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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종이 식당의 문을 닫으며 물러가고 잠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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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다시 열리자 식당 안으로 양손이 가득한 시종들이 줄지어 들어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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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빈을 환영하는 점심의 작은 연회에 참석한 인원은 아도비스와 윈터홈, 양쪽을 모두 합쳐도 20명이 되지 않았지만, 시종들이 나르는 접시와 그릇들에 담긴 요리의 수는 그 이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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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식탁은 주인의 품격을 나타내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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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마저도 아도비스의 밀이 아이스랜드에서 지니는 가치와 네파네크의 지위에 비하면 명백히 부족한 규모임은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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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것도 손님이 거부하면 어쩔 수 없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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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신을 위해 방문할 때마다 환영회의 규모를 축소할 것을 꾸준히 권한 네파네크와 손님을 접대하는 알프레드의 고집이 맞물려 간신히 찾은 타협점이 바로 이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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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일반인의 눈에는 여전히 넘치는 양임은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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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방식으로 조리하고 장식한 짐승과 몬스터 고기와 채소 요리, 모양과 크기가 다양한 파이와 빵, 수프와 스튜, 입가심을 위한 생채소와 과일부터 각양각색의 디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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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가 아닌 눈을 위한 소수의 파티용 음식을 포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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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도비스의 귀빈들, 특히 네파네크는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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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짐작한 알프레드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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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방문 때와는 달리 근래 윈터홈의 주방에 약간의, 변화가 있었기에 네파네크 그대에게 약간 낯설 수도 있을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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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익숙한 요리들도 있지만 처음 보는 요리들도 있군요. 그런데, 변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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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일해졌던 윈터홈의 주방에 긴장감을 불러일으킨 소년이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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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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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전에 말한 카렘이라는 소년 요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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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는 의미를 담자 이를 짐작한 알프레드가 긍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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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을 기억하는 아도비스의 몇몇 귀빈들이 기억 저편의 경험과 지금을 비교하는 동안 알프레드는 테이블의 중앙에 서서 손수 통돼지 구이를 썰어 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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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싹 마른 나무껍질이 갈라지는 깔끔한 소리와 함께 드러난 살은 가장 먼저 연회의 주인공인 네파네크의 접시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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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에서 가장 귀하게 여겨지는 부드러운 안심과 등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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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소스가 뿌려진 고기 위로 잔열에 튀겨지면서 부드럽게 익은 뱃살과 금갈빛 껍질이 화려한 접시에 놓여 허브향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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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는 물이 귀한 사막에서 일부만이 먹을 수 있는 귀중한 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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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지금 식당에 앉은 이들에겐 소와 별다른 수준이 아니긴 했지만 지금 그녀에게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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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요리들 사이에 약간, 혹은 아주 낯선 요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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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같이 화려한 것들 가운데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익숙하고 낯선 모습에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는 요리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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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쪽으로 접혀 내용물을 확인할 수 없는 노란 원통형의 주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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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스에 잠긴 채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는 두 번 접은 얇은 팬케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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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가장 압권인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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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거 치즈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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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발명한 치즈라도 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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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 장식이라기엔 크기가 좀 작은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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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백색 대리석 같은 색의 울퉁불퉁한 부분 하나 없이 매끈한 표면의 원통이 접시에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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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이나마 네파네크는 호기심을 느꼈지만, 곧바로 자신의 접시 위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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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이 식을까 걱정한 것은 당연히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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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접시며 그릇은 하나같이 모두 마법 도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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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이 직접 음식을 덜어주었는데 접시를 안 비울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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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시에 두 가지 이상의 음식을 담는 것은 예의가 아니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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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파네크는 능숙하게 식기를 움직여 바삭한 껍질과 등심, 안심을 찍고 칼로 새빨간 과일 소스를 약간 발라 한입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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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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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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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파네크는 순간 온 신경을 집중해 소리를 억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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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는 객관적으로 맛이 없을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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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오폰 왕국에서 다른 건 몰라도 고기 요리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듯 부드럽고 육즙을 가득 머금어 익은 고기와 탄 것처럼 부서지지만 맛과 감각을 온전히 지닌 고소한 껍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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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가장 먼저 느껴진 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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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에 닿자마자 처음 느껴보는 강렬한 자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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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흐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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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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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으으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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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대로 다른 아도비스 사람들이 보이는 반응은 똑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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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털이 곤두서는 감각에 네파네크의 귀가 하늘을 향해 곤두서며 입술을 오므리자 알프레드가 드디어 한 방 먹였단 표정으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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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번 겨울부터 윈터홈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새로운 향신료인데. 