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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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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은 곧바로 나르케와 모험가를 이끌고 숲으로 향했다.

카렘은 묵직한 은화 주머니를 받아들었지만, 당장 그 돈으로 마을에서 뭔가 구하기는 조금 힘들었다.

아닌 게 아니라 겨울나기를 끝내고 봄을 맞아 이제 식량을 다시 모아야 하는 마을이 뭔가 준비하기도 전에 몬스터가 들이닥쳤으니 당연했다.

물론 그렇다고 전혀 없지는 않았다.

펑거스비도 사람이 사는 곳이었다.

발품을 판 끝에 당연하게도 딴 주머니를 찬 사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장본인은 바로 마을의 목수.

비상금 삼아 눈이 녹기 시작할 때 몰래 숲에 가서 구해왔다는 아쿠사레 버섯 한 보따리를 숨겨놓은 상태.

흥정 없이 전량 산 카렘은 곧바로 마을에 있는 동안 마법사의 탑에서 온 세 사람보고 묵으라며 바친 촌장의 집, 주방으로 향했다.

카렘은 촌장이 잔심부름을 시키라고 남겨둔 늦둥이(라고 해도 카렘보다는 나이가 많은) 딸의 인사를 대충 넘겼다.

"그래서, 이게 아쿠사레 버섯이라고?"

카렘은 그릇에 버섯 보따리를 엎었다.

가죽 주머니에서 성인 주먹만 한 호두알 같은 버섯이 와르르 쏟아졌다.

그 순간 카렘은 이 버섯이 왜 마을의 특산물이며 대륙에서 그렇게 찾고자 했는지 알 수 있었다.

"아니, 뭔 냄새가?"

그렇게 냄새가 강렬하다는 송이버섯조차 날것의 냄새가 공간 전체를 점령할 정도로 향이 짙지는 않았다.

설마 트러플이 이런 느낌이려나?

카렘은 트러플을 직접 본 적도, 먹어본 적도 없었다.

기껏 해봐야 트러플 오일 정도? 버섯을 응축한 맛같은 게 느껴지긴 했지.

그 특징만은 글자로 알고 있었다.

보관 용기에서 꺼내자마자 느껴지는 이질적이고 짙은 향.

그에 반해 아쿠사레 버섯은 처음 보는 데도 매우 친근했다.

크기가 좀 크긴 하지만 일단 외형부터 호두와 비슷했으니 당연.

그리고 냄새도.

호두와 비슷한 견과류와 함께 구운 콩이 섞인 듯한 고소한 냄새가 불에 로스팅하는 커피콩처럼 주방을 지배했다.

"그렇게나 유명하다면 맛도 일단 보장됐다는 건데 외형은-"

조금...무슨 진액이 이렇게 나오냐.

그릇에 부닥친 아쿠사레 버섯의 주름 사이에서 고어 영화의 한 장면처럼 투명하고 노란 진액이 진득하게 흘러나왔다.

카렘이 미심쩍은 눈빛에 주방 구석에서 그의 눈치만 보던 촌장의 늦둥이 딸이 슬쩍 다가왔다.

"아쿠사레 버섯을 먹으려면 일단 소금을 뿌려야 합니다."

"소금?"

"예. 우선 진액과 알맹이를 분리해야 오래 보존할 수 있고, 맛도 있는데 무엇보다 진액은 못 먹거든요."

그 말대로 카렘은 아쿠사레 버섯에 소금을 뿌렸다.

그리고 눈꽃같은 소금 알갱이가 그릇에 떨어지기 무섭게 아쿠사레 버섯이 호두알 같은 주름 사이에서 진액을 왈칵왈칵 쏟아내기 시작했다.

소금에 격렬하게 반응하는 민달팽이 같은 모습에 카렘은 떨리는 눈으로 그릇을 내려다보았다. 비주얼은 최악이었다.

촌장의 딸은 언제 눈치를 봤냐는 듯이 익숙하게 소금을 치는 이유를 설명했다.

요는 오랫동안 보존하기 위함이었다.

