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79 lines
12 KiB
Markdown
279 lines
12 KiB
Markdown
|
|
자의로든, 타의로든 사람이 모여 무리를 이루면 무리를 이끄는 대장이 있는 법.
|
|
|
|
윈터홈의 식탁을 책임지는 총주방장 지그메서가 전자.
|
|
|
|
윈터홈의 시종과 시녀, 펠윈터령의 사제들을 대표하며 이끄는 아이오나 장로를 후자의 예로 들 수 있었다.
|
|
|
|
그동안 펠윈터 가문에 전속으로 고용된 마법사가 하나뿐이었기에 따로 대표를 두지는 않았지만, 이제 둘 뿐이긴 하지만 수가 늘어난 상황.
|
|
|
|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수가 늘면 늘었지 줄어들 일은 없었다.
|
|
|
|
지금부터 교통정리를 할 필요가 있었다.
|
|
|
|
하지만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말처럼.
|
|
|
|
한 단체를 대표하는 책임자의 위치는 귀찮기 짝이 없는 법.
|
|
|
|
물론 아이스랜드에서 가장 막강한 귀족의 전속 마법사를 대표하는 최고 마법 고문은 그만큼 강력한 권한을 지니기 마련.
|
|
|
|
보통 마법사는 받지 못해서 안달이 난 자리지만 적어도 캐서린은 아니었다.
|
|
|
|
정치적인 문제는 기본으로 본격적으로 성과 탑에서 벌어질 펠윈터 가문의 대소사와 앞으로 들어오게 될 마법사들의 뒷수습까지.
|
|
|
|
급이 달려 어쩔 수 없이 맡게 된다면 모를까.
|
|
|
|
마침 나이와 경력도 자신보다 한 수 위인 올리비에가 찾아왔으니 캐서린은 곧바로 이 귀찮은 일을 떠넘겨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
|
|
|
하지만, 본디 내가 한 생각은 다른 누군가도 할 수 있는 법.
|
|
|
|
올리비에의 행동은 그녀보다 빨랐다.
|
|
|
|
아니, 이미 진작에 끝난 지 오래였다.
|
|
|
|
"망할 영감탱이! 엉덩이는 무거운 주제에 귀찮은 일을 이렇게 떠넘기다니!"
|
|
|
|
"그렇다고 임명된 사실이 사라지는 건 아니니 진정하시는 게 어떠신지?"
|
|
|
|
라고 카렘은 예의상으로 일단 말은 꺼냈다.
|
|
|
|
이미 오늘 아침부터 몇 차례나 반복된 일이었지만.
|
|
|
|
카렘은 고용주의 울분을 배경음 삼아 창밖을 바라보았다.
|
|
|
|
겨울은 진작에 끝나 하늘은 맑고, 추위는 아직 가시지 않았지만, 전에 비하면 따뜻-한 일은 없었다.
|
|
|
|
하늘에서 펑펑 쏟아지던 눈이 줄어들며 겨울이 끝나기는 했다.
|
|
|
|
하지만 해가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아침과 오후 사이의 정오뿐.
|
|
|
|
그 외에는 먹구름도, 그냥 구름도 아닌 우중충한 구름이 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
|
|
|
그리고 무엇보다.
|
|
|
|
쏴아아아-
|
|
|
|
눈이 물러가자 어림도 없다는 듯이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
|
|
|
차라리 폭우였다면 나았을 것이다.
|
|
|
|
하지만 정작 내리는 것은 부슬비였다.
|
|
|
|
본래는 내려도 그만, 안 내려도 그만인 고만고만한 날씨.
|
|
|
|
하지만 봄이 되어 녹기 시작한 눈과 우중충한 하늘, 하루에 간혹 뜨는 햇빛이 더해지자 한여름의 장마철과도 같은 무겁기 짝이 없는 습기가 콜던 전체를 뒤덮기 시작했다.
|
|
|
|
킹스랜드도 습기가 차긴 했지만, 아이스랜드는 그보다도 더했다.
|
|
|
|
다행히 실내에는 무슨 조치가 취해졌는지 바깥만큼은 아니었다.
