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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335 li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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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둥절했던 도축업자들과 마찬가지로 캐서린도 나갔다가 복귀한 카렘과 메리가 들고 온 고기를 보고 고개가 절로 갸우뚱거렸다.
"돼지고기...뱃살? 하필이면 고기도 적은 그걸?"
"장담하는데 돼지는 뱃살이 제일 맛있습니다."
"음, 도통 짐작이 안가는 구나. 아. 혹시 저번에 말했던 그 베이컨이라도 만들 셈이냐?"
생선살과 조개를 듬뿍 넣어 만들었던 차우더.
캐서린에겐 그 자체만으로도 아주 맛있었다.
하지만 카렘은 거기에 돼지 뱃살로 만들어 바싹 구워 부순 베이컨을 뿌리면 더욱 맛있다고 했었다.
그리고 캐서린은 카렘이 부정하기도 전에 고개를 저었다.
"아니지, 아무리 너라도 베이컨을 만드는 데는 한 세월이 걸릴 텐데."
"정 궁금하시면 직접 보....시는 것도 안 되시겠네요."
카렘은 캐서린의 손을 바라보았다.
축제에 폭죽으로 사용될 플라워 오브
피해를 줄이기 위해 마법으로 일일이 처리해야 한다고 했던가.
분명 며칠 전부터 밤새도록 만지셨던 것 같은데.
카렘이 아직도?라는 의미로 캐서린을 바라보았다.
보호 마법이 걸린 하얀 장갑을 낀 손으로 형이상학적 도형을 플라워 오브에 새기던 그녀는 가당찮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너 불꽃놀이 한 번에 이 5크라운짜리 타는 쓰레기가 얼마나 필요한지 알고서 하는 소리냐?"
"어, 저야 모르죠. 불꽃놀이를 본...적도 없는데요."
순간 전생의 경험으로 본 적 있다고 할 뻔했지만, 캐서린은 다르게 받아들였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어지간한 귀족들도 불꽃놀이에 돈이 왕창 깨지지. 그리고 단순 반복 작업은 지루하기 짝이 없다."
"네?"
"지루하니까 네가 뭘 준비하려는지 보면서 할 거다."
"어...그거 불꽃놀이. 불에 닿기라도 하면 위험한 물건이죠?"
"무얼 걱정하지 말아라."
주변에 떠다니던 빛나는 도형이 플라워 오브에 달라붙어 떨어지자 캐서린이 곧바로 잡아챘다.
"폭발 전 안정화 작업은 진작에 다 끝났고, 지금은 폭발한 후의 안정화 작업이니까. 그러니까 어서 나를 재밌게 해라."
"불안한데...."
"어허. 네 고용주를 믿지 못하다니. 무엄한 녀석."
그때 메리가 툭 하고 내뱉었다.
"카렘 후배."
"네?"
"그래서 전 언제까지 이 고깃덩어리를 들고 있어야 합니까."
"아. 얼른 부엌으로 가죠."
*
*
*
결국, 끝까지 따라온 캐서린.
기어코 작업 중이던 플라워 오브를 한가득 들고 와 주방의 한구석을 통째로 차지하고 카렘이 무얼 하는지 구경하기 시작했다.
평소에도 틈만 나면 주방에 구경하러 오는 그녀였지만.
오늘은 그 손에 들린 물건 때문인지 카렘은 더더욱 그녀가 신경 쓰였다.
그럴수록 그녀는 신경 쓰지 말라며 손을 휘저었지만 그게 가능할 리가.
카렘은 애써 그녀를 무시하고 오븐에 불을 피운 다음 돼지 뱃살에 집중했다.
뱃살은 카렘이 아는 돼지 뱃살보다는 기름이 적었다.
덕분에 카렘이 따로 기름을 제거할 필요는 없었다.
껍데기는 도축업자들이 털과 잔털을 모두 제거했는지 만지면 매끈함이 느껴질 정도로 잘 정리된 상태.
게다가 손질되기 전에 춥고 건조한 날씨에 제법 방치됐는지 고기는 충분하게 수분이 날아가 손질하고 요리하기에 딱 좋은 상태였다.
포르게타.
돼지 뱃살을 가로로 넓게 잘라 속에 소를 채워 넣고 돌돌 만 후 껍질이 바삭해지도록 굽는, 어떻게 보면 통구이의 변형에 가까운 물건이었다.
그리고 통구이에 비해 크기가 작다고는 하지만 그 크기 덕분에 속까지 촉촉하게 잘 익히면서 겉을 바삭하게 굽는 것은 매우 어려웠다.
너무 오래 구우면 겉은 완전히 타버리고.
그렇다고 시간을 덜 들인다면 속은 덜 익었다.
현대였다면 돼지고기라도 조금 덜 익었다고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다.
흔히들 기생충 때문에 바싹 익혀 먹어야 한다고 하지만, 그건 옛날 이야기.
현대의 소나 돼지나 사료를 먹여 키우는데.
하지만 여긴 아니었다.
