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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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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의 농노로 10년을 살아왔던 환생자 출신의 카렘.
어느 날 갑자기 현자에 도달한 여마법사의 전속 시종이자 요리사가 되어 윈터홈에서 근무하게 되는데.
당연히 말단 귀족, 하다못해 귀족의 사생아는커녕 평민 출신도 아닌 고작 농노를 좋은 눈으로 보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 카렘은 모진 핍박의 대상이 되었다!
같은 일은 없었다.
"휴, 뭔가 걱정했는데, 생각했던 일은 딱히 없었네."
카렘 자신도 모진 텃세가 있을 것을 짐작하며 경계하고 있었다.
그야 많은 사람이 사는 곳에는 필히 쓸데없는 정치질이 만연하기 마련.
사람 셋이 모이면 편부터 가르고 시작하는 것은 어느 계급의 사람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런 텃세도 없었다. 며칠에 한 번씩 카렘이 본성에 들를 때도 사람들은 카렘을 보고도 아무런 감정을 지니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카렘은 며칠 고민한 끝에 그 이유를 몇 가지 알아차렸다.
캐서린의 위세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더 대단했다는 것.
정치질, 즉 경쟁도 자주 보고 급이 맞거나 혹은 그 이상인 사람과 한다는 것.
무엇보다 캐서린이 자신이 머무는 탑에서 바깥으로 나가는 횟수가 한 손에 꼽아 딱히 카렘도 성을 돌아다닐 일이 별로 없다는 것이었다.
덕분에 카렘이 할 일은 매 끼니가 되면 고용주에게 삼시 세끼와 간식을 책임지는 것이 전부였다.
전속 시종의 일에서도 해방된 카렘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자유시간에 취미를 즐기는 등 전생만큼이나 충실한 일상을 보냈다. 지금도 부엌에 먹음직스러운 향기를 퍼트렸다.
아침 식사로 준비하는 것은 해산물 차우더.
흔히들 아는 클램 차우더에 생선 살을 추가한 버전이었다.
버터를 녹인 냄비에 셀러리와 양파를 다져 투명해질 때까지 볶다가, 토막 낸 당근과 파스닙을 넣고 볶으며 간을 맞췄다.
전엔 생각만 하던 향신료, 후추와 육수를 넣고 1차, 밀가루와 크림을 넣고 2차로 끓여주며 이후 생선 살, 조갯살, 파슬리를 왕창 투입.
단백질이 익을 때까지 끓여주면 끝이었다.
"햐, 이건 전생에 먹었던 것보다 더 맛있는 것 같은데."
하지만 이것만 내가면 조금 심심하니 카렘은 곧바로 달걀부침, 토스트, 등심 베이컨과 소시지를 먹음직스럽게 구워 추가했다.
뭔가 밸런스가 단백질에 치우친 느낌이 들지만 어쨌든 채소가 들어있으니 상관없겠지.
한 사람이 먹기엔 불가능한 양, 최소 3인분은 되어 보이는 양의 음식을 쟁반에 담아 식당으로 향했다.
캐서린을 따라서 온 카렘이 머무는 곳은 마법사의 탑. 대대로 아이스랜드 공작에게 고용된 마법사들이 머무르는 곳이었다.
물론 공용이라고 해봤자 지금은 카렘과 캐서린을 포함해 셋밖에 없었지만.
고급스러운 식당의 문을 발끝으로 밀자 평상복인 리넨 드레스 차림으로 소파에 앉아있던 캐서린이 반갑게 그를 맞이했다.
"오, 그래. 드디어 아침 식사가 왔구나."
정정, 카렘보다는 그 식사가 담긴 쟁반을 반겼다.
"속도가 느립니다."
그리고 그 곁에 앉은 여자가 불평했다.
"다리가 짧으니까 어쩔 수 없죠."
"그렇다면 얼른 성장해서 팔다리가 길어지면 되는 거 아닙니까."
"무립니다."
"쯧, 이래서 인간이란."
카렘은 며칠 만에 익숙해진 여성, 아니 브라우니 메리를 소금 대응하고는 캐서린의 앞에 쟁반을 놓고 맞은 편에 앉았다.
음식에는 죄가 없다는 듯 테이블을 세팅하는 브라우니의 차림새는 종아리의 발만 간신히 보이는 검은 드레스에 어깨와 몸의 정면을 전부 가리는 하얀 앞치마와 하얀 캡.
메리는 세팅을 마치자마자 곧바로 캐서린의 시중을 들었고, 카렘도 곧바로 숟가락을 들어 차우더를 푹 펐다.
