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les
rupy1014 f66fe445bf Initial commit: Novel Agent setup
-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13 KiB

항구 근처 창고로 들어선 사람들을 따라 들어선 카렘은 부르르 떨었다.

창고 입구를 경계로 안과 밖의 온도가 완전하게 갈렸다.

"어후, 뭐가 이렇게 추워."

날씨가 풀리고 있어 겨울보다는 얇게 입었던 카렘은 무심코 팔을 비볐다.

창고 내부의 계절은 아이스랜드의 초겨울로 돌아간 것 같았다.

다양한 환경에서 생존하고 번식하기 위해 생물은 때로는 감히 예상하지 못할 기이하고 놀라운 진화를 하기 마련이었다.

먼 거리의 먹이를 사냥하기 위해 현대에도 실용화하지 못한 플라즈마의 무기화에 성공해 플라즈마 충격파를 발사하는 딱총새우.

번식기만 되면 주변 일대를 불바다로 만들어 경쟁 식물을 모조리 불태워버리는 그래스트리.

곤충의 숨구멍을 통해 감염, 근육을 지배해 감염체를 통제하는 동충하초류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그 놀라운 진화는 이세계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사람들이 움직일 통로를 제외하면 창고 내부에 꽉 들어찬 나무가 모여 일제히 내뿜는 냉기는 피부를 자극해 솜털을 곤두서게 했다.

그 때문인지 창고 내부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바깥보다는 두꺼운 차림새를 하고 있었다.

특히나 아도비스에서 온 이들은 곰처럼 보일 만큼 털 가죽옷을 입고 있는데도 추운지 벌벌 떠는 것이 훤히 보였다.

그런데도 나무의 품질은 하나하나 직접 꼼꼼하게 검사하고 있었다.

창고에 들어오자마자 올리비에는 풀었던 망토자락을 여미며 하얀 김을 내뱉었다.

"후우-! 딱 봐도 추운 모양이로구나. 망토라도 빌려주랴?"

"어, 정말입니까? 그럼 한 장만-"

"뻥이야. 나도 지금 내가 입은거 하나 뿐이다. 젊으니까 참을 수 있겠지?"

"...."

"후우, 그나저나 이 나이에 이런 일이나 해야하다니. 내 신세야."

카렘이 나이를 헛먹은 한심한 노인네를 쳐다보는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올리비에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했다.

그동안 먼저 와서 원목을 검사하던 마법사들의 대표와 대화를 마친 캐서린이 다가와 허리춤에 손을 얹고 타박했다.

"영감. 무얼 그리 투덜거리고 있나. 얼른 일해야지."

"난 이런 일을 하기에 너무 늙었어."

"늙었으면 죽어버리라지. 그런데 아직 살아있네? 그러니까 어서 일해! 꼬마, 너도 방해되지 않게 메리를 따라다녀라."

창고 곳곳에서 두 대마법사가 할 일은 간단했다.

다른 마법사들처럼 보관된 거래 물품의 견본의 품질을 확인하고, 이상이 있으면 주변의 관리인에게 말해 체크하는 것.

물론 마법사만이 아닌 경험 많은 나무꾼이라면 이를 판단할 수 있기야 했다.

근데 그런 이들은 지금 모두 벌목하러 나간 마당에 남아있는 옵시디언베리와 아도비스의 마법사 인력을 모두 동원해도 수가 부족하니 대마법사라는 사람도 직접 나설 수밖에 없었다.

확인하는 방법도 간단했다. 물체의 마력 탐지는 모든 마법사가 가장 먼저 배우는 기초적인 마력 활용법이었으니까.

다만 그게 마법에 아무런 재능도 없는 카렘이 보기엔 그냥 잠깐 눈 감고 나뭇더미를 건드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카렘은 호기심에 슬쩍 나무에 손을 대 보았다.

잔뜩 쌓아둔 탓인지 영하의 냉기를 뿜어내고 있지만, 얼음을 만지는 것처럼 차갑지는 않았다.

다만 사막의 열기에도 이게 오래 유지될 것 같냐면은 글쎄.

카렘의 고개가 절로 기울어졌다.

"막상 그렇게까지 차가운 건 또 아닌 것도 같고."

"그건 여기가 한여름에도 선선한 아이스랜드라서 그렇다. 맬버른 참나무, 맥머도 자작나무, 빈스 소철 같은 나무는 날이 더울수록 품고 있던 얼음의 마력을 흘려 주변의 기온을 낮추니까."

"그러면 대양에서는 지금보다도 더 차가워진다는 말입니까?"

"그야 당연하지. 그래도 얼음이 얼 정도로는 아닌 데다가 가공하면 마력이 유출돼 기간은 더더욱 줄어들 테고."

