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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던으로 복귀한 카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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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겨울, 봄을 거쳐 처음으로 아이스랜드에서 여름을 맞이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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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하고 시원하며 추웠던 가을,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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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고 습했던 봄과는 달리 여름의 콜던은 쾌적하기 그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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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아득하고, 전생의 기준으로도 아득했던 천고마비의 계절과 비슷한 느낌이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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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하고 추운 게 익숙할 뿐이지 쾌적하고 시원한 것을 싫어할 리가 없었으니 콜던과 윈터홈을 오가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기분 좋은 해방감이 깃드는 것이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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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위하던 모험가들은 윈터홈 정문에서 해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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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다가온 시종들이 마법사의 탑으로 마차를 운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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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탑 앞에서 일행이 짐과 함께 내리자 그대로 마차를 끌고 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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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 오랜만이라면 오랜만이라고 할 수 있는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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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이 멀뚱히 그 자리에 서 있자 어리둥절하던 나르케와는 달리 카렘은 직접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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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 안에는 안 들어가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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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바깥을 둘러보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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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음에 답한 캐서린은 유심히 탑의 외벽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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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의 상태를 점검하는 부동산업자와도 같은 시선으로 주변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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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관상의 변화는 없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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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요? 증축이라도 하셨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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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어딘가 부서지진 않았나 조금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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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또 무슨 말씀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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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에서 부서지는 일이 있을까 싶었지만, 생각해보니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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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의 탑의 거주민은 이름답게 대다수가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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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 읊을 시간이 충분하다면 실력에 따라 대단위 폭격을 가하는 것은 당연한 똑똑한 대포 같은 존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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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케가 귀를 펄럭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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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한 노, 논쟁으로 서로에게 마법을 날릴 수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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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확실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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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캐서린 쪽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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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냐? 꼬마. 그 시선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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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그저 요 겨울에 있었던 일을 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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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생각을 하길래. 무례함이 느껴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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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 올리비에님이랑 서로 마법을 갈기셨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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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 노친네가 열 받게 만들잖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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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들 사이에서 종종 있는 일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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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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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은 단언했다. 그 당당함이 카렘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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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자주는 아니어도 가끔은 있는 일이니까. 왜, 주점에서 서로 마, 말다툼하다가 주먹질이 오가는 거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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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런 느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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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응. 그런 느낌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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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르케는 익숙하다며 손을 내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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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뿐이라면 다행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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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은 팔짱을 끼며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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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하고 시약 제조하다가 비율 잘못 맞춰서 폭발하는 건 당연하고, 실험용으로 몬스터를 들였다가 탈출하기라도 하면 난장판이 벌어지는 건 일상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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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뭔가 굉장히 구체적이십니다. 아타니타스님. 마치 직접 겪어 보기라도 하신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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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 영감탱이만 생각하면 이가 다 갈린다 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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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내가 있던 동안엔 운 좋게 그런 일이 안 벌어졌던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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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이 운이 좋았다며 안도의 한숨을 내뱉는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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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탑의 정문을 메리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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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셨습니까. 계약자. 카렘 후배. 생각보다 오래 걸리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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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난데없이 사건사고가 발생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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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도 잠깐 시끄러웠는데. 관련된 일인가 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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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는 곧바로 짐을 통째로 들어 올리며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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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보는 광경에 카렘은 감회가 새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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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이라고 해봤자 그렇게 많은 물건이 들어있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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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과 나르케의 소지품이 들어있을 궤짝 한 개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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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고는 해도 그 크기는 지금의 카렘이 안에 들어가 누워도 충분할 용량이었다. 그야말로 어지간한 힘 좀 쓴다는 남자들을 가볍게 눌러버리는 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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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메리의 몸은 운동 한 번 안 한 듯 얄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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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의 마법도 마법이긴 하지만, 메리의 괴력은 보면 볼수록 매 순간이 신기했다. 이게 바로 그 말로만 듣던 실전압축형 내장근육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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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는 사이 캐서린은 성큼성큼 탑의 꼭대기로, 나르케는 화들짝 놀라며 어디론가 가버려 통로에는 결국 메리와 카렘만 남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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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카렘 후배. 오른손에 든 물건은 뭡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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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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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에 카렘은 동그란 무언가 때문에 울룩불룩한 가죽 주머니를 들어 올려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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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외출의 소득물 중 하나라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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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고소한 냄새가 풍기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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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쿠사레 버섯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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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아쿠사레 버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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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는 심드렁함을 벗어던지고 기대감으로 눈을 빛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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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도 아쿠사레 버섯은 몇 번 먹어본 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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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오폰 왕국이 아니라 대륙 본토에서 계약했을 적 과거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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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맛과 향, 질감을 뇌리에 박아넣는 데는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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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과 우유, 버터에 환장하는 그녀가 진지하게 아쿠사레 버섯을 네 번째로 올릴까 고민할 정도였으니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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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네 번째가 되지 못한 이유도 맛이 아니라 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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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구하기 어렵고 비싸서였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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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아무리 귀중하고 맛있는 식재료라고 해도 조리하는 사람의 실력이 형편없으면 무용지물이었지만, 메리는 카렘이 훌륭하게 조리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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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펑거스비에서는 통째로 튀겼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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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튀기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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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방면으로 실험해보려고 했는데. 아마 이게 마지막일 것 같단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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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이라니. 그건 또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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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혹스러워하는 메리를 보며 카렘은 주머니를 툭툭 건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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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거스비의 숲은 완전히 버섯 골렘투성이로 변해버려서 더는 이 아쿠사레 버섯을 못 구한다는 소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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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골렘과 버섯이 무슨 상관관계가. 잠깐, 버섯 골렘이라고 하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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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옙. 모두가 기대하던 아쿠사레 버섯, 버섯 골렘으로 대체되었다. 