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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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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역사에 따라 전통은 다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람 사는 곳이 다 그러듯.

비슷한 관습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어딜 가나 똑같은 것이 접대의 관습.

주인은 손님을 대우하고, 손님은 주인을 위협하지 않는다는 것.

소수의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문명의 손길이 닿지 않는 오지의 부족민들조차 지키는 전통이었다.

그리고 그건 이세계도 다른 바가 없었다.

적어도 카렘의 그동안 겪은 바에 따르면 그랬다.

갑작스러운 막내 공녀의 인카운트.

어째선지 저번 마요네즈를 이후로 방문이 끊기기 전까지 종종 찾아왔던 알프레드 펠윈터와 여러 이유로 마법사의 탑에 찾아온 방문객들에게 이르기까지.

손님이 찾아오면 카렘의 일은 간단했다.

간단한 주전부리, 혹은 식사를 준비하면, 메리가 서빙.

그리고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마법사의 탑에 돌아온 캐서린은 접객실에 도착하자마자 자리에 앉은 노인을 가당찮다는 듯이 쳐다보며 혀를 강하게 찼다.

"카렘! 열흘 묵은 딱딱한 빵 같은 거 있으면 내와라! 존재 자체가 재앙인 영감한테 줄건 그거 말곤 없어!"

"예. 알겠습니....음?"

방금 내가 뭘 들은 거지? 흉기?

그 말을 앞에서 들은 노인이 태연하게 말했다.

"현자에 도달했더니만 없던 싹수는 지면을 뚫고 무저갱 밑바닥으로 팔아먹었구나. 손님한테 데운 와인을 내오지는 못할망정."

"영감. 댁이 저지른 일만 생각하고서도 그런 망언을 일삼는다고?"

"카테리나 칼렌둘라 아타나토스. 스승을 공경하는 마음은 실력과 함께 어디다가 팔아먹었을꼬."

"공경은 무슨 공격할 마음이겠지! 댁 때문에 겪은 그 많은 사건·사고만 생각하면 위에 구멍이 뚫리다 못해 마력이 폭주할 것 같은데!"

"허허, 그 정도나 되는 사건을 겪고 나서도 자기 마력 하나 통제하지 못하는 제자의 실력이 문제가 아니고? 내 밑에서 도제 생활을 좀 더 해보련?"

뿌드득- 노인의 입에서 그 말이 나오는 순간 캐서린의 관자놀이에 눈에 띄도록 혈관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곧바로 캐서린은 작은 고드름을 다발로 쏘아 보냈다.

"하하하하! 망할 늙은이가. 이번에야말로 그 수염을 뿌리까지 뽑아버릴 테다!"

"어림 없지롱! 핫하!"

노인은 어림도 없다는 듯이 손을 휘저었다.

손의 궤적에 따라 노인을 꿰뚫기 위해 다가오던 고드름은 선두에서부터 차례대로 분쇄되어 눈꽃으로 흩날려 수없이 많은 불꽃의 나비로 변해 주문의 원래 주인을 향해 날갯짓했다.

그를 시작으로 캐서린과 노인.

접객실 테이블의 양 끝에 앉은 두 대마법사 사이에서 작게 축소된 화려한 전쟁이 벌어졌다.

불타는 나비는 한 줄기의 번개가 되어 되돌려졌고, 노인은 번개를 모래로 흩어버렸다가 회전하는 물줄기로 한데 모아 발사했다.

캐서린이 손가락을 튕기자 수십 개의 낙엽으로 흩어진 물줄기는 그대로 불타올라 화살처럼 날아갔고, 노인의 손에 납작한 석판으로 모여 빠르게 되돌아갔다.

진정한 마법사들의 전장에 넋이 나갈 법도 했다.

카렘도 처음에는 놀란 눈으로 봤지만, 공방이 계속되어 주변을 돌아볼 수 있게 되자 놀람은 빠르게 사그라들었다.

그야 수염이 성성한 노인과 자기 입으로 수백 살은 됐다는 캐서린의 표정을 본다면 당연히 그럴 수밖에.

이건 숫제 서로 지기 싫은 유치원생들 그 자체였다.

접객용 테이블 위에서 작게 벌어지는 마법을 본다면 김이 팍 샜다.

나이 많은 사람들이 유치하게도 논다.

딱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건 메리도 마찬가지였는지 얼탱이가 나간 요정은 카렘을 향해 작게 손짓하고는 접객실의 문을 향해 눈짓했다.

무슨 의미인지는 말 안 해도 뻔했다.

카렘은 속으로 동의하며 메리와 함께 접객실을 나섰다.

"대체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길래 저런..."

"저희가 신경 쓸 일은 아니로군요. 그나저나 카렘 후배. 정말로 내올 셈입니까?"

"네? 뭘요?"

"계약자가 접대용으로 내오라던 그거 말입니다."

"아, 열흘 묵은 바게트요? 그래야 하지 않을까요?"

메리의 표정은 떨떠름하게 변했다.

그만큼 박대하겠다는 의미로 말했을 수도 있었다.

노인에 대응하는 캐서린의 태도가 그러했으니까.

