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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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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동물의 고기가 맛있다니.
까놓고 말해 그럴 리가 있나.
자연산이 더욱 맛있다는 프레임이 만들어낸 결과물.
물론 드물게 그렇지 않은 예도 있긴 했다.
이는 에우로파 대륙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한정된 공간에 꾸준한 집중 관리를 받으며 엄선된 사료와 건초를 먹고 풀을 뜯는 가축보다 보다 맛이 있을 리가.
몸이란 활동이 적을수록 근육이 부드러워진다.
그리고 활동이 적을수록 지방이 껴 기름지기 마련.
일반적으로 사냥의 목표는 정해져 있기 마련이다.
하루에 절반 이상을 활발히 움직이는 야생동물 혹은 몬스터.
그러한 생물의 근육이 부드러울 리가 없다.
오히려 구웠을 때 이빨이 박히기나 하면 다행이지.
하물며 생사의 경계에서 한껏 긴장된 야생의 고기는 그냥 있는 그대로 그 자리에서 도축해서 먹을 수 있는 성질의 물건이 아니었다.
그리고 설령 제대로 조리를 한다 해도 장벽은 남아있었다.
냄새. 취향이 극과 극으로 갈리며 맛의 한 귀퉁이를 차지하는 요소.
그 때문에 이를 위해서라도 사람들은 온몸을 비틀어가며 방법을 쥐어짜 냈다.
가능한 한 빨리 피와 내장을 빼내는 것은 당연.
단단한 육질을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서라도 도축한 고기는 며칠 내버려 둬 근육이 풀어지도록 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보통 이러한 과정을 숙성이라 했다.
냄새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향신료를 투입하고, 조리법이 필요했다.
혹은 긴장된 근육이 문제라 여겨 가축이 목숨의 위협.
죽는다는 사실조차 모르게 죽여버리는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때문에 사교 활동을 위해 사냥을 하고 그 자리에서 잡은 사냥감을 즉석에서 불에 구워 먹는 것은 말 그대로 다양한 목적의 사교 '활동'을 위해서였다.
결코, 그게 맛있어서 먹는 것이 아니라.
"으으음-"
아그작, 지지이이익-뚝!
아이오나는 비음을 흘리며 연신 입안의 고기를 씹었다.
그는 미식가였다.
아쉬울 것이 뭐가 있다고 그만한 지위에 있는 사람이 소박하게 먹을까.
애초에 아이오나가 부리는 사치는 먹는 것이 전부.
품위 유지를 제한다면 귀족 중에서는 손에 꼽힐 정도로 소박하다는 평이 자자했다.
아이오나의 우람한 지식 주머니.
혹은 경험 주머니라고도 불리는 육중한 뱃살이 그 증거였다.
"오흐으음. 익-"
으적, 아그작, 지지직- 으적.
수십 년 전의 귀족조차 툭하면 굶주리던 시절도 아니고.
가장 가난한 이조차 하루 두 끼는 배부르진 않더라도 먹는 현 아이스랜드에서 그만한 권력자이자 귀족이 사치를 부리지 않을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그렇기에 아이오나가 물어뜯는 버섯과 이끼 멧돼지 고기 꼬치구이는 객관적으로 결코 맛있다고 하기 힘든 요리였다.
하지만 어느 요리사가 말했던가.
공복이야말로 최고의 조미료라고.
평소의 아이오나였다면 예의상 조금 먹다 말았을 것이 분명.
누가 주최한 사냥에 참여했더라도, 설령 그게 주군인 알프레드의 사냥회라고 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
강렬한 야생의 향과 강력한 육질의 야생동물의 고기는 아이오나의 취향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의 그에게 있어선 오히려 식욕을 돋웠다.
찌르는 듯한 강렬한 향은 장작불에 얽혀 코를 자극하는 향신료가 되어 식욕을 자극했다.
과연 고기가 맞는지 의심되는 질기고 단단한 육질은 지난 며칠간 먹은 건빵과 육포에 비한다면 솜털과 같은 감촉이었다.
물론 진짜로 그런 건 아니라 어디까지 상대적으로.