라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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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아이스랜드,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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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오폰 왕국의 마지막 아쿠사레 버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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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유니크하기 짝이 없는 타이틀에 메리는 정신이 아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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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 카렘은 방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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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만 비워도 먼지가 쌓이는 것이 사람 사는 공간이라지만, 부엌 옆에 자리한 카렘의 작은 방은 먼지 한 톨 없이 매우 깨끗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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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기도 꾸준히 했는지 아이스랜드의 상쾌한 여름 냄새가 방 안에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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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방을 이렇게 청결하고 쾌적하게 청소했을지는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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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향신료와 조리 기구는 부엌으로 가져가기 위해 따로 빼놓고, 빨랫거리는 메리가 놓아둔 빨래 바구니에 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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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하기 그지없는 마도구, 펠윈터의 거짓말을 칼집째로 챙긴 카렘은 마지막으로 남은 물건을 손에서 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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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건 어떻게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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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녹색에 검은 테두리가 인상적인 강낭콩 비슷한 콩이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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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창밖에서 날아와 이름 없는 여행자의 머리를 강타한 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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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은 짐작조차 하지 못하겠지만, 우박만큼은 카렘도 뭔가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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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그게 정말로 맞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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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귀중한 물건이라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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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의 상황을 떠올려보며 카렘은 반쯤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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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우박의 주인은 아마 스카디일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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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양념치킨을 멋대로(?) 공물로 가져간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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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여행자가 스카디를 언급하려 하기 무섭게 우박으로 후려친 것이 이를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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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상황이 매우 웃길지언정 우박은 매우 귀중한 물건인 건 확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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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 것이 무려 신이 직접적으로 간섭한 물건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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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이 생각해보면 범상치 않은 점은 몇 가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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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도 녹을 기미는커녕 완벽한 구(球)체를 띄는 우박의 외형부터 주머니에서 꺼내기 무섭게 방안을 은은한 한기로 뒤덮어버린 놀라운 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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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성물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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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에서도 성인이 한 번이라도 사용했던 물건조차 성물이라고 떠받들며 숭배하는데 에우로파라고 안 그런다는 보장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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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카렘은 이 신성(할지도 모르는) 우박에 대해 확실하게 보장해 줄 사람을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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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때가 맞지 않으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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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아이오나 장로님이 자리에 없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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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펠윈터령을 시찰하러 외출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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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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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은 꾸벅 인사하는 사제에게 마주 인사하고는 사제를 그대로 배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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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운이 나빴다고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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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이면 카렘이 성으로 돌아왔을 때 이미 성 밖으로 외출한 상황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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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은 갈 길을 잃은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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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주말에 맛집을 방문하려고 다 알아보고 출발했는데 도착하고 보니 맛집이 갑작스러운 일로 문을 닫아 어디를 가야하오를 시전하는 기분이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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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잠깐만. 그냥 사제님한테 물어봐도 되는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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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은 고개를 획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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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이미 사제는 진작에 통로 너머로 사라진 지 오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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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사제가 갔을지도 모르는 방향으로 뛰는 건 귀찮았다. 카렘은 깔끔하게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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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아주 어디로 가버리신 건 아니니까 나중에 찾아뵈어도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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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누굴 찾는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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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뒤에 아무런 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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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목소리와 익숙한 리듬으로 등을 두드려지는 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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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은 고개를 돌려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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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알리시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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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히히. 그렇다. 알리시아다! 그런데 누굴 찾는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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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이오나 장로님을 찾아뵈려고 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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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며칠 전에 나갔다고 들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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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몇 가지 질문드리고 싶은 게 있었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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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는 쑥쑥 큰다더니 어느새 키가 자란 모습으로 호기심이 가득한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응시하는 알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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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숨길 이유도 없었던 카렘은 콩과 우박을 꺼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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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들에 관해서 물어보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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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이랑 얼음 아닌가? 이걸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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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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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은 잠시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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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여행자와의 만남. 신을 후려친 얼음 구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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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로 여겨지기에 딱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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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는 사이 알리시아는 유심히 얼음 구체와 이상한 콩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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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뭘 꺼내나 싶었던가 했는데, 얼음 덩어리와 콩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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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감이 팍 식었지만, 이내 이상함을 감지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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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은 얼음 구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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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끈매끈하고 완벽한 비율을 가진 얼음 구체는 아무리 시간이 지나더라도 녹을 기미는 보이지 않았고, 은은한 한기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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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도, 경험도 부족한 알리시아였지만 본능적으로 눈치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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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분명 범상치 않은 물건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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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딱 그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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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을 수 있는 건 아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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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공은 뭔지 모르겠지만, 그 콩이라면 물어볼 사람이 한 명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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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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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르부스는 식물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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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확실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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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까마귀 몬스터 코르부스. 무려 공작의 명령으로 온실에 상주하며 그곳의 식물을 관리할 정도이니 확실히 그라면 알 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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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알리시아님. 날이 아직 밝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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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그게 무슨 상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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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수업 시간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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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에 알리시아는 부자연스럽게 움찔거리며 카렘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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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자유로운 영혼이 지루함을 못참고 과외 시간을 탈주한 것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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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알리시아의 반응을 보아하니 그녀의 과외 선생, 포핀스 부인도 그가 캐서린과 함께 자리를 비운 사이 돌아온 것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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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아니 이 분을 어떻게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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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의 고민은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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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외 시간에서 도망쳤다고는 해도 알리시아는 카렘이 강제로 어디로든 간에 끌고 갈만한 지위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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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먼저 움직이는 것은 알리시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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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된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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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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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어어!? 알리시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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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르부스한테 가자꾸나! 코르부스라면 그 콩에 대해서 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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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시아는 카렘을 공범으로 삼길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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