돼지가 뭘 주워 먹었을지도 모르는 일인데.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철저하게 구워야 했다.
"그래서, 언제 시작할 거냐?"
"아 집중하는데 좀 조용히 해주십쇼."
"내가 왜 여기에 왔다고 생각하느냐. 어서 날 재밌게 해라."
"안 그래도 이제 막 시작하려고 했습니다."
카렘은 머릿속에 파묻은 레시피를 검토하며 뱃살을 사용할 만큼 잘랐다.
곧바로 껍데기에 칼집을 촘촘하게 넣고 가로로 넓게 저몄다.
겉보기엔 기름과 고기를 분리하는 것 같아 메리가 물었다.
"카렘 후배."
"네?"
"기껏 뱃살을 가져왔는데, 비계만 사용하는 겁니까?"
"아뇨. 이대로 속에 소를 채운 후 돌돌 말 겁니다."
그 말을 들은 캐서린은 그제야 카렘이 무엇을 만들려는 것인지 파악할 수 있었다.
속에 소를 채워 넣고 굽는 요리.
카렘의 전생에도 동서고금 고대부터 현대까지 다양한 롤이 있었고 비단 돼지고기가 아니라 토끼, 가금류, 생선 등등 다양한 고기를 사용했다.
세오폰 왕국에도 소를 채운다 하면 파이와 통구이가 보통이었지만.
시선을 다른 나라로 돌리면 흔하지는 않아도 비슷한 요리는 있었다.
캐서린도 인상을 찌푸리며 과거의 기억을 어렴풋이 떠올렸다.
"그래, 세르비아누스에서 비슷한 것을 먹어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지금 돼지고기로 하는 것처럼 말입니까?"
"그래. 토끼나 몬스터의 고기. 돼지고기도 있었지. 그때는 안심을 저몄었지. 돼지 뱃살을 쓰는 건 또 처음이로군."
"장담하는데 이쪽이 더 맛있을걸요."
돼지고기의 손질을 마친 카렘은 곧바로 소로 쓸 재료를 차례대로 부수고 다졌다.
전생엔 소의 양을 불리기 위해 빵을 넣었지만.
지금 환경에서 재료의 눈치를 볼 필요는 없었다.
다만 돼지 냄새를 확실하게 잡을 필요가 있었다.
수북하게 쌓인 파릇파릇한 파슬리와 후추, 소금, 한국인조차 경악할 만한 양의 마늘을 다져 수북하게 다졌다.
수십 알이나 되는 마늘이 일제히 부서졌다.
비강을 찌르는 자극하는 알싸한 향이 순식간에 주방을 점령하는 순간 캐서린이 경기를 일으켰다.
"으악! 아니, 잠깐. 마늘을 그렇게 많이 넣는다고?"
"네? 이래야 냄새가 확실하게 잡히니까요."
"그래도 너무 많은 거 아니냐? 여기까지 냄새가 진동하는데?"
"아 돼지기름에 튀겨지고 육즙에 쩔어서 오븐에 구워지면 문제없을걸요. 아마?"
“어이. 아마는 뭐냐. 네놈도 확신하지 못하잖냐!”
“아무튼, 냄새 잡는 덴 이쪽이 최고니까요.”
그런 카렘의 넉살과 함께 주방을 가득 메우는 찡하고 알싸한 마늘의 향기에 캐서린은 무심결에 실수라도 할까 마법을 거둬들였고 메리가 건넨 손수건으로 코를 막았다.
마법은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섬세한 학문.
자칫 냄새 때문에 집중력이 깨지기라도 하면 대사건이니 어쩔 수 없었다.
랄까 전부터 생각했지만, 저놈은 향신료를 무슨 일반 채소처럼...
하지만 이건 카렘도 어쩔 수 없었다.
다른 건 타협하더라도 마늘만큼은 양보할 수 없었다.
이건 전생의 기억에서부터 이어진 본능의 영역이었으니까.
거기에 현대의 돼지와 달리 뭘 먹었는지도 모를 중세의 돼지.
당연히 냄새도 강하기 마련이었기에 이를 잡기 위해서라도 이 정도는 필요했다.
소가 섞이기 시작하자 마늘 향은 더욱 강렬하게 퍼졌다.
캐서린, 메리는 정신이 다 혼미해질 것 같았다.
그동안 카렘은 종종 요리에 마늘을 듬뿍 넣기는 했다.
하지만 눈앞의 저건 그것들과는 궤를 달리하는 양과 향이었다.
하지만 두 사람이 뱀파이어의 심정에 공감하든 그가 알 바는 아니었기에 카렘은 눈 앞의 돼지고기에 집중했다.
돼지 뱃살의 껍질을 바깥으로 향하도록 펼치고 소를 그 위에 넓게 퍼 얹었다.
꼼꼼하게 돌돌 말고 형태가 고정되도록 말고 무명실로 형태를 고정.
마지막으로 표면에 소금을 잔뜩 발라 수분을 날린 생 포르게타는 곧바로 뜨겁게 달궈진 오븐으로 들어갔다.
