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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던은 아이스랜드 지방이자 공작령의 중심이었다.
척 봐도 그동안 카렘이 들렀던 마을, 도시 중에서 가장 치안이 좋았다.
하지만 현대의 한국에서 새벽에도 나돌아다녔던 카렘이 보기엔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카렘은 안심하고 있었다.
아무렴 그가 지금 머무는 곳은 윈터홈, 다른 말로는 공작성.
절대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대체 어느 간 큰 놈이 대귀족의 본성에 침입할까.
현대에도 주거침입죄가 있는 마당에 내 몸, 내 재산은 내가 직접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패시브로 자리 잡아 침입자는 그 자리에서 죽여도 죄가 되지 않았다.
정상인이라면 윈터홈에 잠입할 리가 없었다.
그렇지만 카렘은 침입자와 만났고, 곧바로 소리 질러 이를 알렸다.
"부, 분명 내 차림새가 수상한 부분이 있지만-"
"카렘 후배. 무사합니까."
"게에엑!"
침입자로 추정하는 엘프가 당황한 나머지 손에 쥔 빵을 놓치고 소년에게 달려들었을 땐 이미 카렘의 뒤편에서 출현한 메리가 곧바로 엘프를 붙잡고 제압했다.
엘프에게 보디프레스를 날려 쓰러트린 메리는 곧바로 머리에 쓴 카츄샤를 풀어 침입자의 입에 쑤셔넣고는 앞치마로 엘프의 팔을 구속했다.
그러는 사이 캐서린, 그리고 올리비에가 안으로 들어왔다.
당연하지만 믿지 못하는 기색이었던 둘은 읍읍거리며 제압당한 엘프를 보고 표정을 기묘하게 일그러트렸다.
캐서린과 눈이 마주쳐 기묘한 눈빛을 주고받은 올리비에는 그녀가 엘프를 향해 고갯짓하자 다가가 엘프를 유심히 살폈다.
"마력 파장이 안정된 상태로군. 마법사임이 틀림없어. 키티. 어떻게 할 텐가?"
"영감 그야 당연하지. 일단 심문부터."
팔짱을 낀 캐서린의 당연하다는 목소리에 엘프는 읍읍거렸지만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비어있다고는 하지만 식료품 창고에서 심문을 진행할 수는 없는 일이니 구속된 엘프는 읍읍 거리며 다른 사람들과 함께 메리에게 끌려나갔다.
"그나저나 여기에 도둑이 들다니. 생각도 못 했는데 말입니다."
"뭐, 마법사가 머무는 곳에는 값나가는 물건이 있기 마련이니, 도둑이 드나드는 건 빈번하단 말이지."
"여기가 공작성 한복판인데도 말인가요?"
"꼬마야. 지능과 관계없이 사람은 네가 생각하는 그 이상으로 바보 같은 짓을 많이 한단다."
아니 그거야 모를 리가 없긴 한데요.
당장 이성과 합리의 시대인 현대 지구에서도 세계 각지에서 바보 같은 일은 왕왕 벌어졌다.
전동 회전하는 옥수수를 먹다 이빨, 머리카락이 뭉텅이로 뜯기지를 않나. 불타는 공을 걷어찼다가 기름이 옮겨붙어 화상을 입는다거나. 누가 봐도 올라가지 말란 장소에 올라가 객기를 부리다가 추락하기도 하고 상공에 떠 있는 비행기의 문을 열어 비상착륙하게 만드는 일도 벌어졌다.
그렇게 생각하니 카렘은 뭔가 이해가 되는 것 같기도 했다.
게다가, 올리비에가 말하길 저 침입자는 마법사라고 하지 않았나?
그 신비한 술수로 어떻게든 마법과 장치를 돌파한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거주자 넷은 침입자를 끌고 접객실로 들어왔다.
테이블의 중앙에 강제로 앉혀진 엘프는 공포에 떨고 있었다.
그야 대마법사 둘이 테이블 양쪽 끝에서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으니 당연했다.
길바닥의 돌을 보는 심정으로 아무런 감정 없이 엘프를 응시하던 캐서린이 손가락을 튕겼다.
"좋아. 최후의 변론을 들어주도록 할까. 메리."
"예. 계약자."
메리가 곧바로 엘프의 입에 쑤셔 박은 카츄샤를 빼냈다.
"푸하아아! 그, 그러니까 침입자가 아니라고요!"
"오, 키티. 설마 저 말을 믿는 건 아니겠지?"
"그야 당연하지. 도둑이 제 입으로 도둑이라고 누가 말하겠어? 영감."
다급함이 물씬 풍기는 외침에 캐서린과 올리비에는 주거니 받거니 말하며 진지한 표정으로 서로에게 말했다.
다만 카렘은 두 사람에게서 뭔가 생각과는 다른 감정을 느꼈다.
현대엔 여러 이유로 범죄자의 인권을 신경 쓸 수밖에 없었지만, 아이스랜드는 현대와는 거리가 세계 단위로 다른 곳이었다.
