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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기 시작해 옵시디언베리의 우중충한 구름 사이로 주황빛이 감돌자 항구와 도시의 굴뚝에서 점차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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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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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는 바다도 혹독하기 마련. 그동안 조용했던 옵시디언베리의 항구는 날씨가 풀리자 외부인이 출입하기 시작했고 항구는 잠시 잃었던 활기를 되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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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본격적인 시동이 걸리기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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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이 이끄는 대규모 인원이 도시로 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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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가 미흡했던 몇몇은 갑자기 쏟아지는 손님들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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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대를 불문하고 언제나 소식을 먼저 손에 넣는 사람이 있기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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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으로 이를 이용해 손님을 잔뜩 끌어모으는 이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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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시디언베리의 고급 여관과 주점이 그 대표적인 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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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의 방문 소식을 다방면으로 한발 먼저 입수하고 미리 대비한 이들은 자신들의 업장에 귀빈들을 유치하기 위해 각축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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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할한 계획을 위한 뇌물은 기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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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 정보 유포, 배신, 직원 뒷거래 및 헤드헌팅, 상대 구역에 사보타주, 식료품 절도에 이르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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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한 이들은 그들의 목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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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한 이들은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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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작은 승리와 패배가 갈렸지만 그중에서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1등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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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보다 빨리 도시 위원장을 매수해 다른 경쟁자들의 간섭을 뿌리치고 공작 본인을 유치하는 데 성공한 아이스랜드의 수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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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을 유치했다고 당연히 공작만 묵는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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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과 함께 온 두 아들은 물론 공작 본인과 아들들의 전속 수행원들에 이르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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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하나같이 중요한 손님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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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손님 대접에 소홀히 할 수는 없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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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시디언베리의 직원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접객에 최선을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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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과 객실의 손님들의 고성이 여관의 벽을 뚫고 오가고 있을 때, 캐서린의 객실은 달그락거리는 식기 움직이는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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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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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과 함께 온 고드윈은 자신과 윌리엄 몫의 선물이라는 듯 큼지막한 통 연어구이와 각종 빵으로 가득한 바구니를 들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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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가 이를 받아 테이블을 세팅하고 각자 음식을 그릇에 덜며 잔에 물을 채울 때까지만 해도 이런저런 담소가 오가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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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분위기는 부야베스의 건더기와 국물이 입에 들어가고 나서 수도꼭지를 잠그듯이 반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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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럴 수밖에 없다고 빅토르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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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야베스가 어떤 음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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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료의 종류와 품질에 따라 격이 극과 극인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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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생제토의 어부들의 한 끼가 될 수도, 궁정 귀족의 만찬 일부가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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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보물게를 사용한 부야베스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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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가 나긴 했지만 설마하니 한 마리가 통째로 다 들어갔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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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만으로 따지자면 공작도 한 수 접어줘야 할 빅토르조차 평생 이런 물건을 이런 자리에서 본 적이 없었다. 귀족의 파티에서나 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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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바닷가라고는 하지만 에우로파 대륙의 촌구석에서 볼 수 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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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한 마리가 통째. 카렘. 대체 이걸 어떻게 구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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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물전 주인이 몰래 부르던데요. 난데없이 상대 귀족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해서 처치 곤란하게 됐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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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런 거였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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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빅토르는 혼자서 납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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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에 담긴 육수에 잠긴 조개와 생선을 툭툭 건들던 윌리엄이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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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르. 뭐가 그런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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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이건 밀수품이었을 겁니다. 밀수에 계약이 파토나는 건 자주 있는 일이라지만 저도 보물게 밀수가 파토난 건 또 처음 보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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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밀수품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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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입니다. 도련님. 