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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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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종이 식당의 문을 닫으며 물러가고 잠시 후.

문이 다시 열리자 식당 안으로 양손이 가득한 시종들이 줄지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귀빈을 환영하는 점심의 작은 연회에 참석한 인원은 아도비스와 윈터홈, 양쪽을 모두 합쳐도 20명이 되지 않았지만, 시종들이 나르는 접시와 그릇들에 담긴 요리의 수는 그 이상이었다.

과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식탁은 주인의 품격을 나타내는 법.

물론 이마저도 아도비스의 밀이 아이스랜드에서 지니는 가치와 네파네크의 지위에 비하면 명백히 부족한 규모임은 분명했다.

하지만 그것도 손님이 거부하면 어쩔 수 없는 법.

갱신을 위해 방문할 때마다 환영회의 규모를 축소할 것을 꾸준히 권한 네파네크와 손님을 접대하는 알프레드의 고집이 맞물려 간신히 찾은 타협점이 바로 이것이었다.

그래도 일반인의 눈에는 여전히 넘치는 양임은 분명했다.

다양한 방식으로 조리하고 장식한 짐승과 몬스터 고기와 채소 요리, 모양과 크기가 다양한 파이와 빵, 수프와 스튜, 입가심을 위한 생채소와 과일부터 각양각색의 디저트.

식사가 아닌 눈을 위한 소수의 파티용 음식을 포함했다.

하지만 아도비스의 귀빈들, 특히 네파네크는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이를 짐작한 알프레드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저번 방문 때와는 달리 근래 윈터홈의 주방에 약간의, 변화가 있었기에 네파네크 그대에게 약간 낯설 수도 있을 것이오."

"확실히, 익숙한 요리들도 있지만 처음 보는 요리들도 있군요. 그런데, 변화라면?"

"안일해졌던 윈터홈의 주방에 긴장감을 불러일으킨 소년이 있었지."

"소년이라면."

좀 전에 말한 카렘이라는 소년 요리사?

라는 의미를 담자 이를 짐작한 알프레드가 긍정했다.

이전을 기억하는 아도비스의 몇몇 귀빈들이 기억 저편의 경험과 지금을 비교하는 동안 알프레드는 테이블의 중앙에 서서 손수 통돼지 구이를 썰어 덜었다.

바싹 마른 나무껍질이 갈라지는 깔끔한 소리와 함께 드러난 살은 가장 먼저 연회의 주인공인 네파네크의 접시에 놓였다.

돼지에서 가장 귀하게 여겨지는 부드러운 안심과 등심.

붉은 소스가 뿌려진 고기 위로 잔열에 튀겨지면서 부드럽게 익은 뱃살과 금갈빛 껍질이 화려한 접시에 놓여 허브향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돼지는 물이 귀한 사막에서 일부만이 먹을 수 있는 귀중한 고기.

물론 지금 식당에 앉은 이들에겐 소와 별다른 수준이 아니긴 했지만 지금 그녀에게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익숙한 요리들 사이에 약간, 혹은 아주 낯선 요리들.

하나같이 화려한 것들 가운데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익숙하고 낯선 모습에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는 요리들이 있었다.

안쪽으로 접혀 내용물을 확인할 수 없는 노란 원통형의 주머니.

소스에 잠긴 채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는 두 번 접은 얇은 팬케이크?

그리고 가장 압권인 것은.

'저거 치즈 아닌가?'

'새로 발명한 치즈라도 되는 건가?'

'파티 장식이라기엔 크기가 좀 작은 것 같은데.'

순백색 대리석 같은 색의 울퉁불퉁한 부분 하나 없이 매끈한 표면의 원통이 접시에 담겨 있었다.

순간이나마 네파네크는 호기심을 느꼈지만, 곧바로 자신의 접시 위에 집중했다.

음식이 식을까 걱정한 것은 당연히 아니었다.

애초에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접시며 그릇은 하나같이 모두 마법 도구였다.

주인이 직접 음식을 덜어주었는데 접시를 안 비울 수는 없었다.

접시에 두 가지 이상의 음식을 담는 것은 예의가 아니기도 하고.

네파네크는 능숙하게 식기를 움직여 바삭한 껍질과 등심, 안심을 찍고 칼로 새빨간 과일 소스를 약간 발라 한입 물었다.

부릅.

"....흡."

네파네크는 순간 온 신경을 집중해 소리를 억눌렀다.

요리는 객관적으로 맛이 없을 수가 없었다.

