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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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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이 작은 단상에 올라서도 관중의 소리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하지만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무대 위로 쏠리는 것은 당연했다.

과연 소문은 진실일까?

붉은 마녀의 손가락이 독초가 아니라고?

정녕 신의 선택을 받아 안 죽는 건가?

맥주말고 와인은 없나?

각양각색의 생각과 마음이 담긴 시선에 카렘은 잠시 숨을 가다듬었다.

전생에도 이만한 사람의 앞에 선 적이 없었으니 긴장되는 것이 당연했지만, 여기까지 왔으니 그냥 내려올 수는 없었다.

카렘은 그냥 눈앞의 군중을 말하는 당근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오,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니까 진짜로 긴장이 좀 풀리는 것 같기도.

그런데

소년은 한결 편해진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렇습니다! 제가 바로 그 붉은 마녀의 손가락으로 피클을 담가 먹었다는 겁 없는 꼬마 요리사입니다!"

격식은 무슨.

괜히 진짜 연설처럼 했다가 긴장만 더 될 뿐이었다.

카렘은 어쭙잖은 인사는 집어치우기로 했다.

소문이 사실임을 소문의 당사자가 직접 밝히자 군중의 소음은 더욱 커졌다.

불신, 혼란, 믿음, 의혹 등 다양한 감정이 오가는데, 누군가의 우렁찬 목소리가 군중의 소란을 뚫고 울려 퍼졌다.

"거짓말! 거짓말이오! 붉은 마녀의 손가락이 치명적인 독초란 것은 에우로파 북부에서는 상식이거늘!"

두꺼운 로브를 두른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소리쳤다.

"치료사도 사제도 아닌 고작 요리사가 아닌가!"

"그걸 증명하기 위해서 제가 나왔습니다. 어르신."

"꼬마야. 굶주린 사람이 붉은 마녀의 손가락을 먹고 죽었다는 소문은 들어봤느냐? 어린 나이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자살하려는 거냐."

"소문 말고 진짜 붉은 마녀의 손가락을 먹고 죽은 사람을 본 적이 있습니까? 아무나?"

카렘의 외침에 무대 밑의 사람들은 웅성거리며 서로를 돌아보았다.

누구 직접 본 사람 있어? 붉은 마녀의 손가락을 본 적도 없는데? 내 엄마의 동생의 차남이 먹고 죽었다는 말은 들었던 거 같은데.

과연, 직접 본 적이 있는 사람이 더 드물 것이다.

아니면 알레르기가 있어서 진짜로 죽었을 수도 있겠지만 카렘은 고추 알레르기가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카렘은 방심할 수 없었다.

사람은 거짓말을 하는 생물이었으니까.

누군가가 흥미본위로라도 거짓말을 하기 전에 카렘이 말을 이르는 순간 한 모험가가 소리쳤다.

"붉은 마녀의 손가락 가루는 대형 몬스터도 기겁하고 광폭하게 만드는데, 그걸 사람이 먹으면 당연히 유독한 게 아닐까?"

몬스터의 가죽으로 만든 것 같은 두꺼운 망토를 두른 엘프가 말했다.

"누군가에겐 치명적이어도, 누군가에겐 아니니까요. 당장 양파만 해도 개가 먹었다가 죽는 경우가 종종 있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지."

썰매견이나 경비견, 혹은 사냥개는 도시에 흔했다.

덕분에 양파가 개에게 치명적일 수도 있다는 것쯤은 개를 키우는 사람들 대부분은 경험으로 알았다.

"붉은 마녀의 손가락도 같은 경우입니다. 방향이 다르지 같은 종류의 매운맛이에요! 양파, 마늘, 겨자! 귀한 후추까지 종류가 다른 매운맛입니다. 그저 용도가 다를 뿐입니다! 검과 창이 같은 무기지만 용도가 다른 것처럼!"

카렘이 그렇게 소리치는 사이, 그런 소년을 지켜보는 캐서린은 뜻밖이라는 듯이 턱을 쓰다듬으며 감탄했다.

"메리."

"무엇입니까. 계약자."

"쟤 진짜로 농노가 맞을까?"

"그걸 저한테 물어보십니까?"

카렘 후배를 데려와 제 일자리를 위협한 건 그쪽일 텐데요? 라는 눈빛.

캐서린은 그런 종자의 무례한 눈빛은 단번에 넘겨버렸다.

딱히 답을 들으려는 건 아니었기에 메리는 고개를 돌렸다.

"그래도 긴장한 건 확실한 것 같습니다만."

"그래. 정신을 반쯤 놓고도 저렇게 당당하게 말하는 건 또 처음 보는군."

카렘은 두 손으로 작은 바구니를 들어 올렸다.

"말해서 뭐합니까! 직접 보여드리겠습니다!"

비록 하늘에서 눈이 내리지는 않았지만 콜던은 우중충했다.

그래도 사람들은 주름진 손가락을 닮은 새빨간 열매 무더기를 똑똑하게 볼 수 있었다.

"설마, 진짜로 저걸 먹으려는 건가?"

"애먼 꼬마가 하나 죽겠군."