대용량으로 할수록 요리가 느리게 식는 것처럼 이 나무들도 크기가 작아질수록 얼음의 마력, 냉기를 뿜어내는 시간이 줄어든다는 말이었다.

"후우, 서늘하기는 해도 오래 움직이니 덥군."

"서늘이요? 싸늘이란 말을 잘못 말씀하신 게 아닙니까?"

"나는 얼음 마법 전공이라 남들보다 추위를 덜 느끼니 틀린 말이 아니지."

"그거참 편리하시겠습니다?"

생각해보니 콜던에 올 때도 비교적 단출한 차림에 망토 하나를 걸쳤던 것이 전부였던가? 물론 그 가격을 생각하면 카렘은 잠시 잊었던 공포감이 다시 올라오는 것 같았다.

카렘의 말에 고개를 주억거리던 캐서린은 다시 한 원목 더미에 서서 손을 짚고는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그다지 좋지만은 않아. 반대로 더운 건 차라리 죽는 게 나을 만큼 취약하니까. 그런 의미에서 아이스랜드는 내 영역이라고 할 수 있겠지."

"흐음. 그러십니까?"

카렘은 캐서린과 같은 자세로 나무에 손을 짚었다.

그래서 조금만 매워도 경기를 일으키는 것이었던가?

아직 어려 미각이 말랑말랑할 알리시아보다도 유난히 매운 음식을 못 먹길래 뭔가 싶었는데. 그렇다면 체질 아닌 체질에 이유가 있었을지도 모르는 일.

깍두기를 제외하고 그동안 카렘이 그녀에게 권했던 매운 음식은 하나같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거운 음식들이었다.

그때 카렘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다름 아닌 냉면이었다.

육수 낼 다시마나 기타 부재료들은 충분하다 못해 넘쳤다.

고추장이 없기는 하지만 설탕과 불마손 가루, 가룸이 있으니 있는 과일과 여차여차해서 양념장도 충분히 만들 수 있었다.

면발? 그건 어쩔 수 없이 수제로 소면을 만들어야겠고 귀찮은 일이니 메리를 시키면 되는 일이었다. 메리도 분명 일이 늘었다고 좋아할 것이 분명할 것이고 사실이었다.

카렘이 그렇게 머릿속으로 재료와 레시피를 테트리스하듯이 짜 맞추고 있을 때, 캐서린이 기지개를 켜며 물었다.

"꼬마야. 오늘 점심은 무얼 만들 생각이지?"

"글쎄요. 뭔가 바라시는 거라도 있으십니까? 추위를 덜 느끼시지는 않으셔도 몸이 냉하실 텐데. 뜨거운 국물이라도?"

"국물은 별로. 그동안 느끼하게 먹었으니 이번엔 좀 가볍게? 그래도 고기는 들어갔으면 하는구나."

"가볍게 고기라...안될 것도 없지요."

즉 채소는 채소대로 먹고는 싶은데 그러면서도 고기를 원한다면 떠오르는 것은 많았다.

당장 떠오르는 것은 샤브샤브.

한국처럼 그냥 자기 식기로 요리를 집으면 무례하다고 경기를 일으킬 테니 재료들은 미리 손질해 밀푀유 샤브샤브, 혹은 밀푀유 나베라고 불리는 종류를 만들어야 했다.

아니면 석쇠 구이에 각종 채소로 쌈을 싸 먹어도 좋았다.

마침 들고 온 물건에 구리 석쇠가 있었고, 석쇠 구이엔 역시 참나무지만 지금 시기라면 장작 따위 수레 단위로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전자에 사용할 육수는 진작에 떨어졌고, 후자는 너무 단출하다며 화를 낼지도 모르는 일.

그러면 변주를 주도록 할까?

"양상추 쌈(lettuce wrap)은 어떠십니까?"

"양상추? 양상추로 뭘 감싸(wrap)려고?"

"바삭해지도록 태울 듯이 볶은 고기와 같이 볶은 채소를 상큼한 소스에 곁들여 양상추 안쪽에 쌓아 한입에-"

합-와삭와삭-꿀꺽. 카렘은 상상으로 구현한 양상추 쌈을 손으로 집어 한입에 넣고 씹는 동작을 보였다.

사람들이 많이 중국 요리로 착각하는 중국식 미국 요리의 대표 메뉴 중 하나였다.

물론 굴 소스도, 간장도 없어서 적당히 어레인지가 필요하겠지만, 그거야 항상 하는 일이었으니 카렘은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카렘의 묘사는 하나같이 캐서린도 아는 맛이었다.

