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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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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기 시작해 옵시디언베리의 우중충한 구름 사이로 주황빛이 감돌자 항구와 도시의 굴뚝에서 점차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연기.
겨울에는 바다도 혹독하기 마련. 그동안 조용했던 옵시디언베리의 항구는 날씨가 풀리자 외부인이 출입하기 시작했고 항구는 잠시 잃었던 활기를 되찾아갔다.
하지만 본격적인 시동이 걸리기 전.
공작이 이끄는 대규모 인원이 도시로 진입했다.
준비가 미흡했던 몇몇은 갑자기 쏟아지는 손님들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하지만 시대를 불문하고 언제나 소식을 먼저 손에 넣는 사람이 있기 마련.
역으로 이를 이용해 손님을 잔뜩 끌어모으는 이들도 있었다.
옵시디언베리의 고급 여관과 주점이 그 대표적인 예였다.
공작의 방문 소식을 다방면으로 한발 먼저 입수하고 미리 대비한 이들은 자신들의 업장에 귀빈들을 유치하기 위해 각축을 벌였다.
원할한 계획을 위한 뇌물은 기본.
허위 정보 유포, 배신, 직원 뒷거래 및 헤드헌팅, 상대 구역에 사보타주, 식료품 절도에 이르기까지.
승리한 이들은 그들의 목표를.
패배한 이들은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었다.
크고 작은 승리와 패배가 갈렸지만 그중에서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1등은 있었다.
누구보다 빨리 도시 위원장을 매수해 다른 경쟁자들의 간섭을 뿌리치고 공작 본인을 유치하는 데 성공한 아이스랜드의 수평선.
공작을 유치했다고 당연히 공작만 묵는 것이 아니었다.
공작과 함께 온 두 아들은 물론 공작 본인과 아들들의 전속 수행원들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하나같이 중요한 손님들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손님 대접에 소홀히 할 수는 없는 법.
옵시디언베리의 직원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접객에 최선을 다했다.
식당과 객실의 손님들의 고성이 여관의 벽을 뚫고 오가고 있을 때, 캐서린의 객실은 달그락거리는 식기 움직이는 소리만이 울려 퍼졌다.
물론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었다.
캐서린과 함께 온 고드윈은 자신과 윌리엄 몫의 선물이라는 듯 큼지막한 통 연어구이와 각종 빵으로 가득한 바구니를 들고 왔다.
메리가 이를 받아 테이블을 세팅하고 각자 음식을 그릇에 덜며 잔에 물을 채울 때까지만 해도 이런저런 담소가 오가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분위기는 부야베스의 건더기와 국물이 입에 들어가고 나서 수도꼭지를 잠그듯이 반전했다.
그리고 그럴 수밖에 없다고 빅토르는 생각했다.
부야베스가 어떤 음식인가.
재료의 종류와 품질에 따라 격이 극과 극인 요리
베르생제토의 어부들의 한 끼가 될 수도, 궁정 귀족의 만찬 일부가 될 수도.
그런데 보물게를 사용한 부야베스라니.
냄새가 나긴 했지만 설마하니 한 마리가 통째로 다 들어갔을 줄이야.
경험만으로 따지자면 공작도 한 수 접어줘야 할 빅토르조차 평생 이런 물건을 이런 자리에서 본 적이 없었다. 귀족의 파티에서나 봤지.
설마 바닷가라고는 하지만 에우로파 대륙의 촌구석에서 볼 수 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하, 한 마리가 통째. 카렘. 대체 이걸 어떻게 구했지?"
"어물전 주인이 몰래 부르던데요. 난데없이 상대 귀족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해서 처치 곤란하게 됐다고."
"아, 그런 거였군."
그리고 빅토르는 혼자서 납득했다.
그릇에 담긴 육수에 잠긴 조개와 생선을 툭툭 건들던 윌리엄이 고개를 돌렸다.
"빅토르. 뭐가 그런 거야?"
"아마 이건 밀수품이었을 겁니다. 밀수에 계약이 파토나는 건 자주 있는 일이라지만 저도 보물게 밀수가 파토난 건 또 처음 보는군요."
"이게 밀수품이라고?"
"물론입니다. 도련님. 당장 이걸 베르생제토까지만 가져가더라도 일반인은 평생 돈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겁니다."
비린 맛 하나도 없이 바다를 가득 품은 탄력있는 게살을 음미하던 카렘이 퍼뜩 고개를 들고 물었다.
"값이 대체 얼마나 뛰길래 평생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겁니까?"
"10년 전 이후로 알아보지는 않았지만, 그때 세르비아누스에서는 같은 무게의 금과 같은 값으로 거래됐다."
그야말로 눈이 튀어나오는 가격.
하지만 정작 질문자인 윌리엄은 입을 비쭉 내밀었다.
"비린내 나는 이게 뭐가 그렇게 좋은지 모르겠는데."