한 번 이름을 맞춰 보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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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큼, 큼! 뭔가요!? 혀가 불타는 감각은! 대체 무슨 실수를 저지르면 향 없이 맛만 남은 후추가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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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을 자세히 느껴보게. 후추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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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이런 감각에 계속 손이....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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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 전체에서 한순간이나마 느껴진 화끈한 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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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론 통 후추를 씹었을 때의 매콤함의 5배, 매콤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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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순간에 사라지는 후추와는 달리 지금은 네파네크의 입 안에 꾸준하게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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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사이로 미약하게 느껴지는 은은한 단맛이 돼지가 태생적으로 지닌 느끼함을 완전히 지워버리고 고소함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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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준하게 남아 있던 혀의 욱신거리는 고통도 돼지고기의 기름기가 감돌면서 점차 사라졌다. 낯선 감각이 사라지고 난 뒤 혀에 남은 화끈거리는 감각과...아쉬움?이 감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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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파네크는 잠시 몇 초 전까지만 해도 혀에 남아 있던 맛을 빠르게 되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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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방 향신료의 풍미가 짙은 돼지고기와 껍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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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빼고 남는 것은 결국 소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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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그동안 척박한 아이스랜드의 접대에서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었는데.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새로운 향신료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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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들으면 그대도 알 테지. 붉은 마녀의 손가락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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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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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대체 무슨 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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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이나마 네파네크의 가면이 깨지고 당황한 표정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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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난데없이 독초를 먹였다는데 누가 놀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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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당하기만 하다 드디어 한 방 먹이는 데 성공한 알프레드는 속으로 매우 만족했다. 겉으로는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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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겨울에 불마손이 후추와 같은 향신료의 일종이라는 것이 알려진 후 콜던에서는 계급을 가리지 않고 불마손이 유행하기 시작했지. 이건 그중 일부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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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주렸을 적에도 독초는 안 먹었는데 배가 불렀다고 벌써 목숨을 걸고 미식의 길을 걷기 시작했더니! 세오폰 왕국이 그렇게나 베르생제토와 사이가 좋았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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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독초가 아닐세. 물론 과용하면 위험하겠지만, 그렇게 치면 술도 많이 마시면 위험한 건 마찬가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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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술은 사람의 혀에 이렇게 오랫동안 불을 지르진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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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파네크는 발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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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도비스 사람에게 (맥)주류는 물, 밥과 동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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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만큼은 하층민이나 상류층이나 똑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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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우렁찬 반박에 알프레드는 아랑곳하지 않고 검지를 그녀에게 가르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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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무언가가 더 있지 않냐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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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에만 집중하지 말고 몸 전체의 감각을 느껴보게. 추위가 좀 가셨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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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해지긴 뭘 따뜻해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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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소릴 다 한다며 반박하려던 네파네크는 그제야 몸의 변화를 눈치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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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도구로도 해결되지 않는 아이스랜드의 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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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문에 알프레드의 배려로 실내에서도 두툼한 털옷을 껴입은 그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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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래도 은은한 냉기가 느껴졌지만, 지금은 냉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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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아주 약간이지만 따뜻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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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를 체감하자마자 아도비스 신왕의 금고지기답게 네파네크의 머릿속에서 금화가 우르르 떨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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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든 작든 향신료는 돈을 부르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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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빠르고 직관적인 방한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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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파네크는 알프레드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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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그리고 교차 검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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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랜드는 척박하고, 수입은 한정적이지. 일단 지금이 아닌 다음 계약 갱신 때를 노리고 있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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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시는 사이 이, 불마손은 아이스랜드를 넘어서 다른 지역으로도 입소문이 퍼져 이름과 효능, 효과가 알려질 것이고. 