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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터센드의 본 행사는 카렘에게도 익숙한 순서로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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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가 시작할 때는 행사에 찾아온 사람 중 가장 지위와 인망이 높은 사람이 연단에서 짧게 한다면서 끝없이 늘어지는 연설을 늘어놓는 것이 보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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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만 다행히 알프레드는 신에게 올리는 의례적인 감사의 인사와 함께 흔한 지배자로서 말하는 덕담을 짧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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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이나 현생이나 행사가 열렸을 때 짧게 말한다며 말꼬리를 한도 끝도 없이 늘이던데, 이렇게 짧게 하고 끝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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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는 할 말이 없군. 이만 말을 마치도록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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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설마했지만, 알프레드는 정말로 단상에서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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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로 짧게 말하고 나갈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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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은 작게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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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곧바로 풍성한 수염을 쓰다듬으며 아이오나가 뚱뚱한 몸과는 달리 날렵하게 단상에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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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엄숙했지만, 이내 행사가 시작되자 분위기는 반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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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이나마 음량이 줄었던 광장은 순식간에 시끌벅적하게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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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적으로 엄숙한 분위기 같은 것을 생각하던 카렘에게는 조금 놀라운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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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들인 몬스터와 짐승을 부려 묘기를 부리는 테이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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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장비를 설치해 공연을 선보이는 서커스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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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끼를 든 두 야만 전사들의 험악한 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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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멧돼지 통구이를 혼자서 먹어치우는 미모의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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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프와 드워프로 이루어진 음유시인 콤비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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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다양한 사람들이 모닥불을 돌며 나름의 공연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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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은 문득 아쉬움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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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톤 마을에서 가끔 벌어졌던 축제도 저랬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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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스스로 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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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윈터홈. 공작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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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족이 주관하는 대연회니까 볼거리도 대단한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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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진 깡촌 모스톤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실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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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물며 거긴 축제를 벌여도 방랑 서커스단이나 극단은 무슨 음유시인도 잘 들르는 일이 없는 곳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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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거나 전생과는 다른 색다르게 보는 맛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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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사람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축제에 열광하는 이유가 있었다며 구경하던 카렘은 문득 뒤통수에서 무언가가 찌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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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킨 머리카락이 두피를 찌르는 듯한 짜증 나는 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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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시하라면 무시할 수 있겠지만, 계속해서 느껴지자 신경이 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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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손에 쥔 용기를 고쳐 쥔 카렘은 주변을 슬쩍 둘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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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의 통로와 외곽에 자리한 다양한 인파는 모닥불을 빙 돌며 선보이는 공연에 시선과 정신을 기울이고 있으니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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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해 슬쩍 뒤돌아 상석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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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귀여운 투실이. 뭐가 그리 불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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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조금 전에 몬스터 공연 또 보면 안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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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되겠냐. 다른 공연할 사람이 잔뜩 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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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에는 별 관심이 없는지 투덜거리는 알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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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옆에 앉아 소금 대응하는 윌리엄, 펠윈터의 차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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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프레드와 공작부인은 그런 알리시아를 꿀 떨어지는 눈으로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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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남 로빈을 툭툭 건들며 장난을 치던 고드윈이 카렘과 눈이 마주치자 슬쩍 고개를 끄덕이며 눈으로 자신의 오른편을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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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의 얼굴은 짜게 식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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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마요네즈를 받아갔더니 여기까지 들고 오다니. 어지간히도 단단히 마요네즈에 중독이 된 것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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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러다가 분명 살이 찔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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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카렘은 상석의 다른 이들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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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유력자, 귀족, 부족장 등 상석의 가장 바깥쪽에 앉은 귀빈들이 앉아 요리를 먹으며 수다를 떨고 공연을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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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뒤통수를 찌르는 시선의 주인은 상석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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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석의 귀빈석에 앉은 캐서린은 공연에 딱히 관심이 없는지 메리가 내미는 과일을 먹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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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는 카렘의 시선이 닿자 눈만 슬쩍 움직여 번제자 무리의 한쪽을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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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의 시선은 단상의 뒤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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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정확히는 카렘이 자리한 번제자 무리의 오른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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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카렘이 보기에 번제자들은 그냥 평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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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은 수다를 떨며 공연을 관람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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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긴장한 기색도 없는 것이 번제자로 여러 번 나온 것 같은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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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수염이 없는데 나이 든 드워프가 부리부리한 눈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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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은 잠깐 자기가 꿈을 꾸나 싶었지만, 그를 노려보는 드워프는 정말로 단 요만큼의 수염도 없이 반들반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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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 근육질 노인인가 싶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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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통나무같이 굵고 짧은 팔, 다리와 떡 벌어진 어깨, 다부진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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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인 비율을 보자 드워프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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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드워프 노인의 눈빛에 깃든 감정의 정체는 질투와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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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처음 보는 드워프 할아버지의 열렬한 눈길에 카렘은 당혹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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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면서 내가 뭐 실수라도 저질렀나? 