|
|
|
|
하지만 그래도 습기를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었다.
|
|
|
|
날씨가 꿉꿉하다고 일을 안 할 수는 없었으니 카렘은 곧바로 가벼운 식사를 준비했다.
|
|
|
|
마침 비도 오고 필수 재료도 있겠다.
|
|
|
|
소량의 밀가루와 소금간을 해서 버무린 쪽파를 기름을 두른 팬에 일렬로 늘어놓고 각종 고명을 얹는다.
|
|
|
|
그 위로 푼 달걀을 덮어 기름에 반쯤 튀기듯이 양면을 골고루 노릇노릇하게 구운 파전을 여러 장 부쳐 내놓았다.
|
|
|
|
겉보기엔 동래 파전이지만, 동래 파전과는 영 거리가 먼 물건이었다.
|
|
|
|
우선 해물을 대신해 돼지 목살을 넣었고, 찹쌀가루도 없어 그냥 밀가루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
|
|
|
하지만 카렘은 결과물에 그런대로 만족했다.
|
|
|
|
파전에 들어간 큼지막한 돼지고기가 만든 굴곡과 구멍을 통해 기름이 흐르며 반죽과 달걀이 튀겨지듯이 구워져 전체적으로 바삭바삭했다.
|
|
|
|
비록 양념간장은 없었지만, 식초와 다진 쪽파, 후추, 다진 불마손을 극소량 첨가해 섞어 소스를 만들자 그런대로 대용품이 될 만했다.
|
|
|
|
카렘의 행실을 가만히 보고 있던 두 마법사가 대경실색하는 것은 당연했다.
|
|
|
|
무슨 놈의 요리에 향신료가 본 달걀, 고기보다 많이 들어가는지.
|
|
|
|
게다가 웬 독초를 섞은 소스냐고 기겁하던 올리비에도 이젠 해탈의 경지에 오른 캐서린을 따라 땀을 조금씩 흘려가며 먹고 있었다.
|
|
|
|
"후우, 불마손이 들어가서 조금 화끈거리지만, 이 정도는 괜찮은데."
|
|
|
|
"그나저나 불마손이 독초가 아니라니. 그것참 신통한 일이로구나. 오히려 이 자극 때문에 힘이 더 솟는 기분이야."
|
|
|
|
"영감탱이. 그 나이를 먹고 솟을 기운은 있고?"
|
|
|
|
"이 두 다리로 대륙을 가로질러 여기까지 왔는데. 당연하지."
|
|
|
|
평소에도 언어와 소규모의 마법으로 작은 전쟁을 벌이는 두 사람이 식사 자리에서만큼은 설전만 벌이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
|
|
전쟁은 주로 먼저 발끈하는 캐서린, 그리고 이를 재밌다며 맞받아치는 올리비에에 의해서 시작했다.
|
|
|
|
결국, 카렘이 식사의 평화를 이유로 들고 협박에 가까운 애원을 하고 나서야 잦아들 수 있었다.
|
|
|
|
아무렴 위대한 마법사라도 먹고는 살아야 하는 법.
|
|
|
|
물론 고작 식사? 라고는 하지만, 이미 캐서린은 위장을 단단히 붙잡혔기에 분하지만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
|
|
|
그 분한 마음도 간식 시간을 거치고 나서야 사라졌으니 부정할 수조차 없었다.
|
|
|
|
짧게나마 두 마법사의 분쟁으로 더 많아진 일거리에 행복해하던 메리가 불만을 가졌던 것이 전부였다.
|
|
|
|
'그나저나 불마손을 고작 손톱만큼 다져 넣었다고 저렇게 땀을 뻘뻘 흘리는 것도 영...역시 뭔가 효과가 있는 건가?'
|
|
|
|
그러고보니 만지기만 해도 피부로 맵기가 느껴져 화끈거릴 정도니 나름? 그런데 그게 피부로 느껴질 정도면 세상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닌데?
|
|
|
|
카렘이 고민에 빠진 사이 접시를 비운 올리비에가 포크를 내려놓았다.