그땐 누군가가 미리 자리를 선점하신 상태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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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그대라면 알아줄 줄 알았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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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의 매콤한 향신료와는 달리 강한 한 방을 시작으로 깔끔하며 확실한 매콤함과 그 밑에 가려졌지만 은은하게 올라오는 기분 좋은 단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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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복용자가 직접 변화를 체감할 수 있을 만큼 빠른 방한 효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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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파네크는 돈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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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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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부려먹을 값. 톡톡히 받아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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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저질러줬구나. 꼬마 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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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렇게나 갑자기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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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손님들한테 매콤한 연타를 먹인 게 네놈이 아니란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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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음해입니다. 전 디저트만 만들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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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은 진심으로 억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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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에서의 일이 끝나고 식사가 어떻게 돌아가나 시종들의 틈에 껴서 슬쩍 합류하자마자 이런 소리를 들어야 한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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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다행히도 손님들은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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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불마손 가루를 쓰길래 경악했고, 이내 알프레드의 주문이라는 말에 카렘은 또 경악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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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요구받은 디저트들이나 잔뜩 만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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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히 적응했다는 카렘의 달관한 표정에 캐서린은 못 말린다는 듯이 고개를 젓고는 메리가 접시에 놓은 세 가지 디저트를 턱짓으로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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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처음 보는 디저트들. 꼬마, 너의 작품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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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각 크레페 케이크, 롤 크레페, 크레페 수제트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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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자리에는 도전하기보다는 자신 있는 것을 해야 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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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의미에서 카렘은 손이 많이 갈 뿐이지 변수는 딱히 없는 크레페 삼종세트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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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같이 가벼운 휘핑크림과 종잇장보다 조금 더 두꺼운 크레페, 그리고 섬세한 손재주만 있다면 세상 그 어떤 디저트보다 만드는 법은 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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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행히도 소년에겐 재료도 충분했고 손재주도 나름대로 자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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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작은 요리사들이 맛있게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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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것들의 맛은 어떻지? 보아하니 저 둘은 휘핑크림임이 분명하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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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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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이 입을 열었을 때 한 시종이 다가와 헛기침을 해 그들의 관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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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파네크 공께서 혹시나 요리사분을 잠시 빌릴 수 있겠는지 여쭤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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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께서? 이유는 무엇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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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보는 물건들이 있어서 설명이 있었으면 좋겠다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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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뭐 메리도 있으니 상관없겠지. 갔다 오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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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의가 한껏 묻어나오지 않는 손짓으로 캐서린이 카렘을 쫓아낸 사이, 소년은 곧바로 시종을 따라 그를 부른 네파네크의 옆자리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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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페 케이크 한 조각, 롤 크레페 한 조각, 크레페 수제트 한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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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접시는 정확히 좀 전의 캐서린의 접시와 풍경이 똑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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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함과 함께 호기심이 깃든 네파네크를 보며 카렘은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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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네파네크 공. 아타니타스님의 전속 요리사 카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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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이 세 가지를 모두 그쪽이 만들었다는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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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크레페를 만드는 데는 조금 도움을 받긴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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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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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키가 작은 네파네크는 그녀보다 조금 더 작은 소년을 약간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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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알프레드한테서 직접 듣기야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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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해도 그 많은 일을 했기엔 나이가 너무 어린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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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파네크는 직접 알아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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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케이크의 겉과 층, 롤 안의 하얀 내용물은 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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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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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페 케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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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페 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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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페 수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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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가 그려준 그림입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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