세오폰 왕국에서 다른 건 몰라도 고기 요리만큼은 인정할 수밖에 없듯 부드럽고 육즙을 가득 머금어 익은 고기와 탄 것처럼 부서지지만 맛과 감각을 온전히 지닌 고소한 껍질.

하지만 가장 먼저 느껴진 감각.

혀에 닿자마자 처음 느껴보는 강렬한 자극.

"커흐흡!?"

"으윽."

"흐으으읍!"

차례대로 다른 아도비스 사람들이 보이는 반응은 똑같았다.

솜털이 곤두서는 감각에 네파네크의 귀가 하늘을 향해 곤두서며 입술을 오므리자 알프레드가 드디어 한 방 먹였단 표정으로 말했다.

"요번 겨울부터 윈터홈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새로운 향신료인데. 한 번 이름을 맞춰 보겠나?"

"큼, 큼! 뭔가요!? 혀가 불타는 감각은! 대체 무슨 실수를 저지르면 향 없이 맛만 남은 후추가 이렇게-

"맛을 자세히 느껴보게. 후추가 아니니까."

"어떻게 이런 감각에 계속 손이....가네?"

혀 전체에서 한순간이나마 느껴진 화끈한 감각.

구체적으론 통 후추를 씹었을 때의 매콤함의 5배, 매콤함?

하지만 한순간에 사라지는 후추와는 달리 지금은 네파네크의 입 안에 꾸준하게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 사이로 미약하게 느껴지는 은은한 단맛이 돼지가 태생적으로 지닌 느끼함을 완전히 지워버리고 고소함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꾸준하게 남아 있던 혀의 욱신거리는 고통도 돼지고기의 기름기가 감돌면서 점차 사라졌다. 낯선 감각이 사라지고 난 뒤 혀에 남은 화끈거리는 감각과...아쉬움?이 감돌았다.

네파네크는 잠시 몇 초 전까지만 해도 혀에 남아 있던 맛을 빠르게 되새겼다.

북방 향신료의 풍미가 짙은 돼지고기와 껍데기.

이를 빼고 남는 것은 결국 소스였다.

"이건, 그동안 척박한 아이스랜드의 접대에서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었는데.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새로운 향신료인가요?"

"이름을 들으면 그대도 알 테지. 붉은 마녀의 손가락일세."

"하아?"

그게 대체 무슨 소리야?

순간이나마 네파네크의 가면이 깨지고 당황한 표정이 드러났다.

그야 난데없이 독초를 먹였다는데 누가 놀라지 않을까.

그동안 당하기만 하다 드디어 한 방 먹이는 데 성공한 알프레드는 속으로 매우 만족했다. 겉으로는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저번 겨울에 불마손이 후추와 같은 향신료의 일종이라는 것이 알려진 후 콜던에서는 계급을 가리지 않고 불마손이 유행하기 시작했지. 이건 그중 일부일세."

"굶주렸을 적에도 독초는 안 먹었는데 배가 불렀다고 벌써 목숨을 걸고 미식의 길을 걷기 시작했더니! 세오폰 왕국이 그렇게나 베르생제토와 사이가 좋았던가요?"

"놀랍게도 독초가 아닐세. 물론 과용하면 위험하겠지만, 그렇게 치면 술도 많이 마시면 위험한 건 마찬가지지."

"그렇다고 술은 사람의 혀에 이렇게 오랫동안 불을 지르진 않겠죠!"

네파네크는 발끈했다.

아도비스 사람에게 (맥)주류는 물, 밥과 동의어.

그것만큼은 하층민이나 상류층이나 똑같았다.

그녀의 우렁찬 반박에 알프레드는 아랑곳하지 않고 검지를 그녀에게 가르쳤다.

마치 무언가가 더 있지 않냐는 듯.

"혀에만 집중하지 말고 몸 전체의 감각을 느껴보게. 추위가 좀 가셨을텐데?"

"따뜻해지긴 뭘 따뜻해졌-네...요?"

이상한 소릴 다 한다며 반박하려던 네파네크는 그제야 몸의 변화를 눈치챌 수 있었다.

마법 도구로도 해결되지 않는 아이스랜드의 추위.

그 때문에 알프레드의 배려로 실내에서도 두툼한 털옷을 껴입은 그녀였다.

하지만 이래도 은은한 냉기가 느껴졌지만, 지금은 냉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아니, 아주 약간이지만 따뜻한 느낌.

변화를 체감하자마자 아도비스 신왕의 금고지기답게 네파네크의 머릿속에서 금화가 우르르 떨어지기 시작했다.

크든 작든 향신료는 돈을 부르는 법.

거기에 빠르고 직관적인 방한 효과.

