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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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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드레이크의 습격이 신호라도 된 듯 펠윈터 령으로 향하는 동안에도 수차례 습격은 이어졌다.
월동을 준비하거나 의도치 않게 이동 경로와 영역이 겹친 몬스터와 동물들. 그리고 마찬가지로 월동을 준비하는 산적과 야만 부족들까지.
아이스랜드가 척박하다고는 하나 다양한 생명이 살아가는지 산적, 야만인 같은 지성체(인간, 드워프, 엘프 등등)을 빼면 거의 겹치지도 않았다.
그중에 카렘은 생각조차 해 본 적 없는 동물도 있었다.
뿌오오오오오-!
"...저거 매머드. 아닌가요?"
"오, 다른 건 몰라도 매머드는 아나? 하긴 매머드는 다른 지역에서도 유명하긴 하지."
전생에서는 수천 년 전에 진작에 멸망하고 근연종인 코끼리의 유전자코드와 빙하에 냉동 보존된 극히 일부, 그리고 화석으로만 남아있는 아시아와 유럽 사이의 거대한 스탭(초원)을 만든 초식성 포식자들.
어깨높이만 가볍게 3m는 넘을 것 같은 풍성한 갈색 털에 뒤덮인 거대한 매머드.
체중만 수 톤은 될 것 같았다. 거미줄 같은 잔금으로 가득한 크고 굵은 상아가 햇빛을 받아 위협적으로 빛났다.
여태껏 오만 적들을 물리쳤던 기사부터 병사까지 모두 긴장한 기색이 만연했다. 그야 상대는 아이스랜드의 야생에 군림하는 강력한 폭군 중 하나였으니까.
"아이오나 장로. 매머드가 가을에 여기까지 내려오는 일이 있나?"
"아무래도 이번엔 가을이 조금 빨리 지나가나 보군."
"주변에 무리가 없고, 덩치가 비교적 작은 걸 보면 수컷. 털과 상아의 상태를 보면 나이가 꽤 들은 모양인데..."
캐서린은 그동안의 경험으로 재빨리 전력을 가늠했다. 계산은 빨랐다.
결론은 충분히 격퇴할 수는 있었다. 그러기 위한 기사들이었다.
하지만 그동안 약간의 부상으로 격퇴했던 것과는 다르게 병사, 전사들의 피해가 클 것은 분명했다.
이 자리에까지 오는 동안 시종일관 여유로웠던 아이오나도 캐서린과 같은 결론을 내렸는지 초조한 모습으로 식은땀을 닦았다.
"아타니타스 공. 이번에도 공이 힘을 써줘야 할 것 같네."
"이 병력으로 피해 없이 물리치기엔 무리가 있으니. 당연하군."
팔짱을 낀 캐서린이 팔을 풀고 손가락을 움직였다. 그녀의 바로 옆에 있던 카렘은 기름을 발랐는데도 느껴지는 시린 냉기를 품은 칼바람에 피부가 깎여나가는 것을 느꼈다.
뿌우우우우욱-!
안내 행렬을 향해 빠른 보폭으로 다가오던 매머드도 이변을 감지했다.
적의에 찬 매머드의 눈빛과 위협적인 트럼펫 소리. 카렘의 귓가에는 이제 공격하겠다는 신호로밖에 들리지 않았고, 정답이었다.
쿵쿵쿵쿵쿵쿵-!
전력 질주하는 말의 반밖에 안 되는 속도.
하지만 육중한 덩치 탓에 탱크가 전속력으로 질주해 사과만 하던 매머드는 어느새 수박 크기로 보일 만큼 가까이 다가왔다.
"어, 아타니타스님? 아직 준비 중이신가요?"
"나도 보고 있다. 슬슬 끝나간다만."
기다-아, 끝났다.
한기를 양손 가득 움켜쥔 캐서린이 양팔을 교차하듯이 휘둘렀다.
그리고 그녀에게서 느껴지던 냉기가 소멸했다.
어, 이렇게 갑자기? 무슨 일을- 카렘의 의문은 곧바로 해소되었다.
어느새 방진 앞 매머드를 가두는 것처럼 U자로 지면에 생겨난 수십 개의 얼음 사슬. 끄트머리가 성인 상반신만 한 사슬 끝의 고드름은 모두 한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촤르르르르- 챙!
