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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 충분히 기다려줬다는 듯 하늘은 새하얀 폭설을 흩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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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까지라면 별달리 특별한 일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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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랜드의 겨울에 눈은 일상이나 다름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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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일주일 넘게 눈이 쏟아지는 건 좀 심각한 거 아닌가? 카렘은 며칠 동안 고민했지만, 캐서린은 괜한 걱정하지 말라고 타박했고 메리는 오히려 좋은 게 아니냐며 헛소리를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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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집요정 브라우니의 기준에선 헛소리는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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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이 내리면 제설을 해야 하고, 그건 일거리가 늘어난다는 소리니 일 중독인 메리에게는 하늘에 감사의 기도를 올려도 모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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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진짜로 괜찮은 게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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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한 걱정이다. 척 보면 모르겠냐? 저건 밤낮으로 일거리가 쏟아져서 희열이 넘치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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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건 보면 알겠습니다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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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블리자드가 칼춤 추듯이 부는 바깥과는 달리 훈훈함으로 가득한 마법사의 탑의 휴게실에서 카렘은 캐서린의 타박을 들으며 창밖의 메리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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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한복에 털가죽을 둘둘 싸맨 인영이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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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우니도 추위는 어쩔 수 없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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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새벽부터 그녀는 지금까지 마법사의 탑 주변에 눈으로 성벽을 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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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비단 마법사의 탑 주변에만이 아니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성의 다른 시설 주변으로도 속속들이 눈 성벽이 올라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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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눈이 이렇게나 쌓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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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걱정할 일은 아니구나. 그나저나 당과(Candied fruit)라니. 오랜만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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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분들이 선물로 설탕을 보내주셔서 한번 만들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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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쫀득하고 바삭거리는 게 딱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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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정과를 물고 꿀과 계피를 넣고 끓인 우유를 머금은 캐서린은 배부른 고양이처럼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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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벌의 공적을 넘겼다는 기사들이 그에 대한 보답이라는 듯 설탕을 조금씩 사 보낸 덕분이었다. 티끌모아 태산이라고 전부 모아보니 그 양이 상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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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카렘은 대량의 설탕으로 중세 평민은 꿈도 꾸기 힘든 사치를 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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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관이 열악했는지 일부 빛이 바랜 것이 섞여 있었지만 딱히 티가 나는 수준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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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오늘의 간식은 꿀과 계피를 탄 우유와 사과, 서양배, 복숭아로 만든 새콤달콤 쫄깃한 정과와 호두, 아몬드, 헤이즐넛으로 만든 달콤하고 바삭한 견과류 정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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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은 잔뜩 준비한 보람을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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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삭-바삭바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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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견과류를 설탕에 졸이길래 잼이라도 만드는가 했더니 이런 거였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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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상의 전환이랄까요. 그런데 너무 많이 드시는 거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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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뭐가 말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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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의 말에 캐서린은 도통 모르겠다는 듯 수북하게 담겨있다가 바닥만 보이는 그릇을 내밀었다. 더 내놓으라는 무언의 요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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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 점심은 대체 어떻게 드시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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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모르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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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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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에겐 간식 배가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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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문제없으니 어서 더 내놔라. 이미 여러 차례 반복된 멍청한 싸움이었던지라 카렘은 금방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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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다못해 간식 때문에 밥을 못 먹기라도 하면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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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먹고 밥은 또 잘 먹는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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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이 정과를 그릇에 추가로 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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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는 사이 창밖의 메리는 조금 쉬려는 듯 삽을 놓고 이리저리 몸을 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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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다 못해 누가 도와주려고 하면 적대감을 내뿜는다고는 하지만 이대로 보고 있기엔 카렘의 마음은 그렇게 염치없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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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메리한테 조금 챙겨줘야겠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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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적당히 챙겨주면 좋아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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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는 의미에서 조금 챙겨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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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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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내 몫이라는 듯 항의하는 캐서린의 반응을 넘겨버린 카렘은 정과를 조금 소분하고 잔에 꿀, 계피를 탄 우유를 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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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손에 메리의 몫을 들고 카렘이 나가려던 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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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표정으로 부루퉁한 기색을 뿜던 캐서린이 카렘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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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맞다. 점심 식사 때 손님이 방문하기로 했으니 적당히 준비해놓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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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걸 먼저 말씀하셨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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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첫째 공자인 고드윈 펠윈터가 손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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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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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을 기쁘게 자처하는 메리에게 간식을 떠넘기며 소식을 전하자 메리는 진작 알고 있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결국, 나만 모르고 있었던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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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항의할 시간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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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에 방문하는 손님의 이름이 고드윈 펠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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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 자신이 기억하는 게 정확하다면 다름 아닌 알프레드 펠윈터의 많은 자녀 중 장남, 즉 후계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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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푸짐하게 먹고 아침, 점심을 비교적 가볍게 먹는다고는 하지만, 저정도나 되는 사람을 대접하는데 대충 준비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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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로 식탁이 풍성해야 주인과 자존심이 바로 서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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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사의 자존심은 덤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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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카렘은 최선을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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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긴장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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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렴 상대는 까마득하게 높으신 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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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 후배. 긴장하지 마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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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이게 어떻게 긴장이 안 돼요. 무려 공작가의 장남이신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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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시아님도 보셨으면서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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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알리시아님은 뭐랄까. 그렇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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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확실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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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자 하니 알리시아는 초대도 없이 침입한 죄로 외출금지를 당해 본성에서 병사들과 신나는 추격전을 벌인다고 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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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활발한 첫 만남에 걸맞은 천방지축 같은 행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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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불안해서 안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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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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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전부 내놓으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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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어어. 