"텄다. 텄어. 슬슬 돌아갈까? 맥주 한 잔 더!"

다양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

그 가운데 역시나 격렬한 이들이 있었다.

"같잖은 거짓말에 불과해! 사람이 어떻게 독초를 먹고 살아남는다는 말인가!"

"설령 살아도 불구가 될 게 뻔해요!"

"꼬마야! 죽으면 장례 비용은 받지 않아도 되니 나한테 와라!"

그러거나 말거나 카렘은 바구니에서 붉은 열매를 집어 들었다.

직접 닿은 엄지와 검지가 매콤함에 화끈거리는 가운데.

그 끝을 입으로 가져가.

아삭! 아삭아삭아삭!

소란스러운 광장에 널리 울려 퍼지는 경쾌한 소리.

신선한 순무 조각을 씹는 것보다도 청량한 소리가 카렘이 이빨을 움직일 때마다 연신 울려 퍼졌다.

그걸 보고 있던 사람들은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무대 위를 쳐다보았다.

설마 했지만 카렘은 정말로 붉은 마녀의 손가락을 먹었다.

무대 위의 소년이 모든 사람의 경악에 찬 시선을 받는 가운데.

상석에 앉아있던 알리시아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지그메서. 진짜로 카렘은 괜찮은 것인가?"

"물론 괜찮습니다. 알리시아님. 전에도 말했지만, 고통스러울 정도로 매울 뿐이지 먹고 죽는 물건이 아니랍니다."

"흐음. 그래도 아픈 게 아닌가?"

"글쎄요. 카렘의 말로는 이미 적응해서 별로 안 맵다더군요."

지그메서는 자신 있는 태도로 답했다.

흥미진진 조마조마하게 무대를 보는 귀빈석의 가장 높은 상석에 앉은 알프레드에게 엘리자베스가 말을 걸었다.

"당신. 붉은 마녀의 손가락이 정말로 독초가 아닌가요?"

"적어도 집무실에서 그것으로 만든 피클을 전부 시식했소."

"그러면 정말로 독초가 아니었던 거네요."

"아무래도 그런듯하오만."

알프레드가 신경은 다른 곳에 있었다.

독초로만 알려져 있던 붉은 마녀의 손가락을 먹었던 카렘의 변화는 포션을 복용한 것처럼 변화가 빠르게 나타났다.

난방이 된다고 해도 이상함이 느껴질 정도의 땀.

가깝다고는 해도 직접 닿지도 않았는데 느껴지는 뜨거운 체온.

얼핏 감기나 병에 걸렸나 의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기엔 카렘의 상태는 지나치게 쌩쌩했고, 지그메서도 시식했다가 같은 효과를 봤다고 했다.

"방한 포션의 대체제가 될 수도 있겠어. 당장은 무리겠지만."

"방금 뭐라고 하셨나요?"

"아, 그저 카렘 저 아이가 저렇게 잘 먹는 게 신기해서 그랬소."

"죽을 만큼의 고통이라는데 조금 걱정이네요."

알프레드는 소리 없이 무심코 꺼낸 말을 지금은 부정했다.

일반 약효로 유의미한 효과를 끌어낼 수 있다면 모를까.

마법, 연금술의 영역이면 당장은 캐서린에게 일을 맡겨야 할 텐데.

사정이 있었다고는 해도 가을부터 며칠 전 축제가 끝날 때까지 과하게 부렸던 터라 이 이 이상의 초과노동을 요구하는 것은 그에게도 부담이었다.

당장은 인식을 바꾸는 것으로 만족하도록 할까?

알프레드가 그렇게 고심하는 사이.

카렘은 광장의 경악하는 시선들을 받아가며 태연하게 중얼거렸다.

"역시 이거 내가 아는 고추랑은 맛이 조금 다르네."

지역과 품종에 따라 같은 작물이라도 맛은 당연히 다른 법.

하물며 세계가 다르니 비슷한 작물이라도 카렘이 기억하는 그 어떤 고추와도 맛이 같지는 않았다.

억지로 끼워 맞추면 청양고추와 할라피뇨, 쥐똥고추가 6:3:1정도?

점점 매운맛이 올라왔지만, 카렘은 생채소를 씹어먹는 것처럼 태연하게 세 번째 열매를 집어 들고 먹기 시작했다.

"....끼야아아아아아아악!"

군중 속의 한 여자가 충격받은 나머지 실신하여 옆 사람에게 부축받는 것을 시작으로.

"정말 미쳤어! 저 독초를 진짜로 먹다니! 제정신이 아니야!"

"그것도 사과를 먹는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먹고 있어! 설마 진짜로 신의 축복인가?!"

"이, 이건 현실이 아니야! 붉은 마녀의 손가락이 독초가 아니라니!!!"

"피부가 저렇게 벌게지다니. 대체 얼마나 고통스럽길래!"

이전의 침묵에 대한 반작용이라는 듯.

광장에 자리한 관중 대다수는 열광에 빠졌다.

하지만 카렘은 입안을 점령한 매콤함을 참으며 눈가를 떨었다.