당장 이걸 베르생제토까지만 가져가더라도 일반인은 평생 돈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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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린 맛 하나도 없이 바다를 가득 품은 탄력있는 게살을 음미하던 카렘이 퍼뜩 고개를 들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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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이 대체 얼마나 뛰길래 평생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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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이후로 알아보지는 않았지만, 그때 세르비아누스에서는 같은 무게의 금과 같은 값으로 거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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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눈이 튀어나오는 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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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작 질문자인 윌리엄은 입을 비쭉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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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린내 나는 이게 뭐가 그렇게 좋은지 모르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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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도련님도 대구는 드셨지 않으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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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비린내가 나서 못 먹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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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는 게 일상이었던 전대 주군 시절이었으면 큰일 나셨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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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할아버지는 여기 없잖아. 저기 위쪽에 계시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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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식하는 버릇을 이번에야말로 고치겠다는 듯 빅토르와 윌리엄이 투닥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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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타니타스님. 굶는 게 일상이었다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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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거 아니다. 아이스랜드 전역이 풍족하진 않더라도 굶지 않게 된 건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 흉년엔 귀족도 흑빵을 먹을 정도로 궁핍했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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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주는 메리가 내미는 부야베스 국물에 찍은 빵조각을 먹으며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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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질소 비료의 기적이 나타나기 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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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사람이 굶는 건 흔한 일이었고 그건 세상 전체를 먹여 살릴 기술력을 확보한 현대의 지구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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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시대상이 현대와는 까마득한 중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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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척박함을 몸으로 느낀 아이스랜드는 솔직히 작물이 풍요롭게 자랄 수 있는 여건을 전혀 갖추지 않은 환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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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마녀의 손가락 같은 이쪽 특유의 작물이 아니고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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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밀 소비량의 절반이 아도비스산이라고 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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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수입하든 농사를 짓든 약탈을 나서던 거래가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굶주림에 시달렸다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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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콜던에 오는 동안 굶주린 사람이나 거지를 본 적은 없는 것 같은데. 어딜 봐도 풍족하진 않지만 부족하지는 않은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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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중요한 계약이라는 거다. 당장 내일이라도 사절이 도착할지도 모르니 한 번이라도 더 예행연습을 하는 것이겠지. 옵시디언베리의 시장이 주군을 알현할 수 있던 것도 예행연습이 다 끝나고 나서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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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게의 집게살을 한가득 씹어 삼킨 캐서린은 당연하다는 투로 읊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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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던의 외항으로 기능하는 옵시디언베리의 가치는 매우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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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이스랜드 전체가 소비하는 빵 바구니의 절반을 채우는 나라와의 계약 갱신보다는 아무래도 급이 달릴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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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로 여기가 사라진다고 해도 급하게 아이스랜드의 다른 항구로 위치를 변경하면 된다지만, 아도비스와의 거래에 차질이 생긴다면 아이스랜드는 대번에 혼란에 빠질 것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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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윌리엄 공자님. 부야베스가 별로라는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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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게 냄새랑 비린내가 너무 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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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뭐라도 만들어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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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카렘은 아직 배가 부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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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손님이 불만족스럽다는데 가만히 앉아있기에는 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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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은 곧바로 부야베스에 관심이 쏠려 아무도 손을 대지 않고 차갑게 식어버린 연어를 손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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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뭘 하나 보고 있던 사람들도 묘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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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안 그래도 퍽퍽할 텐데 그나마 부드러운 뱃살이 아닌 등살 부분만 손질해서 가져가는 것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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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연어도 냄새나서 별로 안 좋아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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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하지 마시죠. 비린내는 아마 나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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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또 뭘 만들려는 거냐며 한 명을 제외한 나머지로부터의 또냐는 시선을 받은 카렘은 곧바로 주방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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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카렘은 딱히 거창한 것을 만들 생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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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주방에 남아있는 재료들만으로 어린애가 좋아하는 것을 만들기에는 충분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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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마요네즈를 만들 달걀이 없었기에 숙소의 복도에서 대기하고 있는 직원에게 부탁해 받은 것을 빼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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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은 그릇에 담은 연어를 포크로 갈가리 분해하고, 마요네즈를 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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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위로 셀러리, 양파, 피클을 다져 넣고 피클 국물, 소금, 후추로 간을 맞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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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상태에서 마구 휘저어 골고루 섞어주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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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참치, 아니 연어 마요네즈 샐러드는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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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도 윌리엄이 편식하는 이유는 단번에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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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카렘도 전생에 가람일 적에 같은 나이 대에는 해산물을 피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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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도 냄새 때문인 것이 윌리엄과 똑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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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는 바다의 향이라고 좋아하는 비린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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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카렘도 나이가 들면서 입맛이 바뀌어 먹을 수 있게 되었지만, 그 전에도 먹었던 해산물 요리가 참치마요, 연어마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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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완성한 연어마요를 윌리엄은 처음엔 미심쩍은 눈길로 쳐다보았지만, 이내 입에 넣자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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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린내가 하나도 없는데? 