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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의 확대된 동공에는 잼 도넛을 반으로 뜯는 메리의 손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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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삭하게 뜯어진 도넛은 아직 뜨거워 하얀 김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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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열기 덕분에 속에 가득 든 차가운 잼이 자극받아 달콤한 냄새가 금세 주방에 가득한 기름 냄새를 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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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드에 갓 튀긴 도넛은 갓 구운 빵 같은 거부할 수 없는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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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유혹적인 향기를 정면에서 맡은 메리의 눈은 힘이 풀렸는지 동공이 파도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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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꺽-다행히 그녀는 어찌어찌 이겨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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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에게 반으로 잘린 도넛을 가까이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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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은은한 노란색을 띄는 뚜렷한 하얀 경계가 일자로 도넛의 표면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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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면은 눈보다 하얀 슈가파우더가 듬뿍 뿌려져 지금도 설탕으로 된 눈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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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반대쪽은 절묘한 밝은 갈색으로 잘 튀겨져 자신은 잘 튀겨졌다며 자기주장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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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속에 담긴 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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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만 했던 도넛이 기름에 의해 튀겨지면서 팽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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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그 1.5배만큼 부풀어 생긴 빈 공간에 가득 채워진 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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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때기를 꽂고 마구 듬뿍 넣은 잼이 우유를 가득 빨아들인 빵처럼 잼 도넛의 내부에 가득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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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튀겨진 도넛에 달궈진 잼의 상큼한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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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마멀레이드로군. 그러고 보니 잼은 전에 다 먹지 않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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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잔뜩 받아왔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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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중요한 건 이게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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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은 군침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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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아침 식사가 끝난 지 두 시간이 지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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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원래부터 아침, 점심은 가볍게 먹었던 터라 진작에 소화된 지 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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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속은 머리로부터 시각 정보와 후각 정보를 받아들이고는 어서 입을 움직이라는 듯이 요동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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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은 본능의 기대에 기꺼이 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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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에 닿는 순간 느껴지는 강렬한 단맛의 정체는 슈가파우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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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녹아내리듯이 단맛이 사라진 후에 고소하고 바삭한 도넛의 표면을 뚫자 촉촉한 속과 사라졌던 달콤함이 다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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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를 자극하는 감귤류 과일의 향과 단맛 사이로 느껴지는 상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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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무거운 디저트일 도넛의 맛을 한결 가볍게 만드는 맛과 향이 입안 가득 점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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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과 계피를 넣고 데운 우유와 멀드 와인. 어느 쪽이 좋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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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지금 당장은 우유가 좋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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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넛을 뜯는 순간부터 위의 과정을 반복하고 있던 메리는 곧바로 주전자를 기울여 은잔을 가득 채워 조심스럽게 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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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디저트용 빵을 가장 맛있게 먹는 법 중 하나가 바로 우유와 함께 먹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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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우유에 섞인 꿀의 은은한 단맛, 강렬한 계피의 향이 캐서린의 입안을 휘몰아쳐 시트러스 향으로 가득했던 속을 말끔하게 씻겨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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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캐서린은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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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가 온 세상의 고난을 겪는 것처럼 힘겨워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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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나 힘들면 너도 같이 먹어도 된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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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하지만 명색이 브라우니가 계약자의 간식 시간이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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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는 매 순간 유혹 주사위를 굴려 아슬아슬하게 저항을 성공시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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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요정 브라우니로서 주인의 식사가 끝나지도 않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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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 죄를 짓는 기분이니까 그냥 먹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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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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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렇다고 거부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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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렴 이건 전부 선량한 계약자가 허락해서 겸상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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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빠른 태세전환에 카렘이 어이없다는 눈빛으로 그녀를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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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그 와중에도 메리는 한 손으로 캐서린의 수발은 모두 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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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색이 집요정 브라우니인데 이 정도는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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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그저 하지 않았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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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고삐가 풀린 브라우니는 잼 도넛을 집어 물고기를 집어삼키는 펠리컨처럼 한입에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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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을 다물자마자 도넛 속에 있던 잼이 한계에 다다라 무너지는 댐처럼 폭발하듯이 메리의 입안에 범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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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강렬한 포도 향과 도넛의 바삭함, 촉촉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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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는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감촉에 정신이 다 혼미해질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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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이번에는 반으로 자른 도넛을 우유에 한 번 찍어서 부탁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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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맙소사. 