"윌리엄 도련님도 대구는 드셨지 않으셨습니까?"
"이것도 비린내가 나서 못 먹겠는데."
"굶는 게 일상이었던 전대 주군 시절이었으면 큰일 나셨을 겁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여기 없잖아. 저기 위쪽에 계시잖아."
편식하는 버릇을 이번에야말로 고치겠다는 듯 빅토르와 윌리엄이 투닥거렸다.
"아타니타스님. 굶는 게 일상이었다니요?"
"별거 아니다. 아이스랜드 전역이 풍족하진 않더라도 굶지 않게 된 건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 흉년엔 귀족도 흑빵을 먹을 정도로 궁핍했다지."
고용주는 메리가 내미는 부야베스 국물에 찍은 빵조각을 먹으며 답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질소 비료의 기적이 나타나기 이전.
불과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사람이 굶는 건 흔한 일이었고 그건 세상 전체를 먹여 살릴 기술력을 확보한 현대의 지구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시대상이 현대와는 까마득한 중세.
심지어 척박함을 몸으로 느낀 아이스랜드는 솔직히 작물이 풍요롭게 자랄 수 있는 여건을 전혀 갖추지 않은 환경이었다.
붉은 마녀의 손가락 같은 이쪽 특유의 작물이 아니고서야.
그러고 보니 밀 소비량의 절반이 아도비스산이라고 했었지.
그렇다면 수입하든 농사를 짓든 약탈을 나서던 거래가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굶주림에 시달렸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콜던에 오는 동안 굶주린 사람이나 거지를 본 적은 없는 것 같은데. 어딜 봐도 풍족하진 않지만 부족하지는 않은 모습이었다.
"그만큼 중요한 계약이라는 거다. 당장 내일이라도 사절이 도착할지도 모르니 한 번이라도 더 예행연습을 하는 것이겠지. 옵시디언베리의 시장이 주군을 알현할 수 있던 것도 예행연습이 다 끝나고 나서였으니까."
보물게의 집게살을 한가득 씹어 삼킨 캐서린은 당연하다는 투로 읊조렸다.
콜던의 외항으로 기능하는 옵시디언베리의 가치는 매우 중요했다.
하지만 아이스랜드 전체가 소비하는 빵 바구니의 절반을 채우는 나라와의 계약 갱신보다는 아무래도 급이 달릴 수밖에.
막말로 여기가 사라진다고 해도 급하게 아이스랜드의 다른 항구로 위치를 변경하면 된다지만, 아도비스와의 거래에 차질이 생긴다면 아이스랜드는 대번에 혼란에 빠질 것이 분명했다.
"아무튼, 윌리엄 공자님. 부야베스가 별로라는 말입니까?"
"응. 게 냄새랑 비린내가 너무 심해!"
"그렇다면 뭐라도 만들어야겠군요."
물론 카렘은 아직 배가 부르지 않았다.
하지만 손님이 불만족스럽다는데 가만히 앉아있기에는 뭐했다.
카렘은 곧바로 부야베스에 관심이 쏠려 아무도 손을 대지 않고 차갑게 식어버린 연어를 손질했다.
처음에는 뭘 하나 보고 있던 사람들도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야 안 그래도 퍽퍽할 텐데 그나마 부드러운 뱃살이 아닌 등살 부분만 손질해서 가져가는 것이 아닌가?
"나 연어도 냄새나서 별로 안 좋아하는데."
"걱정하지 마시죠. 비린내는 아마 나지 않을 겁니다."
대체 또 뭘 만들려는 거냐며 한 명을 제외한 나머지로부터의 또냐는 시선을 받은 카렘은 곧바로 주방으로 향했다.
하지만 카렘은 딱히 거창한 것을 만들 생각은 없었다.
지금 주방에 남아있는 재료들만으로 어린애가 좋아하는 것을 만들기에는 충분했으니까.
다만 마요네즈를 만들 달걀이 없었기에 숙소의 복도에서 대기하고 있는 직원에게 부탁해 받은 것을 빼고는.
카렘은 그릇에 담은 연어를 포크로 갈가리 분해하고, 마요네즈를 투입.
그 위로 셀러리, 양파, 피클을 다져 넣고 피클 국물, 소금, 후추로 간을 맞췄다.
이 상태에서 마구 휘저어 골고루 섞어주면 끝.
이른바 참치, 아니 연어 마요네즈 샐러드는 완성.
카렘도 윌리엄이 편식하는 이유는 단번에 알 수 있었다.
그야 카렘도 전생에 가람일 적에 같은 나이 대에는 해산물을 피했으니까.
이유도 냄새 때문인 것이 윌리엄과 똑같았다.
누구는 바다의 향이라고 좋아하는 비린내.
물론 카렘도 나이가 들면서 입맛이 바뀌어 먹을 수 있게 되었지만, 그 전에도 먹었던 해산물 요리가 참치마요, 연어마요였다.