쫄깃한 조갯살과 부드러운 생선 살, 크림을 머금은 채소들과 진득한 차우더의 하얀 국물이 마음에 드는지 캐서린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하, 스튜같이 농도가 짙은데 수프같이 가벼운 이 맛이라니."
"어제 조개가 들어와서 해봤는데, 마음에는 드시나요?"
"그래, 귀족들이 비싼 돈을 들여서 요리사를 고용하는 이유가 있다니까."
그리고 그 모습을 본 메리가 카렘을 시기하는 눈빛으로 보고 있었다.
카렘도 처음에는 불쾌했었다.
그야 이유도 모르고 갑자기 시기와 질투, 폭언하는데 마조히스트가 아니고서야 좋아할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이내 그 이유를 알게 되자 불쾌함은 빠르게 사라졌다.
그녀는 요정, 브라우니.
집안일을 무척이나 좋아하다 못해 사랑하기까지 하는 존재였으며 집안일이야말로 그녀의 존재 의의
물론 겉으로는 티가 나지 않아 캐서린이 말할 때까지 카렘은 그냥 시녀로 착각하고 있었다.
"큭, 10년 만에 돌볼 보람이 있는 글러 먹은 계약자를 얻은 줄로만 알았건만-"
"그 글러 먹은 계약자는 어디의 누구냐."
"설마 한 분야라고는 하나 이렇게 강력한 경쟁자가 벌써-"
"어이, 주인의 말을 무시하는 거냐?"
"그것도 하필이면 성인식도 안 치른 꼬마 인간이라니!"
그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굉장히 만족스러운 직장/여가 생활을 만끽하던 도중 갑자기 상급자가 난데없이 낙하산을 꽂아 넣는다?
낙하산이 일을 잘해도 고운 눈으로 보지는 않겠지.
"카렘 후배. 설마 또 묻는 거지만 혹여나 부엌을 정리한 것 아니겠지요?"
"요리만 하고 그대로 나왔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냄비와 식기들은 그 자리에 그대로 있습니까?"
"음식물이 묻은 그대로, 뒷정리는 하나도 안 했어요."
처음에 뭣 모르고 뒷정리했다가 누구 하나 죽일 것 같은 눈으로 바라보는 눈빛에 식겁했던 그였지만, 이내 카렘은 그냥저냥 만족하기로 했다.
그야 모든 요리하는 사람들이 싫어하는 일이 바로 뒷정리인데.
그걸 알아서 해주겠다는데 싫어할 사람은 결코 없었다.
적어도 카렘은 대환영이었다.
"흥, 결국 요리는 양보했지만, 뒷정리는 결코 양보할 수 없습니다."
"설거지를 포함해서요?"
"당연히! 크윽, 계약자가 당신의 요리를 마음에 들어 하지만 않았어도!"
"뭐, 제 요리들이 신선하고 맛있다는데 피고용인이 어떻게 할 수는 없잖아요? 그렇다고 제가 요리를 일부러 이상하게 만들면-"
"그땐 제 빨랫방망이가 얼마나 단단한지 알려드릴 겁니다."
"그것 봐요. 그러니까 대충 할 수는 없지."
"크읏-. 통한의 실수-"
카렘의 말은 결코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하지만 메리는 보았다. 불만 있으면 나보다 요리를 더 잘하던가.라며 보란 듯이 웃는 저 꼴 받는 표정을!
물론 이는 모두 메리의 편견이었으며 카렘은 그저 자기가 만든 해산물 차우더가 마음에 들었을 뿐이었다.
"음, 바삭한 베이컨을 부숴서 뿌리면 더 맛있을 텐데."
"호오, 베이컨으로 크럼블을 만드는 건가?"
캐서린의 말에 카렘은 고개를 끄덕였다.
진한 해산물 차우더가 담긴 그릇 옆의 접시에 토스트, 소시지와 함께 놓인 베이컨. 형상은 길쭉하고 네모난 것이 아닌, 손바닥만 한 타원형의 단면이 보였다.
흔히들 등심 베이컨이라고 부르는 물건이었다.
"지금 같은 등심이 아니라, 돼지 뱃살로 만든 베이컨을 말이죠."
"돼지 뱃살로 베이컨을? 애초에 먹을 게 나오나? 감이 안 잡히는데."
"그러니까 살코기를 남기면서 잘라야죠. 기름의 비중이 많은 얇은 훈제 베이컨을 오래 구워 과자처럼 바스러트린 다음, 그 가루를 여기에 뿌리면 훨씬 더 맛있지 않을까요?"
튀기듯이 바싹 구워 가루 낸 베이컨은 어디에 넣어도 맛있는 법. 애초에 대형 식자재 마트에서 가루 베이컨만 따로 팔 정도니 당연했다.