네파네크는 알프레드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차렸다.

"수출, 그리고 교차 검증?"

"아이스랜드는 척박하고, 수입은 한정적이지. 일단 지금이 아닌 다음 계약 갱신 때를 노리고 있네만."

"그러시는 사이 이, 불마손은 아이스랜드를 넘어서 다른 지역으로도 입소문이 퍼져 이름과 효능, 효과가 알려질 것이고. 그땐 누군가가 미리 자리를 선점하신 상태겠군요?"

"역시 그대라면 알아줄 줄 알았다네."

지금까지의 매콤한 향신료와는 달리 강한 한 방을 시작으로 깔끔하며 확실한 매콤함과 그 밑에 가려졌지만 은은하게 올라오는 기분 좋은 단맛.

무엇보다 복용자가 직접 변화를 체감할 수 있을 만큼 빠른 방한 효과까지.

네파네크는 돈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전에.

"저를 부려먹을 값. 톡톡히 받아낼 테니까요?"

"또 저질러줬구나. 꼬마 녀석"

"네? 이렇게나 갑자기 말입니까?"

"그러면 손님들한테 매콤한 연타를 먹인 게 네놈이 아니란 말이냐?"

"이거 음해입니다. 전 디저트만 만들었다고요."

카렘은 진심으로 억울했다.

주방에서의 일이 끝나고 식사가 어떻게 돌아가나 시종들의 틈에 껴서 슬쩍 합류하자마자 이런 소리를 들어야 한다니.

그렇지만, 다행히도 손님들은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처음에 불마손 가루를 쓰길래 경악했고, 이내 알프레드의 주문이라는 말에 카렘은 또 경악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냥 요구받은 디저트들이나 잔뜩 만들어야지.

충분히 적응했다는 카렘의 달관한 표정에 캐서린은 못 말린다는 듯이 고개를 젓고는 메리가 접시에 놓은 세 가지 디저트를 턱짓으로 가리켰다.

"그래서, 처음 보는 디저트들. 꼬마, 너의 작품이겠지?"

"각각 크레페 케이크, 롤 크레페, 크레페 수제트라고 합니다."

중요한 자리에는 도전하기보다는 자신 있는 것을 해야 하는 법.

그런 의미에서 카렘은 손이 많이 갈 뿐이지 변수는 딱히 없는 크레페 삼종세트를 선택했다.

구름같이 가벼운 휘핑크림과 종잇장보다 조금 더 두꺼운 크레페, 그리고 섬세한 손재주만 있다면 세상 그 어떤 디저트보다 만드는 법은 간단했다.

그리고 다행히도 소년에겐 재료도 충분했고 손재주도 나름대로 자신이 있었다.

"실패작은 요리사들이 맛있게 먹었습니다."

"그래서 이것들의 맛은 어떻지? 보아하니 저 둘은 휘핑크림임이 분명하겠고."

"맛이야-"

카렘이 입을 열었을 때 한 시종이 다가와 헛기침을 해 그들의 관심을 모았다.

"네파네크 공께서 혹시나 요리사분을 잠시 빌릴 수 있겠는지 여쭤보십니다."

"손님께서? 이유는 무엇이지?"

"처음 보는 물건들이 있어서 설명이 있었으면 좋겠다 하셨습니다."

"흠, 뭐 메리도 있으니 상관없겠지. 갔다 오도록."

성의가 한껏 묻어나오지 않는 손짓으로 캐서린이 카렘을 쫓아낸 사이, 소년은 곧바로 시종을 따라 그를 부른 네파네크의 옆자리에 섰다.

크레페 케이크 한 조각, 롤 크레페 한 조각, 크레페 수제트 한 조각.

그녀의 접시는 정확히 좀 전의 캐서린의 접시와 풍경이 똑같았다.

오만함과 함께 호기심이 깃든 네파네크를 보며 카렘은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네파네크 공. 아타니타스님의 전속 요리사 카렘입니다."

"그래서, 이 세 가지를 모두 그쪽이 만들었다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크레페를 만드는 데는 조금 도움을 받긴 했습니다."

"흐응."

안 그래도 키가 작은 네파네크는 그녀보다 조금 더 작은 소년을 약간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보았다.

물론 알프레드한테서 직접 듣기야 했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 많은 일을 했기엔 나이가 너무 어린 게 아닌가?

네파네크는 직접 알아보기로 했다.

"우선 이 케이크의 겉과 층, 롤 안의 하얀 내용물은 뭐죠?"

자료첨부

-크레페 케이크-

-크레페 롤-

-크레페 수제트

챗GPT가 그려준 그림입니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