그런데 정말 우연히, 정말 우연하게도 때마침 그런 빵이 있었다.

그것도 열흘 지나 딱딱하고 단단하다 못해 흉기가 되어버린 물건이.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우연에 가깝달지.

물론 원인은 복합적이었다.

빵이 방치된 보관실이 서늘하고 건조한 환경이었고,

한동안 빵 대신 잼 도넛이 식탁을 점령했다던가.

현대의 맛을 구현하기 위해 고심하다가 잊어버렸다던가.

"그런데 진짜로 저걸 손님 대접으로 내온다면..."

"벌 받기에는 딱 좋겠습니다만."

"그러게요."

아무리 그래도 손님한테 저런 흉기를 대접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손님을 박대하는 것도 별로 좋은 일이 아니기도 하고.

못할 거야 없지만, 찜찜한 일이었다.

그런데 메리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벌을 내렸더라면 진작에 내렸을 것 같습니다만."

"음, 그것도 그렇네요."

메리는 떨떠름하게 테이블을 내려다보았다.

"이 빵을 그대로 내갈 생각은 아니라고 믿습니다."

"믿으세요. 이렇게 하면 없어서 못 먹을 테니까."

그렇다고 하니 메리는 일단 시키는 대로 톱을 움직였다.

어마어마하게 단단해져 빵칼은 이도 안 박히던 빵이었다.

하지만 톱을 든 브라우니의 앞에서는 어림없었다.

메리의 힘과 요령, 도구의 힘으로 빵 조각은 들고 먹기 좋은 크기로 잘려 도마 위에 쌓였다.

그동안 카렘도 쉬고 있지만은 않았다.

마늘을 잔뜩 다져 소금을 조금 뿌린 다음 으깬 다음 녹인 버터를 담은 그릇에 모두 털어 넣었다.

메리가 질린다는 의미를 담아 중얼거렸다.

"역시나 또 마늘입니까?"

"역시나 또 마늘입니다."

갈릭브레드.

이른바 마늘빵을 만드는데 마늘이 빠져서야 쓰나.

잔뜩 넣어야 이가 아릴 정도로 달아도 질리지 않고 먹을 수 있는 법이었다.

카렘은 다진 마늘, 버터를 듬뿍 넣고 섞은 꿀을 손질이 끝난 딱딱한 빵조각의 면면에 붓으로 골고루 듬뿍 발라주었다.

평소 빵과 관련된 간식을 만들 때면 발을 동동 굴렀던 메리는 이번만큼은 그럴 수 없었다.

그야 아무리 빵에 환장한다는 집요정이라지만 이걸 이대로 씹어 먹는 건 브라우니도 무리였다. 다행히 카렘의 행동은 끝나지 않았다.

허니버터갈릭을 듬뿍 바른 딱딱한 빵조각들은 모두 뜨거운 오븐으로 들어가 잠시 후 유혹적인 향기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가만히 보고 있던 메리는 눈을 감고는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

오븐의 열기에 가열된 꿀이 뿜어내는 달콤함.

그 밑에 깔린 고소하고 기름진 버터의 냄새.

코가 적응하려고 하면 변화를 주는 마늘의 향기.

"언제나 말하는 거지만 제과제빵만 아니면 제가 메리보다 더 요리를 잘한다니까요?"

"카렘 후배. 저는 단 한 번도 의심한 적이 없습니다."

"거짓말. 건수만 잡으면 어떻게든 제 일을 뺏으려고 하면서."

"그건....흠. 브라우니의 본능 같은 겁니다."

곰과 호랑이가 제 영역에 들어온 경쟁자를 내쫓으려는 것처럼.

집안일의 요정인 브라우니에게 주방의 영역을 빼앗았으니 감내하라는 깊은 의지가 담겨 있었다.

앞으로도 계속할 예정이라는 속뜻에 카렘을 고개를 젓고는 마늘빵을 꺼냈다.

짙은 갈색으로 노릇노릇해진 테두리.

버터와 꿀, 마늘의 조화로 진한 노란색으로 윤기가 다 흐르는 속.

이대로 먹더라도 문제가 없을 테지만 어림도 없는 소리.

카렘은 남은 양념을 재빠르게 가열해 마늘빵의 위에 듬뿍 발랐다.

당연하지만 냄새는 한층 더 진해졌다.

잠자코 있던 메리는 이건 못 참겠는지 안절부절못하기 시작했다.

접객실에서 벌어진 작은 전쟁은 서로가 이 이상 하면 진심이 되어야 하니 두 마법사는 동시에 마력을 거둬들이고는 투덜거렸다.

"세월 지나가는 줄 모르고 연구실에 틀어박혀 사건을 일으키고 사고만 치는 영감탱이가 나이에 맞지 않게 실력은 여전하군."

"그야. 당연하지. 이 늙은이를 질투하는 것들은 어디에나 있으니."

"헛소리는 그만하지 올리비에."

"엥이. 나이도 젊은 것이 성질이 다 급하구나. 스승이란 말은 어디다 팔아먹었을꼬."

호호호. 노인, 올리비에는 수염을 쓰다듬으며 웃음소리를 냈다.

