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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며칠이 지났지만 윈터홈과 콜던의 열기는 꺼질 줄 몰랐다.
아무렴 기록과 설화로만 전해지던 일이 눈앞에 펼쳐졌다.
신의 강림을 목격한 증인들이 잔뜩 흥분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가장 맛있는 음식은 처음에 먹어야 한다는 특정 취향처럼 윈터센드의 하이라이트는 그렇게 끝이 났지만, 축제.
콜던과 윈터홈은 축제가 끝나는 며칠 뒤까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월동 준비와 지루함에 지친 이들의 일상에 생기를 불어넣을 것이다.
거기에 안 그래도 뜨거운 축제의 열기에 기름을 붓는 기물이 있었다.
피유우우우우우- 퍼어엉!
퍼버버버벙! 키유우우우우웅- 펑!!!
"아빠! 하늘에 빛나는 꽃밭이 피고 있어!"
"역시 펠윈터 공이시군. 플라워 오브를 이만큼이나 터트리다니."
"불꽃놀이는 정말 오랜만이구나."
플라워 오브.
어둠이 내려앉은 콜던의 하늘을 밝게 수놓는 불꽃.
날카로운 소리를 일으키며 하늘로 올라가 터지고, 그 파편이 다시 터지며 크고 작게 피어나는 불꽃의 꽃밭.
캐서린의 초과 노동의 산물.
한 개에 최소 5크라운짜리 불꽃놀이가 어둠을 잔뜩 밝혔다.
귀족들도 마법사, 연금술사를 고용해 불꽃놀이를 종종 즐기기는 했다.
하지만 그와는 비교하는 것조차 실례인 규모의 불꽃놀이에 귀족과 권력자들은 과연 공작다운 배포라며 감탄했다.
그 수준은 결코 현대의 그것에 뒤떨어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 나은 부분도 있었다.
낮은 확률이라도 현대의 불꽃놀이처럼 불똥 유탄이 떨어져 대형 화재로 발전하는 일조차 없었으니까.
이 모든 것은 야근을 동반한 초과 노동에 시달리던 캐서린의 노력이었다.
하지만 정작 카렘은 캐서린의 5n크라운짜리 노동의 산물을 볼 시간이 없었다.
"허어. 기름과 노른자. 그리고 약간의 식초만으로 이런 소스가 만들어진다?"
왜냐하면, 카렘은 지금 난데없이 요리 실습을 하고 있었으니까.
그것도 자신보다 한참은 나이가 더 많아 보이는 드워프 노인.
아니, 늙은 드워프를 대상으로.
"고소하고, 느끼하고, 약간의 산미. 맛은 단순하구먼."
"덕분에 다른 소스의 베이스가 되기 딱 좋습니다."
"그래! 정말 천재적이야! 그 나이에 이런 소스를 개발하다니! 역시 젊고 말랑거리는 머리에서 나오는 창의력은 어쩔 수 없다는 것인가!"
카렘은 떨떠름하게 미소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것참 부끄럽네요."
"나이도 어린 것이 겸손하기는! 지나친 겸손은 오히려 예의가 아니니 좀 더 자랑해도 좋다!"
카렘은 평소처럼 내가 천재라서 그렇다며 뻔뻔하게 나갈 수는 없었다.
아무렴 찔리다 못해 발작하는 심장을 억누르더라도 진짜 요리의 천재 앞에서는 이를 당당하게 주장하기에 카렘은 거기까지 철면피는 아니었다.
그의 지식과 레시피는 어디까지나 전생의 넘쳐흐르던 정보전달 매체.
구체적으로는 위키나 동영상 사이트에서 비롯되었으니까.
반대로 말하자면 그 외의 레시피에 대한 지식은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아무래도 각 잡고 제대로 배운 것이 아닌, 어디까지나 취미의 영역.
하나에서 다른 하나로 이어지는 그물, 나뭇가지처럼 배웠던 터라 구멍이 숭숭 뚫린 상태였다.
무슨 취미가 전문적인 파인 다이닝을 할 수준이냐고 물으면 카렘이 할 말은 하나뿐이었다.
그저 전력으로 취미 생활을 즐겼던 것뿐이라고.
"그래. 그 마요네즈를 응용하는 소스를 보여줄 수 있겠나?"