그래도 육향과 육질 외엔 무미건조할 뿐이었던 고기에 변화가 깃든 것은 아이오나가 고기를 곱씹으면서부터였다.
강렬한 향기에 잔뜩 움츠러들어 있던 풍미는 표면에 묻은 소금과 만나면서 입안을 폭발하듯이 돌아다녔다.
장작불에 불타올라 목장의 가축은 결코 흉내를 낼 수 없는 감칠맛은 후추와 만나 한층 더 강화되어 자신을 드러냈다.
"흐허어어억."
현대였다면 가히 100만 조회 수는 가볍게 넘었을 압도적인 광경.
고든과 하이폰은 넋을 잃고 아이오나를 바라보았다.
아니, 야영지 모두가 그러했다.
"음? 왜 노구를 그렇게까지 쳐다보는가?"
"하, 그렇게까지 맛있습니까?"
"고든. 자네도 직접 먹어보면 알 걸세."
"그렇다면-"
귀와 눈을 자극하는 강력한 2차 폭력의 현장에서 관심을 돌린 고든은 곧바로 꼬치구이를 집어 들었다.
시종, 병사들이 따온 버섯과 네모나게 성형된 고기가 번갈아 꽂힌, 그림으로 그린 것 같은 꼬치구이.
소드마스터에게 공복은 심각한 문제였다.
남들보다 많이 먹는 것이 기사고 용병이고 병사라는 직종.
이보다 많이 먹는 이들은 드물었다.
하물며 그러한 이들보다 많이 먹는, 단신으로 오우거를 참살하고 바위를 쪼개기 위한 열량은 얼마나 필요할까.
안 그래도 고든은 지난 며칠간 최소한의 보존식으로 버텼다.
그러한 상황에서 마주한 불향이 가득한 고기.
그리고 그를 자극하듯이 식욕을 폭발하듯이 큼지막한 스테이크-꼬치를 연신 물어뜯는 아이오나.
고든은 더는 참을 수 없었다.
어느새 꼬치를 집고 물어뜯는 하이폰을 따라 고든은 냉큼 꼬치의 버섯과 고기를 입안으로 집어넣었다.
"으음....!?"
그리고 뜻밖의 감각에 움찔거렸다.
"왜 그러지? 입안을 데이기라도 했나?"
"고작 이거로 입안을 델 리가 있겠습니까?"
"그러면 그 격렬한 반응은 뭔데."
"아니, 버섯에 육즙이 폭발해서요."
고든의 입안에서 벌어진 일은 앞서 말한 그대로였다.
먹음직스럽게 구워진 버섯이 압력을 받자 수분이 폭발했다.
하지만 일반적인 수분이 아니었다.
일반적으로 버섯이란 가열하면 수분이 빠져나오기 마련.
그렇게 비어버린 공간에 이끼 멧돼지 고기에서 흘러나온 육즙이 섞인 기름에 튀겨지면서 흡수했다.
속은 부드럽지만, 겉은 쫄깃한 버섯.
거기에 더해진 이끼 멧돼지 고기의 강렬한 풍미.
아이오나의 난데없는 먹방에 고기가 조금 식기는 했다.
그러나 그게 고든이 식사를 멈추는 이유가 되지는 못했다.
고든은 맨 건빵을 생으로 씹어먹고 육포를 뜯어 먹을 정도로 치악력이 좋았다.
이 정도 육질은 그저 촉각을 자극하는 새로운 향신료에 불과했다.
자주 이렇게 먹겠다는 건 아니고.
한 번쯤은 이런 식감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
"부드러운 것도 것이지만, 이 정도 씹는 맛도 가끔은 좋단 말이죠."
하이폰은 고든의 말에 연신 고기를 씹으며 말없이 동의했다.
요리는 비단 혀로만 느끼는 것이 아니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냄새를 맡고, 이빨과 혀에 목 넘김과 손끝에서 느끼는 촉감까지 모두 합하여 오감.
지금 눈앞에 놓인 꼬치구이는 그런 의미에서 오감을 모두 한꺼번에 자극하는 훌륭한 요리였다.
거기에 공복이 더해졌다.
권력, 힘을 과시하기 위해서 먹는 것이 아닌.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깊은 만족감.
