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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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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동안 옵시디언베리의 항구는 조용했다.
조용할 수밖에 없었다.
항구의 앞바다를 오가는 거면 모를까.
히스테리 신경질을 부리는 겨울의 파도와 그에 자극된 해양 생물, 몬스터에 맞서서 섬과 대륙을 오가는 미친 짓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물론 언제나 그렇듯 몇몇 예외는 있는 법.
겨울임을 고려해도 반드시 배를 타야 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노리고 배를 모는 한탕을 노리는 뱃사람.
거부할 수 없는 돈을 받은 뒤가 구린 이들에 이르기까지.
하지만 이례적으로 이번 겨울에 그런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선지 항구는 고기잡이하러 나갔다 돌아오는 어선과 극히 일부의 배가 오가는 것을 빼면 한적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겨울이 끝나면 생명이 솟아오르듯.
날이 풀리기 시작하자 항구는 입항하려는 배와 배가 쏟아내는 수많은 사람과 짐으로 붐볐다.
세오폰 왕국, 혹은 대륙에서 찾아온 수많은 노동자.
그리고 한명이라도 더 많은 노동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아이스랜드 각지의 벌목장과 광산에서 찾아온 주인과 마차, 수레들로 도시는 한순간에 활기를 되찾았다.
여기에 항구의 한쪽을 떡하니 차지한 사람들이 기름을 부었다.
몇 년만의 계약갱신을 위해 찾아오는 아도비스의 사절을 맞이하기 위한 예행연습이 한창인 수백 명의 사람.
이 광경을 처음 본 사람들은 무심코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들은 곧바로 얼굴을 폈다.
아무렴 완전히 무장한 병사와 기사들, 그리고 깃발과 갑옷에 새겨진 인장을 보고 너그러운 마음을 되찾지 못할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예행연습이라고 언제까지고 이어지지는 않았다.
점심 무렵이 되자 알프레드와 함께 환영단을 지휘하던 이들은 곧바로 해산을 명했다.
아무렴 사람이 밥은 먹고 살아야 했으니까.
캐서린과 메리와 함께 환영단에 꼬박 서 있던 카렘도 마찬가지.
사람이 별로 없는 항만 창고의 구석진 곳에 온 메리는 곧바로 바구니에 담겨있던 점심을 배분했다.
오늘의 점심은 엠파나다.
매콤하게 양념한 다진 소고기와 치즈, 양파를 듬뿍 채워 넣은 스페인식 군만두, 혹은 고기 파이라고 부르는 물건이었다.
당연하지만, 카렘 기준 맵찔이인 캐서린을 기준으로 한 매콤함이었다.
맛있는 음식이라도 계속 먹으면 질리듯.
처음에는 신선한 해산물이라며 기뻐하던 캐서린도 슬슬 질리기 시작하자 카렘이 눈치껏 준비한 물건이었다.
일정 시간 음식을 식지 않고 맛있게 보존하는 미식가의 뚜껑이 바구니를 덮었던 덕분에 엠파나다는 처음 오븐에 나왔을 때처럼 뜨끈뜨끈했다.
습기는 어림도 없다는 두 번 구운 바삭한 버터 페이스트리, 속에 가득한 기름지고 매콤한 다진 소고기의 육즙, 쫀득함과 탄력을 잃지 않은 따끈한 치즈의 조화는 절로 캐서린을 미소짓게 했다.
"후, 고된 노동 후에 기름진 고기와 치즈라니. 이걸 거부할 머저리는 설마 없겠지. 그나저나 계속 먹으니 매콤한 맛도 적응되는 것 같구나."
"제 기준에선 영 아니지만요."
카렘은 무심코 중얼거리고는 엠파나다를 씹었다.
바삭, 역시 캐서린에게 맞춰서 그런가? 향만 조금 나는 수준이네.
소년에겐 마치 자르지 않은 고추를 통으로 볶았다가 빼버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
캐서린은 당연하지만 카렘을 질린 눈으로 쳐다보았다.
"꼬마. 네놈이 너무 지나치게 맵게 먹는 것이지. 손이 댈 엄두도 나지 않게 피처럼 새빨간 양념은 나조차 생각만 해도 두려울 지경인데."
"저녁 대회관의 남자들은 다 잘 먹던데요. 특히 기사님들."
"폭음폭주를 강인한 남자의 상징으로 여기는 무식한 근육뇌들의 힘자랑에 고작 한 가지 더 추가된 것뿐이다."
그런 것 치고는 매운맛에 적응하고 계시는 것 같은데 말이지.
캐서린의 단호한 말과는 다르게 그녀는 점차 매콤함에 적응하고 있었다.
원인은 다른 누구도 아닌 카렘의 농간이었다.
아무렴 적어도 이틀에 한 번, 눈곱만큼씩 양을 늘리던 것이 어느덧 콜던에서 처음 먹었던 것에 비해 두 배의 양으로 늘었다.
그래 봤자 카렘에게는 눈곱만큼의 변화이지만, 소년은 조급함을 버리기로 했다.
아무렴 김치를 권유하기 위한 빌드업이었으니까.