범위 안에 들어온 매머드가 상황을 파악하려던 찰나, 얼음 사슬이 대포로 쏜 것처럼 격렬한 마찰음을 내며 매머드를 옭아매기 시작했다. 그걸 본 아이오나는 놀라워했다.
시약, 매개물, 주문도 없이 이렇게 빨리 마법을 쓰다니. 과연 그의 주군인 아이스랜드 공작이 무례를 용납하고 친히 그를 보낸 이유가 이것이었나.
쩌저적- 쨍그랑! 카드드득!
아이오나가 그렇게 생각에 잠겨 있는 동안에도 매머드는 연일 경악과 분노를 담은 트럼펫 소리를 내뿜으며 격렬히 저항했다. 사슬이 힘을 견디지 못하고 깨져나갔지만, 그보다 더 많은 얼음 사슬이 매머드를 옭아맸다.
구속에 못 이겨 제자리에 멈춰선 매머드가 결국 비틀거리자 하마 기사들이 재빨리 달려들었다. 그렇게 상황은 아무런 피해 없이 정리되었다. 카렘이 그 광경에 입을 떡하니 벌리고 있자 팔을 내린 캐서린이 어깨를 툭 쳤다.
"이봐, 꼬마. 뭘 그리 멍때리고 있나?"
"큰단한 마법! 와아! 겁나 사슬!"
제대로 문장을 형성하지 못할 정도로 꾸밈없이 오로지 감탄만을 담은 순수한 감상에 캐서린도 나쁜 기분은 아니었는지 입꼬리를 씩 올렸다. 흐트러진 망토 자락을 여민 그녀는 손을 내저었다.
"무얼. 이건 다른 현자들도 다 할 수 있는 것들이다. 이것도 못하면 불로는커녕 현자도 때려치워야지."
"이렇게 다 똑같이 한다고요?"
"뭐 속성은 다르겠지만 말이다. 환경과 계절 덕분인 것도 있기야 하다만."
"환경? 계절? 아."
카렘은 짐작이 가는 바가 있었다.
딱 두 번. 아니 세 번.
캐서린이 그의 앞에서 마법을 보여준 횟수는 그게 전부.
형식은 제각기 달랐지만 셋 다 아주 확실한 공통점이 있었다.
피와 살점을 얼리고, 얼음 창을 만들고, 얼음 사슬 다발을 만들고. 하나같이 전부 얼음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것. 카렘의 짐작대로 그녀는 얼음 마법에 가장 뛰어났으며 당연히 얼음이 어는 겨울에 그 힘이 배가 되었다.
하물며 이곳 아이스랜드는 세오폰 왕국에서 가장 추운 지역. 다른 지역에서 이게 봄, 가을에도 이게 겨울이 아니라고 경악하는 곳이었다.
카렘의 추측에 캐서린이 긍정하고 있을 때, 안내 행렬의 호위대장인 하이폰 경이 다가왔다.
"아이오나 장로님. 갈 길이 바쁘니 어쩔 수 없이..."
"음, 역시 그러한가?"
"예. 덩치가 덩치인 데다가 도축하는데도 시간이 상당히 걸릴 터라..."
"끄응. 그거 정말로 아쉽군."
기사의 설득에 아이오나는 정말 진심으로 아쉽다는 듯이 입맛을 쩍쩍 다셨다.
아쉽다. 몹시 아쉽다.
매머드는 세오폰 왕국의 아이스랜드같이 에우로파 대륙의 북쪽에서만 서식했다.
게다가 그 덩치와 압도적인 힘 탓에 사냥하기 힘들었지만, 그 놀라운 맛 덕분에 황금을 내던지며 부르는 대로 사겠다는 사람과 특별한 효과가 있을 거라고 믿는 사람은 많았다.
그 때문인지 경쟁도 치열했고, 가격도 상당히 비싸 아이스랜드의 수출원 중 하나로 톡톡한 효과를 보고 있었다. 덕분에 아이오나 조차도 1년에 몇 번 먹기 힘들 정도.
물론 그것도 다른 여타 귀족들보다는 족히 두 배는 많이 먹는 것이었지만.
