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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이프로 만든 각기 다른 세 종류의 디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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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하지만 딱히 복잡한 물건도 아니니 그렇게 설명할 것이 많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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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상사의 승인과 손님의 요구가 있으니 따르기로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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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은 잠시 속으로 생각을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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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습과 질감이 다르지만, 크림의 한 형태입니다. 저는 휘핑크림(Whipped Cream)이라고 부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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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이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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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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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크림이라고요? 상태가 전혀 다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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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물건의 정체가 밝혀지자 네파네크는 살짝 당황한 어조를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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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 반응. 처음 생크림, 아니 휘핑크림을 캐서린과 메리에게 선보였을 때와는 다른 반응에 카렘은 감회가 새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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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파네크는 포크로 케이크와 롤의 크림을 건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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뾰족한 끝의 움직이는 그대로 조금씩 파이고 눌리는 동안 포크에는 그 어떤 감각도 전해지지 않, 아니, 신경 쓰지 않으면 느끼지 못할 너무나도 미세한 느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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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사사사사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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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질감이 있긴 하지만, 거품이 터지는 소리와 비슷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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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이 예민하시군요. 설탕을 첨가한 크림을 거품이 잔뜩 일어나도록 휘저어 만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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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이 고작 휘젓는 것만으로 이렇게 굳는 것은 처음 보는데요. 확실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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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파네크는 의심 반 호기심 반 담아 소년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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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는 반응이 돌아올 것이라고 당연히 카렘은 예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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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렴 고작 물리력을 가했을 뿐인데 액체가 무르긴 하지만 확실히 고체로 변했다는 건데 완전히 의심하지 않는 것만으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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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자세한 원리는 카렘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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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물리력에 분자 간의 결합이 어쩌구 했던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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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조악한 지식을 비유로라도 말할 수는 없으니 카렘은 잠깐 바보가 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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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입니다. 제가 직접 만들었고 주변에 보는 사람들도 많았는데요. 원래는 크림을 넣고 빵을 만들려고 했던 것인데, 깜빡하고 제가 밀가루 없이 설탕만 넣고 계속 휘저었던 일이 있었습니다. 왜 반죽이 안 되나 계속 휘젓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뭉쳐지면서 이런 질감으로 변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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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바보 같은 실수가 새로운 발견의 원천이 된 것이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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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번 실험하니 차가운 온도에서 크림이 더 쉽게 휘핑크림으로 변하던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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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어처구니가 없는 변명이긴 했지만 안 통할 이유는 없다고 카렘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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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렴 천재적인 사람도 초월적인 바보짓을 하기 마련이고 요리의 역사는 1/3 정도는 실수와 바보짓으로 쌓인 역사이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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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첼 과자는 깜빡하는 바람에 실수로 두 번 구워 탄생. 뚱보와 난쟁이 골족이 주연으로 나와 유명해진 바보짓(베티즈) 사탕, 주부가 재료를 빠트려 탄생한 브라우니, 당장 눈앞에 있는 크레프 수제트도 요리사가 요리에 실수로 술을 쏟아 불타는 바람에 탄생한 물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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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왕궁의 천재적인 이들도 바보 같은 실수로 새로운 발견을 할 때가 있긴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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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파네크도 그런 바보같지만 이득이 된 실수를 저지른 적이 당연히 있었기에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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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크, 롤, 수제트를 마지막으로 드시는 걸 추천하겠습니다. 아무래도 맛이 강한 요리는 마지막에 먹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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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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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럽물을 바른 크레페와 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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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파네크가 포크를 움직인 그대로 크레페 케이크는 저항감 없이 크레페와 크림으로 이루어진 지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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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를 움직이는 것만으로 시럽을 머금은 크레페는 새벽의 습기를 머금은 사막의 모래처럼 부드럽게 뭉개져 형체도 없이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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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페의 사이에 자리 잡은 크림은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거품이 터지며 은은한 레몬 향과 함께 입안을 부드럽게 맴돌다 목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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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럽과 꿀에 절여 단맛을 폭발시키고 향을 극대화한 사막의 디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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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먹어왔던 폭발적으로 단 디저트와는 결이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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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를 자극하지 않고 부드럽게 감싸 안는 감각은 너무나도 낯설어 네파네크는 도리어 어색함을 느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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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수(花水)를 