아쿠사레 버섯은 소금을 뿌려 진액을 분리하지 않으면 장기간 보존은커녕 채취한 지 사흘도 안 돼서 상해버리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촌장의 딸은 그릇에 한가득 쌓여있던, 이젠 찰랑거리는 진액 위에 동동 뜬 이제 진짜로 호두알만 하게 작아진 버섯을 국자로 조심스럽게 분리했다.

“이렇게 해서 남은 진액을 말끔하게 닦아 튼튼한 통에 넣고 밀봉하면 1년 넘게 보존할 수 있어요.”

“직접 해본적은 없다는 말인가요?”

“보통 그렇게 오래되기 전에 버섯이 팔리니까요.”

"흠. 조리법은 차차 알아가기로 하고. 이 진액은 뭐, 사용처가 없습니까?"

카렘은 슬쩍 그릇에 황금빛으로 찰랑거리는 진액을 응시했다.

솔직하게 말하면, 먹음직스럽기 짝이 없었다.

비록 추출 과정은 그로테스크했지만, 고소한 견과류와 콩 냄새가 피어오르는 데다 빛깔까지 밝은 노란빛을 띠는 갈색, 어떻게 보면 황금빛으로 보이기까지 했다.

카렘이 입맛을 다시자 촌장의 딸이 질색하며 말렸다.

"냄새랑 색깔이 좋다고 드시면 안 돼요! 기근이 일상이던 선선대에 촌장이셨던 고조할아버지께서 한 국자를 드셨다가 그대로 쓰러져 며칠을 앓다가 죽어버리셨는걸요!"

"허? 이건 그냥 가져다 버리는 겁니까?"

"아뇨. 숲의 아쿠사레 버섯이 자라는 군락 곳곳에 골고루 나눠서 뿌려요."

하지만 카렘의 눈에는 전혀 아니었다.

전생과 현생을 포함한 카렘의 지식과 경험이 소리치고 있었다.

'이거 아무리 봐도 기름인 거 같은데?'

일반적으로 진액이란 이물질을 포함하고 있어 불투명하고 끈끈하기 마련.

빛깔이 투명하다 해도 끈끈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릇에 담긴 황금빛 액체는 전혀 달랐다.

끈끈하기보다는 미끈미끈했고, 그릇을 어떻게 기울여봐도 불순물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카렘은 생각, 추론했다.

선선대, 대충 2, 30년 전이라 생각하면 아이스랜드라면 굶는 것이 일상.

그런 노인이 연약하고 굶주린 위장에 기름을 한 국자 들이부었다면 당연히 골로 가버리는 것이 당연했다.

전생의 카렘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다.

아, 그때 진짜 죽는 줄 알았지. 살 빼려고 식단 하다가 처음 맞는 치팅에 눈이 뒤집혀 마음껏 먹었다가 속이 뒤집혀 며칠 동안 화장실만 들락날락했는데.

그 외에도 장기간 굶주렸던 사람이 기름진 고기를 먹었다가 그대로 쇼크사해버렸다는 글은 종종 읽어서 알고 있었다.

만약 기근이 일상이던 수십 년 전의 사례가 지금까지 그대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면 촌장네 딸내미의 반응도 눈앞의 기름을 독성 진액으로 오해하는 것도 당연했다.

그렇게 고뇌하던 카렘의 귓가에 익숙한 소리가 들려왔다.

꼬오- 꼬꼬꼬!

"응? 이 소린, 또 탈출했나 보네."

"닭인가요?"

"네. 마을 외곽에 양계장을 지어놨거든요. 이 소리면 우두머리 꼬꼬네요. 휴, 가축까지 잡아먹을 뻔했는데. 아찔했어요."

카렘은 잠시 눈을 감고 생각했다.

당연하지만 현대처럼 수천 년에 걸쳐 품종 개량이 되지 않은 에우로파의, 아이스랜드의 닭은 질기고 누린내가 많이 났다.

그건 윈터홈 내에서 키우는 살이 오동통하게 찐 닭들도 마찬가지.

생각해보면 진작에 해보려고 했었는데.