"물론입니다. 애초에 그런 계약이었는 걸요."
"재료는 얼마든지 있으니 마음껏 써도 돼!"
"그러면 연어 스테이크를 부탁합니다."
그러자 지그메서는 직접 각종 식재료가 잔뜩 담긴 상자와 바구니를 들고 오기 시작했다.
전에 험악한 눈으로 보던 사람이 갑자기 이렇게 잘해주니 부담스럽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이건 지그메서의 입장도 생각해야 했다.
'허허, 설마 원한을 불태우던 놈팡이, 아니 인간 소년이 신의 눈길을 받을 줄이야.'
그제야 지그메서는 속으로 식은땀을 흘렸다.
비유하자면 안 그래도 모시는 회장님의 가족이 관심을 가지는데, 회장님보다 더 높으신 분이 눈길을 보낸 상황.
냉정함을 되찾은 지그메서는 생각을 고쳤다.
적으로 돌리면 안 되니 아군으로 만드는 수밖에.
마침 카렘은 실력도 있고 성격도 괜찮았다.
갑자기 변한 태도와 카렘이 부담을 느낄 정도로 잘해주기 시작한 행동은 모두 여기에서 비롯됐다.
카렘은 속으로 한숨을 내뱉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번제자 추천을 거부...할 수도 없겠지요.
아무렴 공작 자제들의 추천이었는데.
어쩌다 카렘이 이런 상황에 부닥쳤는지 알아보기 위해선 시간을 조금 거슬러 올라가야 했다.
축제의 첫날.
하이라이트가 끝나고 사람들이 여운을 느끼며 해산하고 있을 때.
카렘은 메리를 대동한 캐서린에 의해 반강제로 어디론가 끌려왔다.
장소는 이전에도 방문했던 적이 있는 공작의 집무실.
카렘은 멍하니 자신의 손을 붙잡은 아이오나를 바라보았다.
눈을 감고 손에서 은은한 빛을 뿜으며 집중하던 시종장은 고개를 저으며 이 자리를 만든 장본인.
엘리자베스 펠윈터.
다르게 말하자면, 아이스랜드 공작부인에게 부정했다.
"부인. 그 어떤 신성과 축복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아이오나. 그게 정말인가요?"
"예. 부인. 정말 말 그대로 잠깐 흥미를 느끼셨던 것이 분명합니다."
"대체 신께서...."
엘리자베스는 무심코 작은 목소리로 말하다가 잘랐다.
하지만 카렘을 포함해 모두 그녀가 무엇을 말하려 했는지 파악했다.
번제자이기는 하지만, 선택받지도 않은 일개 요리사한테 관심을? 왜? 그것도 제물로 바쳐진 요리가 아니라 고작 소스를?
그리고 고드윈은 답답하다는 듯이 언성을 높였다.
"어머니. 카렘의 요리는 뛰어나지만, 무엇보다도 그 소스가 물건입니다! 그 고소함과 감칠맛. 질리지 않는 산미까지!"
"음, 역시 난 잘 모르겠구나."
"입안을 가득 채우는 고소함과 질릴 때쯤 자극하는 산미! 그것 때문에 제가 다 살이 찔 정도라고요."
"고드윈. 결국 살이 쪘다는 걸 인정한 거니?"
"제가 여태껏 먹어본 소스 중에 제일 마음에 들었습니다."
"빅토르 경은 어땠나요?"
아들과 입맛이 영 다른 엘리자베스는 질문의 방향을 빅토르에게 돌렸다.
한창때 대륙 전체에서 날고 기었던 그라면 의문을 풀어줄 수 있을 거라며.
"확실히 저도 처음 먹어보는 소스라 흥분했지만. 돌이켜보면 취향을 상당히 타는 소스라고 생각합니다."
엘리자베스의 질문에 빅토르는 턱을 긁었다.
카렘은 무심코 끄덕였다.
마요네즈.
비교적 간단한 재료 덕분에 다양하게 활용되지만.
역으로 그 재료의 특징 때문인지 취향을 타기도 했다.
기름이 대량으로 들어가 느끼한 맛이 빠질 수는 없었다.