고소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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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당연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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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기 위한 양파였고, 후추였고 마요네즈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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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린내가 난다고 투덜거리긴 했지만, 배가 안 고픈 것은 또 아니었던 윌리엄은 곧바로 연어마요가 담긴 그릇을 통으로 끌어안은 채 퍼먹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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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형이 궁금해서 그런데 조금만 먹어보면 안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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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돼. 또 한 입 만이라면서 거의 다 먹어치울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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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허. 가족을 믿어야지 의심하면 안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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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요네즈 때문에 그러는 거지?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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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을 전혀 숨기지 않는 고드윈과 자신의 것을 사수하려는 윌리엄이 투덕거리는 사이, 캐서린은 메리가 내미는 음식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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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 뱃살을 조금 얹은 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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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의, 그것도 퍽퍽한 위쪽만 가져가서 뭘 만드나 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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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뱃살 쪽이 더 비린 맛이 없잖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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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에서 좋든 나쁘든 냄새가 나는 원인은 세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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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가 고였거나, 내장을 감싼 부위거나, 기름기가 많은 부위면 피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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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껍질은 죄다 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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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기름이 적은 등살만을 전부 발라 마요네즈에 버무렸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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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션 만들기와 어딘가 비슷한 면이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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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션이면, 연금술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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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동물, 식물성 성분은 기름에 녹아나는 종류가 무척 많으니까. 설마 그걸 요리에 응용할 줄 몰랐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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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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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은 요리의 모든 향과 풍미가 깃드는 근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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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모르고 기름지다고 육개장의 기름을 전부 건져 냈다가 그냥 매콤한 소고기뭇국으로 만들어버린 쓰라린 경험을 겪었던 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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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중단되었던 저녁 식사는 재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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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야베스의 양은 사람 수와 비교하면 조금 부족했지만, 남은 연어 뱃살 구이와 바구니 가득 담긴 빵 덕분에 냄비에 빈 식기와 조개, 보물게 껍데기만 남았을 즈음 모두가 배를 채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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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드윈과 윌리엄, 빅토르를 배웅한 카렘이 돌아오자 그새 캐서린은 테이블에 늘어지게 앉아 반쯤 감은 눈으로 앉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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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곤증으로 조는 건가 싶었던 카렘은 그녀의 손에 들린 양피지를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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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아니 윈터홈에서 가져온 업무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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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도로 바쁘지는 않아. 망할 영감이 도움이 되는 날이 오다니. 이건 아도비스의 사절이 도착했을 때의 일정이 적힌 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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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문단부터 알프레드를 찬양하는 문구와 함께 아도비스와 아이스랜드의 우정, 사절이 왔을 때 방문할 장소와 장소에 얽힌 역사, 그리고 일정이 뒤섞여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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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게 말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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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난방한 거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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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보통 서류란 다 이렇기 마련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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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힘드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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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 작업이란 거 다 그렇지. 원래 서류는 익숙해지면 친근한 법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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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읽혀야 하는 서류란 모름지기 깔끔해야 하기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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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방금 읽은 일정표는 서류는 아니라고 해도 객관적인 사실은 일정뿐 나머지는 모조리 주관적인, 말하자면 쓸데없는 정보들로 가득했는데, 원래 그랬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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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무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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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그걸 다르게 이해한 캐서린은 양피지를 돌돌 말아 전속 요리사의 머리를 가볍게 내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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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리면 가서 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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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그래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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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수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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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졸린 것도 사실이었으니 카렘은 숙소의 한쪽에 마련된 자신의 방에서 가볍게 세안을 마치고 곧바로 침대에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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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사의 아침은 남들보다 빨라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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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에 있을 아도비스의 사절을 맞이할 예행 연습까지 생각한다면 캐서린의 말은 틀리지도 않았으니 카렘은 곧바로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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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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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어 마요네즈 샐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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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가 그려준 그림입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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