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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하지도 않았던 순간이 닥치면 일시적으로 머리가 굳어버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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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이 딱 지금 그러한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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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모습에 딱 어울리는 모습으로 카스테라를 먹다 말고 난데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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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카렘은 나쁜 제안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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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아무런 기반도 없는 맨땅에서 모든 것을 일굴 생각을 하면 머리가 아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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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에 누군가에게 고용된다면 우선 골치 아프게 밑바닥의 밑바닥에서 시작할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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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물며 그 누군가가 마법사라면 말 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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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이유라도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너무 뜬금없어서 당황스러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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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하긴 예고도 없이 갑작스럽긴 했나. 일단 머랭을 바른 카스텔란을 한 번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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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텔란이 아니라- 아무튼.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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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은 정정하기를 포기하고 곧바로 캐서린의 입가에 포크를 가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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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테라를 먹은 캐서린은 손가락으로 탁자를 경쾌하게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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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태껏 카렘이 식사를 준비하며 보았던 모습 중 단연코 가장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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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첫 번째 이유는 온전히 널 위해서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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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절 위해서라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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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아무런 연고도 없는 실력이 뛰어난 고아가 주방에 들어오는데. 기존에 있던 사람들이 과연 좋아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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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러들어온 돌을 좋아할 박힌 돌은 없는 법. 안 그래도 주방이라는 곳은 실력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고 하나 아무런 연고 없는 고아를 좋은 눈으로 볼 사람은 소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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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놓고 말해서 이지메당하기 딱 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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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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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성격 좋은 소수나 사제들을 빼고는 고아를 좋아하는 건 시골 촌구석 마을밖에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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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마을이 고아를 좋아한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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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배도 없겠다 죽을 때까지 부려먹기 딱 좋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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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쪽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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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인지 이해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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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그러한 촌구석의 마을은 언제나 노동력 부족으로 골치를 썩이는 것이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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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처럼 부려먹어도 아무런 상관이 없는 고아는 대환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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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이 태어난 모스톤 마을에도 소처럼 부려지는 고아 출신이 있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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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엄연히 따지자면 카렘의 부모는 그가 마을에 멀쩡히 있으니 고아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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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인연을 다 끊고 마을을 탈주했으니 고아나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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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웬 빵이냐면서 알아서 목장으로 굴러들어온 소 취급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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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두 번째 이유. 그러한 사다리 걷어차기로 쫓겨났다고 해서 야외에 허름한 노점을 차렸다고 쳤을 때, 과연 좋아할 사람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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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요. 뒷골목의 무서운 아저씨들 말고는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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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주방에 속해서 일하면 직원이겠지만, 독립하면 적이니까. 그렇다고 네가 길드에 가입이나 할 수 있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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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로 길드란 모든 도시에 있기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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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보더스터에도 다양한 길드가 있었으며 당연하게도 여관, 주점에서 장사를 벌이는 요리사 길드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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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길드에 소속된다면 앞서 언급된 문제들이 조금이나마 해소되기는 하겠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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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리는 없겠지만, 혹시라도 제가 요리사 길드에 가입이라도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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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에 이미 답이 들어있군. 길드가 무슨 이득이 있다고 고아를 받아준다는 거지? 설령 길드에 들어가 주점, 여관의 주방이나 식당에서 일하게 된다고 해도 앞에 언급했던 문제들은 발생할 거다. 튀어나온 못은 얻어맞기 마련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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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누가 그를 해코지하려고 할 때 미친개처럼 물고 늘어져서 더러워서 피하게 만든다면 모를까, 환생하기 전에도 카렘은 그런 감정싸움에 재능도 없었고 하고 싶지도 않았으며 그건 지금도 똑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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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세 번째 이유. 나는 새로운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달콤한 것도 좋아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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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건 저도 알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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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은 접시에 담긴 한 조각을 빼고 어느새 텅 비어버린 도마를 내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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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에 한가득 잘라놓았던 카스테라는 가루만 남기고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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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이걸 다 먹어치운 사람은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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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을 아- 벌릴 때마다 이번엔 그냥, 이번엔 머랭을 발라서. 그렇게 그녀는 카스테라 한 덩어리를 혼자서 다 먹어치운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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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평소 아타니타스 님이 드시는 용량의 몇 배는 되는 거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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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고작 이 정도로. 