"음, 듣자하니 비슷한 물건을 대륙에서 먹어봤던 것도 같은데..."
"계약자. 관찰레(Guanciale)를 말하는 겁니까?"
"그래, 관찰레였지. 산지가 세르비아누스 왕국이었던가?"
관찰레가 무엇인진 카렘도 알고 있었다. 돼지의 볼, 혹은 머리로 만드는 훈제 베이컨의 일종.
유명 요리사들이 가능하면 꼭 관찰레를 넣어서 까르보나라를 만들라던가. 로마인들이 그렇게 환장했다던가. 그렇다고 직접 먹어본 적은 없었지만.
다만 아는 티를 낼 수는 없었다. 그야 캐서린은 어디까지나 그를 요리에 천재적인 재능을 가졌지만 10년간 농노로 살던 소년으로 알고 있을 뿐이니까.
조금 의심을 하기 시작하고는 있었지만.
"그게 비계랑 살이 층을 이루고, 그 비계가 절반 이상이면 비슷하지 않을까요?"
"호오, 안 그래도 부드러운 식감만 있어 조금 심심했건만. 그래도 토스트가 있어서 다행이군."
"나중에 기회가 되면 도축업자한테 주문해볼까요?"
"그거 좋구나.”
그렇게 대화를 나누며 식사를 이어나가는 동안 접시와 그릇에 가득했던 음식들은 동이 나버렸다.
아침 식사를 끝마친 캐서린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연구실로 직행하는 동안 카렘이 식기를 정리하려던 찰나, 먹이를 낚아채는 맹금류같이 메리가 낚아챘다.
"으르르릉! 어딜 감히. 제 일입니다!"
"어우, 옮겨주신다면 저야 감사하죠."
"흥, 앞장서시죠."
"예."
이전에도 말했지만, 카렘은 아무런 불만이 없었다. 귀찮고 재미없는 일을 남이 해준다는데 거부할 리가.
반사적으로 정리하려던 움직임은 딱 그것이었다. 몸이 편하기는 하지만 아직 적응되지 않아 조금 어색한 상태였다.
카렘이 주방의 문을 열자마자 그가 뒤로 하고 떠났던 풍경이 그대로 펼쳐졌다.
바닥과 테이블에 흩날린 밀가루, 미처 정리하지 않고 널브러진 채소 껍질과 뿌리, 음식물이 그대로 묻은 팬과 냄비, 그릇과 조리도구에 이르기까지.
그 광경을 본 메리는 언제 신경질을 부렸냐는 듯 화사해진 표정으로 잽싸게 달려가 주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물론 카렘은 그 광경을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었다.
"메리님."
"한창 기분 좋게 일하려는데. 갑자기 무슨 일입니까?"
"일단 식사부터 하고 마저 하시죠."
"지금 눈앞에 일이 있는데 음식이-"
카렘은 메리의 대답도 듣지 않고 선반에서 큼지막한 그릇을 꺼내 아직도 따뜻한 해산물 차우더가 든 냄비에서 한 국자를 듬뿍 퍼 담아 테이블에 놓았다.
아닌 척하는 그녀였지만 몸만은 솔직했는지 카렘의 턱없이 부족한 힘에도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끌려 온 메리는 곧바로 그릇 앞에 앉았다. 본능은 솔직한 법.
"크읏, 그렇지만... 설거짓거리랑 채소 껍질이-"
"오. 한층 더 끓어서 그런지 맛도 그렇고 농도도 훨씬 진해졌군요. 해산물 차우더가."
"그, 그렇게나 걸쭉하다니!? 대체 크림을 얼마나 넣은 겁니까!?"
"자, 여기 빵이랑 새벽에 갓 짠 우유도 같이 드세요."
카렘의 취미는 요리와 게임.
그녀의 정체를 듣자마자 떠올린 것이 있었다.
브라우니. 집안일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집요정.
특징. 크림과 빵, 우유에 환장함.
그리고 다행히 카렘이 가진 전생의 지식과 공통분모로 여기 브라우니도 마찬가지로 보였다.
"후아아아. 이 진한 크림과 조개 육수, 그리고 톡 쏘는 후추의 맛이-"
"끝내주죠?"
"..."
휙!
카렘이 패배를 인정하라는 뉘앙스로 말하자 메리는 고개를 돌렸다.
그러면서도 빵을 찢어 수프에 찍어 먹고 우유를 마시는 꼴이 삐졌는데 간식은 먹고 싶은 고양이를 보는 것 같았다.
***자료첨부***
-차우더-
챗GPT가 그려준 그림입니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