생 노른자 때문에 코가 민감하면 비린내가 난다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묘하게 느껴지는 산미가 싫다는 사람도 있었다.
고드윈의 묘사대로라면 엘리자베스의 취향은 결코 아니었다.
고드윈은 저렇게 좋아하지만, 빅토르는 취향을 탄다고 하고.
상반된 의견에 엘리자베스가 고개를 기울이자 길게 하나로 묶은 연갈색의 비단결 같은 머리가 어깨로 쏟아졌다.
요리에 대한 평가는 요리사가 내리는 것이 제일 정확하겠지?
그때, 아이오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흠흠, 부인. 그럼 전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아, 바쁜 와중에 불러서 미안해요. 아이오나."
"아닙니다. 부인. 그것이 제 기쁨인걸요."
푸근하게 웃으며 묵례한 아이오나는 카렘을 보고 어깨를 두드리더니 그대로 집무실의 밖으로 나갔다.
"본론으로 돌아와서."
엘리자베스는 시선을 돌려 식은땀을 흘리며 카렘을 몰래 관찰하는 (일방적으로 원한을 품었다가 제 발이 저린 상태인) 지그메서에게 물었다.
"지그메서. 어떻게 생각하시죠?"
"음, 음흠! 빅토르 경과 첫째 도련님. 공작부인의 말 모두 정확합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느끼하니까 말이죠. 특히나 부인의 취향은 아닐 겁니다."
"그런가요?"
"다만 에우로파의 북쪽 나라들이라면 싫어할 사람을 찾아보기가 더 힘들 겁니다. 그 동네는 기름진 것을 좋아하다 못해 없어서 못 먹을 지경이니까요."
총주방장 지그메서의 말에 고드윈의 수행원을 겸하는 감시자 빅토르가 받아 덧붙였다.
매우 정확한 평가에 지그메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음식 전체가 느끼하기로 유명한 에우로파 북쪽.
레체루스같이 추운 북쪽 나라까지 갈 필요도 없었다.
당장 그의 고향인 드워프 왕국 아이젠발트로 넘어가면 눈이 뒤집힐 드워프가 한가득할 거라 장담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투타티스께서 직접 관심을 보일 정도라니."
"전사들이 기름지고 고기가 많은 식단을 선호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신에 도달한 전사이신 만큼 기름진 음식을 좋아하셨던 것이 아니겠습니까?"
"아아. 확실히 그렇군요. 기록에 따르면 투타티스께선 호기심도 많으셨다죠?"
지그메서의 말에 엘리자베스는 수긍했다.
신의 기록도 기록이지만 알프레드를 도와 업무를 하면서 무력을 쓰고 고된 노동을 하는 이들이 기름진 음식을 즐기던 것이 떠올랐다.
"무엇보다 이 마요네즈라는 소스의 장점은 다른 곳에 있습니다."
"베이스 포션처럼 다른 여러 형태로 변할 수 있겠지."
"아타니타스공의 말이 정확합니다."
갈릭 마요네즈, 허니 머스터드, 사우전드 아일랜드를 비롯해 최소 수십 가지의 메이저한 소스가 마요네즈를 기반으로 했다.
소스가 흰 쪽으로 밝은색이면 보통 마요네즈가 분명히 들어갔다는 뜻.
속으로 긍정한 카렘은 문득 궁금한 점이 생겼다.
공작의 집무실인데, 정작 그 공작이 없다?
친절하게도 카렘의 의문을 짐작했는지 엘리자베스가 답했다.
"그이는 손님들을 상대하느라 자리를 비울 수가 없단다. 아무래도 축제의 첫날부터 주최자가 빠질 수 없으니까."
"그으렇습니까. 부인."
확실히 파티에 손님들이 잔뜩 있는데 주최자가 비울 수도 없는 노릇.
양해를 구하더라도 큰 실례였으니 당연했다.
그래서, 대체 왜 내가 여기에 있는 것일까?
표정에 대놓고 드러난 말에 캐서린은 네가 할 소리냐는 의미를 담아 쳐다보았다.
물론 카렘도 잘 알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이 축제에 강림한 전사신 때문이었다.
제물로 바쳐진 것도 아닌데 난데없이 상석으로 가서 마요네즈 그릇을 가져간 것.