소매치기가 잡히면 손목을 자르고, 사기꾼은 혀를 뽑았으며, 강도는 코를 자르고 살인에는 사형 혹은 그에 가까운 처벌을 아낌없이 선사하기 일쑤.
하지만 주거침입을 저지른 도둑-침입자를 상대한다기엔 두 대마법사의 목소리 밑엔 즐거움과 기쁨이 깔렸었다.
침입자를 어떻게 처벌할까 고민하며 서로 의견이 오갈 때마다 엘프는 포식자를 눈앞에 둔 토끼처럼 몸과 귀를 벌벌 떨었고 그 모습을 두 대마법사는 즐거운 기색으로 응시하고 있었다.
과연 그 스승에 그 제자라더니.
"아타니타스님. 사실 올리비에님과 사이가 좋으신 거 아닙니까?"
"꼬마야. 그게 대체 무슨 망언이냐. 내가 영감과 사이가 좋다니."
"그렇지만 지금 모습은 영락없는, 음. 이게 아닌가?"
길을 지나다 배설물을 밟은 것보다도 끔찍하다는 듯 오만상을 찌푸린 표정.
그 얼굴을 보자 카렘은 단번에 이게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다.
캐서린의 기분이 대번에 나빠진 것을 느낀 올리비에는 의자에 기대며 호호 웃었다.
"뭐, 누가 더 오해하기 전에 이만하도록 할까?"
"쯧, 메리."
캐서린이 엘프를 향해 손가락을 튕겼다.
아무런 말도 없이 제스쳐뿐이었지만 메리는 계약자의 의견을 단번에 알아차리고 엘프의 손을 구속한 앞치마를 풀어 입었다.
카렘보다도 눈치가 없어 두 대마법사의 말에 와들와들 떨던 엘프는 갑작스럽게 변한 상황이 당황스러운지 놀란 토끼처럼 두 눈을 끔뻑였다.
"이게 어떻게 된...?"
"저도 지금 깨달았는데 길게 설명해드릴까요? 아니면 짧게 요약으로?"
"어, 요약해줄래...?"
"짜잔! 당신은 속으셨습니다."
소년의 말에 엘프를 놀리던 장본인들이 드디어 본래의 감정을 드러냈다.
캐서린은 성공했다는 듯 미소를 지었고 올리비에는 눈을 감고는 만족스럽다는 듯 입꼬리가 올라갔다.
침입자를 보자마자 캐서린과 올리비에의 의미심장한 시선 교환.
이상할 정도로 딱딱 맞물리는 의견교환 밑에 깔린 즐거움.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했고 역시나 카렘의 예상대로.
두 사람이 엘프를 골리려고 했던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지만 풀리지 않는 의문은 여전했다.
카렘은 아직도 멍하니 앉아있는 엘프를 가리켰다.
"그래서. 이쪽 엘프 씨가 누군지 이제 알려주시렵니까?"
"아직도 눈치채지 못한 거냐? 이상한 곳에서 눈치가 없단 말이지."
"예?"
"당연히 새로운 전속 마법사겠지."
마법사의 탑은 관계자, 초대받은 손님 외엔 출입이 금지된 시설.
두 대마법사가 설치했다는 방위 마법과 장치를 돌파했다는 건 관계자라는 뜻이었다.
그리고 캐서린의 말을 듣고 드디어 엘프가 정신을 차렸다.
"마, 맞아요! 이번 봄부터 펠윈터 가문의 전속 마법사가 된 나르케 에, 에스카르나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에스카르나. 확실히 봄에 가장 먼저 합류할 마법사라고 했던가."
오해를 풀기는커녕 그 흐름에 올라타 입이 틀어막힌 체 구속되고 끌려오고.
화를 내도 무방한 상황. 하지만 카렘은 나르케가 그런 울분을 억누르는 것을 느꼈다.
뭔가 익숙한데. 아. 그렇다.
지금 나르케의 반응은 카렘이 전생에 드물게 봤던 광경.
상사/교수의 어처구니없는 장난에 어쩔 줄 몰라하는 부하/대학원생의 보이는 전형적인 반응이었다.
“여, 여기 계약서가 어디 있었는데...”
엘프는 오들오들 떨면서 품속을 뒤지더니 펠윈터 가문의 인장이 찍힌 비단 두루마리를 내밀었다.
이번에 카렘이 세 번째로 봐 익숙해진 계약서였다.
"아타니타스님이랑 올리비에님이 보여주셨던 물건이랑 같은 물건이네요."
"그런데 꼬마야. 넌 누구니?"
"아타니타스님의 전속 요리사인 카렘입니다. 잘 부탁합니다. 그리고 저쪽은 메리입니-메리?"
카렘의 부름에도 메리는 뚫어지게 나르케를 응시하고 있었다.
무표정한 얼굴임에도 칼날같이 날카로운 눈빛에는 분노라는 감정이 분명하게 실려있었다.
"저, 저쪽에 엘프같이 생긴 시녀는 왜 저렇게 나를 쳐다보는 걸까? 조금 무서운데."