*
*
*
그렇게 시간이 지나 어느새 점심이 될 무렵.
몇 시간 동안 카렘은 쭈그리고 앉아 오븐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그 지루한 광경에 캐서린은 절로 하품이 다 나왔다.
"메리. 시간이 얼마나 지났지?"
"느낌상 두, 세 시간은 넘겼습니다. 계약자. 이제 좀 있으면 점심시간입니다."
"대체 언제쯤 끝나려는 건지 원. 결과가 시원찮기만 해봐라."
캐서린은 투덜거렸다.
그 긴 시간 동안 카렘이 미동조차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오븐에 머리를 처박을 기세로 집중하던 카렘은 분주히 움직였다.
포르게타를 뒤집으며 상태를 확인, 위치를 바꾸고.
밑에 깐 트레이에 떨어진 기름과 육즙을 겉에 바르면서 대롱을 찔러 넣어 안쪽에 수분을 보충해주고 도로 오븐에 집어넣기를 반복.
같은 과정을 일정 간격으로 반복하고 있었다.
덕분에 캐서린의 간식을 챙길 여유도 없었다.
분, 초 단위의 타이머라도 있다면 모를까.
온도 조절에 실패하면 속이 덜 익거나 겉이 타버리는 건 한순간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그 집착이 느껴지는 모습은 보자면 화로의 열기에 무기를 다루는 드워프 대장장이를 보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또 오븐을 열고 확인하던 카렘은 드디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후우우우. 눈이 빠질 것 같은데."
"꼬마. 드디어 끝난 게냐?"
"넵. 이게 제가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입니다."
그 결과물이 양손으로 쥔 트레이에 담겨 있었다.
포르게타를 감싼 껍데기는 그 위를 골고루 뒤덮은 선명한 주황빛이 도는 진한 갈색 기포 때문인지 잘 구워진 돼지 통구이의 껍질보다 더욱 바삭해 보였다.
포르게타의 형태를 고정하던 꼬치를 빼자 틈새로 육즙이 나오며 고소한 돼지 기름 냄새가 물씬 풍겼다.
메리의 말대로 곧 있으면 점심시간.
카렘은 곧바로 칼을 도마에 놓은 포르게타에 가져갔다.
스르르륵, 껍질 사이에 낸 칼집을 따라 느껴지는 약간의 저항감.
신경 쓰지 않으면 보이지 않을 희미한 분홍빛을 띠며 소용돌이를 그리는 하얀 속살과 틈새에 가득 찬 빛이 바랜 녹색 소에서 피어오르는 진한 육향 어디에도 누린내는 나지 않았다.
카렘은 곧바로 접시에 포르게타 한 조각을 잘라 어느새 테이블에 착석한 캐서린의 앞에 놓았다.
캐서린이 플라워 오브 바구니를 옆으로 치우자 메리가 곧바로 눈치껏 식기를 가져와 썰었고.
카드득!
나이프에서 손, 팔을 타고 머리를 울리는 바삭한 감각.
메리는 한순간이지만 몸을 떨었다.
무표정이 기본 상태인 그녀의 얼굴에 한순간 미소가 피어올랐다.
하지만 메리는 빠르게 평정심을 되찾았다.
계약자의 앞에서 추태를 보일 수는 없는 법.
물론 진작에 다 보인 지 오래였지만 사소한 건 신경 쓰지 않는 메리는 곧바로 작게 자른 포르게타 조각을 캐서린의 입에 가져갔다.
몇 시간 전에 속에 들어간 압도적인 양의 마늘에 캐서린은 잠시 망설였다.
그래도 다행히 마늘 냄새가 적게 나자 일단 안심하고 먹었다.
아그작!
입안에 들어갔는데도 불구하고 주방 전체에 울려 퍼지는 바삭함!
마늘이 수십 알이 들어간 값을 하는 듯 누린내는 나지 않았다.
돼지고기 특유의 고소한 육향, 육즙, 기름.
자칫 느끼할 수 있었지만, 소로 들어간 파슬리의 향, 마늘과 후추가 톡톡 튀어나오면서 기름진 고기를 즐길 수 있게 만들었다.
카드득! 버석! 버석! 버석!
무엇보다도 씹기를 반복하는 데도 줄어들 기세를 보이지 않는 압도적인 바삭함이 이빨과 귀를 즐겁게 울렸다.
간식을 먹지 못한 퉁명스러움은 온데간데없는 캐서린의 모습.
접시의 반을 비웠을 때, 카렘은 아차 했다.
"소스를 까먹었네."
"뭐? 소스?"
"네, 일단 두 가지를 생각하고 있었는데요."
카렘은 포르게타의 밑에 깔렸던 철망이 깔린 트레이를 두드렸다.
"하나는 이 육즙과 기름을 베이스로 만드는 고소한 그레이비, 다른 하나는 사과잼과 발사믹 식초를 베이스로 하는 새콤달콤한 소스를-"
"지금 당장 내오지 못하겠냐!"
***자료첨부***
-포르게타-
챗GPT가 그려준 그림입니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