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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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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던으로 복귀한 카렘.
가을, 겨울, 봄을 거쳐 처음으로 아이스랜드에서 여름을 맞이하게 되었다.
건조하고 시원하며 추웠던 가을, 겨울.
춥고 습했던 봄과는 달리 여름의 콜던은 쾌적하기 그지없었다.
지금은 아득하고, 전생의 기준으로도 아득했던 천고마비의 계절과 비슷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습하고 추운 게 익숙할 뿐이지 쾌적하고 시원한 것을 싫어할 리가 없었으니 콜던과 윈터홈을 오가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기분 좋은 해방감이 깃드는 것이 당연했다.
호위하던 모험가들은 윈터홈 정문에서 해산.
어느새 다가온 시종들이 마법사의 탑으로 마차를 운전했다.
그리고 탑 앞에서 일행이 짐과 함께 내리자 그대로 마차를 끌고 가버렸다.
나름 오랜만이라면 오랜만이라고 할 수 있는 기분.
캐서린이 멀뚱히 그 자리에 서 있자 어리둥절하던 나르케와는 달리 카렘은 직접 물었다.
"탑 안에는 안 들어가십니까?"
"잠깐 바깥을 둘러보는 중이었다."
물음에 답한 캐서린은 유심히 탑의 외벽을 살폈다.
건물의 상태를 점검하는 부동산업자와도 같은 시선으로 주변을 살폈다.
"외관상의 변화는 없군."
"변화요? 증축이라도 하셨었나요?"
"아니, 어딘가 부서지진 않았나 조금 확인했다."
"그건 또 무슨 말씀입니까."
탑에서 부서지는 일이 있을까 싶었지만, 생각해보니 당연했다.
마법사의 탑의 거주민은 이름답게 대다수가 마법사.
주문 읊을 시간이 충분하다면 실력에 따라 대단위 폭격을 가하는 것은 당연한 똑똑한 대포 같은 존재들이다.
나르케가 귀를 펄럭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격한 노, 논쟁으로 서로에게 마법을 날릴 수도 있으니까."
"음. 확실히."
카렘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캐서린 쪽으로 돌아갔다.
".....뭐냐? 꼬마. 그 시선은."
"아뇨. 그저 요 겨울에 있었던 일을 조금."
"무슨 생각을 하길래. 무례함이 느껴지는데."
"왜 그 올리비에님이랑 서로 마법을 갈기셨지 않습니까?"
"그건 그 노친네가 열 받게 만들잖냐."
"마법사들 사이에서 종종 있는 일입니까?"
"그래."
캐서린은 단언했다. 그 당당함이 카렘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자, 자주는 아니어도 가끔은 있는 일이니까. 왜, 주점에서 서로 마, 말다툼하다가 주먹질이 오가는 거 있잖아."
"아, 그런 느낌으로?"
"으, 응. 그런 느낌이지."
나르케는 익숙하다며 손을 내저었다.
"그것뿐이라면 다행이지."
캐서린은 팔짱을 끼며 중얼거렸다.
"연구하고 시약 제조하다가 비율 잘못 맞춰서 폭발하는 건 당연하고, 실험용으로 몬스터를 들였다가 탈출하기라도 하면 난장판이 벌어지는 건 일상이니까."
"음, 뭔가 굉장히 구체적이십니다. 아타니타스님. 마치 직접 겪어 보기라도 하신 것처럼."
"내가 그 영감탱이만 생각하면 이가 다 갈린다 갈려."
그러면 내가 있던 동안엔 운 좋게 그런 일이 안 벌어졌던 건가?
카렘이 운이 좋았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뱉는 사이.
마탑의 정문을 메리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열었다.
"돌아오셨습니까. 계약자. 카렘 후배. 생각보다 오래 걸리셨군요."
"아아, 난데없이 사건사고가 발생해서."
"탑도 잠깐 시끄러웠는데. 관련된 일인가 보군요."
메리는 곧바로 짐을 통째로 들어 올리며 중얼거렸다.
오랜만에 보는 광경에 카렘은 감회가 새로웠다.
짐이라고 해봤자 그렇게 많은 물건이 들어있지는 않았다.
캐서린과 나르케의 소지품이 들어있을 궤짝 한 개씩.
이라고는 해도 그 크기는 지금의 카렘이 안에 들어가 누워도 충분할 용량이었다. 그야말로 어지간한 힘 좀 쓴다는 남자들을 가볍게 눌러버리는 완력.
그런데도 메리의 몸은 운동 한 번 안 한 듯 얄팍했다.
캐서린의 마법도 마법이긴 하지만, 메리의 괴력은 보면 볼수록 매 순간이 신기했다. 이게 바로 그 말로만 듣던 실전압축형 내장근육인가.