어지간한 일반인보다도 많이 먹는 셋이 게눈 감추듯이 꼬치를 해치워버리자 시종들이 얼른 새로운 꼬치를 잔뜩 들고 왔다.
공복은 어느 정도 가셨다.
간신히 이성을 되찾은 고든은 이번에는 천천히 맛을 음미했다.
"후, 그래서 저희의 목표가 뭡니까? 이 많은 사람을 데리고 주구장창 추적을 피해 돌아다닐 수도 없는 것 아닌지요?"
"그건 정해져 있지."
아이오나가 꼬치를 크게 물어뜯었다.
"지금쯤이라면 파발의 연락을 받고 나와 호위대를 구조하기 위해 부대가 꾸려졌을 걸세."
"그러면 좀 여유를 부려도 되겠군요."
"허, 지난 며칠간 가장 열심히 뛰어다니더니. 자네도 지치나 보군?"
"소드마스터 이전에 사람입니다. 거 참. 이에 대한 보상은 톡톡하게 받아낼 겁니다."
"하, 날 누구라고 생각하지?"
물론 고든도 정말 몰라서 하는 말은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혹시나 해 꺼낸 질문.
그도 그럴 것이 아이오나는 결코 일반 귀족이 아니었다.
대귀족의 직속 신하. 시종장.
거기에 메이저하거나 마이너하진 않아도 에우로파 곳곳에서 모셔지는 그 사이쯤 되는 종교의 장로.
"그야 모를 리가 있겠습니까? 저랑 제 임시 부하들에게 어련히 두둑하게 챙겨주시지 않겠습니까?"
"그래. 얼마든지! 목적지는 인근 펠윈터 가문의 장원에 있는 블랙우드 마을이네. 구출대도 우선 그곳을 목적으로 움직이겠지. 어디, 지도가..."
"아, 거기라면 어딘지 압니다."
고든도 아이스랜드에 들어오고 나서 들른 적이 있던 곳이었다.
"그래서 내 제안하겠네만."
"예?"
"노구의 주군을 알현해보는 것은 어떻겠나?"
아이오나는 순혈 아이스랜드 토박이
어쭙잖게 돌려 말할 것 없이 있는 그대로 내질렀다.
"수백은 가볍게 뛰어넘는 몬스터 무리에 강습해 방해를 뿌리치고 우두머리만을 격살하는 능력. 그리고 소드마스터라는 무력까지. 그저 그런 용병으로 남아있는 게 이상하지 않나? 오히려 자네가 S급 모험가가 아닌 게 더 이상한데?"
"아, S급 용병은 그렇게 하지 않아도 이동에 제약이 생기더군요. 방해도 많고."
"하긴, 붙잡고 싶은 이들이 반. 질시하는 이들이 반일 테니 그럴 만도 하겠군."
"흐으으음."
으적.
고든은 한없이 가벼운 움직임으로 조금 전과는 달리 무겁게 고기를 물어뜯었다.
모두가 그의 본 실력을 보면 뭔가 사정이 있겠다고 생각하지만, 고든에게는 딱히 그런 무거운 고민 같은 것은 없었다.
그는 그저 남들보다 돈을 조금 더 좋아하는 용병이었을 뿐.
누구는 모험가로 직종을 변경하면 돈을 쓸어 담는 거 아니냐고 했지만, 그거야말로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일.
물론 당장 모험가 길드에 들어가면 S급은 떼놓은 당상이었다.
하지만 S급 모험가는 관습적으로 작위만 없는 귀족 취급.
그리고 새로 탄생한 귀족은 견제받기 마련이다.
거기에 존재 자체로 각종 질투의 대상이 되는 것도 귀찮기 짝이 없고.
"혹시나 묻는 건데. 신생 귀족의 텃세 같은 건 없겠지요?"
"아이스랜드는 혈통보다도 능력을 우선시하는 곳일세. 그 반대가 허락되는 대상은 펠윈터 가문말고는 없어."
"아, 뭐 혹시나 해서 말입니다."
고든은 괜한 말이었다며 손을 내저었다.
"자네의 걱정이 뭔지 알 것 같은데."
하이폰은 입안의 내용물을 마저 삼키고 끌끌 웃었다.
