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14 KiB
반 뿐이기는 하지만 어쨌든 목표는 달성.
카렘은 코르부스에게 감사를 표시하고 아주 조금 가벼워진 주머니와 양손이 무거워진 채로 온실을 나왔다.
비록 타의로 끌려왔지만, 불만은 없었다.
알리시아한테 끌려다닐 때마다 뭔가 소득이 생기는 것 같으니까.
그래 봤자 이번이 두 번째.
하지만 그런 사소한 사실을 카렘은 신경 쓰지 않았다.
그건 그렇고.
카렘은 바구니를 내려다보았다.
"이건 어디에다가 써야 하려나."
바구니에 한가득 담긴 붉은 마녀의 손가락과 그 변종.
다르게 말하자면, 고추와 피망(진행 중).
일부는 요리에 쓰게 내버려 두고 나머지는 다져서 타바스코를 만들거나, 할라피뇨를 절인다거나, 말려서 빻아 고춧가루를 만들거나.
그렇게 노동도 많이 필요하지도 않았다.
타바스코야 손질해서 다진 고추를 각종 향신료랑 넣고 끓인 다음 갈아서 발효시키고, 할라피뇨는 자른 것을 통에 담고 끓인 절임물을 넣고 숙성시키면 끝.
상당한 노동력이 필요한 고춧가루도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말린 다음에 메리한테 맡기면 되겠지."
하필이면 고춧가루라며 처음엔 성을 낼 것은 당연지사.
하지만 워커홀릭답게 입으로는 투덜거리면서도 몸은 솔직하게 카렘이 원하는 대로 가루로 빻아줄 것이 분명했다.
전생의 기억을 걸고 카렘은 장담할 수 있었다.
이전에도 똑같았으니까.
다만 피망이랑 맛도 향도 비슷한 붉은 마녀의 손가락 변종은.
"훈제해서 가루로나 만들까."
그런데 보통은 훈제 가루는 파프리카로 만든다고 하지 않았던가? 피망, 아니, 변종 붉은 마녀의 손가락으로 만들어도 비슷하려나?
"엇차, 여전히 고요하네."
몸으로 문을 열고 탑 안으로 들어온 카렘은 탑 1층을 둘러보았다.
겨울에 비하면 탑의 상주 인원은 월등히 늘었지만, 로비 역할을 하는 1층은 여전히 휑했다.
마법사란 일반적으로 대부분 연구자.
그 때문에 연구실에 틀어박혀 있는지 1층은 회전초라도 굴러다닐 것처럼 휑했다.
"아, 카렘 후배. 여기 있었군요."
"조금 전에 돌아왔습니다."
"마침 잘 됐습니다."
주방으로 향하려던 카렘을 빨랫감을 들고 가던 메리가 붙들었다.
"계약자가 후배가 돌아오면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주전부리를 겸한 식사를 준비하라 말했습니다."
"점심이며 가볍게요? 특정한 요구사항은 없나요?"
"신경 쓰지 않아서 모르겠습니다. 아무거나라고 말했습니다. 그나저나 그쪽도 잘 됐다니. 무슨 말입니까?"
카렘은 메리를 향해 바구니를 기울였다.
"이거 말린 다음 가루로 빻아 달려고 부탁하려 했죠."
"아, 당장은 빨래가 더 급한데. 주방에 놓아두고 나중에 알려주시죠."
"음, 하긴. 알겠습니다."
카렘은 메리가 커다란 바구니에 가득 담은 빨랫거리를 보고 수긍했다.
마법사의 탑에 거주하는 사람이 늘어난 만큼 당연히 소비되는 식자재와 생성되는 빨랫거리는 슬라임이 증식하는 것처럼 증가했다.
일주일에 한 번 납품받듯 그것을 이틀에 한 번 받아야 할 정도이고, 빨래는 메리가 매일같이 하는데도 하는 만큼 꾸준히 생성되었다.
하물며 카렘은 마법사의 탑의 주방장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캐서린의 개인 요리사로 완전히 돌아선 상황.
이게 과연 혼자서 할만한 일의 양인가 카렘은 걱정이 앞섰다.
"그런데 진짜로 인력은 더 필요 없습니까?"
"후, 카렘 후배. 그거 아십니까?"
"뭘 말입니까."
"전 지금 제 요생에 있어서 가장 충실하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는 중이랍니다."
확실히.
카렘은 뚫어지게 메리의 얼굴을 관찰했다.
날이 가면 갈수록 메리의 얼굴에서 피로감은 사라지고 있었다.
피부는 윤기가 날 정도로 생명력이 깃들어 탱글탱글.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과로사하고도 모자랐겠지만, 집요정에겐 오히려 좋은지 메리는 무표정인데도 확연하게 느껴지는 행복한 아우라를 뿜어내고 있었다.
"뭐, 그러시다면야."
어쨌거나 저쨌거나 여튼저튼.
모든 요리사가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주문을 하나 꼽으라고 하면, 카렘은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다.
"아무거나라니. 하이고 또 시작이신가 참."
카렘은 한숨을 깊게 내쉬었다.
