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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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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의로든, 타의로든 사람이 모여 무리를 이루면 무리를 이끄는 대장이 있는 법.

윈터홈의 식탁을 책임지는 총주방장 지그메서가 전자.

윈터홈의 시종과 시녀, 펠윈터령의 사제들을 대표하며 이끄는 아이오나 장로를 후자의 예로 들 수 있었다.

그동안 펠윈터 가문에 전속으로 고용된 마법사가 하나뿐이었기에 따로 대표를 두지는 않았지만, 이제 둘 뿐이긴 하지만 수가 늘어난 상황.

특별한 상황이 아니면 수가 늘면 늘었지 줄어들 일은 없었다.

지금부터 교통정리를 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말처럼.

한 단체를 대표하는 책임자의 위치는 귀찮기 짝이 없는 법.

물론 아이스랜드에서 가장 막강한 귀족의 전속 마법사를 대표하는 최고 마법 고문은 그만큼 강력한 권한을 지니기 마련.

보통 마법사는 받지 못해서 안달이 난 자리지만 적어도 캐서린은 아니었다.

정치적인 문제는 기본으로 본격적으로 성과 탑에서 벌어질 펠윈터 가문의 대소사와 앞으로 들어오게 될 마법사들의 뒷수습까지.

급이 달려 어쩔 수 없이 맡게 된다면 모를까.

마침 나이와 경력도 자신보다 한 수 위인 올리비에가 찾아왔으니 캐서린은 곧바로 이 귀찮은 일을 떠넘겨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본디 내가 한 생각은 다른 누군가도 할 수 있는 법.

올리비에의 행동은 그녀보다 빨랐다.

아니, 이미 진작에 끝난 지 오래였다.

"망할 영감탱이! 엉덩이는 무거운 주제에 귀찮은 일을 이렇게 떠넘기다니!"

"그렇다고 임명된 사실이 사라지는 건 아니니 진정하시는 게 어떠신지?"

라고 카렘은 예의상으로 일단 말은 꺼냈다.

이미 오늘 아침부터 몇 차례나 반복된 일이었지만.

카렘은 고용주의 울분을 배경음 삼아 창밖을 바라보았다.

겨울은 진작에 끝나 하늘은 맑고, 추위는 아직 가시지 않았지만, 전에 비하면 따뜻-한 일은 없었다.

하늘에서 펑펑 쏟아지던 눈이 줄어들며 겨울이 끝나기는 했다.

하지만 해가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아침과 오후 사이의 정오뿐.

그 외에는 먹구름도, 그냥 구름도 아닌 우중충한 구름이 하늘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쏴아아아-

눈이 물러가자 어림도 없다는 듯이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차라리 폭우였다면 나았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내리는 것은 부슬비였다.

본래는 내려도 그만, 안 내려도 그만인 고만고만한 날씨.

하지만 봄이 되어 녹기 시작한 눈과 우중충한 하늘, 하루에 간혹 뜨는 햇빛이 더해지자 한여름의 장마철과도 같은 무겁기 짝이 없는 습기가 콜던 전체를 뒤덮기 시작했다.

킹스랜드도 습기가 차긴 했지만, 아이스랜드는 그보다도 더했다.

다행히 실내에는 무슨 조치가 취해졌는지 바깥만큼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래도 습기를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었다.

날씨가 꿉꿉하다고 일을 안 할 수는 없었으니 카렘은 곧바로 가벼운 식사를 준비했다.

마침 비도 오고 필수 재료도 있겠다.

소량의 밀가루와 소금간을 해서 버무린 쪽파를 기름을 두른 팬에 일렬로 늘어놓고 각종 고명을 얹는다.

그 위로 푼 달걀을 덮어 기름에 반쯤 튀기듯이 양면을 골고루 노릇노릇하게 구운 파전을 여러 장 부쳐 내놓았다.

겉보기엔 동래 파전이지만, 동래 파전과는 영 거리가 먼 물건이었다.

우선 해물을 대신해 돼지 목살을 넣었고, 찹쌀가루도 없어 그냥 밀가루를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카렘은 결과물에 그런대로 만족했다.

파전에 들어간 큼지막한 돼지고기가 만든 굴곡과 구멍을 통해 기름이 흐르며 반죽과 달걀이 튀겨지듯이 구워져 전체적으로 바삭바삭했다.

비록 양념간장은 없었지만, 식초와 다진 쪽파, 후추, 다진 불마손을 극소량 첨가해 섞어 소스를 만들자 그런대로 대용품이 될 만했다.