차근차근하면 됐다. 차근차근.
"그런데, 뭔가 소스는 없나?"
"마침 그럴 줄 알고 준비한 게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카렘은 우선 매콤함을 조절한 마요네즈 소스를 내밀었다.
지그메서가 기어코 구현, 아니 개발한 전생의 고추 베이크 치킨의 곁들임 소스였다.
"지그메서님이 만드신 고블린 소스입니다."
"고블린? 입맛 떨어지게 난데없이 고블린이라니."
"감칠맛이 끈질기게 남아있는 게 고블린의 생명력 같다고 이름을 붙였다던데요."
캐서린은 찜찜하다는 시선을 보냈다.
아무렴 소스 이름이 고블린이라니.
하지만 메리가 찍어서 내민 엠파나다의 맛을 보고는 그 생각을 버릴 수밖에 없었다.
밝은색이길래 마요네즈같이 생각했는데, 이런 상큼한 맛이라니?
이번에는 소스와 엠파나다를 탐하는 캐서린을 보고 카렘은 슬쩍 미소를 지었다.
캐서린의 입맛은 카렘이 원하는 방향으로 충실히 바뀌고 있었다.
'그나저나 이 예행연습이란 건 언제까지 하려나.'
물론 카렘도 그 답은 알고 있었다.
아도비스의 사절이 도착할 때까지겠지.
그렇지만 매일같이 똑같은 일을 아침, 오후로 매일같이 반복하면 당연히 지루할 수밖에 없었다.
하다못해 다른 기사나 병사들처럼 움직임의 변화라도 있다면 모를까.
카렘이 하는 일이라곤 알프레드의 신호에 맞춰 고개 숙여 인사를 하는 것뿐이었다.
심지어 예식이 끝날 때까지 카렘이 하는 일이라곤 그게 전부.
환영단이라길래 뭐랄까.
카렘은 좀 더 화려한 무언가를 기대했다.
광대가 나서서 덤블링하거나, 악기 연주까지는 바라지 않았다.
꽃을 뿌리거나, 환호성이 서라운드로 들리는 그런 귀빈을 환영하는 행사에 으레 있기 마련인 식순은 전혀 없었다.
절차에 따른 기사와 병사들의 기계적인 자세와 진형 변경, 그리고 인사.
정말 그걸로 끝이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항구에서 카렘은 바다를 향해 인사만 수십 번을 했고 오후에도 할 예정이었다. 그리고 그 짓거리를 며칠째 반복하고 있었지.
10, 이젠 11살이 된 카렘의 몸에 남은 본능은 이 행위를 견딜 수 없어 카렘은 매번 이 튀어나가고자 하는 야생의 본능을 억누르는데 온몸이 근질거릴 지경이었다.
카렘이 투덜거리자 메리가 쥔 엠파나다에서 입까지 죽 늘어난 치즈를 끊어 먹은 캐서린이 타박했다.
"편하게 인사만 하고 가만히 서 있는 걸 못하다니. 네가 애냐?"
"저 애 맞는데요. 11살짜리 응애."
"유치한- 아니지. 얘 애가 맞았지?"
그러고 보니 그랬다. 하도 하는 행동거지가 성인과 별반 차이가 없어서 그렇지, 이 꼬마는 어딜 봐도 애가 맞잖아.
물론 현생의 나이로만 따지자면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동안 너무 익숙해져 넘어갔던 사실을 다시금 깨닫자 캐서린은 새삼스럽다는 눈길로 소년을 보았다.
이젠 익숙해져 버린 시선을 느끼며 카렘은 창고 사이로 보이는 드넓은 바다를 응시했다.
하나같이 처음 보는 풍경인데도 바다만큼은 전생에 카렘이 가람일 적에 보았던 파도가 좀 강한 바다와 별반 다른점이 없었다.
바다는 항구만큼이나 분주했다.
하긴 지금 항구에 넘쳐나는 사람이 지금 항구에서 떠나는 배에서 나왔고, 또 배도 속속히 오고 있으니-
"음? 뭔가 좀 다른 거 같은데."
"후배. 갑자기 뭡니까?"
카렘은 말없이 손짓으로 바다 너머의 수평선을 가리켰다.
둘, 혹은 셋이서 함께 옵시디언베리 항구에 오가는 배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수평선에서 대각선으로 배들, 함대가 점점 가까워질수록 다른 점이 확연하게 눈에 들어왔다.
우선은 배의 모양부터 다른 점이 보였다.
카렘이 그동안 봤던 배들을 조금 앞뒤로 잡아당긴 것 같은 배들은 바다와 닿는 선수 부분의 양쪽에 검고 하얀 색으로 눈이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크든 작든 배에는 꼭 달고 있던 선수상은 없었다.
다만 바다를 가로지르는 것처럼 보이는 정면을 향해 눕힌 U자 모양의 구조물이 눈에 들어왔다.
"저게 선수상을 대신하는 건가?"
"하, 꼬마야. 좋은 소식이구나."
캐서린은 메리가 내민 반 정도 남은 마지막 엠파나다를 한입에 넣고 씹다가 삼켰다.