보통 그가 식사를 차릴 때는 내키는 대로 맛있게 요리해서 내가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캐서린은 종종 카렘에게 자신을 놀라게 해보라는 듯이 '아무거나'를 주문할 때가 있었다.
그럴 때마다 카렘은 머리를 싸맸다.
하지만 어느 정도는 카렘의 책임도 있었다.
가끔도 아니고 자주 그녀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요리를 쑴펑쑴펑 쏟아내는데 비단 캐서린이 아니라 누가 와도 한 번쯤 기대감을 품고 '아무거나'를 주문할 것이다.
내키는 대로 요리하는 것과 아무거나의 차이?
숨을 쉴 때 자연스럽게 쉬는 것과 신경 쓰며 쉬는 것만큼이나 차이가 컸다.
아무 생각 없이 본능적으로 하던 것을 신경 쓰기 시작하면 되던 일도 안되는 법. 카렘은 탁자를 두드리며 생각에 잠겼다.
"주전부리, 간식을 겸한 점심이면 뭐. 샌드위치?"
생각을 떠올린 순간 카렘은 스스로의 생각을 부정했다.
그도 그럴 것이 돌아오고 나서 점심에 샌드위치는 너무 많이 만들었다.
캐서린은 질리지 않겠지만, 정작 요리하는 카렘이 질려서 더는 샌드위치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뭘 만들어야 하나 고민하던 카렘은 주방을 빠져나와 옆의 식료품 창고를 둘러보았다.
다양한 돼지와 소, 스노우러너의 부위.
싱싱하기 그지없는 잎과 뿌리채소들.
선반 몇 개를 통째로 차지한 딱딱하고 부드러우며 크고 작은 빵.
아니, 잠깐. 고기랑 빵이라.
카렘은 손가락을 튕겼다.
"음? 잠깐. 햄버거 만들면 되겠네."
"꼬마야. 난 분명 간식을 겸한 가벼운 물건을 주문했다만."
캐서린은 당장이라도 바람이 불면 짭짤함이 섞일 것 같은 짜게 식은 눈빛으로 연구실의 휴식 테이블에 놓인 큼지막한 햄버거를 바라보았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햄버거는 보기만 해도 입에 침이 고이는 물건이었다.
소고기의 감칠맛이 응축된 고기 크러스트가 양면 가득 형성된 두꺼운 소고기 패티가 두 장.
고기의 무게에 못 이겨 흘러나온 허니 머스타드 소스.
그와 함께 패티의 열기로 진득하게 녹아내린 노란 체다 치즈.
그 위에 바삭한 베이컨을 올린 다음 부드러운 브리오슈 빵으로 덮었다.
지금은 보이지 않겠지만 소고기 패티의 육즙과 기름을 고스란히 머금은 팬에 토스트 하듯이 안쪽을 버터의 풍미가 가득한 부드러운 브리오슈는 바삭함을 같이 간직하고 있었다.
"이 ‘햄버거’라는 건 전혀 가벼운 음식이 아닌 것 같은데."
그 흔한 피클과 양상추마저 보이지 않은 압도적인 모습.
"간식을 겸한 점심을 원하셨잖아요."
"그래. '간식'을 겸한 점심이지. 이게 어딜 봐서 간식이냐."
"햄버거 한 개는 간식입니다."
"이게 어딜 봐서 간식이라는 거냐 맹랑한 녀석아."
"그래서 안 드실 겁니까?"
하지만 카렘은 당당했다.
아무렴 카렘 그 자신은 전생에 햄최5를 찍던 남자.
자고로 햄버거는 콜라와 감자튀김 세트까지 포함해야 한 끼의 식사라고 생각하며 햄버거 단품으로는 두 개는 먹어야 식사가 되는 법이라고 굳게 믿었다.
계약자의 식사 보조를 위해 잠자코 캐서린의 곁에 서 있던 메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계약자. 점심을 거를 생각입니까?"
"아니, 그건 아니지. 흠, 뭐 먹기나 할까."
"어떻게 손질해드리면 되겠습니까?"
"샌드위치처럼 가볍게 받아먹기엔 무리일 것 같은데."
"마침 후배가 포크와 나이프를 가져왔으니 한입 크기로 자르면 되겠군요."
메리가 준비하는 사이 캐서린은 하품을 내뱉었다.
가벼운 식사를 요구한 것은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았다.
밤샘 연구에 피로감에 찌든 몸이라 씹기 귀찮아서라고나 할까.
연구하느라 연구실에 틀어박힌 마법사가 며칠 밤을 새우는 것은 별로 특이한 일은 아니었지만, 그에 대한 피로는 고스란히 몸에 깃들 수밖에 없었다.
포션으로 피로감을 없앨 수는 있지만, 캐서린은 고작 그런 일로 포션을 마시는 것은 낭비라고 생각했다.
과도하게 마셨다가 포션 중독이라도 올라올 수도 있었으니까.
바자작!
돌연 접시에서 들려온 저항감있는 바삭한 소리가 캐서린의 주의를 끌었다.
그리고 나이프로 갈라진 햄버거에 생긴 틈 사이에서 천천히 올라오는 고소하고 자극적인 소고기의 육향!