달콤한 도넛에 이성을 잃은 두 사람 때문에 잊어버리고 지금까지 이어졌다는 것을 카렘은 깨달았다.

"양계장에 있는 닭. 암탉으로 세-아니지. 다섯 마리만 파시죠."

누구 말씀이라고 거부할까.

일반적인 시세보다 몇 배나 되는 돈을 받은 촌장의 딸은 도축용 칼을 꼬나쥐고 집 밖을 나섰다.

해가 저물기 시작하고 우중충한 하늘 너머 어렴풋한 주황빛 태양이 때아닌 겨울눈이 내려앉은 펑거스비와 아직도 얼어붙은 버섯 골렘에 도구와 장비를 휘두르는 마을 사람들과 모험가를 비추고 있었다.

모험가 몇을 대동하고 숲으로 향했던 캐서린은 마을로 돌아와 눈에 덮인 길을 걷고 있었고 그 뒤를 나르케가 따라가고 있었다.

"여, 역시 골렘이 발생한 이유는-"

"마력 과포화 현상 때문이겠지."

일정 공간에 마력이 평균 이상으로 포화하는 현상의 총칭.

요인은 무척 다양하면 요인의 종류만큼이나 다양한 부작용을 일으켰다.

언데드가 자연 발생하게 되는 요인 중 하나.

펑거스비를 습격한 버섯 골렘처럼 골렘이 자연 발생하게도 되는 대표적인 원인이었다.

나르케는 손안에서 구멍이 숭숭 뚫린 언데드의 뼛조각을 바스러트렸다.

가벼운 힘만으로 뼛가루가 공기 중으로 풀풀 흩날렸다.

"이, 이 주변에 언데드가 발생하지 않는 이유도 역시?"

"처음 이후로 언데드가 발생할 마력까지 모조리 버섯 골렘의 원천이 되어버린 것이겠지."

"고, 골치 아프네요. 마력 과포화 현상이면."

"원인이 다양할뿐더러, 하필이면 버섯이라니. 위험하더라도 차라리 다른 자연물을 매개로 한 골렘이면 뒤처리도 깔끔할 것을."

캐서린은 불만족스러운 투로 혀를 가볍게 찼다.

"이, 이미 포자의 근본부터가 뒤틀려 버린 지 오래였죠."

"그래. 원인을 해결한다고 해도 버섯 골렘은 계속해서 발생할 거다. 이 마을이 아이스랜드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안전한 마을이었던 것도 이젠 옛말이 되겠군."

나르케는 아쉬운 얼굴로 자신의 지팡이를 만지작거렸다.

"아, 아쿠사레 버섯 맛있는데. 하필이면 이제부터 전부 골렘이 되어버렸네요."

"그래. 나 원 참. 세상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 만큼 비싼 버섯이로군. 기반이 기반이라 골렘이 된 이상 핵 이외엔 별다른 가치는 없겠지만."

"그, 그러면 이 마을은 큰일이 난 거 아닌가요?"

축 늘어져 있던 나르케의 귀가 갑자기 하늘로 솟구쳤다.

"여, 여기 소득은 아쿠사레 버섯이 대부분이라고 하셨잖아요."

"나도 골치 아프니까 거기까지만 말하지. 하아, 이 장원을 어떻게 해결해야 황금알을 낳는 오리로 복구할 수 있으려나."

캐서린은 지끈거리는 미간을 지팡이를 잡지 않은 손으로 짚으며 문질렀다.

새로운 장원에 이런 문제가 있을 줄이야.

대마법사의 머리로도 예상하지 못했던 갑작스럽게 쏟아진 일거리에 캐서린은 봄의 출장 이후 처음으로 두통에 머리가 다 아팠다.

아 몰라 이게 다 제대로 된 간식도 못 먹고 이때까지 일한 때문이야.

카렘이 캐서린의 생각을 들었다면 십이면 십 오면서 먹은 쇼트케이크 쿠키는 생각나지 않냐며 황당해할 것은 분명했다.

"그런데 전 이 어, 언데드의 흔적이 느껴지는 게 신경 쓰이는데요."