독초로 여겨졌다고는 해도 이게 그렇게 열광할 일인가?

향신료에 고기와 향신료, 향신료를 얹고 향신료를 얹은 다음 향신료에 찍은 향신료를 싸 먹던 기억이 훤한 카렘은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아직 헛소리가 나오고 있었으니.

카렘은 약간 변화를 주기 위해 입안의 내용물을 말끔하게 삼켰다.

"자! 저는 이걸 먹어도 죽지 않았습니다! 독초가 아닙니다!"

관중이 더더욱 열광해 말을 알아들을 수 없게 되자 카렘은 더더욱 큰 소리로 소리쳤다.

"하지만 저 혼자만 먹어서는 증명이 되지 않는 법! 누구 저를 따라서 이 열매를 먹어볼 사람은 안 계십니까!!!"

그리고 거짓말같이 관중의 소음은 점차 잦아들었다.

사람들은 서로의 눈치를 보며 수군거렸다.

지금 대체 무슨 말을 들은 거지?

라고는 하지만 이럴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었다.

오랜 세월 쌓인 고정 관념이 한방에 부서진다면 오히려 카렘 자신이 믿지 못했을 터.

하지만 이럴 때 효과가 직빵인 한 마디가 있지.

관중이 눈치를 보는 사이 잠시 뜸을 들인 카렘은 마법의 문장을 소리쳤다.

"정녕 아무도 없는 겁니까! 아이스랜드의 남자들은 킹스랜드 깡촌 출신 10살 꼬마보다도 담이 작은 것이란 말입니까!!!"

문장은 장황했다.

하지만 요점은 간단했다.

쫄?

발끈. 이라는 부사처럼.

관중의 남자들 일부가 카렘의 말에 움찔거렸다.

정확히 카렘이 원하는 대로였다.

가장 앞줄에 있던 피곤한 인상의 덩치 큰 남자가 큰 소리로 소리쳤다.

"하하하! 꼬마야. 사람 성질을 건들 줄 아는구나!"

"그래서?"

"지금 당장 올라가지!"

과연 초인과적 능력이 없던 전생에도 효과적이었던 마법의 단어/문장은 판타지 세계에서도 어김없이 효과적이었다.

남자는 앞줄에 있다가 단번에 훌쩍 무대 위로 올라왔다.

"자, 여기 있습니다. 그저 양파보다 10배 이상 맵고 맛이 진하다고 생각하십시오."

"끄응. 솔직하게 말해봐라."

"네?"

"진짜로 안 죽는 거 맞아?"

남자가 덩치에 맞지 않게 작은 목소리로 슬쩍 물었다.

카렘은 다시 또 하나의 열매를 쥐고 씹는 것으로 답해 보였다.

발끈해서 나왔던 남자는 잠시 열매를 내려다보다가 열매를 집었다.

"음!?"

손에 집자마자 화끈거리는 감각.

눈 뒤쪽부터 코안이 불타오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내려갈 수는 없었다.

아이스랜드 남자의 자존심이 걸려 있었으니까.

남자는 두 눈을 딱 감고 열매를 한입에 털어 넣었다.

그리고 눈을 부릅떴다.

"끄흐으으으으으으으읍!?"

처음 느끼는 매콤함에 눈물이 절로 나왔지만, 남자는 입술을 피나도록 깨물며 단전에서부터 끓어오르는 비명을 참았다.

그리고 고통이 잦아들자마자 소리쳤다.

"하, 하! 이, 이 정도 고통은 아무것도 아니야! 벌목하다 비버한테 얻어맞은 게 더 아프겠는데! 아니, 오히려 피로가 싹 가시는 기분이야!!!"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지 않는 남자의 오기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 남자의 오기가 자존심을 자극당한 다른 아이스랜드 남자들의 용기를 불러일으켰다.

카렘은 무대 위로 올라오는 사람들에게 말없이 붉은 마녀의 손가락을 건넸다.

호기심과 자존심.

두 감정에 힘입어 카렘이 알프레드에게 받은 바구니는 금방 바닥을 보였다.

"끼야아아아아아악!!!"

"끄흐으응! 이거 겨울인데도 후끈 달아오르는크흐흠!"

"하! 하하! 벼, 별로 하나도 안매운그렇다고그걸더먹으라고내밀지는-"

"후! 후우! 진짜후우! 피로가 가시는! 기부후운인데. 후욱!"

“맙소사! 정말로 안 죽잖아!?”

“여기 사람이 기절했다! 누가 좀 도와줘!”

무대의 사람들이 소리칠수록 관중들은 더욱 경악을 담아 환호했다.

하지만 카렘은 기뻐하지 않았다.

그야 사람들의 고정 관념이라는 것은 쉽게 바뀌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물꼬를 텄으니 희망을 조금은 가질 수 있다고는 생각했다.

물론 그런 생각도 거기까지.

“카렘 후배. 얼른 이리로.”

“네?”

“뭘 넋 놓고 있어?”

“아, 네!”

군중의 시선과 관심이 분산된 틈을 타 소년은 마법사와 집요정을 따라 무대의 뒤편과 연결된 뒷골목으로 탈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