바삭바삭한 다진 고기와 불향이 나는 채소, 상큼한 소스와 아삭아삭한 양배추.

캐서린이 눈을 빛내며 입을 열었다. 열려고 했다.

"카렘 후배. 계약자. 아무래도 그건 다음에 먹어야겠습니다."

"그거-난데없이 무슨 소리냐."

"두 분이 수다를 떠시는 사이에 사람이 다녀갔습니다. 계약자의 주군께서 식사에 초대할 겸 요청하실 일이 있으시다고 합니다."

"주군께서? 초대는 그렇다고 해도. 요청이라니?"

캐서린의 물음에 메리는 말없이 카렘을 바라보고는 턱짓했다.

"저요?"

"예. 카렘 후배. 당신 말입니다."

꼬마야. 내가 모르는 사이에 뭔가 일을 저질렀냐?

일은 무슨, 오늘 종일 그쪽을 따라다녔는데요?

고용주와 전속 요리사는 서로를 멀뚱히 쳐다보았다.

다행히 뭔가 일이 터졌거나 저지른 쪽은 아니었다.

오히려 카렘에게 도움을 구하는 방향의 일이었다.

캐서린은 알프레드를 따라 아이스랜드의 수평선의 식당으로 향했지만, 반대로 카렘은 식당에 붙어있는 주방으로 안내받았다.

그리고 주방에는 요리사들이 카렘을 기다리고 있었다.

반응은 정확하게 반으로 가르듯이 셋으로 깔끔하게 갈렸다.

면면이 익숙한 요리사들, 지그메서와 만나면서 한 번 혹은 그 이상으로 얼굴을 본 윈터홈의 요리사들은 카렘을 보고는 반갑게 인사했다.

반면에 임시 총괄을 불러온다길래 누군가 싶었더니 웬 애냐면서 아니꼽게 바라보는 이들은 아이스랜드의 수평선에서 일하는 요리사들이었다.

당연히 수도 이쪽이 제일 많았다.

극과 극인 반응.

마지막으로 아무런 반응도 없이 그저 사무적으로 보는 몇몇.

피부색 이전에 차림새만 봐도 아도비스 출신이라고 광고하고 있었다.

"카렘 주방장. 오랜만에 뵙습니다. 이전에는 신세를 졌습니다."

"주방장은 너무 부담되니까 그냥 이름 부르길 부탁드렸는데..."

"어휴, 그럴 수야 없죠. 나이와 상관없이 아무렴 한 주방을 책임지고 계시는데. 만약에 그랬다간 돌아가서 총주방장님이 팬을 휘두르실 게 분명합니다."

그리고 이어진 요리사의 말에 다른 요리사 무리들은 두 눈을 휘둥그렇게 뜰 수밖에 없었다.

아무렴 요리사에게도 급이 있었으니 귀족의 주방에서 일하는 요리사와 일개 도시, 마을의 여관에서 일하는 요리사의 급이 같을 수는 없었다.

그런데 공작 가문의 요리사라면 사실상 요리사의 급에서 꼭대기나 그에 가깝게 자리한 위치인데, 그런 이들이 저렇게 굽신거린다고?

물론 윈터홈에서 파견온 요리사들은 진심이었다.

한 주방을 책임지는 주방장이라는 위치는 빈말이 아니었다.

공작 가문의 사람들로부터 지대한 관심을 받는 것 이전에 가문 혹은 왕실에서 대대로 내려올 법한 비전 조리법을 아낌없이 베푸는데 요리사라면 당연히 허리를 유연하게 굽힐 수밖에 없었다.

여전히 부담스러운 그들의 모습에 카렘은 떨떠름하게 양손을 매만졌다.

"설마 해서 묻는 거지만, 알베르토. 제가 만찬을 책임지는 건 아니죠?"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시간이 필요한 만찬 요리들은 저희가 진작에 준비했으니 카렘 주방장은 식탁을 빛낼 디저트 몇 가지만 해주시면 됩니다."

"그건 정말로 다행이네요."

"겸사겸사 저희 조리법을 지적해주셨으면-"

"지적이라뇨. 그건 너무 건방진 거 같습니다. 의견 교환이라고 해주십시오."

카렘은 진심으로 혀를 내둘렀다.

지그메서의 손바닥이 불타는 아부도 줄어들었는데, 다른 사람들은 태도가 바뀌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한 건가? 어우 부담스러워 죽겠네.

사방에서 호의와 의심, 호기심이 깃든 시선이 오가는 가운데 카렘은 지각한 회사원처럼 안내받은 자리로 후다닥 도망쳤다.

자료첨부

-중국식 양상추 쌈-

챗GPT가 그려준 그림입니닷.

-일중독 집요정 메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