그렇게 완성한 연어마요를 윌리엄은 처음엔 미심쩍은 눈길로 쳐다보았지만, 이내 입에 넣자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비린내가 하나도 없는데? 고소해."
"그야 당연하지요."
그러기 위한 양파였고, 후추였고 마요네즈였으니까.
비린내가 난다고 투덜거리긴 했지만, 배가 안 고픈 것은 또 아니었던 윌리엄은 곧바로 연어마요가 담긴 그릇을 통으로 끌어안은 채 퍼먹기 시작했다.
"윌리엄. 형이 궁금해서 그런데 조금만 먹어보면 안 될까?"
"안돼. 또 한 입 만이라면서 거의 다 먹어치울 거잖아."
"어허. 가족을 믿어야지 의심하면 안 되지."
"마요네즈 때문에 그러는 거지? 싫어!"
욕심을 전혀 숨기지 않는 고드윈과 자신의 것을 사수하려는 윌리엄이 투덕거리는 사이, 캐서린은 메리가 내미는 음식을 먹었다.
연어 뱃살을 조금 얹은 빵이었다.
"연어의, 그것도 퍽퍽한 위쪽만 가져가서 뭘 만드나 했더니."
"아무래도 뱃살 쪽이 더 비린 맛이 없잖아 있으니까요."
고기에서 좋든 나쁘든 냄새가 나는 원인은 세 가지.
피가 고였거나, 내장을 감싼 부위거나, 기름기가 많은 부위면 피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껍질은 죄다 배제.
비교적 기름이 적은 등살만을 전부 발라 마요네즈에 버무렸을 뿐.
"포션 만들기와 어딘가 비슷한 면이 있구나."
"포션이면, 연금술이요?"
"그래. 동물, 식물성 성분은 기름에 녹아나는 종류가 무척 많으니까. 설마 그걸 요리에 응용할 줄 몰랐지만."
그야 당연했다.
기름은 요리의 모든 향과 풍미가 깃드는 근원.
이걸 모르고 기름지다고 육개장의 기름을 전부 건져 냈다가 그냥 매콤한 소고기뭇국으로 만들어버린 쓰라린 경험을 겪었던 적이 있었다.
잠시 중단되었던 저녁 식사는 재개되었다.
부야베스의 양은 사람 수와 비교하면 조금 부족했지만, 남은 연어 뱃살 구이와 바구니 가득 담긴 빵 덕분에 냄비에 빈 식기와 조개, 보물게 껍데기만 남았을 즈음 모두가 배를 채울 수 있었다.
*
*
*
고드윈과 윌리엄, 빅토르를 배웅한 카렘이 돌아오자 그새 캐서린은 테이블에 늘어지게 앉아 반쯤 감은 눈으로 앉아있었다.
식곤증으로 조는 건가 싶었던 카렘은 그녀의 손에 들린 양피지를 볼 수 있었다.
"편지, 아니 윈터홈에서 가져온 업무입니까?"
"그 정도로 바쁘지는 않아. 망할 영감이 도움이 되는 날이 오다니. 이건 아도비스의 사절이 도착했을 때의 일정이 적힌 종이다."
첫 문단부터 알프레드를 찬양하는 문구와 함께 아도비스와 아이스랜드의 우정, 사절이 왔을 때 방문할 장소와 장소에 얽힌 역사, 그리고 일정이 뒤섞여 적혀 있었다.
솔직하게 말해서.
"중구난방한 거 같은데요."
"음? 보통 서류란 다 이렇기 마련이지."
"읽기 힘드시겠습니다."
"서류 작업이란 거 다 그렇지. 원래 서류는 익숙해지면 친근한 법이야."
누군가에게 읽혀야 하는 서류란 모름지기 깔끔해야 하기 마련.
하지만 방금 읽은 일정표는 서류는 아니라고 해도 객관적인 사실은 일정뿐 나머지는 모조리 주관적인, 말하자면 쓸데없는 정보들로 가득했는데, 원래 그랬다니.
도무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다만 그걸 다르게 이해한 캐서린은 양피지를 돌돌 말아 전속 요리사의 머리를 가볍게 내려쳤다.
"졸리면 가서 자라."
"아무래도 그래야겠습니다."
"그래. 수고했다."
어쨌든 졸린 것도 사실이었으니 카렘은 숙소의 한쪽에 마련된 자신의 방에서 가볍게 세안을 마치고 곧바로 침대에 누웠다.
요리사의 아침은 남들보다 빨라야 했다.
그 뒤에 있을 아도비스의 사절을 맞이할 예행 연습까지 생각한다면 캐서린의 말은 틀리지도 않았으니 카렘은 곧바로 눈을 감았다.
***자료첨부***
-연어 마요네즈 샐러드-
챗GPT가 그려준 그림입니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