아무튼, 그랬기에 아이오나 장로는 진심으로 아쉬워했다. 몸보신도 할 겸 기회가 된다면 자주 먹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식욕이 넘쳐 흐르는 그 말에 카렘은 솔깃해졌다.
"장로님. 매머드 고기가 그렇게나 맛있나요?"
"오, 카렘. 어린 나이지만 역시 요리사라서 그런지 식재료에 대한 호기심이 남다른 모양이구나."
관심 있는 주제가 나오자 아이오나 장로는 언제 침울했냐는 듯 활기차게 말하기 시작한 것이 혹독한 다이어트를 하다 치킨을 한가득 베어 문 사람 같았다.
가장 맛있는 것은 코, 그 다음 갈빗대와 안심으로 버터에 오랫동안 낮은 온도로 천천히 구워 부드러운 안심. 오로지 먹기 위해 살을 잔뜩 찌우고 묶어둔 소에 맛과 향, 지방을 10배 농축한 맛과 향이 나는 등심을 시작으로 예찬에 가까운 설명이 이어졌다.
아이오나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매머드 고기의 맛을 설명하며 감탄과 아쉬움을 번갈아 가며 읊조리기 시작했다. 푸드 포르노를 언어로 옮겨온 것 같은 뛰어난 묘사력이었다.
그대로 상상이 가는 묘사에 카렘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하이폰이 난처해하는 가운데, 보다 못한 캐서린이 나섰다.
"흠, 흠흠! 아이오나 장로님. 아쉬운 와중에 실례합니다만"
"오, 아타니타스공. 미안하네. 너무나도 슬퍼서 그만 상황을 잊었어."
"겨울이 조금 빨리 찾아오는 것 같다고 하셨으니 이만 이동하지 않으시겠습니까?"
"음, 상황 정리도 다 끝마쳤나 보군. 이만 떠나도록 하세나."
아이오나 장로만큼은 아니지만, 매머드 고기의 맛을 모르는 카렘을 뺀 행렬의 인원은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어쩔 수 없었다. 그저 털을 조금 잘라가는 것으로 만족할 수밖에.
정리를 끝마친 행렬은 그대로 피를 흘리며 얼음 사슬에 묶여 죽은 매머드를 지나 발길을 옮겼다.
늙었다고는 하나 매머드는 엄연히 아이스랜드의 강자로 군림하는 생물.
행렬에 그 피와 체취가 맴도는지 이전과 비교하면 몬스터와 맹수의 습격은 손에 꼽은 숫자로 줄어들었다.
덕분에 행렬은 이전과 비교하면 쾌적하다고 볼 수 있을 정도.
몇 날 며칠을 다른 귀족들의 영지에 속한 몇 개의 마을과 관문에서 보급하고 드디어 펠윈터 령에 진입. 이동을 이어가던 와중 전처럼 하이폰 경이 마차 창문을 노크했다.
"이제 곧 콜던에 도착합니다."
"오오. 그래. 그러면 마지막까지 부탁하네."
펠윈터 령에 도착하는 것이 끝이 아니었다.
"아타니타스님. 공작님의 성이 목적지라고 하셨죠?"
망토 속에서 끝없이 튀어나오는 정체 모를 두루마리에 집중하던 캐서린이 고개만 끄덕이며 긍정했다.
"흠, 다행히 해가 지기 전엔 도착하겠는데. 저기다."
카렘은 창문 바깥을 바라보았다.
공작성으로 보이는 크고 길쭉한 성을 중심으로 내성은 보더스터가 몇 개는 가볍게 들어갈 규모. 외성도 그보다 몇 배는 넓어 보였다.
외성을 둘러싼 성벽 바깥엔 그보다 큰 거미줄 같이 뻗어 나온 마을이 추수가 끝나 바닥을 보이는 농경지와 맞닿아 있었다.
그 말대로 카렘이 처음 봤던 보더스터가 도시(웃음)이었다면, 지금 눈앞의 도시는 현대 기준으로도 충분히 도시라고 인정할 수 있을 만큼 거대했다.
그렇게 추운 여정의 끝이 다가왔다.
카렘은 아이스랜드의 수도, 북부 최대의 도시 콜던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