.

"예. 물론입니다. 주군. 소드마스터가 확실합니다."

"그것도 한창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을 나이의?"

"물론입니다. 범인의 눈으로 보이지 않는 몸놀림. 그 검 솜씨. 오러를 확인하지는 못했으나, 마력 운용의 정밀함은 분명 소드마스터가 맞습니다."

같은 소드마스터인 처칠 경과 동행한 캐서린에게도 확인받았다는 말에 알프레드는 미소를 억누르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야 일반적인 기사도 아니고, 무려 소드마스터였다.

그것도 앞으로 살날이 한참 남은 절정을 구가하는.

대체 어쩌다가 만나게 된건지.

어떤 일을 겪었는지 묻고 싶은 것이 많았다.

하지만 알프레드는 잠시 호기심을 억눌렀다.

"그래서, 붙잡아둘 수는 있겠나?"

아이오나는 수염을 쓰다듬던 손을 멈칫하더니 그대로 내려 테이블에 올렸던 손과 깍지를 끼고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상당히 돈을 밝히더군요. 보상만 확실하면 분명 가능합니다."

"자네가 그렇게 말했다면 확실하겠지."

아이오나는 이미 오는 길에 고든의 성격과 그가 원하는 것을 모두 파악한 상태였고, 이 자리는 주군에게 허락을 받는 자리였다.

그리고 알프레드가 거부할 일은 하늘이 무너지지 않는 이상 없었다.

작위와 그에 딸린 영토?

아이스랜드는 넘치는 것이 작위요, 영토이며 부족한 것은 사람.

소드마스터를 만족하게 할만한 작위를 준비하는 것은 매우 간단했다.

그들에겐 다행히 고든은 명예보단 금전을 더욱 중시하기도 했고.

"아, 그러고 보니."

순간 아이오나는 뭔가 생각났다는 듯이 탄성을 뱉었다.

"고든 경이 아타니타스공과 전속요리사 카렘과 안면이 있는 듯했습니다. 듣자 하니, 보더스터까지 동행한 사이라고 하더군요."

"이거 고든 경의 가치가 점점 더 올라가는군."

"짧은 시간이었지만 제법 친분을 쌓은 듯했습니다."

아이오나는 쓴웃음을 머금고는 고개를 저었다.

건수만 잡히면 놀리는 고든.

그걸 응징하는 캐서린.

거기에 격렬하게 반응하는 카렘까지.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어린 사촌들을 놀리는 삼촌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광경이었다.

"모르는 이가 보면...친인척으로 오해할 만큼 말이지요."

"음. 그렇게 말할 정도로인가?"

"간식 하나를 두고 그렇게 다투더군요."

"간식?"

"오, 그런데 확실히 카렘이 새로 발견한 향신료를 넣은 커스터드 타르트에는 그만한 가치는 있었습니다."

윈터홈으로 오는 동안 아이오나도 직접 맛을 보았다.

차갑게 식은 에그 타르트의 익숙하다면 익숙한 맛과 향.

하지만 익숙한 맛과 익숙한 향에 이색적인 향이 더해져 탄생한 새로운 맛과 향의 조화!

"다만."

한 가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무심코 아이오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 향신료가 그리즐리 비버의 생식선만 아니었더라면-"

"자네 뭐라 했나? 뭐의 뭐라고?"

"크흠, 그리즐리 비버의 수컷이 암컷을 유혹하는 향 말입니다."

그 뭐시기.

아이오나는 차마 또 한 번 말하기는 싫은 듯 깍지를 낀 두 손으로 대략적인 외형을 묘사했다.

굳이 떠올리고 싶지 않았던 알프레드는 충분히 알아들었다는 뜻으로 손을 내저었다.

"아니, 그, 하아. 새로운 향신료를 발견했다. 확실한 것이겠지?"

"주군. 제가 직접 확인했습니다."

"그으. 맛도 말인가?"

"물론입니다."

알프레드는 무심코 머리를 부여잡았다.

하필이면 그리즐리 비버의 생식선이라는 말이지.

물론 독초 취급을 받던 붉은 마녀의 손가락이 지금 하나의 향신료로 아이스랜드 전역에 빠르게 퍼져나가고는 있다고 하지만, 이번에는 x알, 아니 생식선?

정말이지 행보 하나하나가 기대 이상 상상 초월이잖은가.

"그, 그리즐리 비버의."

"아, 바닐라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래. 그 바닐라를 넣은 물건은 지금 확인할 수 있겠나?"

"오기 전 레시피와 사용법을 총주방장에게 건넸으니, 조금만 기다리시면 실물을 맛보실 수 있으실 겁니다."

거기까지 듣자 알프레드는 떨떠름함을 감출 수 없었다.

그래, 사향도 사향노루의 생식선이고, 환상의 마법 재료인 용연향은 드물게 아룡의 배설물에서 채취할 수 있기도 하고.

하지만 그렇다고 향수나 향낭으로 쓰는 것과 그걸 먹는 거는 또 다른 이야기지.

아니, 목축업자나 도축업자들은 고기를 포함한 각종 부산물을 팔고 남은 피와 내장같은 잔여물을 주식처럼 먹었다.

하물며 소시지 같은 내장을 활용한 요리는 그동안 알프레드도 얼마든지 먹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것도 그에 대한 연장선이지 않겠는가?

알프레드는 한참을 그렇게 의심했다.

물론 아이오나가 준비한 것은 지난날 카렘이 눈이 뒤집혀서 곧바로 잘게 토막을 내자마자 사용한, 그런 물건은 아니었다.

캐서린에게 부탁해 조금 더 공을 들인.

독한 주정과 연금술을 통해 없는 불순물을 거른.

더욱더 순수하게 달콤한 향만 남긴 원천 바닐라.

