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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13 KiB

"아타니타스님. 제가 따라가 보겠습니다."

"오냐. 자, 그래서 큐레이터. 안내를 부탁하지."

캐서린은 얼른 가보라는 듯 손을 휘저었다.

이미 그녀의 관심은 도합 수천 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보물고의 보물들로 향한 지 오래.

카렘은 흥분한 기색을 여지없이 드러낸 캐서린의 제안을 흔쾌히, 그리고 즐겁게 받아드는 아이오나를 뒤로했다.

소년은 조금 전까지 곁에 있다가 바람처럼 사라진 집요정을 뒤따랐다.

"허어, 잡스러운 마법 도구라더니."

아이오나가 소소한 마법이 걸린 도구를 보관한다는 방의 물건들은 확실히 용도만 따지면 소소한 것이 맞았다.

포크, 나이프 따위의 식기부터 물컵과 핑거볼(손가락을 씻는 작은 물그릇), 작은 소스용 냄비부터 성인 몇 명은 들어갈 법한 거대한 냄비, 액자에 전시된 화려한 손수건 등등.

물론 거기엔 전부 마법이 걸려 있다고 했으니 전혀 소소하지 않았다.

아니, 재질과 장식, 문양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러했다.

금, 은, 크고 작은 형형색색의 보석을 통으로 쓰거나 장식한 물건.

그뿐만이 아니었다.

액자의 손수건과 그림, 갑옷 걸이에 걸린 각종 옷가지.

화려한 장식과 그림, 진짜 사진 같은 그림은 둘째치고 값비싼 파란색, 보라색 염료가 아낌없이 쓰여 있었다.

"아니지, 마법과 연금술이 있어서 그만큼 비싸진 않으려나?"

결국, 중세 유럽에서 파랑, 보라가 비쌌던 이유는 톤 단위의 재료를 추출해도 남는 건 고작 몇십 그램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

하지만 여긴 연금술과 마법 같은 초인과적 학문이 있으니 좀 다른가? 그래도 가내수공업의 수준을 벗어나진 못할 텐데.

그리고 카렘은 그런 귀중품 한가운데에서 조금 전에 눈이 뒤집혀 달려나갔던 집요정을 발견할 수 있었다.

"쓰레받기와 빗자루, 걸레, 금, 은, 동, 짐승털로 변하는 먼지털이까지! 티타니아 맙소사! 이, 이런 꿈만 꾸던 물건이 실존할 줄은!"

메리가 무표정인 상태 그대로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감탄하고 있었다.

"음!? 이건, 아무리 닦아도 행주가 더러워지지 않다니 이건 감점-인데 카렘 후배?"

"네네. 카렘 후배입니다."

"....언제부터 있었습니까?"

"쓰레받기와 빗자루, 걸레, 금, 은, 구리, 깃털 재질로 변하는 먼지털이까지! 티타니아 맙소사! 이, 이런 꿈만 꾸던 물건이 실존할 줄은!"

카렘은 호들갑을 떨며 조금 전 메리가 소리쳤던 대사를 있는 그대로 따라 했다.

그리고 소년의 눈치를 보던 메리는 멈칫했다.

의문, 경악, 분노, 당황하는 기운을 뿜어낸 끝에 평정심을 되찾은 메리는 헛기침했다.

"카렘 후배. 그쪽도 여길 구경하러 온 겁니까?"

"메리. 이미 다 봤는데 부끄-"

"카렘 후배. 그쪽도 여길 구경하러 온 겁니까?

"아니, 그런다고 흥분해서 눈이 뒤-"

"카렘 후배. 그쪽도 여길 구경하러 온 겁니까?"

메리는 조금 전의 일을 없던 일로 하겠다는 듯.

점점 어조를 높이며 앵무새처럼 말을 반복했다.

씁, 이거 조금 더 건드리면 터지겠네.

소년은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 메리가 손에 쥔 (조금 전까지 먼지털이였던) 고급스러운 행주를 가리켰다.

"그래서 그게 그 청소 도구입니까?"

"그렇습니다. 이것 좀 보십쇼!"

메리는 다시 흥분하며 행주를 빠르게 흔들었다.

행주는 카렘이 처음에 봤던 청소 도구들부터 양동이, 솔, 대걸레, 스크래퍼, 수세미로 빠르게 변했다.

"청소 도구 주제에 쓸데없이 고급스러운데."

"다른 도구로 변하는 것만이 아니라, 쓸고 닦아도 이 도구들은 더러워지지 않습니다. 이 얼마나 꿈같은 물건인지."

"흐응. 그러면 오히려 메리한텐 안 좋은 게 아닌가요?"

"그건 또 무슨 소립니까?"

메리의 의문에 카렘은 도리어 어리둥절했다.

아니, 그도 그럴게.

"청소 도구가 더러워지지 않는다는 건, 청소 도구를 청소하는 일이 줄어든다는 말 아닌가요?"

물론 평범한 청소부, 주부 같은 이에게는 보물이었다.

