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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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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이프로 만든 각기 다른 세 종류의 디저트.

라고 하지만 딱히 복잡한 물건도 아니니 그렇게 설명할 것이 많지도 않았다.

그래도 상사의 승인과 손님의 요구가 있으니 따르기로 할까.

카렘은 잠시 속으로 생각을 정리했다.

"모습과 질감이 다르지만, 크림의 한 형태입니다. 저는 휘핑크림(Whipped Cream)이라고 부르죠.”

“무슨 이름이...”

“넹?”

"그나저나 크림이라고요? 상태가 전혀 다른데?"

상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물건의 정체가 밝혀지자 네파네크는 살짝 당황한 어조를 흘렸다.

그래, 이 반응. 처음 생크림, 아니 휘핑크림을 캐서린과 메리에게 선보였을 때와는 다른 반응에 카렘은 감회가 새로웠다.

네파네크는 포크로 케이크와 롤의 크림을 건드렸다.

뾰족한 끝의 움직이는 그대로 조금씩 파이고 눌리는 동안 포크에는 그 어떤 감각도 전해지지 않, 아니, 신경 쓰지 않으면 느끼지 못할 너무나도 미세한 느낌이 있었다.

파사사사사삭-

"이건, 질감이 있긴 하지만, 거품이 터지는 소리와 비슷하군요."

"감각이 예민하시군요. 설탕을 첨가한 크림을 거품이 잔뜩 일어나도록 휘저어 만든 겁니다."

"크림이 고작 휘젓는 것만으로 이렇게 굳는 것은 처음 보는데요. 확실한가요?"

네파네크는 의심 반 호기심 반 담아 소년에게 물었다.

라는 반응이 돌아올 것이라고 당연히 카렘은 예상하였다.

아무렴 고작 물리력을 가했을 뿐인데 액체가 무르긴 하지만 확실히 고체로 변했다는 건데 완전히 의심하지 않는 것만으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자세한 원리는 카렘도 몰랐다.

무슨 물리력에 분자 간의 결합이 어쩌구 했던 것 같은데.

하지만 이런 조악한 지식을 비유로라도 말할 수는 없으니 카렘은 잠깐 바보가 되기로 했다.

"물론입니다. 제가 직접 만들었고 주변에 보는 사람들도 많았는데요. 원래는 크림을 넣고 빵을 만들려고 했던 것인데, 깜빡하고 제가 밀가루 없이 설탕만 넣고 계속 휘저었던 일이 있었습니다. 왜 반죽이 안 되나 계속 휘젓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뭉쳐지면서 이런 질감으로 변하더군요."

"흐음, 바보 같은 실수가 새로운 발견의 원천이 된 것이로군요."

"여러 번 실험하니 차가운 온도에서 크림이 더 쉽게 휘핑크림으로 변하던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좀 어처구니가 없는 변명이긴 했지만 안 통할 이유는 없다고 카렘은 생각했다.

아무렴 천재적인 사람도 초월적인 바보짓을 하기 마련이고 요리의 역사는 1/3 정도는 실수와 바보짓으로 쌓인 역사이기 때문.

프레첼 과자는 깜빡하는 바람에 실수로 두 번 구워 탄생. 뚱보와 난쟁이 골족이 주연으로 나와 유명해진 바보짓(베티즈) 사탕, 주부가 재료를 빠트려 탄생한 브라우니, 당장 눈앞에 있는 크레프 수제트도 요리사가 요리에 실수로 술을 쏟아 불타는 바람에 탄생한 물건이었다.

"...확실히 왕궁의 천재적인 이들도 바보 같은 실수로 새로운 발견을 할 때가 있긴 했죠."

네파네크도 그런 바보같지만 이득이 된 실수를 저지른 적이 당연히 있었기에 넘어갔다.

"케이크, 롤, 수제트를 마지막으로 드시는 걸 추천하겠습니다. 아무래도 맛이 강한 요리는 마지막에 먹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좋아요. 그럼."

시럽물을 바른 크레페와 크림.

네파네크가 포크를 움직인 그대로 크레페 케이크는 저항감 없이 크레페와 크림으로 이루어진 지층을 드러냈다.

혀를 움직이는 것만으로 시럽을 머금은 크레페는 새벽의 습기를 머금은 사막의 모래처럼 부드럽게 뭉개져 형체도 없이 흩어졌다.

크레페의 사이에 자리 잡은 크림은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거품이 터지며 은은한 레몬 향과 함께 입안을 부드럽게 맴돌다 목으로 사라졌다.

시럽과 꿀에 절여 단맛을 폭발시키고 향을 극대화한 사막의 디저트.

그동안 먹어왔던 폭발적으로 단 디저트와는 결이 달랐다.