그럴 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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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객관적으로 봤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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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이 분노의 대상이 될 이유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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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드워프, 총주방장 지그메서의 주관적인 입장에서 그의 분노는 매우 정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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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그메서는 확신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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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대각선 전방에 있는 꼬마가 바로 그 카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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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번제자들 중에 카렘보다 어린 사람은 없었으니 알아보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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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버르장머리 없는 어린 것이 감히 내 기쁨을 빼앗아가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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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과 손주를 배부르게 먹이고 맛있다는 말을 듣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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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든 노인에게 누구에게도 양보할 수 없는 행복이라고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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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카렘이 그 행복을 일부나마 뺏어갔다는 사실에 지그메서는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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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그메서는 카렘이 보거나 말거나 일방적인 분노를 담아 불타는 시선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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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이 결국 시선에 못 이겨 고개를 앞으로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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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뒤통수에서 느껴지는 시선이 무척 부담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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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카렘에겐 다행히도 엘프 궁수의 곡사 공연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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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란 두루마리를 든 아이오나가 단상에 다시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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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제자들 앞에서 기다리던 사제들도 걸어 나와 장작불을 둘러싼 테이블 주변을 둘러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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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러운 엄숙한 분위기에 시끄럽던 사람들이 천천히 입을 다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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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통수를 찌르는 시선은 여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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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카렘은 괜히 긴장된 나머지 고개만 돌려 몸을 이리저리 돌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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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노 시절의 거적때기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실례인 고급 가죽 바지와 양모 셔츠 위에 착용한 가죽조끼와 추위를 대비해 입은 두툼한 털망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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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의 탑에 마련된 시종 숙직실에서 발견한 옷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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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가 말하기를 귀족님들만큼은 아니지만 나름 돈깨나 버는 사람이 특별한 날에 입는 외출복 정도는 된다고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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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그 말이 틀리지는 않은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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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의 셔츠만큼은 아니더라도 평소에 입던 활동복과는 비교하기 힘든 부드러움과 단열 성능을 확연하게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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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털망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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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짐승의 털가죽인지는 몰라도 겉의 펑퍼짐한 털은 푹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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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쪽도 마감 처리를 잘 했는지 요만큼도 거칠 거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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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사이 아이오나는 양피지에 적힌 번제자의 이름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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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는 카렘의 생각보다 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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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이오나가 이름을 부른 번제자가 제물을 들고 테이블까지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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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사제들에게 제물을 건네고 가볍게 장작불을 향해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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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번제자가 원래 있던 위치로 복귀하는 동안 사제들이 제물을 테이블에 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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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아이오나는 다음 번제자의 이름을 호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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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만 따졌을 때 카렘은 이보다도 더 간단한 예식을 본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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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그렇게 치면 왁자지껄하게 공연과 묘기를 즐기는 것도 본 적은 없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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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는 자신이 사냥한 와이번의 박제된 머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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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는 자신의 마지막 삶의 불꽃을 불태워가며 제작한 도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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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는 왕국에서 제일 품질이 좋은 천으로 만든 옷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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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제물이 그렇게 테이블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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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주방장! 지그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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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많은 번제자가 왔다 간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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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은 드디어 자신을 노려보던 지그메서가 걸어나가는 것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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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드워프가 총주방장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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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에게 보란 듯이 콧바람을 내뿜은 지그메서는 양손의 접시를 들고 당당하게 앞으로 걸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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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 돼지가 통으로 올라갈 수 있는 커다란 접시는 커다란 양동이 같은 뚜껑이 덮여 무엇이 담겨있는지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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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지그메서의 행동이 특이한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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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고도 제물을 가렸던 번제자는 숫자가 제법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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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다른 생각이 없던 카렘의 눈초리는 사제들이 뚜껑을 열자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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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릉- 날카로운 금속음과 함께 지그메서의 제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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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노란색과 은은한 붉은색이 어우러진 인상적인 원기둥은 제 무게를 못이겨 360도 회전한 등변 사다리꼴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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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반을 덮은 것은 연갈색 빛을 띠는 윤기가 나는 조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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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보자 조각은 수없이 작은 선이 촘촘한 직물처럼 엮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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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은 달콤한 향기와 은은한 꽃 냄새를 품고 조각에 덮이지 않은 나머지 부분을 스치며 표면에 물결 같은 진동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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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딩!? 