요리와 마찬가지로 청소도 청소 그 자체보단 이후의 뒷정리가 귀찮아서 피하는데, 그런 일을 근본부터 없애 준다니.

그야말로 일상용품 업계의 마스터피스나 다름없었으니까.

"...아뿔싸! 그런 심각한 문제가!?"

하지만 넘치는 일거리가 곧 기쁨인 메리에게는 아니었다.

안 그래도 망할 엘프(나르케)를 빼고 늘어난 탑의 인원 대다수가 연구와 마법만 하는 글러 먹은 족속들이어서 한창 좋았는데, 일감이 조금이라도 줄어드는 건...

"아, 아니지, 그만큼 더 많은 청소를 빨리할 수 있는-!"

"그러면 일거리가 더 빨리 줄어들지 않을까요?"

"사라져라. 탄생한 사실 자체가 죄악인 존재해서는 안 될 사악한 도구야!!!"

메리는 바퀴벌레를 본 남정네처럼 당장이라도 집어던질 것처럼 손을 휘둘렀다.

그리고 매우 섬세하고 조심스러운 손길로 구리 먼지털이로 변한 청소 도구를 내려놓았다.

그녀의 손은 잽싸게 떨어졌다.

하지만 그녀의 눈은 먼지털이에서 떨어지지 못하고 있었다.

"자아 자. 이만 아타니타스님이랑 합류합시다."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감상하겠습니다."

"어허. 보면 미련만 더 생기는 법입니다. 얼른 오세요."

"아. 아아...."

카렘은 그 와중에도 쓸데없이 부드러운 메리의 손을 잡아당겼다.

그 힘에 메리는 눈을 질끈 감고 도저히 떨어지지 않는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보물고는 넓고 복잡하며 방도 많은 데다가 조금 전까지 있던 캐서린도 보이지 않았지만 카렘은 걱정하지 않았다.

그저 캐서린의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맙소사! 이 스태프 전체에 그려진 늑대와 월계수 형상의 아다만티움 각인은 멸망한 고대 팔라티노 제국의 양식이로군! 전체적으로 마력 전도율이 좋은 금으로 마감처리가 되어 있는데 지팡이 끝에 달린 주황색 호박의 정체가...?"

"먼 옛날 불타서 사라진 베르생제토의 가장 오래된 세계수의 수액 결정이라던데."

"그렇다면 이건 팔라티노 제국의 베르셍제토 완전 정복을 기념하는 마법 지팡이가 분명할 텐데!!!"

"그 스태프의 이름은 팔라티노의 세 번째 영광이네."

미모를 한껏 낭비하는 한정된 명품 중의 명품을 보는 듯한 명품 중독자와 다른 바 없는 그 모습에 카렘은 데자뷰를 느꼈다.

강제로 미혹을 버린 메리는 질색했다.

"카렘 후배. 조금 전에 제가 계약자와 비슷했습니까?"

"호오, 기억하시는 모양이군요."

짧은 스틱(Stick)

중간 길이의 케인(Cane)

성인 키 혹은 그보다 긴 스태프(Staff)

셋을 통틀어 지팡이(Wand)라고 부르는 도구는 마법사가 안정적인 마법을 펼치기 위한 필수품이었다.

비교하자면 기사의 전신 갑주, 명마 혹은 그처럼 탈 수 있는 짐승과 비슷했다.

마법사인데 지팡이가 없는 경우는 단 세 경우.

죽어서 더는 지팡이가 필요 없거나.

아직 스승으로부터 지팡이를 허락받지 못했거나.

아니면 실력이 뛰어나 더는 지팡이가 필요 없다거나.

그리고 캐서린을 위시한 대마법사들이 대표적인 세 번째 경우였다.

"아타니타스님. 지팡이 없이도 마법을 잘 쓰시잖습니까?"

"그야 당연하지!"

"그런데도 지팡이가 필요하신 겁니까?"

"그야 당연하지!"

"그럼 왜 그동안 지팡이를 쓰지 않으신 겁니까."

카렘은 마법에 문외한이었지만, 마법에 관한 대략적인 사실은 인지할 수 있었다.

지팡이는 훌륭한 마법 안전장치자 증폭기.

대마법사쯤 되면 지팡이 없이도 마법을 안정적이게 펼치고 증폭할 수 있으므로 필요가 없다는 것도 알았다.

캐서린은 보는 것만으로도 소름 끼치게 '베르생제토 완전 정복 기념 고대 팔라티노 제국식 지팡이', 통칭 팔라티노의 세 번째 영광을 쓸어내렸다.

"이 캐서린 메리골드 아타니타스가 싸구려 지팡이를 쓸 수는 없지. 그런데 웬걸, 마침 이 몸의 격에 딱 알맞은 지팡이가 있지 않으냐."

"그것만이 이유가 아닌 것 같은데요?"

"응? 그게 전부다만?"

캐서린은 이보다 중요한 이유가 있을까? 라는 어리둥절 고개를 기울였다.