혀를 자극하지 않고 부드럽게 감싸 안는 감각은 너무나도 낯설어 네파네크는 도리어 어색함을 느낄 정도였다.

화수(花水)를 섞은 시럽에 중심부까지 절인 굴랍자문.

설탕과 꿀에 달걀흰자를 섞어 견과류를 넣고 굳힌 가즈.

견과류 가루와 설탕을 넣고 굳혀 만드는 마지팬.

꿀과 설탕, 대추야자가 아낌없이 잔뜩 들어가는 각양각색의 화려한 아도비스 디저트가 신에게 춤을 바치는 화려한 무희 같다면 어느새 한 조각을 다 먹어치운 크레페 케이크는 소박한 차림으로 여운을 울리는 곡을 연주하는 악사 같다고 그녀는 느꼈다.

네파네크가 곧바로 포크를 그 옆으로 가져가자 소년이 재빠르게 설명했다.

"옆의 크레페 롤은 복숭아 조림을 크림으로 감싸 얇은 크레페 한 장으로 감싼 것입니다."

네파네크는 카렘의 자신만만한 말에 섞인 고된 노고를 느낄 수 있었다.

확실히 혀에서 느낀 감각대로라면 고작 한 장만으로 찢어지지 않게 내용물을 감싸는 것은 확실히 고생이라고 할 만했다.

크레페 케이크가 크레페와 크림, 레몬 시럽의 합주였다면 롤은 크림의 독주.

얇디얇은 노란 크레페 한 장을 두르고 두꺼운 복숭아 조림을 품은 두툼한 크림은 화려하지 않았지만, 오히려 그 대비 때문에 눈길을 끌었다.

층층이 쌓였을 때와는 새로운 감각.

얇은 크레페로 된 막에 둘러싸인 크림은 네파네크의 입안에서 얼린 구름을 바스러트리는 질감과 함께 진하고 무른 복숭아의 맛이 퍼졌다.

네파네크 말고도 소년이 만든 디저트를 먹는 사람들은 경악하거나 몽롱하거나, 맛에 집중하는 듯 심각한 표정으로 맛보고 있는 가운데 우리 고용주께서는 대체...?

'이런 제기랄. 경쟁자가 너무 많아!'

'...키티. 아무리 그래도 이런 자리에서 그런 말은-'

'그래서 소곤거리고 있잖나. 영감! 하나같이 내가 먹을 것들을 죄다 탐내고 있어...!'

'아니 주인공은 키티. 네가 아니라-아, 이건 글렀구먼.'

테이블 위의 (구체적으로는 카렘이 만든) 디저트가 사라질 때마다 캐서린의 눈초리가 점점 더 위험해지고 있었으며 평소엔 놀리기 바빴던 올리비에가 식겁하며 말리는 광경이 두 눈으로 똑똑히 보였다.

입 모양으로 내용이 다 읽히잖아. 아니, 영감님. 포기하시지 말라고.

'집요정아. 네가 봐도 너희 주인이 맞는 거 같냐?'

'그나마 최후의 일선은 넘지 않으시고 있으시군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메리의 입 모양대로 최후의 일선은 넘지 않고 있었다.

크레페 삼종 세트를 탐하고 있는 이들은 네파네크를 포함해서 대부분 아도비스 사람들. 즉, 이 자리의 주인공이자 손님들이었다.

'손님이 아도비스쪽의 사람들만 아니었어도!'

메리의 무언대로 최후의 일선을 넘지 않았기에 그녀의 소리 없는 분노는 오로지 카렘만이 관측할 수 있었고, 카렘은 고개를 돌리는 것으로 응수했다.

좋아, 난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카렘이 다시 손님에 집중하자 그녀의 포크는 소년이 권했던 마지막 순서를 향하고 있었다.

오렌지 제스트와 즙이 아낌없이 들어간 버터 시럽 소스에 푹 잠긴 크레페의 표면은 설탕이 불꽃에 반응해 연한 갈색빛으로 캐러멜화되어 있었다.

카렘이 뭐라 설명하기도 전에 네파네크는 진작에 크레페 수제트를 포크로 접어 한입에 물어 맛을 음미하고 있었다.

그동안 선보였던 소박하지만 고급스러운 단맛은 내숭이었다는 듯이 진한 오렌지 향이 폭발하며 입안에서 춤췄다.

부드럽기만 했던 이전과는 달리 크레페 사이로 아작아작 씹힐 때마다 시트러스 향이 폭발하는 제스트는 식감에 변주를 주어 귀를 즐겁게 했다.

카렘이 이 자리에서 보였던 두 디저트와는 완전히 상반된 맛과 향.