캐서린은 무심코 또 발끈할 뻔했지만, 간신히 참았다.

지금까지 벌인 공방은 단순한 실력 점검을 겸한 견제.

서로가 그 사실을 알았기에 둘은 본론으로 들어가려 했다.

"다행히 싸움은 멈췄군요."

"음? 그러고 보니 언제 나갔었지?"

메리가 쟁반을 들고 카렘과 함께 접객실로 돌아오기 전까진.

"...그런데 메리."

"에?"

"지금 입에 물고 있는 건 뭐냐."

입에 기다란 마늘빵을 물고 있던 메리는 눈을 깜빡이다가 갈갈갈갈 빠르게 먹어 치우고는 답했다.

"마늘빵에 독이 있나 없나 시식을 해보았습니다."

“또 마늘, 아니 애초에 무슨 놈의 독은 또-”

“준비하겠습니다.”

메리는 접시와 손을 씻을 물그릇을 세팅하며 캐서린의 말을 외면했다.

딱히 중요한 것도 아니니 캐서린은 질문의 방향을 돌렸다.

"꼬마. 내가 분명 열흘은 지난 빵이나 내오라고 했을 텐데?"

"아니, 그거 진짜였어요? 일단 저것들도 열흘 지나 딱딱해진 빵이긴 합니다."

"대체 어딜 봐서 이 노릇노릇한 것들이?"

"메리가 톱으로 자르고, 제가 소스를 발라서 오븐에 구웠지요."

요리하지 말라는 말은 없으셨죠?

그 태연한 답변에 캐서린은 무심코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 말을 하지 않기는 했지. 그렇지만 조금 괘씸했다.

"이봐. 이걸 열흘 묵은 빵으로 만들었다는 말인가?"

"네. 아 딱딱한 건 괜찮을 겁니다. 소스를 발라 오븐에 구운 것을 다시 또 소스를 잔뜩 끼얹어서 바삭할 겁니다."

순간 카렘은 괜찮을까 싶었지만, 이내 올리비에가 마늘빵을 집어 와작와작 씹기 시작하자 걱정을 덜 수 있었다.

소년의 말대로 마늘빵은 건조하고 추운 아이스랜드에 열흘이나 묵은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바삭했다.

맛은 우선 합격.

다만 무척 끈적해서 이빨에 달라붙기는 했다.

치아가 튼튼한 올리비에에겐 별문제는 아니었지만.

진한 맛을 좋아하는 올리비에에게 딱 좋은 끈적한 단맛인 데다가 진한 향도 좋아하는 그에게 잔뜩 풍기는 마늘향은 오히려 플러스 요소였다.

목이 메는 문제가 남았지만 그것도 메리가 건넨 물잔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카렘이라고 했나?"

"네. 혹시 필요하신 게 있으시다면..."

"맛은 충분해. 다만 소금이 조금 있으면 좋겠네만."

카렘은 올리비에의 말에 동의했다.

아무렴 미량의 소금은 단 음식에 절어있는 혀에 자극을 주어 감칠맛을 끌어올리는 법이었다.

"소금은 무슨 놈의 소금! 질질 끌지 말고 목적을 밝히지 못할까?"

"흠. 대접도 나름 만족스러웠고. 그러면 어디."

지팡이를 테이블에 기댄 올리비에는 그대로 망토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익숙한 두루마리를 내밀었다.

재질은 비단, 펠윈터 가문의 인장이 찍힌 밀랍.

이거 캐서린이 보여줬던 임명서가 아닌가?

"뭐 그렇다는 말이다. 되도록 내 방은 창문이 없는 안쪽을 부탁하지."

"영감. 이번엔 또 무슨 사고를 치고 이런 구석까지 온 거지?"

"아니, 고용주인 대귀족이 돈을 떼먹으려고 해서..."

"질질 끌지 말고 답변! 내가 지금 주군에게 말하면 그깟 계약쯤-"

"주문받은 키메라의 통제권을 풀어버렸을 뿐인데. 그 키메라가 조금 크게 사고를 쳤을 뿐이야."

"아 상대 쪽이 먼저 계약을 어겼나. 그러면 어쩔 수 없지."

대귀족한테 사고를 쳤다는데, 그런 반응이라고?

카렘의 심정과는 달리 메리조차 아 계약을 어겼으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쯧, 메리. 이 영감의 방을 마련해라."

"물론입니다. 올리비에님. 이쪽입니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이미 메리는 올리비에와 함께 접객실을 나서고 있었다.

아니 대귀족한테 사고를 쳤다는데 이대로 그냥 넘어간다고?

"꼬마. 뭘 그렇게 멍하니 있나?"

"....전 모르겠습니다."

"알 수 없는 소릴. 이쪽으로 와라."

잠시 눈을 감고 상식을 버린 카렘은 캐서린의 재촉에 따라 메리의 빈자리를 채우며 수발을 들었다.

아무렴 한, 둘도 아니고 세 사람이 저렇다고 하니 저게 상식이겠지.

물론 결코 아니었지만 카렘은 그냥 받아들였다.

자료첨부

-마늘빵-

챗GPT가 그려준 그림입니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