"좋아. 냄새는 확실하구나."
"처음 딱 구워서 조립했을 때가 제일이었는데 말이죠."
"무얼, 아직 따끈하기만 한데. 호들갑은."
메리에 의해 햄버거가 반으로 갈리자마자 속에 갇혀있던 자극적인 냄새가 뜨거운 열기와 함께 바깥으로 쏟아져 나왔다.
그와 함께 검게 보일 만큼 바삭하게 그을린 고기 크러스트 안에 갇혀있던 육즙이 해방되어 폭포처럼 쏟아졌다.
그러면서도 굽기는 완벽했는지 소고기 패티의 속은 완연한 분홍빛을 띠고 있었다.
전날 술을 대짜로 퍼먹어 속이 쓰려 죽을 것 같은 주정뱅이도 감히 이 걸작에서 눈을 돌릴 수는 없으리라.
"겹겹이 쌓인 다진 소고기와 베이컨, 치즈. 채소는 없군."
"없긴요. 밑에 깔렸습니다."
"흠, 피클 몇 장?"
"햄버거를 먹는데 채소는 그 정도면 충분하죠."
“느끼해 보이는데.”
“드셔보시면 알 겁니다.”
조금 느끼할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캐서린은 메리가 한입 크기로 보기 좋게 썰고 포크로 찍어 내미는 햄버거를 한입에 물었다.
"으음!"
기우.
괜한 걱정이었다.
안 그래도 피로감에 입안은 사막처럼 말라 있었다.
푸석푸석하게 갈라진 미뢰 사이로 패티의 뜨거운 육즙이 흐르자 순식간에 안개비가 내린 평원처럼 촉촉함을 되찾았다.
그리고 느껴지는 진한 버터 향과 얼핏 크림처럼 느껴지는 촉촉한 빵.
저항감조차 없이 이빨이 부드러운 빵을 파고들던 것과는 달리 마지막에 가서 느껴지는 바삭함.
그 뜻밖의 감촉은 캐서린에게 기쁨을 선사했다.
빵이 찢어지며 그 밑에 숨어있던 고기 패티를 씹기 무섭게 뜨거운 기름과 육즙이 부서진 댐의 틈으로 쏟아지는 물처럼 흥건하게 쏟아져 입안에서 유일하게 뚫린 하나의 길로 흘렀다.
이빨이 패티를 부술 때마다 펑펑 샘솟는 기름과 육즙.
씹을 때마다 응축되었던 감칠맛을 폭발시키는 바삭한 것과 달리 부드럽게 익어 일말의 저항도 없이 부서지는 속.
그러한 소고기 패티가 두 장이라니!
캐서린의 코는 폭발하는 육향에 마비되는가 싶었다.
그 사이로 불향을 가득 품은 짭쪼름하고 쫄깃한 베이컨의 바삭함.
녹진한 체다 치즈가 서로 앞다투어 자기 자신을 주장했다.
오이 피클이 들어있기는 했지만, 브리오슈 번과 소고기 패티, 베이컨과 치즈의 사중주를 오롯이 막기에는 충분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최소한으로 억제했을 뿐이라는 미약한 새콤함.
하지만 피클은 그것으로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달성했다.
압도적인 느끼함에 혀가 피로감을 느낄 때쯤 어김없이 끼어드는 상큼하고 새콤한 피클.
그리고 이를 보조하는 새콤달콤한 허니 머스타드.
깔끔하고 빠르게 피로감이 씻겨나가자 캐서린은 제각기 다른 햄버거의 조화를 처음 같은 심정으로 다시 맛볼 수 있었다.
"꼬마야. 네 말이 맞았다."
"음? 갑자기 말입니까?"
"채소는 피클만으로 충분했어."
"뭐, 이번엔 오로지 고기! 같은 느낌으로 만들었으니 채소도 충분히 넣을 수 있습니다."
"그보다는 살짝 매콤한 마요네즈가 더 잘 어울릴 것 같다."
카렘은 만족스럽게 웃는 겉과는 다르게 속으로는 음흉하게 미소지었다.
그동안 캐서린의 혀를 매콤함으로 조련한 성과가 나오고 있었다.
스스로 원해서 매콤한 것을 찾는 것이 바로 그것.
하지만 카렘은 조급하지 않기로 했다.
본래 나쁜 첫인상은 개선하기 어려운 법.
지금까지와 같이 차근차근 진행하는 것으로 충분.
그렇다면 여기서 할 대답은.
"다음번엔 참고하도록 하겠습니다."
"좋다. 음? 메리?"
시선을 바닥으로 향하고 있던 메리가 고개를 기울이더니 캐서린의 부름에 고개를 돌려 답했다.
"계약자? 손님이 온 것 같습니다."
"뭐? 조금 더 기다리라고 해."
"하지만 엘리자베스 공작부인의 시녀입니다. 노크도 없이 1층 로비 안으로 들어와 계약자를 찾고 있습니다."
흐음? 캐서린을 따라 카렘도 눈을 치켜떴다.
자료 첨부
-더블 베이컨 치즈 버거-
챗GPT가 그려준 그림입니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