섞은 시럽에 중심부까지 절인 굴랍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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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과 꿀에 달걀흰자를 섞어 견과류를 넣고 굳힌 가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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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과류 가루와 설탕을 넣고 굳혀 만드는 마지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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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과 설탕, 대추야자가 아낌없이 잔뜩 들어가는 각양각색의 화려한 아도비스 디저트가 신에게 춤을 바치는 화려한 무희 같다면 어느새 한 조각을 다 먹어치운 크레페 케이크는 소박한 차림으로 여운을 울리는 곡을 연주하는 악사 같다고 그녀는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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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파네크가 곧바로 포크를 그 옆으로 가져가자 소년이 재빠르게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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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의 크레페 롤은 복숭아 조림을 크림으로 감싸 얇은 크레페 한 장으로 감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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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파네크는 카렘의 자신만만한 말에 섞인 고된 노고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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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혀에서 느낀 감각대로라면 고작 한 장만으로 찢어지지 않게 내용물을 감싸는 것은 확실히 고생이라고 할 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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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페 케이크가 크레페와 크림, 레몬 시럽의 합주였다면 롤은 크림의 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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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디얇은 노란 크레페 한 장을 두르고 두꺼운 복숭아 조림을 품은 두툼한 크림은 화려하지 않았지만, 오히려 그 대비 때문에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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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층이 쌓였을 때와는 새로운 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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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크레페로 된 막에 둘러싸인 크림은 네파네크의 입안에서 얼린 구름을 바스러트리는 질감과 함께 진하고 무른 복숭아의 맛이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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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파네크 말고도 소년이 만든 디저트를 먹는 사람들은 경악하거나 몽롱하거나, 맛에 집중하는 듯 심각한 표정으로 맛보고 있는 가운데 우리 고용주께서는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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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제기랄. 경쟁자가 너무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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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티. 아무리 그래도 이런 자리에서 그런 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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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소곤거리고 있잖나. 영감! 하나같이 내가 먹을 것들을 죄다 탐내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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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주인공은 키티. 네가 아니라-아, 이건 글렀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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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 위의 (구체적으로는 카렘이 만든) 디저트가 사라질 때마다 캐서린의 눈초리가 점점 더 위험해지고 있었으며 평소엔 놀리기 바빴던 올리비에가 식겁하며 말리는 광경이 두 눈으로 똑똑히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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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모양으로 내용이 다 읽히잖아. 아니, 영감님. 포기하시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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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요정아. 네가 봐도 너희 주인이 맞는 거 같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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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최후의 일선은 넘지 않으시고 있으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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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다행인 것은 메리의 입 모양대로 최후의 일선은 넘지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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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페 삼종 세트를 탐하고 있는 이들은 네파네크를 포함해서 대부분 아도비스 사람들. 즉, 이 자리의 주인공이자 손님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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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이 아도비스쪽의 사람들만 아니었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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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의 무언대로 최후의 일선을 넘지 않았기에 그녀의 소리 없는 분노는 오로지 카렘만이 관측할 수 있었고, 카렘은 고개를 돌리는 것으로 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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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난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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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이 다시 손님에 집중하자 그녀의 포크는 소년이 권했던 마지막 순서를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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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 제스트와 즙이 아낌없이 들어간 버터 시럽 소스에 푹 잠긴 크레페의 표면은 설탕이 불꽃에 반응해 연한 갈색빛으로 캐러멜화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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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이 뭐라 설명하기도 전에 네파네크는 진작에 크레페 수제트를 포크로 접어 한입에 물어 맛을 음미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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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선보였던 소박하지만 고급스러운 단맛은 내숭이었다는 듯이 진한 오렌지 향이 폭발하며 입안에서 춤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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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럽기만 했던 이전과는 달리 크레페 사이로 아작아작 씹힐 때마다 시트러스 향이 폭발하는 제스트는 식감에 변주를 주어 귀를 즐겁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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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이 이 자리에서 보였던 두 디저트와는 완전히 상반된 맛과 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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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오히려 그런 부드러운 맛에 혀가 적응했기에 마지막에 폭발한 맛과 향이 더욱 각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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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요. 이래서 수제트를 가장 마지막에 권한 것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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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을 먼저 먹었다면 앞서서 드셨던 케이크와 롤은 아무 맛도 나지 않아 밋밋해졌을 테니 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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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이죠. 아, 거기. 