|
|
|
|
"후, 불마손이 죽지는 않는다고 알았지만 설마하니 독초가 아니라 향신료였고, 또 이런 맛을 낼 줄 줄이야."
|
|
|
|
"마음에는 좀 드셨습니까?"
|
|
|
|
"그래. 오히려 늙은 뼈마디에 열이 올라서 좋군."
|
|
|
|
올리비에는 태연히 수염을 쓰다듬었지만, 진심으로 놀라고 있었다.
|
|
|
|
아무렴 그 또한 마법사로 다양한 요리를 접했다.
|
|
|
|
그중에는 카렘이 내온 것보다 섬세하고 맛있는 요리들도 있었다.
|
|
|
|
아무렴 그가 살아온 세월은 캐서린보다는 길었으니까.
|
|
|
|
대체 누가 향신료로 팬케이크를 할 생각을 할까.
|
|
|
|
게다가 소량이지만 소스에 독초를 첨가하다니?
|
|
|
|
물론 이젠 독초가 아니라고는 한다지만, 그동안 겪었던 상식이 하나 뒤바뀌는 충격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
|
|
|
게다가 그것들이 맛있기까지!
|
|
|
|
"늙어서 그런지 담백한 것을 위주로 찾았는데. 이런 매콤함과 자극이라면 느끼한 것도 얼마든지 먹을 수 있겠어."
|
|
|
|
"어, 느끼하셨습니까?"
|
|
|
|
"빈말로 안 느끼했다고는 하지 못하겠군."
|
|
|
|
하긴 그럴 만도 하지.
|
|
|
|
카렘은 자고로 전이란 바삭함이 생명이라 생각했다.
|
|
|
|
이를 위해 팬에 기름을 전이 반쯤 잠기다시피 넣고 기름에 튀기듯이 구웠으니 기름을 짜낸다면 그 양이 상상 이상일 것은 분명했다.
|
|
|
|
기름을 마음껏 쓸 수 있는 환경이었기에 부릴 수 있었던 사치라고나 할까.
|
|
|
|
하지만 역시나 사람은 하나를 만족하면 둘을 원하는 법.
|
|
|
|
카렘은 여전히 제대로 된 파전을 만들지 못해서 아쉬웠을 따름이었다.
|
|
|
|
원래 파전이란 해물을 잔뜩 넣고 씹혀야 했다.
|
|
|
|
하지만 카렘은 윈터홈에서 새우나 오징어, 혹은 그와 비슷한 생물을 보지 못했다.
|
|
|
|
하다못해 생선, 조개를 써볼까 했지만, 최근에 들어온 적은 없었다.
|
|
|
|
없다면 어쩔 수 없지만, 카렘은 아쉬울 따름이었다.
|
|
|
|
"이봐. 꼬마. 또 뭐가 그렇게 불만인 거냐?"
|
|
|
|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냥 맛있게들 드셔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
|
|
|
"흐응, 그나저나 매일 오늘 같았으면 좋겠군."
|
|
|
|
대단히 만족한 캐서린은 메리가 접시를 치우는 사이 매콤함이 묻어나오는 땀을 닦았다.
|
|
|
|
겨울, 정확히는 윈터센드가 끝나기 전까지 일에 치였던 것과는 다르게 이후는 이전과 비교하자면 여유롭기 짝이 없었다.
|
|
|
|
그마저도 올리비에가 합류하자 일이 반으로 줄어든 상황.
|
|
|
|
다른 건 다 마음에 안 들어도 그거 하나만큼은 마음에 든 캐서린이었다.
|
|
|
|
"그래서, 후식은 뭐지?"
|
|
|
|
"후식이요? 그렇게나 많이 드셔 놓고 말입니까?"
|
|
|
|
"그야 당연하지. 매콤 시큼한 것을 먹었으니 더더욱!"
|
|
|
|
물론 카렘도 그 심정을 알고는 있었다.
|
|
|
|
자극적인 맛에 놀란 혀를 진정시키는 데 달콤한 후식만큼이나 유혹적인 것은 없었으니까.
|
|
|
|
"그렇지만 그렇게나 드셔 놓고서 말입니까?"