그 쓸데없이 천진난만하고 백치미가 느껴지는 행동에 카렘은 무심코 얼굴을 쓸어내렸다.

환생한 지 10년, 아니 11년이 지났는데 아직 현대물이 덜 빠진 건가.

아이스랜드가 타지방보다 능력을 높이 쳐주기는 했다.

하지만 세오폰 왕국은 어디까지나 왕국.

혈통, 계급이 만연한 나라였고 그건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

그런 나라에서 지위에 맞는 품위를 유지하지 않으면 눈총을 사기 십상.

대마법사, 펠윈터 가문의 최고 마법 고문인 그녀가 아무 지팡이를 쓸 수는 없는 법이겠지? 솔직히 카렘 자신도 머릿속으로 정리되지 않았다.

그저 대충 그런 느낌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꼬마. 그나저나 그쪽은 다 골랐냐?"

"지금 막 둘러보는 중이었습니다. 오히려 뭐가 너무 많아서 고르기 힘든 것 같네요."

카렘은 잠시 고민했다.

확실히 마법검이나 갑주는 로망을 자극했다.

하지만 지금의 그에겐 실용성이 없으니 아웃.

무엇보다 보물고의 병장기들은 하나같이 성인을 기준으로 만든 것밖에 보이지 않았다.

드워프를 기준으로 한 듯 비교적 작은 병장기들도 있었지만, 키는 맞더라도 부피 면에서 탈락이었다. 그는 어디까지나 11살 먹은 소년이었으니까.

그렇다면...

카렘은 아이오나에게 물었다.

"아이오나님. 요리에 쓸 수 있는 도구는 없을까요."

"하, 펠윈터의 역사를 생각하면 오히려 없는 게 이상하겠지. 이쪽으로 오거라."

그렇게 말하고는 아이오나가 앞장서서 걸었다.

그리고 카렘의 얼굴은 잠시 후 저절로 묘하게 변했다.

아이오나가 그를 안내한 곳은 조금 전까지 메리가 추태를 부렸던, '소소한 마법 도구가 보관된 방'이었다.

"음? 메리. 갑자기 왜 그러지?"

"후우, 계약자. 저는 지금 흔들리는 마음을 필사적으로 참고 있습니다."

"응? 응? 난데없이?"

어리둥절한 캐서린과는 달리 직접 그 이유를 목격했던 카렘은 무심코 튀어나오려는 실소를 잠시 참았다.

그러는 사이 일행을 이끌고 방으로 들어온 아이오나는 식칼 하나를 집어 들었다.

손잡이부터 칼등까지 이어지는 금색 나무덩쿨 문양이 인상적인 식칼은 평범한 식칼과는 달리 더욱 뚜렷하게 주변을 비추고 있었다.

"세르비아누스에서 미식가로 유명했던 구스투스의 은제 식칼일세. 미의 여신에게 축성된 은으로 만들어졌고, 그런데도 소뼈를 잘라도 이빨 하나 나가지 않지."

"그 식칼에도 마법이 걸린 겁니까?"

"밖이면 몰라도 적어도 이 방 안의 물건들은 전부 나름의 소소한 마법이 걸려 있지. 이 식칼은 식료품이 칼 면에 달라붙지 않는 마법이 걸려 있네."

"푸훔!"

간신히 참고 있던 카렘은 이번에야말로 뿜었다.

편리한 기능이긴 하지만, 소소했다. 너무 소소해서 기가 막혔다.

무례한 행동이었지만 아이오나는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리더니 물건을 하나하나 꺼내와 소년에게 하나하나 보여주며 성능을 시험했다.

10개의 도구가 지나 20개가 되어갈 때쯤.

아이오나는 드디어 카렘이 혹할 만한 물건을 내왔다.

식칼보다는 단검에 가까운 칼은 살짝 굽어 있는 상아 손자루의 끝에 고정된 길쭉한 직각삼각형의 칼날 양면은 각각 거미줄 같은 실금과 불꽃 문양이 새겨져 있었고 방 밖의 외벽에 걸린 명검만큼이나 날카로웠다.

"이 식칼의 이름은 펠윈터의 거짓말일세."

카렘은 잠시 움찔했다.

....단검, 아니 식칼에 공작 가문의 이름이 붙어있다?

"아이오나님. 이거 제가 받아도 되는 물건입니까?"

"음? 안 될 이유는 또 뭔가?"

"아니, '펠윈터'의 거짓말이라고 하셨는데."

"아, 걱정하지 말게. 지금 드러난 보물들은 모두 선택해도 되니까."

카렘은 찜찜하지만 수긍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나저나.

"일단 전혀 식칼 같지 않은 생김새인데요?"

"그게 이름에 거짓말이 붙는 이유 중 하나란다. 식칼이기도 하고, 단검이기도 하고. 그리고 당연하지만, 이 물건에도 마법이 부여되어 있지."

부여된 마법과 부가 효과를 들은 카렘은 우선 후보로 올려두기로 하고 보물고를 조금 더 탐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