계약자! 당신은 정녕 현자의 경지에 허투루 다다른 것이 아니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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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는 듯이 탄식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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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은 그 정도로 놀랄 일인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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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우유에 빵을 찍어 먹는 것 정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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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터홈에서 그 누구보다 빵과 버터, 우유에 진심인 그녀에게 있어서 그 정도로 감탄할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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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는 재빨리 도넛의 잼이 흐르지 않도록 주의하며 뜯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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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하늘의 햇빛을 받아 붉은색으로 빛나는 자두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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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반으로 자른 잼 도넛을 그대로 캐서린의 잔에 한 번 퐁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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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로 같은 음식에 질리지 않는 방법은 어떻게든 변화를 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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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촉촉한 도넛이 한껏 머금은 우유는 훌륭한 변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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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묘하게 우유에 적셔진 도넛은 스펀지처럼 부드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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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자기주장이 강한 자두로 만든 잼은 더더욱 맛이 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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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자기주장이 강한 잼도 우유와 계피를 만나 한 꺼풀 꺾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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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이 한결 연해진 자두는 그렇게 나머지 재료들과 조화를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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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신이시여. 우유에 적신 카스텔란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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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맙소사. 그 정도란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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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메리. 그러니까 너도 어서 시도해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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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으, 으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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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의 탄식은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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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빵과 우유에 환장하고, 잼도 그만큼 좋아하는 그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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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세 가지가 모두 한꺼번에 입안에서 느껴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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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수처럼 맛이 이리저리 튄다면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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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장점을 보완하며 맛을 한층 더 높이 끌어올리는데 안 좋아하면 그건 브라우니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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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 후배. 인정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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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렇게 갑자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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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분하지만. 정말 분하지만, 저의 일거리를 하나 뺏어갈 정도가 맞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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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받았지만, 카렘의 심정은 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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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하필 지금? 이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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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은 아니지만 카렘은 그동안 다양한 요리를 선보였다고 자신할 수 있었다. 그의 기준엔 별거 아닌 요리들도 있었지만, 최소한 대충 만든 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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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을 다했던 포르게타 때도 보인 적 없는 반응을 이런 도넛에서 보인다니. 하물며 그가 한 것이라고는 비계를 정제해 라드를 만들고, 튀긴 다음 잼을 넣은 것이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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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잼 도넛의 '도넛'은 메리가 만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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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가 하지도 않은 것에 칭찬을 받는 이 미묘한 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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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빵귀신이....라고 무심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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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무렴 어떠랴. 저렇게 좋아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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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카렘은 그저 좀 아쉬울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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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넛에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은 전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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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볶은 밀가루를 넣은 터라 슈가 파우더는 이전보다 더욱 부드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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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요정답게 제빵에도 일가견이 있는 메리의 도넛은 무척 폭신한 데다 그가 직접 튀겼던 터라 겉은 먹음직스럽게 바삭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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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공산품 잼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맛이 풍부한 잼들은 또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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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병에 몇천 원짜리 잼과는 맛을 비교할 수조차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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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 도넛에는 역시 딸기잼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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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방금 산딸기라고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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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네. 산딸기 잼은 또 어떠려나 싶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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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훌륭하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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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잼 받으러 갈 때 받아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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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은 캐서린의 말에 적당히 얼버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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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입 밖으로 나왔지만, 이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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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카렘에게 도넛이라 하면 잼 도넛이었고, 그중에서도 딸기잼이 든 잼 도넛을 제일 좋아했으니까. 아니면 크리스피 크림 도넛이라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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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딸기 잼이라면 대용품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아쉽게도 이번에 카렘이 받아온 잼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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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산딸기도 충분히 맛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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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어디까지나 대용품이지 딸기를 대체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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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까지 식료품 창고에서 딸기는 본 적이 없었는데. 