"무례하게 구는 놈이 있다면 그냥 결투 신청해서 머리를 쪼개버려."
"그것참 호탕하기 그지없는 처리법이군요."
"어쭙잖게 간 보는 건 따뜻한 지방에서 곱게 자란 기사와 귀족들이나 키우는 문화지. 아이스랜드에는 그딴 문화는 없네."
"흐으으음."
그렇게까지 말하니 혹한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했다.
그런 고든에게 아이오나가 은근한 미소를 지었다.
"자네 정도의 실력이라면 다 건너뛰고 영지 귀족은 떼놓은 당상일걸세. 아마 남작으로 시작하지 않겠나?"
"허, 농노 출신 용병에게는 과분하다고 할 사람이 무척 많겠네요."
"말했다시피 아이스랜드에선 일단 실력이 좋으면 그만일세. 그리고 불만 있는 사람이라면-"
"결투로 후려 패라는 소리죠? 옆에서 하는 말 들었습니다."
"뭐, 결투를 걸어오는 이들도 있겠네만, 그건 문제없겠지."
"먼저 시비를 걸어오는 것쯤이-"
휘이이잉.
"-야.아?"
몸 안쪽을 무겁게 스쳐 지나가는 달큰한 냄새.
만일 전생을 기억하는 카렘이 이 자리에 있었다면 눈이 뒤집혀 광분할 것은 당연했다.
그야 달큰한 냄새는 바닐라의 향기와 똑같았으니까.
하지만 고든은 그 참을 수 없는 매혹적인 향기에 얼굴을 굳혔다.
누군가 몰래 디저트나 설탕을 숨겼다고 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건 결코 아니라고 고든은 장담할 수 있었다.
평상시였다면 무심코 지나칠 수 있을 만큼 한없이 연한 냄새지만, 지금 야영지는 장작불과 후추, 향긋한 버섯의 냄새에 점령당한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이러한 유혹적인 냄새를 뿌리치는 것은 어려웠다.
하물며 이 냄새의 주인이 얼마 전까지 그들을 추적하던 몬스터 무리의 것이라면 더더욱.
고든이 눈만 돌려 야영지를 훑었다.
하지만 한창 식사에 열중하던 이들이 굳은 듯이 서 있었다.
그들뿐만이 아닌 짧게 주사위를 굴리던 용병들, 보초를 서던 병사들, 열심히 모닥불에 꼬치를 돌리던 시종들과 그걸 옮기던 일꾼들에 하이폰과 아이오나까지.
혼자 맡았다면 모를까,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같은 냄새를 맡았다.
그리고 고든은 누구보다도 빨리 상황을 파악했다.
몬스터 무리가 가까이 다가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직 거리가 충분하다는 것.
자칫 무시할 뻔했던 희미한 냄새가 이를 증명했다.
때마침 눈이 마주친 용병 몇몇에게 수신호.
용병은 병사들에게, 병사들은 이윽고 다른 이들에게 아직 시간이 남았다며 진정시켰다.
하지만 나쁜 소식에 야영지는 전만큼 활기차지는 않았다.
그저 최대한 빨리 기계적으로 버섯과 이끼 멧돼지 고기를 씹어 삼킬 뿐.
"분명 하루 정도는 여유가 있을 거라 하지 않았나?"
"어쩌면 몬스터 무리에 주술사가 있을지도 모르고, 아니면 한 무리의 우두머리를 처치한 앙심을 품고 힘껏 추적한 걸지도 모르죠."
"여하튼 좋은 상황은 아니로군."
"냄새로 추정하면 하루가 아니라 반나절 정도..."
먹자마자 소화할 시간 같은 것은 없었다.
이보다 더 열심히 먹을 수는 없다는 듯이 순식간에 멧돼지 한 마리를 먹어치운 일행은 야영지를 그대로 버려둔 채 후퇴.
그리고 반나절, 크고 넓적한 노 같은 꼬리를 가진, 곰만 한 크기의 털북숭이 몬스터 무리가 야영지를 휩쓸며 일행을 추적했다.
***자료첨부***
-꼬치 구이-
챗GPT가 그려준 그림입니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