저만한 크기에, 흔들림이 없다고? 아니, 그릇이 없어서 그렇지 저러면 크렘 브륄레나 다른 바가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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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을 속으로 생각하자마자 카렘은 스스로 반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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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의 현대 문명을 기억하는 그는 판타지라고는 하나 아직 중세에 머물러있는 이곳을 은연중에 깔보고 있었을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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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와 문명이 다르다고 해도 사람이 바보가 되는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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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이 없다고 지혜와 지능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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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에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현대에 데려와도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역시 다빈치라며 감탄을 할 것이 분명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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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푸딩을 총주방장한테 말할 사람은 알리시아 말고는 없는데. 레시피도 없이 저걸 저렇게 재현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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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은 경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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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그가 기억하는 레시피도 대부분 전생의 타인의 것을 기억하던 것을 모방, 변형했던 터라 딱히 독점하겠다는 생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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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먹어본 적도 없는 요리를 카피하다 못해 자기 것으로 어레인지하다니. 뛰어난 요리사는 몇 가지 단서만 가지고 레시피를 복사하고 향상한다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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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리로 돌아오는 지그메서는 상석을 한 번 보고는 만족스러운 곰처럼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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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딩! 커다란 푸딩! 오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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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토실아. 신기하기는 한데 그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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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그가 기대했던 반응이 여실히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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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서 고개를 내려 카렘을 본 지그메서는 만족스럽게 웃-으려다가 당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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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생각했던 반응이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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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감. 분함.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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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그메서는 이따위의 감정을 기대했지만 지그메서가 보기에 카렘의 눈엔 완전히 다른 감정, 존경심이 담겨있었다. 이러면 실패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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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고민하던 지그메서는 찜찜하지만 일단 만족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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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렴 알리시아 공녀님의 반응은 이걸로 돌아올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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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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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은 아이오나가 몇몇을 더 호명하고 나서야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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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경악을 숨기지 못하던 그는 아이오나가 그를 부르고 나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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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박자 늦게 앞으로 나아간 카렘은 긴장을 풀기 위해 한숨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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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터센드 이전에 당장 접시를 덮은 마법 도구를 위해서라도 실수를 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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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물을 준비하는 동안 카렘은 문득 일전에 들은 마법 도구에 대해서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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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을 최상의 상태로 보관하는 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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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요리를 가장 맛있게 보관하는 도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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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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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역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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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대여비는 네 봉급에서 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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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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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에 는 무슨 에에. 얼른 제물이나 준비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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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확실히 그 효과는 확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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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가의 뚜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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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 시간 덮은 음식을 식지 않고 맛있게 보존하는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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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준비한 포르게타는 아직도 따뜻하고 바삭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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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카렘은 딱히 자기가 선택되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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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렇게 제물들이 하나같이 쟁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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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들도 대단한 제물들을 하도 많이 봤던 터라 카렘의 포르게타를 받았을 땐 성인식도 안 치렀을 소년을 놀랜 눈으로 잠깐 쳐다본 것이 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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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사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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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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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례지만 그 뚜껑은 받아갈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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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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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빌린 물건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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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이 자리로 돌아오고 남은 사람이 전부 호명되어 제물이 테이블에 놓이자 아이오나는 두루마리를 집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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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물의 준비가 끝났으니, 겨울의 여주인의 종복이 감히 청합니다. 겨울을 정복한 자시여, 부족하나 그 정성을 어여삐 여겨주소서. 승천자시여. 부족하지만 그대에게 청하옵니다. 전사신이시여, 선택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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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나가 기도가 끝나자 사제들이 일제히 펑퍼짐한 옷자락 속에 손을 집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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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검, 단검, 손도끼, 철퇴, 모닝스타 등 온갖 무기를 꺼낸 그들은 활활 타오르는 장작에 무기들을 모조리 집어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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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실린 장작불의 냄새에 진한 쇠 비린내가 함께 섞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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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작불이 더욱 높이 피어오르고 열기가 광장에 점점 퍼지자 광장은 사람들의 흥분으로 더욱 소란스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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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에 닿은 무기에 불이 붙고 금속이 순식간에 검게 그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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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모름지기 축제란 엄숙한 게 아니라 시끌벅적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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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가 부닥치는 듯한 날카롭고 육중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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