"아, 혹시 저희가 없는 동안 마법사의 탑을 에스카르나님이 청소하셨는지?"
"으, 응? 먼지가 너무 쌓여서 조금 쓸고 닦게 시켰을 뿐인데?"
"그게 이유네요. 메리는 집요정입니다."
으, 응? 응!? 그제야 나르케는 자기가 무슨 짓을 저지른 지 깨달았다.
메리가 충격을 받고 저렇게 화를 내는 것은 이른바 자기 영역을 침범당한 포식자가 분노하는 것과 같았다.
하지만 나르케에게도 할 말은 있었다.
"모, 몰랐어! 아무도 나한테 그런거 알려주지를 않았는걸! 무, 무엇보다 기침이 나올 정도로 먼지가 떠다니는데. 지내려면 안 치울 수도 없.잖..아..."
"호오, 말꼬리가 뒤로 갈수록 늘어지는 게요."
"그야 저쪽 집요정이 저, 저렇게 무서운 눈빛으로 쳐다보는걸! 무서워!"
"확실히..."
메리의 눈빛은 카렘이 주방을 점령했을 때보다도 살벌했다.
그야 주방은 마법사의 탑 전체에서 따졌을 때 극히 일부.
반면에 그녀가 청소를 시킨 범위는 아마도 탑 전체-응? 잠깐.
"청소를 시켰다니. 시종이나 시녀를 말입니까?"
"으, 응? 아니 우리 애들한테 시, 시킨 건데."
"애들이라니요?"
"음"
오들오들 떨던 모습이 무색하게 기쁜 표정으로 허름한 망토 속을 뒤지던 나르케는 퍼뜩 멈추더니 돌연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무얼, 내 눈치를 볼 것 없다. 아랫것의 전공이 무엇인지 우선 확인해야 할 테니."
"그, 그러면 실례합니다아."
나르케가 품속에서 꺼낸 것은 빵빵한 주머니였다.
끈으로 묶인 주머니를 풀고 테이블 위에 쏟자 작은 뼛조각들이 와르르르 부닥치며 쌓였다.
주머니를 그대로 오른손에 쥔 나르케는 가볍게 수인을 맺은 손으로 삼각형을 그리고는 카렘이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를 읊조렸다.
달칵, 달칵달칵, 달칵달칵달칵.
마구잡이로 쌓여있던 뼈 무더기가 조금씩, 일제히 진동했다.
이내 모든 뼛조각이 무형의 실이 잡아당기듯이 움직였다.
마법으로 움직이는 뼛조각.
카렘은 무심코 나르케의 전공을 읊조렸다.
"네크로맨서?"
손가락, 손, 팔, 팔꿈치, 어깨부터 발가락, 발, 다리, 허벅지, 견갑골, 위시본, 대퇴부, 두개골, 날개에 이르기까지.
작은 뼈로 이루어진 쥐와 새 열두 마리가 테이블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거기에 살아있을 적의 흔적은 뼈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나르케는 손을 내리고는 숨을 내쉬고는 조금 불안한 듯 주변의 눈치를 보았다.
"휴으. 지팡이 없이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정돈데..."
"네크로맨서라서 아무도 안 알려줬나?"
"그, 그건 아닐걸. 지금 생각해보니 주의사항을 드, 들었던 것 같기도 하고..."
"그러면 반쯤 에스카르나님 탓이군요. 근데 메리가 경계를 더더욱 하겠습니다?"
"그, 네크로맨서니까 어쩔 수 없달까. 근데 너는 반응이 좀-"
"아니, 그런 의미가 아니라. 지금 이것들 크기가 작은데 이런 동물 뼈로 청소를 했단 거 아닙니까?"
카렘은 엄지만 피고 캐서린의 곁에 선 메리를 가리켰다.
그 방향을 따라 고개를 돌린 나르케는 겁먹은 비명을 내질렀다.
아무런 빛도 없는, 오로지 공허밖에 느껴지지 않는 섬뜩한 동공.
창백한 얼굴의 무감정한 시선으로 나르케를 꿰뚫듯이 바라보던 메리는 이내 눈을 감았다.
"정리정돈, 빨래, 청소 및 기타 등등."
"으, 응?"
"전부 저의 일이고, 이번만은 봐 드리겠습니다.”
“어라라?”
“대답!”
“으, 응! 최대한 내 일만 하고 빈둥거릴게!"
당당하기 그지없는 인간쓰레기 선언.
하지만 메리는 바로 그 대답을 원했다는 듯이 만족스럽게 고개를 주억거리고는 기세를 죽였다.
"그런데, 아타니타스님. 보자마자 아셨다면 왜 저렇게 구속해서 끌고 오신 겁니까? 장난?"
"음, 장난."
"올리비에님도?"
"끌끌끌끌."
이 쓰레기들이.
카렘은 뉴비를 놀려먹는 데 성공한 고인물처럼 기뻐하는 두 대마법사를 흰 눈으로 응시했다.
두 대마법사는 노예 대학원생 영입에 성공한 교수처럼 시커멓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