카렘의 행실을 가만히 보고 있던 두 마법사가 대경실색하는 것은 당연했다.

무슨 놈의 요리에 향신료가 본 달걀, 고기보다 많이 들어가는지.

게다가 웬 독초를 섞은 소스냐고 기겁하던 올리비에도 이젠 해탈의 경지에 오른 캐서린을 따라 땀을 조금씩 흘려가며 먹고 있었다.

"후우, 불마손이 들어가서 조금 화끈거리지만, 이 정도는 괜찮은데."

"그나저나 불마손이 독초가 아니라니. 그것참 신통한 일이로구나. 오히려 이 자극 때문에 힘이 더 솟는 기분이야."

"영감탱이. 그 나이를 먹고 솟을 기운은 있고?"

"이 두 다리로 대륙을 가로질러 여기까지 왔는데. 당연하지."

평소에도 언어와 소규모의 마법으로 작은 전쟁을 벌이는 두 사람이 식사 자리에서만큼은 설전만 벌이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전쟁은 주로 먼저 발끈하는 캐서린, 그리고 이를 재밌다며 맞받아치는 올리비에에 의해서 시작했다.

결국, 카렘이 식사의 평화를 이유로 들고 협박에 가까운 애원을 하고 나서야 잦아들 수 있었다.

아무렴 위대한 마법사라도 먹고는 살아야 하는 법.

물론 고작 식사? 라고는 하지만, 이미 캐서린은 위장을 단단히 붙잡혔기에 분하지만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그 분한 마음도 간식 시간을 거치고 나서야 사라졌으니 부정할 수조차 없었다.

짧게나마 두 마법사의 분쟁으로 더 많아진 일거리에 행복해하던 메리가 불만을 가졌던 것이 전부였다.

'그나저나 불마손을 고작 손톱만큼 다져 넣었다고 저렇게 땀을 뻘뻘 흘리는 것도 영...역시 뭔가 효과가 있는 건가?'

그러고보니 만지기만 해도 피부로 맵기가 느껴져 화끈거릴 정도니 나름? 그런데 그게 피부로 느껴질 정도면 세상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닌데?

카렘이 고민에 빠진 사이 접시를 비운 올리비에가 포크를 내려놓았다.

"후, 불마손이 죽지는 않는다고 알았지만 설마하니 독초가 아니라 향신료였고, 또 이런 맛을 낼 줄 줄이야."

"마음에는 좀 드셨습니까?"

"그래. 오히려 늙은 뼈마디에 열이 올라서 좋군."

올리비에는 태연히 수염을 쓰다듬었지만, 진심으로 놀라고 있었다.

아무렴 그 또한 마법사로 다양한 요리를 접했다.

그중에는 카렘이 내온 것보다 섬세하고 맛있는 요리들도 있었다.

아무렴 그가 살아온 세월은 캐서린보다는 길었으니까.

대체 누가 향신료로 팬케이크를 할 생각을 할까.

게다가 소량이지만 소스에 독초를 첨가하다니?

물론 이젠 독초가 아니라고는 한다지만, 그동안 겪었던 상식이 하나 뒤바뀌는 충격은 상상 그 이상이었다.

게다가 그것들이 맛있기까지!

"늙어서 그런지 담백한 것을 위주로 찾았는데. 이런 매콤함과 자극이라면 느끼한 것도 얼마든지 먹을 수 있겠어."

"어, 느끼하셨습니까?"

"빈말로 안 느끼했다고는 하지 못하겠군."

하긴 그럴 만도 하지.

카렘은 자고로 전이란 바삭함이 생명이라 생각했다.

이를 위해 팬에 기름을 전이 반쯤 잠기다시피 넣고 기름에 튀기듯이 구웠으니 기름을 짜낸다면 그 양이 상상 이상일 것은 분명했다.

기름을 마음껏 쓸 수 있는 환경이었기에 부릴 수 있었던 사치라고나 할까.

하지만 역시나 사람은 하나를 만족하면 둘을 원하는 법.

카렘은 여전히 제대로 된 파전을 만들지 못해서 아쉬웠을 따름이었다.

원래 파전이란 해물을 잔뜩 넣고 씹혀야 했다.

하지만 카렘은 윈터홈에서 새우나 오징어, 혹은 그와 비슷한 생물을 보지 못했다.

하다못해 생선, 조개를 써볼까 했지만, 최근에 들어온 적은 없었다.