|
|
|
|
"꼬마야. 내가 항상 뭐라고 했지?"
|
|
|
|
"간식 먹을 배는 따로 존재한다고요."
|
|
|
|
그야 카렘이 맨날 듣는 말이었으니 모를 수가 없었다.
|
|
|
|
다만 그저 저 조막만 한 몸에 그 많은 양의 음식에 더해 후식까지 들어간다는 것이 도무지 적응할 수 없을 뿐이었다.
|
|
|
|
아니, 대식은 그렇다고 쳐도 저렇게나 먹는데, 살이 안 찌는 건 영 말이 안 되는데. 마법? 역시나 마법인가?
|
|
|
|
"키티 녀석. 성질은 죽었지만, 고집은 여전해. 젊은이. 충고하는데 그냥 순수히 그녀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것이 좋을 걸세."
|
|
|
|
"...이이-!"
|
|
|
|
"어이쿠. 난 후식은 필요 없네."
|
|
|
|
그럼 난 일이 있어서! 올리비에는 만족스러운 반응이었다는 듯이 곧바로 식당에서 도주. 테이블을 박차고 일어선 캐서린은 오갈 데 없는 분노를 억누르며 씩씩거렸다.
|
|
|
|
그런 그녀에게 식기를 모두 정리한 메리가 다가왔다.
|
|
|
|
"계약자. 후식은 나중으로 미루셔야 할 것 같습니다."
|
|
|
|
"음? 아, 그러고 보니 주군을 뵈러 가야 하겠지. 쯧 어쩔 수 없지."
|
|
|
|
캐서린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혀를 크게 찼다.
|
|
|
|
없는 자리에선 왕도 욕한다는데 저 정도야 아무것도 아니었다.
|
|
|
|
딱히 들어서 일러바칠 사람도 없기도 하고.
|
|
|
|
"그러면 아타니타스님. 후식은-"
|
|
|
|
"갔다 와서 먹어야지!"
|
|
|
|
"당연히 그러시겠지요. 휘핑크림과 파운드 케이크를 준비하겠습니다."
|
|
|
|
다른 요리에 비해 유독 제과제빵에 자신이 없는 카렘이었지만, 그런 그에게도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것이 몇몇 있었다.
|
|
|
|
전혀 쉽게 할 수 없는 카스테라와 타르트가 그러했다.
|
|
|
|
비교적 쉽게 할 수 있는 파운드 케이크가 더더욱.
|
|
|
|
아무렴 파운드 케이크보다 간단한 제과제빵은 없었다.
|
|
|
|
밀가루와 버터, 달걀, 설탕을 전부 같은 비율로 섞은 반죽을 구워주는 것이 전부.
|
|
|
|
여타 반죽들과는 다르게 발효할 시간조차 필요 없었다.
|
|
|
|
캐서린도 충분히 만족하는지 끄덕이다가 퍼뜩 고개를 돌렸다.
|
|
|
|
"꿀은 아직 충분히 있겠지?"
|
|
|
|
"물론입니다."
|
|
|
|
그제야 캐서린은 만족한 듯 당당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
|
|
|
"카렘 후배. 제가 자리를 비운다고 설거지를 하지는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
|
|
|
"왜 그 말이 나오지 않나 했습니다."
|
|
|
|
*
|
|
|
|
*
|
|
|
|
*
|
|
|
|
그리고 캐서린이 본성에 갔다 오는 동안 이젠 후식이 아닌 간식이 되어버린 파운드 케이크를 놓고 기다리던 카렘에게 캐서린이 말했다.
|
|
|
|
"며칠 뒤에 외출해야 하니 단단히 준비하도록. 빠르면 사흘, 늦어도 일주일은 걸릴 예정이다."
|
|
|
|
"아니 이렇게 갑자기 말입니까?"
|
|
|
|
"좀 편해졌다 싶었는데 내 말이."
|
|
|
|
캐서린은 한탄했다.
|
|
|
|
***사진첨부***
|
|
|
|
-파전-
|
|
|
|
챗GPT가 그려준 그림입니닷.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