"흠, 그러고 보니 버섯 골렘의 핵에서 이질적인 기운이 중심에 자리 잡고 있긴 했지."

나르케와 대화를 나누는 사이 숙소인 촌장의 집에 도착한 캐서린은 머리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무튼, 나머지 일은 내일로 미루기로 하고 캐서린은 한결 가벼워진 기분으로 문을 열었다.

솨아아아아!

"음? 이 소리는?"

"와아. 고, 고소한 냄새."

마법사의 탑의 주방에서 자주 맡아본 적 있는 익숙한 소리, 향기.

고소한 냄새와 함께 장대비, 폭포가 쏟아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문을 닫고 주방에 가까워질수록 향기와 소리는 점점 커져만 갔다.

"도, 도넛이라도 튀기는 걸까요?"

"내가 버섯 요리를 하라 그랬는데? 버섯으로 만든 도넛?"

버섯과 도넛.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의 조합.

캐서린은 미간을 찌푸렸다.

물론 캐서린은 카렘의 실력을 의심하지 않았다.

소년이 그녀에게 보였던 수많은 요리와 솜씨.

그 와중에도 발전하는 실력이 눈에 보이던 것을 생각하면 맛은 충분하게 보장되어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아니지, 갑자기 이렇게 생각하니까 불안한데.

생각해보니 그런 수상한 전적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누구 하나 잡아 죽일 생각인 듯 의심이 가는 분량의 붉은 마녀의 손가락으로 피클을 담그지를 않나. 이후 다른 사람들이 먹을 수 있는 수준으로 조절하기는 했다.

하지만 틈만 나면 카렘은 남들이 보기에 과연 식용이 아닌 고문용 음식이라도 만드는 것처럼 불마손 가루를 투입한 요리를 만들어 혼자 투덜거리며 먹는 광경을 종종 보였다.

고작 시종, 요리사라고 처음에 깔보던 몇몇 마법사들도 과연 그 광경을 보고서는 대경실색하며 카렘을 모른 채했다.

그러나 캐서린의 생각과는 달리 최초보다도 약 3배가량 매운 음식을 먹을 수 있게 조련된 상태.

그래 봤자 카렘 기준 맵찔이인 것은 아직 변하지 않았지만.

자신의 혀에서 일어난 변화를 모르는 캐서린은 미혹을 숨기지 않으며 기름이 팔팔 끓는 소리가 들려오는 주방의 문을 열었다.

바사삭!

참을 수 없는 소리가 두 마법사의 귓가를 강렬하게 스쳤다.

이는 본능을 자극하는 바삭한 소리였다.

평소였다면 체통이라도 지켰을 캐서린조차 이 강렬한 소리와 냄새는 참을 수 없었다.

고된 야외 활동을 마친 뒤 지친 몸을 이끌고 돌아온 캐서린의 몸은, 위장은 폭포 소리처럼 맹렬하게 끓어오르는 기름과 바삭한 소리.

그리고 견과류와 콩 같은 고소한 지방의 내음.

소리와 냄새의 결과물인 것이 분명할 우툴두툴한 황금빛 튀김옷에 쌓인 채 몇 개나 되는 그릇에 산더미처럼 쌓인 닭고기.

캐서린의 본능이 이성을 뿌리치려 하고 있었다.

나르케 또한 마찬가지.

두 마법사가 진작에 들어와 넋이 나간 것도 모른 체.

두 사람을 등진 카렘은 생각보다 괜찮게 뽑힌 결과물을 조금 맛보며 시식 담당에게 물었다.

"으, 음!? 이, 이건."

"흐흐흐. 어때요. 버섯의 비료로나 쓰던 기름의 맛이?"

프라이드 치킨을 한 입 베어 문 촌장의 딸은 카렘의 물음에 답하고 싶어도 도저히 답할 방법이 없었다.

카렘은 혼이 완전히 나가버린 촌장의 딸에게 따로 치킨을 몇 조각 덜어주고 내보내고는 두 마법사를 맞이했다.

“얼른 자리에 앉으시죠. 치킨이 식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