그러는 사이 캐서린은 성큼성큼 탑의 꼭대기로, 나르케는 화들짝 놀라며 어디론가 가버려 통로에는 결국 메리와 카렘만 남겨졌다.
"그런데 카렘 후배. 오른손에 든 물건은 뭡니까?"
"아, 이거요?"
그 말에 카렘은 동그란 무언가 때문에 울룩불룩한 가죽 주머니를 들어 올려 보였다.
"이번 외출의 소득물 중 하나라고 할까요?"
"뭔가 고소한 냄새가 풍기는군요."
"아쿠사레 버섯이요."
"음. 아쿠사레 버섯."
메리는 심드렁함을 벗어던지고 기대감으로 눈을 빛내기 시작했다.
그녀도 아쿠사레 버섯은 몇 번 먹어본 적이 있었다.
세오폰 왕국이 아니라 대륙 본토에서 계약했을 적 과거의 일.
하지만 그 맛과 향, 질감을 뇌리에 박아넣는 데는 충분했다.
빵과 우유, 버터에 환장하는 그녀가 진지하게 아쿠사레 버섯을 네 번째로 올릴까 고민할 정도였으니 당연했다.
결국, 네 번째가 되지 못한 이유도 맛이 아니라 여건.
너무나도 구하기 어렵고 비싸서였기 때문이었다.
물론 아무리 귀중하고 맛있는 식재료라고 해도 조리하는 사람의 실력이 형편없으면 무용지물이었지만, 메리는 카렘이 훌륭하게 조리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일단 펑거스비에서는 통째로 튀겼는데 말이죠."
"그걸 튀기다니!"
"여러 방면으로 실험해보려고 했는데. 아마 이게 마지막일 것 같단 말이죠."
"...마지막이라니. 그건 또 무슨."
당혹스러워하는 메리를 보며 카렘은 주머니를 툭툭 건드렸다.
"펑거스비의 숲은 완전히 버섯 골렘투성이로 변해버려서 더는 이 아쿠사레 버섯을 못 구한다는 소리입니다."
"아니, 골렘과 버섯이 무슨 상관관계가. 잠깐, 버섯 골렘이라고 하셨습니까?"
"옙. 모두가 기대하던 아쿠사레 버섯, 버섯 골렘으로 대체되었다. 라고나 할까요."
이른바 아이스랜드, 아니.
세오폰 왕국의 마지막 아쿠사레 버섯.
그 유니크하기 짝이 없는 타이틀에 메리는 정신이 아찔해졌다.
그 사이 카렘은 방으로 돌아왔다.
하루만 비워도 먼지가 쌓이는 것이 사람 사는 공간이라지만, 부엌 옆에 자리한 카렘의 작은 방은 먼지 한 톨 없이 매우 깨끗했다.
환기도 꾸준히 했는지 아이스랜드의 상쾌한 여름 냄새가 방 안에 가득했다.
누가 방을 이렇게 청결하고 쾌적하게 청소했을지는 뻔했다.
각종 향신료와 조리 기구는 부엌으로 가져가기 위해 따로 빼놓고, 빨랫거리는 메리가 놓아둔 빨래 바구니에 투하.
소중하기 그지없는 마도구, 펠윈터의 거짓말을 칼집째로 챙긴 카렘은 마지막으로 남은 물건을 손에서 굴렸다.
"그래서, 이건 어떻게 해야 할까."
밝은 녹색에 검은 테두리가 인상적인 강낭콩 비슷한 콩이 하나.
그리고 창밖에서 날아와 이름 없는 여행자의 머리를 강타한 얼음.
콩은 짐작조차 하지 못하겠지만, 우박만큼은 카렘도 뭔가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문제는 그게 정말로 맞다면...
"굉장히 귀중한 물건이라는 건데."
그때의 상황을 떠올려보며 카렘은 반쯤 확신했다.
이 우박의 주인은 아마 스카디일 것이라고.
그리고 양념치킨을 멋대로(?) 공물로 가져간 것도.
이름 없는 여행자가 스카디를 언급하려 하기 무섭게 우박으로 후려친 것이 이를 증명했다.
그렇다면 상황이 매우 웃길지언정 우박은 매우 귀중한 물건인 건 확실했다.
그도 그럴 것이 무려 신이 직접적으로 간섭한 물건이라니?
곰곰이 생각해보면 범상치 않은 점은 몇 가지 있었다.
시간이 지나도 녹을 기미는커녕 완벽한 구(球)체를 띄는 우박의 외형부터 주머니에서 꺼내기 무섭게 방안을 은은한 한기로 뒤덮어버린 놀라운 힘까지.
"어쩌면 성물이지 않을까."