이세계판 고추처럼 이세계판 딸기는 없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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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서 딸기의 원산지는 남미였지만, 그렇게 따지자면 고추도 원산지가 남미였고 이세계판 고추인 불마손은 아이스랜드를 포함한 추운 북부에서 자라는 작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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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생각하기 시작하자 연신 아쉬움이 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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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아쉬움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으니, 다른 방법으로 몰아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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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만으로는 조금 아쉬우니까 뭐 좀 가져오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보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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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이것만으로도 혀가 춤을 추는데. 여기서 더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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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메리는 카렘의 행동에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는 듯이 입을 쩍 벌렸다. 캐서린이 간식 먹다 말고 뭐냐고 타박했지만, 그녀도 메리와 별 차이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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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이 들고 온 것은 새하얀 액체 크림과 설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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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 광경은 캐서린과 메리도 종종 보았던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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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을 투입하고 머랭을 치듯이 맹렬하게 거품을 치자 촥촥거리며 물장구치는 소리가 나던 그릇은 시간이 지나자 고형, 구름과도 같이 몽실몽실 피어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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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세월을 살아온 캐서린은 오랫동안 알아왔던 식재료의 새로운 모습에 호기심을 가지고 관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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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붓거나 얼려 먹기만 했던 크림이 머랭처럼 쳐질 수도 있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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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핑크림입니다. 제가 이제 다음에 무얼 어떻게 할지도 맞혀보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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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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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카렘의 다음 행동에 메리가 경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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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은 잼 도넛을 반으로 갈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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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뭔가 싶었던 두 사람은 주걱에 듬뿍 퍼 올려진 휘핑크림이 잼 도넛의 반쪽에 척! 얹어지고 나머지 반에 덮여 도넛-잼-휘핑크림-잼-도넛이 되자 뇌간에 번개가 내리꽂힌 듯이 전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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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은 두 사람의 마음을 지극히 잘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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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전생에 그렇게 해 먹었다가 살이 순식간에 불어서 다이어트를 하느라 고생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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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 도넛 크림 샌드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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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부를 수 있는 물건은 분쟁을 불러일으키지 않도록 카렘의 손에 의해 정확하게 삼등분이 되어 지금 부엌에 있는 모두에게 한 조각씩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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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형? 이전의 잼 도넛 사이에 몽실몽실 새하얀 크림이 들어간 것이 진짜 구름을 때어다가 넣은 것 같았다. 이건 머랭보다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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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면 사이로 보이는 손의 압력에 의해 눌려 잼과 섞여 바깥에 튀어나오는 크림은 캐서린과 메리의 마음을 아찔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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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크기도 1/3이었으니 메리는 가볍게 한 조각을 전부 입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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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하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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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를 먹기 전에는 진득하게 남아있던 잼의 단맛은 1차로 휘핑크림에 의해, 2차로 고소한 도넛에 의해 씻겨나가자 혀에 오로지 아쉬움만이 감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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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운을 느끼는 것은 캐서린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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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저트에 환장하는 어린애/소녀 입맛인 캐서린과 빵, 버터, 우유에 환장하는 브라우니 메리가 계약자, 집요정 관계인데도 서로 긴장을 불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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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신경전을 벌이는 동안 카렘은 여유롭게 도넛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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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을 사람도 없으니 새콤달콤 상큼한 멀드 와인으로 입을 씻어주고 포도잼이 든 잼 도넛을 크게 한 입 베어 물어 삼키고는 휘핑크림을 듬뿍 끼얹어 다시 한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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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엔 남은 조각은 계피향이 나는 따뜻한 꿀우유에 찍어 입안에 털어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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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 도넛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것은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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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오전 간식용이라 그렇게 많이 튀기지도 않았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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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캐서린과 메리는 아쉬움이 뚝뚝 묻어나오는 눈빛으로 빈 접시에 잼 도넛이 흔적처럼 남긴 슈가파우더를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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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다 먹어버렸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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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나 말입니다. 계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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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생각했는데. 간식을 점심으로 먹어도 되지 않을까? 조금 전에 간식으로 먹었던 잼 도넛이라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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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계약자와 전 어른이 된 지 한참이었지요. 상관없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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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간식은 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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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은 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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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말이나 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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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념치킨을 만들려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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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식으로 끼니를 때울 수는 없다는 논지로 카렘은 완강히 저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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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디저트에 눈이 돌아간 불로의 대마법사와 경력직 집요정의 거듭된 설득에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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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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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크림 잼 도넛 샌드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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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가 그려준 그림입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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