그리고 실물로 나온 바닐라 향이 진하게 풍기는 에그 타르트를 두고도 한 줄기의 의심을 계속 한 상태로 에그 타르트를 입에 넣고 씹었다.

바삭-

"...아이오나?"

"예. 주군."

"뭘 해야 할지는 알겠지?"

"이미 윈터홈에 오기 전, 토벌대를 통해 아이스랜드 전역에 연락을 넣어 놓은 상태입니다."

무슨 반응일지는 뻔했다.

알프레드와 아이오나가 집무실에서 때아닌 간식을 두고 서로 열정적으로 경쟁하는 그 시간.

"여기가-"

"허. 이것 좀 보게."

"제 일터입니다. 어때요?"

고든은 감탄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 모습이 꼭 성공한 친구가 다르게 보이거나, 성공한 자식의 일터를 둘러보는 부모 같기도 했다.

고든의 반응은 당연했다.

이제 1년이 다 되어가고 있었지만, 어린 나이에 마을을 뛰쳐나온 카렘은 고든으로 하여금 왕년의 그를 떠올리게 만드는 모습이 보였었다.

고든은 일종의 대리만족을 느끼며 주방을 둘러보았다.

이렇게 어린 나이에, 이만큼이나 성공하다니.

"이게 전부 네가 마음대로 사용하는 곳이라고? 그리고 이 주방 하나뿐이긴 하지만 주방장이고?"

"뭐, 주방장 자리에서는 진작에 쫓겨났지만요."

"뭐? 아니 왜?"

"글쎄. 사람이 많아져서 실수하기 시작하니까 본업에 집중하라던데요. 아타니타스님이요."

"아아아."

그러고 보니 이 녀석, 아직 성인식도 치르지 않았지.

고든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는 카렘을 흘끗 내려다봤다.

대회관에서 아이오나와 함께 복귀한 이들, 그리고 은인들을 환영하는 만남이 끝나고 고든이 캐서린을 따라 관광하는 느낌으로 마법사의 탑으로 향할 때 함께 하는 마법사의 숫자는 어림짐작해 수십 명.

그 두 배를 곱하면 11살짜리 꼬마가 그 모든 인원을 먹여 살리는 것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했다. 마력을 다루는 것도 아니고.

"그러면 뭐, 전속요리사인 너 말고 다른 요리사가 따로 있나?"

"아뇨. 집요정이 전부 담당하고 있어요?"

"뭐? 집요정도 있어?"

"넵. 이름은 메리에요."

"집요정이라."

주방을 이리저리 둘러보던 고든은 카렘 쪽으로 고개와 허리를 숙이고는 작게 속삭였다.

"그래서, 이쁘냐?"

"이쁘냐고요? 네. 아타니타스님만큼은 아니어도. 이쁘죠."

"오, 당당한데? 조숙한 녀석."

"뭐, 딱히 감출 내용도 아니고. 사실이니까요."

"그런데 반응은 또 왜 이렇게 건조한 건데?"

카렘은 반응이 팍 식어버린 것처럼 얼굴을 찌그러트렸다.

"외적인 아름다움은 행동이랑 일치하지 않는다고 할까요?"

"흠. 뭐 어지간히도 깨는 행동을 하나 보지?"

"집요정답게 어지간한 일중독자는 저리 가라고 할 정도로 일중독이에요. 누가 자기 일감을 뺏어가 눈이 뒤집힌 꼴을 보면 알게 될걸요."

"아니, 일중독이라고 해봐야 뭐. 미녀의 애교지."

"파하."

카렘은 기가 찬 나머지 무심코 비음을 흘리며 웃어버렸다.

물론 앞서 말했듯 메리는 미녀가 맞았다.

잡티 하나 없는 우윳빛 피부.

단발로 깔끔하게 정리한 부드러운 머리칼.

크고 새초롬한 눈에 오똑한 코.

고양이같이 앙다문 입.

거기에 전생의 어지간한 연예인은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들어갈 곳은 들어가고 나올 곳은 나온 비율 좋은 몸매까지.

캐서린이 워낙에 천외천이고 입는 옷이 똑같아서 그렇지 적어도 마법사의 탑 내에서는 나르케 말고는 미모에 한해서 메리와 견줄 인물은 없었다.

다만 그런 미녀가 일만 관계되면 미모가 무색할 정도로 살기를 내뿜어서 딴생각을 전혀 들지 않게 하니까 그렇지.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아니, 굳이 설명할 필요가 있나?

"카렘, 카렘! 여기 있다고 들었는데. 오, 그래. 다행히 있었군!"

절실한 목소리가 카렘을 현실로 끌어올렸다.

어느새 주방 밖에서 고드윈이 간절하게 그를 보고 있었다.

"어, 공자님?"

"그래. 그런데 손님과 함께 있었나?"

"어, 대회관에서 보셨을 겁니다. 이쪽은 고든입니다. 고든? 이분은 고드윈 공자님입니다."

대회관에서 얼굴은 익혔지만 직접 인사를 나눈 적은 없던 두 남자는 서로 악수하며 인사했다.

돌연 고드윈은 이게 아니라는 듯 움찔거리고는 카렘을 붙잡았다.

"아니 이게 아니지! 카렘! 너의 놀라운 요리 솜씨와 나이에 맞지 않는 천재적인 지식만이 날 기근의 구렁텅이에서 구할 수 있을 거야! 도움이 필요해!"

"뭣? 오. 예?"

"어머니께서 날 굶겨 죽이실 모양이야!"

오, 내 그럴 줄 알았다.

전보다 눈에 띄게 출렁거리는 배와 볼.

카렘은 목 바깥으로 튀어나오려던 말을 어떻게든 참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