전생에서도 성인이 한 번이라도 사용했던 물건조차 성물이라고 떠받들며 숭배하는데 에우로파라고 안 그런다는 보장은 없었다.
그리고 카렘은 이 신성(할지도 모르는) 우박에 대해 확실하게 보장해 줄 사람을 알고 있었다.
*
*
*
"이런, 때가 맞지 않으셨군요."
"음? 아이오나 장로님이 자리에 없으신가요?"
"며칠 전에 펠윈터령을 시찰하러 외출하셨습니다."
"음,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카렘은 꾸벅 인사하는 사제에게 마주 인사하고는 사제를 그대로 배웅했다.
확실히 운이 나빴다고 할 수 있었다.
하필이면 카렘이 성으로 돌아왔을 때 이미 성 밖으로 외출한 상황이라니.
카렘은 갈 길을 잃은 기분이 들었다.
마치 주말에 맛집을 방문하려고 다 알아보고 출발했는데 도착하고 보니 맛집이 갑작스러운 일로 문을 닫아 어디를 가야하오를 시전하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아니, 잠깐만. 그냥 사제님한테 물어봐도 되는 거 아닌가?"
카렘은 고개를 획 돌렸다.
허나 이미 사제는 진작에 통로 너머로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렇다고 사제가 갔을지도 모르는 방향으로 뛰는 건 귀찮았다. 카렘은 깔끔하게 포기했다.
"뭐, 아주 어디로 가버리신 건 아니니까 나중에 찾아뵈어도 되겠지."
"응? 누굴 찾는다는 건가?"
등 뒤에 아무런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익숙한 목소리와 익숙한 리듬으로 등을 두드려지는 감각.
카렘은 고개를 돌려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알리시아님."
"이히히. 그렇다. 알리시아다! 그런데 누굴 찾는다는 거지?"
"아, 아이오나 장로님을 찾아뵈려고 했었습니다."
"응? 며칠 전에 나갔다고 들었다만."
"예. 몇 가지 질문드리고 싶은 게 있었는데 말이죠."
어린아이는 쑥쑥 큰다더니 어느새 키가 자란 모습으로 호기심이 가득한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응시하는 알리시아.
딱히 숨길 이유도 없었던 카렘은 콩과 우박을 꺼내 보였다.
"이것들에 관해서 물어보려고 했습니다."
"콩이랑 얼음 아닌가? 이걸 왜?"
"흠..."
카렘은 잠시 고민했다.
이름 없는 여행자와의 만남. 신을 후려친 얼음 구체.
거짓말로 여겨지기에 딱 좋았다.
그러는 사이 알리시아는 유심히 얼음 구체와 이상한 콩을 살폈다.
갑자기 뭘 꺼내나 싶었던가 했는데, 얼음 덩어리와 콩이라니.
기대감이 팍 식었지만, 이내 이상함을 감지할 수 있었다.
대상은 얼음 구체.
매끈매끈하고 완벽한 비율을 가진 얼음 구체는 아무리 시간이 지나더라도 녹을 기미는 보이지 않았고, 은은한 한기가 느껴졌다.
나이도, 경험도 부족한 알리시아였지만 본능적으로 눈치챌 수 있었다.
이건 분명 범상치 않은 물건이라고.
허나, 딱 그뿐이었다.
먹을 수 있는 건 아니네.
"얼음공은 뭔지 모르겠지만, 그 콩이라면 물어볼 사람이 한 명 있다."
"음?"
"코르부스는 식물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없으니까."
"오, 확실히."
거대 까마귀 몬스터 코르부스. 무려 공작의 명령으로 온실에 상주하며 그곳의 식물을 관리할 정도이니 확실히 그라면 알 법했다.
"그런데 알리시아님. 날이 아직 밝은데요."
"응? 그게 무슨 상관인가?"
"아직 수업 시간 아닙니까?"
그 말에 알리시아는 부자연스럽게 움찔거리며 카렘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역시, 자유로운 영혼이 지루함을 못참고 과외 시간을 탈주한 것이 분명했다.
게다가 알리시아의 반응을 보아하니 그녀의 과외 선생, 포핀스 부인도 그가 캐서린과 함께 자리를 비운 사이 돌아온 것이 분명했다.
이거, 아니 이 분을 어떻게 해야 하나.
카렘의 고민은 당연했다.
과외 시간에서 도망쳤다고는 해도 알리시아는 카렘이 강제로 어디로든 간에 끌고 갈만한 지위가 아니었다.
하지만, 먼저 움직이는 것은 알리시아였다.
이렇게 된 이상...!
"....에잇!!!"
"어, 어어!? 알리시아님?"
"코르부스한테 가자꾸나! 코르부스라면 그 콩에 대해서 알 것이다!"
알리시아는 카렘을 공범으로 삼길 선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