아니, 오히려 그런 부드러운 맛에 혀가 적응했기에 마지막에 폭발한 맛과 향이 더욱 각별했다.

"그렇군요. 이래서 수제트를 가장 마지막에 권한 것이었어요."

"이쪽을 먼저 먹었다면 앞서서 드셨던 케이크와 롤은 아무 맛도 나지 않아 밋밋해졌을 테니 부디."

"물론이죠. 아, 거기. 저쪽의 케이크를 몇 조각 더."

네파네크의 접시에 시종이 케이크를 더는 사이 물로 입안을 헹구며 그녀는 슬쩍 소년을 보았다.

얇은 크레페로 만든 세 종류의 디저트는 이번 연회를 전, 중, 후로 나누었을 때 후반의 주인공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훌륭했다.

새로운 것을 익숙한 형태로 빚어 거부감보다 호기심을 불러온 것.

익숙할 뿐이었지만 불이라는 퍼포먼스로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

그녀는 시종이 접시에 새로 덜어온 크레페 케이크를 잘라 먹으며 카렘에게 물었다.

"그래서, 이만한 물건들을 혼자 만든 것은 아니겠죠?"

"물론입니다. 가능하고 자시고 혼자 만들려면 애초에 시간이 부족했을 텐데요."

점심에 참여한 인원은 많진 않다고 해도 10명은 가볍게 넘는 수였다.

즉, 케이크 하나랑 롤 하나, 수제트 몇 장으로는 부족하다는 의미.

그렇기에 카렘은 눈치를 보지 않고 일찍 손이 빈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아니, 오히려 저쪽에서 먼저 도와줄 일이 없냐고 물었었지.

카렘은 대가를 후불로 받기로 하고 흔쾌히 도움을 받아들였다.

도움을 받는데 후불? 그야 레시피를 훔쳐보려는 것이 뻔한데 우리 식구도 아닌데 당연히 대가를 받아야지.

아도비스와 옵시디언베리의 요리사들도 아는지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리고 이 점을 카렘의 태도로 파악한 네파네크는 제안했다.

"어린 요리사. 혹시 아도비스에서 일해볼 생각 없나요? 원하는 조건은 뭐든지 맞춰 줄 수 있는데."

네파네크는 백지 수표를 제안했다.

그녀는 소년이 탐이 났다. 아주 많이.

실력이 뒷받침되는 이만한 발상과 행동력.

어린 나이임을 생각해도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무엇보다 새롭고 맛있는 요리는 그 자체 만으로 가치를 지닌 법.

중요한 계약을, 만나는 자리에서 좋은 요리가 곁들여졌을 때의 시너지.

신왕의 요구에 따라 다양한 만남을 가지고 계약을 맺는 그녀에겐 협상 실력과 실무 다음으로 가치가 높을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도 그녀에겐 돈이 많았다. 아주 많이.

땅을 원하면 입지 좋은 오아시스를 소년의 명의로 사서 줄 수도 있고, 사람을 원하면 충성심 높은 이들을 돈으로 사서 붙여줄 수도, 금을 원한다면-

"저를 생각해서 주신 좋은 제안은 감사합니다. 하지만 제가 받아들이기엔 너무 무거운 제안입니다."

-좋은 제안이지만 거절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으, 응?"

전혀 생각지 못한 완곡어법이 담긴 대답.

네파네크는 당황했지만 카렘은 진지했다.

아도비스는 비가 내리는 짧은 시기와 우기를 제외하면 햇빛이 쨍쨍 모래알이 번쩍하는 사막이라고 들었는데 카렘은 미쳤다고 자기 의지로 그런 불지옥에 걸어 들어가고 싶지는 않았다.

카렘은 분명 습한 게 더운 것보다 더 싫었다.

하지만 한 계절만 꿉꿉함을 참으면 되는 것과 사실상 사계절 내내 더위로 녹초가 되는 것은 단순히 덧셈 뺄셈을 했을 때도 어느 쪽이 더 나은지는 따져봐도 뻔했다.

공작성에서 소년이 가지는 유무형의 위치와 가치 및 기타 등등의 이유도 많았지만, 정이 들기도 한데다 무엇보다도-

"고용주께 받은 은혜 때문에라도 계약을 어길 수는 없겠습니다. 죄송합니다."

꾸벅-

어린 몸으로 진지하게 말하고 꾸벅하는 모습은 카렘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웃겼지만, 그는 어디까지나 진지했다.

하지만 네파네크는 아니었다.

"....부우-"

볼을 부풀렸다.

네파네크는 삐졌다.

자료첨부

-굴랍 자문-

-가즈-

-마지팬-

챗GPT가 그려준 그림입니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