하는 사이 메리는 카렘이 들고 있던 쟁반을 뺏어 양손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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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은 뭐라 항의하려던 찰나 스스로 수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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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렴 귀하신 분이고 자시고 손님 앞에서 긴장한 나머지 혹시라도 실수해서 엎어버리는 꼴에 비하면 그냥 천직인 사람, 아니 요정한테 맡기는 게 더 낫겠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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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문을 열자마자 카렘은 뭔가 잘못된 분위기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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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이 좋은 사람은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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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불안한 공기를 감지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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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몬 감지 능력인지 그냥 감이 좋다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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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은 훈훈해야 할 공기가 누가 창문이라도 내려놓은 듯 싸늘하게 가라앉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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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 후배. 무슨 이오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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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쉿. 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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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메리도 카렘과 같은 공기를 읽었는지 말꼬리를 잽싸게 끊었지만 이미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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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 메리. 안에 들어오지 않고서 무얼 하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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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아닙니다. 메리. 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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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흠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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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늘하게 내려앉은 공기를 뚫고 들려오는 질책에 카렘이 안으로 들어가자 메리가 뒤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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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안으로 들어서자 카렘은 손님과 그 수행원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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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지도록 짧은 머리를 한 고드윈은 구레나룻부터 턱과 입술까지 이어지도록 짧게 기른 수염과 맞물려 젊은 나이에도 차갑고 단단하다는 생각이 먼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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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카렘의 생각보다는 나이가 들어 보였다. 아마 중세 시대 특유의 노안과 수염이 어우러진 결과인 것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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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얼음 같은 눈빛으로 캐서린을 바라보는 고드윈의 옆자리엔 수행원으로 생각되는 남자가 앉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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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모습만 따지면 식당에 있는 이들 중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남자는 수염과 머리에 회색빛으로 바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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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은 표정으로 앉아있던 남자가 너털하게 한숨을 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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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고드윈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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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흐, 공자님. 장난은 충분한 것 같으니 이만하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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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기랄, 빅토르. 이제 막 재밌어지려는 참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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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맙소사. 곧 성인식을 치룰 나이인데 아직도 시종과 시녀를 놀려먹는 못된 버릇을 가지고 있었단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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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버릇은 죽어도 고치지 못한다니까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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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얼음 같은 인상? 난 동의하지 않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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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드윈이 유쾌하게 웃자 빅토르는 인상을 찌푸리고는 몸을 돌려 카렘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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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넨 걱정하지 말게. 도련님의 못된 버릇에 자네 주인이 어울려주고 있는 와중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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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그러면 상상하던 그런 안 좋은 분위기가 아니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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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흐, 아타니타스공을 한 번 보는 게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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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은 그제야 캐서린쪽을 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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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로운 분위기는 어디 갔냐는 듯 턱을 삐딱하게 괴고는 씨익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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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생각보다 재밌군.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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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아직 성인식도 안 치른 꼬마를 놀리는 것은 재밌으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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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면 모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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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봐도 재밌어 보이니까 하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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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은 못마땅하다는 듯 고개를 흔들자 고드윈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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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우리 막내 알리시아가 그렇게나 탐내는 꼬마 요리사가 누군지 궁금하다 보니 그만 장난기가 튀어 나와버렸군. 미안하다는 말은 하지 않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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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리시아 공녀님이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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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외출금지 처분을 받은 그 날부터 지금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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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타니타스님? 그때 거절하신 거 아니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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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속 요리사의 질문에 캐서린은 질린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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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는 것은 분명히 거절했는데 포기하지 않고 기회를 노린다는 뜻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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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알리시아의 혀와 위장을 포로로 만든 주인공이 궁금해서 직접 찾아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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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내 꼬마 요리사가 요리를 잘하기는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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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신에 차서 장담하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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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할 만하다. 적어도 꼬마가 내 기대를 저버린 적은 한 번도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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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우리 막내가 편식은 안 해도 입맛은 까다로운 편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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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은 슬쩍 분위기를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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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으신 분들 사이에 오가는 당연한 돌려 말하기나 구밀복검의 공방은 아닌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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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인즉슨. 고드윈이 한 말 그대로 정말로 음식이 궁금해서 찾아왔다는 것. 그렇다면 안심할 수 있을 리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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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전에만 들었어도 조금 더 공을 들인 요리를 할 수 있었을 터인데 고작 몇 시간 전에 들었던 터라 머리를 쥐어짜야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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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는 만들려는 요리가 바로바로 떠오르는데 막상 이런 순간이 닥칠 때만 되면 과부화한 나머지 머리에 열이 올라 두통이 올 지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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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비교적 시간이 덜 걸리는 것들 위주로 하기는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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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타니타스님. 하루 전에라도 알려주시지 그러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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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그래서 자신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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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솔직히 개쫄리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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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하지 말고 네 실력을 믿는 나를 믿거라. 그러니까 괜한 걱정은 때려치우고 그 접시를 덮은 뚜껑이나 열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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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가 테이블의 세팅을 거의 끝마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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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저런 말까지 들었는데 쫄아 있을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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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은 두 눈을 딱 감고 요리들을 덮은 뚜껑을 차례대로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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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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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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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가 그려준 그림입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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