저쪽의 케이크를 몇 조각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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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파네크의 접시에 시종이 케이크를 더는 사이 물로 입안을 헹구며 그녀는 슬쩍 소년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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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크레페로 만든 세 종류의 디저트는 이번 연회를 전, 중, 후로 나누었을 때 후반의 주인공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훌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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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것을 익숙한 형태로 빚어 거부감보다 호기심을 불러온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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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할 뿐이었지만 불이라는 퍼포먼스로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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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시종이 접시에 새로 덜어온 크레페 케이크를 잘라 먹으며 카렘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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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만한 물건들을 혼자 만든 것은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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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입니다. 가능하고 자시고 혼자 만들려면 애초에 시간이 부족했을 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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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에 참여한 인원은 많진 않다고 해도 10명은 가볍게 넘는 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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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케이크 하나랑 롤 하나, 수제트 몇 장으로는 부족하다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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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카렘은 눈치를 보지 않고 일찍 손이 빈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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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오히려 저쪽에서 먼저 도와줄 일이 없냐고 물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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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은 대가를 후불로 받기로 하고 흔쾌히 도움을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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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을 받는데 후불? 그야 레시피를 훔쳐보려는 것이 뻔한데 우리 식구도 아닌데 당연히 대가를 받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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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도비스와 옵시디언베리의 요리사들도 아는지 흔쾌히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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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점을 카렘의 태도로 파악한 네파네크는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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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요리사. 혹시 아도비스에서 일해볼 생각 없나요? 원하는 조건은 뭐든지 맞춰 줄 수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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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파네크는 백지 수표를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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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소년이 탐이 났다. 아주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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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이 뒷받침되는 이만한 발상과 행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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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나이임을 생각해도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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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새롭고 맛있는 요리는 그 자체 만으로 가치를 지닌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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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계약을, 만나는 자리에서 좋은 요리가 곁들여졌을 때의 시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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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왕의 요구에 따라 다양한 만남을 가지고 계약을 맺는 그녀에겐 협상 실력과 실무 다음으로 가치가 높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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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그녀에겐 돈이 많았다. 아주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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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을 원하면 입지 좋은 오아시스를 소년의 명의로 사서 줄 수도 있고, 사람을 원하면 충성심 높은 이들을 돈으로 사서 붙여줄 수도, 금을 원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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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생각해서 주신 좋은 제안은 감사합니다. 하지만 제가 받아들이기엔 너무 무거운 제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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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제안이지만 거절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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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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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생각지 못한 완곡어법이 담긴 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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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파네크는 당황했지만 카렘은 진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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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도비스는 비가 내리는 짧은 시기와 우기를 제외하면 햇빛이 쨍쨍 모래알이 번쩍하는 사막이라고 들었는데 카렘은 미쳤다고 자기 의지로 그런 불지옥에 걸어 들어가고 싶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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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은 분명 습한 게 더운 것보다 더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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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 계절만 꿉꿉함을 참으면 되는 것과 사실상 사계절 내내 더위로 녹초가 되는 것은 단순히 덧셈 뺄셈을 했을 때도 어느 쪽이 더 나은지는 따져봐도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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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성에서 소년이 가지는 유무형의 위치와 가치 및 기타 등등의 이유도 많았지만, 정이 들기도 한데다 무엇보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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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주께 받은 은혜 때문에라도 계약을 어길 수는 없겠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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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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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몸으로 진지하게 말하고 꾸벅하는 모습은 카렘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웃겼지만, 그는 어디까지나 진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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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네파네크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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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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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을 부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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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파네크는 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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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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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랍 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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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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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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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가 그려준 그림입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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