그 후에 카렘을 보고 재밌다고 한 것과 그걸 상석에서 본 사람이 있다는 것.
카렘은 캐서린의 말마따나 평온하게 살기엔 글렀다는 생각이 물씬 들었다.
좋게 생각하자.
카렘은 적어도 나쁘거나 불리한 상황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긴장하는 건 그저 알프레드와 고드윈, 알리시아로 단련된 몸이 새로운 높으신 분의 인카운트에 적응하지 못해서 그런 것일 뿐이었다.
카렘이 긴장을 가라앉히는 사이.
엘리자베스가 캐서린에게 말했다.
"아타니타스. 내가 그쪽 요리사를 일정 기간 빌릴 수 있을까요?"
이유는 간단했다.
귀족의 유행이란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위에서 아래로 흐르기 마련.
고드윈과 알리시아의 증언, 지그메서의 평가를 종합한 엘리자베스.
이건 먹힌다는 판단을 내렸다.
거절이라는 건 있을 수 없으니 카렘은 협상은 전적으로 캐서린에게 맡겼다.
아무리 생각해도 캐서린이 자신보다 더 협상을 잘할 것 같았으니까.
그녀가 선 계약 고용주이기도 했고.
그리고 엘리자베스도 애초에 캐서린과 협상을 할 생각이었는지 카렘이 바톤을 넘기자 협상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그렇게 이어진 협상은 금세 결론이 났다.
캐서린에게 일정 대가를 지급하고 카렘은 지그메서와 서로 요리에 관한 정보, 예를 들어 레시피를 공유한다.
'나한테도 좋은 일이지.'
전력으로 했다지만 어디까지나 취미의 영역에 있던 카렘은 전문가가 보기엔 부족한 점이 보였고 지그메서는 훌륭한 선생이기도 했다.
부족한 기본기와 응용력, 거기에 모르는 레시피까지.
거기에 유사시 일이 발생하면 공작가의 배경을 빌릴 수 있으니 오히려 이득이었으니 카렘도 처음엔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무엇보다 가르침과 동시에 가르치는 사람의 태도가 좋기도 하고.
캐서린에게 계약 외의 추가 노동이라며 보너스를 받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교류를 시작하며 지그메서가 보였던 태도는 내숭으로 생각될 만큼 카렘은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다.
"음? 꼬마야. 뭔가 불편한 거라도 있는 게냐?"
"아무것도 아닙니다."
카렘은 잠시 멈췄던 손을 다시 움직였다.
손이 붙잡은 칼이 빠르게 움직일 때마다 양파가 잘게 다져지고 있었다.
"다진 양파와, 다진 피클? 거기에 달걀이라니. 핑거 푸드라도 만들려는 게냐?"
"아뇨. 전부 소스에 들어갈 재료입니다."
"삶은 달걀을?"
"네."
당연했다.
지금 카렘이 만드는 것은 타르타르 소스였으니까.
커다란 그릇에 삶은 달걀을 잘게 으깨어 다진 양파와 피클, 레몬즙에 마요네즈와 약간의 후추를 넣고 마구 휘젓듯이 섞어주면 완성.
타이밍 좋게 지그메서가 미디엄으로 잘 구운 연어 스테이크에 얹었다.
연어의 미처 식지 않은 버터와 기름에 소스가 퍼지며 지글거렸고, 이내 모습을 감췄다.
맛이야 말할 필요가 없었다.
연어 자체적으로 지닌 기름과 버터에 튀겨진 바삭한 겉.
완전하게 익었지만 절묘한 온도 조절로 부드럽게 쪄지듯이 익은 속.
기름진 버터와 연어를 함께 아우르는 타르타르 소스까지.
눈을 감고 맛을 음미하던 지그메서가 누가 보더라도 과할 정도로 감탄했다.
"베이스가 느끼하고 고소한 탓에 조화가 잘 되고, 산미와 식감이 포인트를 잡는군. 역시 내 생각이 옳았어!"
지그메서의 말에 깊게 동감하던 카렘은 생각했다.
다 좋은데 저 아부만 좀 어떻게 했으면 좋겠군.
하지만 결국 제 발 저린 지그메서의 불안함에서 비롯된 터.
늙은 드워프의 아부와 호들갑과 기타등등이 사라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