없다면 어쩔 수 없지만, 카렘은 아쉬울 따름이었다.

"이봐. 꼬마. 또 뭐가 그렇게 불만인 거냐?"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냥 맛있게들 드셔서 다행이라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흐응, 그나저나 매일 오늘 같았으면 좋겠군."

대단히 만족한 캐서린은 메리가 접시를 치우는 사이 매콤함이 묻어나오는 땀을 닦았다.

겨울, 정확히는 윈터센드가 끝나기 전까지 일에 치였던 것과는 다르게 이후는 이전과 비교하자면 여유롭기 짝이 없었다.

그마저도 올리비에가 합류하자 일이 반으로 줄어든 상황.

다른 건 다 마음에 안 들어도 그거 하나만큼은 마음에 든 캐서린이었다.

"그래서, 후식은 뭐지?"

"후식이요? 그렇게나 많이 드셔 놓고 말입니까?"

"그야 당연하지. 매콤 시큼한 것을 먹었으니 더더욱!"

물론 카렘도 그 심정을 알고는 있었다.

자극적인 맛에 놀란 혀를 진정시키는 데 달콤한 후식만큼이나 유혹적인 것은 없었으니까.

"그렇지만 그렇게나 드셔 놓고서 말입니까?"

"꼬마야. 내가 항상 뭐라고 했지?"

"간식 먹을 배는 따로 존재한다고요."

그야 카렘이 맨날 듣는 말이었으니 모를 수가 없었다.

다만 그저 저 조막만 한 몸에 그 많은 양의 음식에 더해 후식까지 들어간다는 것이 도무지 적응할 수 없을 뿐이었다.

아니, 대식은 그렇다고 쳐도 저렇게나 먹는데, 살이 안 찌는 건 영 말이 안 되는데. 마법? 역시나 마법인가?

"키티 녀석. 성질은 죽었지만, 고집은 여전해. 젊은이. 충고하는데 그냥 순수히 그녀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것이 좋을 걸세."

"...이이-!"

"어이쿠. 난 후식은 필요 없네."

그럼 난 일이 있어서! 올리비에는 만족스러운 반응이었다는 듯이 곧바로 식당에서 도주. 테이블을 박차고 일어선 캐서린은 오갈 데 없는 분노를 억누르며 씩씩거렸다.

그런 그녀에게 식기를 모두 정리한 메리가 다가왔다.

"계약자. 후식은 나중으로 미루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음? 아, 그러고 보니 주군을 뵈러 가야 하겠지. 쯧 어쩔 수 없지."

캐서린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혀를 크게 찼다.

없는 자리에선 왕도 욕한다는데 저 정도야 아무것도 아니었다.

딱히 들어서 일러바칠 사람도 없기도 하고.

"그러면 아타니타스님. 후식은-"

"갔다 와서 먹어야지!"

"당연히 그러시겠지요. 휘핑크림과 파운드 케이크를 준비하겠습니다."

다른 요리에 비해 유독 제과제빵에 자신이 없는 카렘이었지만, 그런 그에게도 자신 있게 할 수 있는 것이 몇몇 있었다.

전혀 쉽게 할 수 없는 카스테라와 타르트가 그러했다.

비교적 쉽게 할 수 있는 파운드 케이크가 더더욱.

아무렴 파운드 케이크보다 간단한 제과제빵은 없었다.

밀가루와 버터, 달걀, 설탕을 전부 같은 비율로 섞은 반죽을 구워주는 것이 전부.

여타 반죽들과는 다르게 발효할 시간조차 필요 없었다.

캐서린도 충분히 만족하는지 끄덕이다가 퍼뜩 고개를 돌렸다.

"꿀은 아직 충분히 있겠지?"

"물론입니다."

그제야 캐서린은 만족한 듯 당당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카렘 후배. 제가 자리를 비운다고 설거지를 하지는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왜 그 말이 나오지 않나 했습니다."

그리고 캐서린이 본성에 갔다 오는 동안 이젠 후식이 아닌 간식이 되어버린 파운드 케이크를 놓고 기다리던 카렘에게 캐서린이 말했다.

"며칠 뒤에 외출해야 하니 단단히 준비하도록. 빠르면 사흘, 늦어도 일주일은 걸릴 예정이다."

"아니 이렇게 갑자기 말입니까?"

"좀 편해졌다 싶었는데 내 말이."

캐서린은 한탄했다.

사진첨부

-파전-

챗GPT가 그려준 그림입니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