"연습은 이제 안 해도 된다. 실전만 남았군."
"네? 그러면 저 배들이-"
"아도비스 신왕국에서 여기까지 직접 찾아온 사절들이시다. 메리, 혹시 모르니 주군에게도 전하도록."
"네. 계약자."
*
*
*
캐서린이 걱정할 것은 없었다.
카렘이 그녀를 따라 항구로 돌아왔을 무렵, 한창 북적거렸던 사람들을 전부 다 어떻게 한 듯 북적거렸던 항구엔 사절을 환영하기 위한 사람들만이 남아 행렬을 맞추고 있었다.
대각선에서 정면으로 바꾼 아도비스의 함대가 가까워지자 투덜거리던 이들도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작은 소리로 서로에게 수군거렸다.
"배 모양부터 확실히 다르네요."
"그전에 돛의 문양을 봐라."
항구를 오가는 배의 돛은 백색, 줄무늬, 체크무늬가 많았지만, 아도비스의 사절은 하나의 함대라는 듯이 하얀 돛을 바탕으로 모두 다 똑같은 문장이 그려져 있었다.
중앙에 헤일로가 뿜어져 나오는 눈을 감싼 역삼각형.
대대로 아도비스 신왕국, 그리고 아도비스 신왕을 상징하는 문장이었다.
"왕의 문장이라니. 신왕의 직속 함대라도 되는 겁니까?"
"틀린 말은 아니로구나. 금고지기는 오로지 왕의 개인 재산을 관리하니 당연히 신왕 직속 함대가 호위하는 것이겠지."
"오."
생각보다 큰 스케일에 카렘이 작게 감탄했다.
어느덧 이국적인 배들이 부두에 차례대로 입항하기 시작했다.
작게 수근거리던 이들도 기사들이 낮은 목소리로 윽박지르고 티 안 나게 후려치며 통제하기 시작하자 금세 입을 다물었다.
이쯤 되자 카렘의 어린 몸으로도 아도비스 함대의 위에서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사막 출신이라 하나같이 두툼하게 껴입었지만, 그런데도 그들의 정체는 숨길 수 없었다.
우중충한 아이스랜드의 하늘로도 숨길 수 없는 구릿빛 피부.
뒤쪽을 향해 길고 날카롭게 뻗어있는 뾰족한 귀
선남선녀라고 부를 수밖에 없는 뚜렷한 이목구비.
'다크엘프?'
물론 모든 사람이 다크엘프는 아니었다.
비중으로 따지자면 다크 엘프와 그 외 종족이 4:6 정도.
하지만 역시나 하나같이 중동, 이집트 느낌이 물씬 풍기는 차림새를 하고 있었다.
역시 덥다 못해 화끈한 사막 국가에서 온 탓인지 다른 지역 출신으로 보이는 이들을 뺀 대다수는 한겨울의 아이스랜드 사람이나 할 법한 차림새를 하고 있었다.
가장 먼저 부두에 접항한 배가 가교를 내렸다.
그 위로 병사와 전사들이 한 무리의 사람들을 호위하고 있었다.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걸어온 병사와 털옷 대신 눈구멍도 보이지 않는 이집트풍 전신 갑주를 착용한 전사들이 항구의 환영단과 열을 맞추듯 일제히 옆으로 비켜섰다.
보석과 금장식으로 가득한 화려한 옷을 입은 시종과 시녀가 옆으로 비켜섰고 드디어 기다리던 사절은 보이지 않았다.
'음?'
카렘은 어리둥절했다.
그리고 시선 밑에서 들려오는 말에 고개를 내렸다.
"공기는 무겁고, 날씨는 꿉꿉하고, 태양의 은혜는 쳐다볼 수조차 없는 에우로파 촌구석은 여전히 척박하기 짝이 없는 동네로군요."
아 그냥 키가 작은 것이었던가.
울적한 날씨로도 감출 수 없는 장인이 구리로 정성 들여 빚은 아름다운 비율의 조각상 같은 다크엘프 소녀의 얼굴에 비웃음이 깃들어 있었다.
뭔가 열 받는 목소린데.
이내 주변을 둘러보던 다크엘프 소녀는 알프레드에게 다가가 손을 가슴에 얹고 고개를 살짝 숙였다.
"태양과 달빛이 언제나 그대를 비추기를. 알프레드 공. 이렇더라도 아이스랜드의 조촐함은 숨길 수 없으니 없는 형편에 굳이 이렇게 준비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몇 번이나 사양하지 않았습니까?"
"큼, 흠. 이번 겨울에도 무사해서 다행이로군. 네파네크. 그래서 환영식은 최소화했으니 이 정도는 참게."
아주 잠깐이지만 카렘은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알프레드의 이마에 혈관이 뚜렷하게 올라왔었다.
네파네크도 이를 봤는지 빙글빙글 웃고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뭔가뭔가 떠오르는 것 같은데. 구체적으로는 상대를 열 받게 하는 걸 좋아하는 네글자-
이내 환영식이 시작되었기에 카렘은 생각을 접었다.
***자료첨부***
-엠파나다-
챗GPT가 그려준 그림입니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