자고로 여자에게 디저트가 들어가는 배는 따로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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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용량이 다른 거 같은데...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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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은 한참은 더 먹을 기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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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워놓았던 카스테라는 많았으니 상관없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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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은 빵틀을 엎어 카스테라를 이전과 같은 크기로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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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만족스럽-이 아니라. 이봐 꼬마. 진지하게 들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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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잠시 이것들만 자르고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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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그건 확실히 중요하지. 자고로 음식이란 맛뿐만이 아니라 겉도 중요한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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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도 으스러진 것보다 모양이 이쁘장한 것을 선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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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다 잘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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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흠, 문제다. 선천적으로나 후천적으로나 수명이 긴 지성체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 줄은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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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뭔가 빨리 지루해지는 게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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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이걸 맞출 줄이야. 의외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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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렴 카렘이 모를 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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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에서 불로장생의 드래곤이나 불멸의 흡혈귀가 재미에 눈 돌아가는 건 고대부터 이어진 전통적인 클리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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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다른 이들과는 달리 나와 같이 오래 사는 존재들에게 만금을 주더라도 지금 당장 흥미, 재미를 채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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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호불호가 갈릴 것 같은 말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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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호오의 문제가 아니다. 자극의 문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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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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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태어나서 먹은 빵의 개수가 몇 개인지 짐작이라도 할 수 있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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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튀어나온 묵직한 발언에 카렘은 냉큼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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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현생에 먹은 곡물죽의 그릇 수도 못 세는데 그걸 알았으면 농노 생활을 안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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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아무리 흥미로운 것이라도 반복적으로 접하면 무뎌진 끝에 아무런 느낌도 나지 않아. 그렇기에 새로운 자극이란 나 같은 족속들에겐 그 무엇보다도 중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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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지금 그 흥미가 향하는 방향이 제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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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맛있는 것을 좋아하지. 달콤한 디저트는 더더욱. 그런데 너는 거기에 더해서 내게 단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디저트를 보여주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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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이 턱짓으로 접시를 가리키자 카렘은 바로 카스테라를 잘라 대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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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얌. 눈치도 빠르고 말이야. 어쨌든 여태까지 꼬마. 네가 보였던 한 번도 본 적 없는 음식들. 분명히 아직 선보이지 않은 것들도 있으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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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으으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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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을 리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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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의 케이스는 흔하디흔한 먹는 것에 관심이 많다가 직접 만들어 먹게 된 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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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죽치고 앉으면 요리 관련 다큐멘터리나 방송을 몇 시간이고 반복적으로 돌려보고 만들어 먹었는데 어지간한 건 다 기억하고 있었다. 취향 탓으로 국내보다는 국외 쪽에 치중되기는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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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반응만 보더라도 상당한 분량의 디저트 레시피를 알고 있다는 건 너무 뻔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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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음. 들켜버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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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난 그래서 네 요리 실력이 탐난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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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냉큼 받아들이지 않고 뭐하냐 비꼴 수도 있고, 카렘도 혹하는 마음으로 가슴이 들썩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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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반대로 의심이 들기도 했고, 부담스럽기도 하고, 뭔가-그냥 설명하기 힘든 감정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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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이 향한다는 춥디추운 아이스랜드로 향하는 여정에 거부감이 든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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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회유, 스카우트 시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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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포크를 보며 고민하던 카렘은 그냥 두 눈을 감고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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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저한테 명령하셔도 되는 거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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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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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요리 실력이 뛰어나다고는 하지만 고작 탈주 농노를 고용하려고 이렇게나 공을 들인다는 사실이 부담스럽다고 해야 하나. 믿기지 않는다고 해야 하나. 뭔가 좀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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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서는 카렘은 눈치를 보며 고개를 들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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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이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지라고 얼굴로 말하는 캐서린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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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야. 그동안 네가 날 어떤 눈으로 봤는지 자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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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예!? 아니 그게 아니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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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은 표정으로 카렘을 흘겨보던 캐서린은 이내 장난이었다는 듯이 분위기를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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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 이상 설명하는 것도 귀찮으니 그냥 이렇게 하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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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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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은 실내인데도 벗지 않은 망토 자락의 안쪽을 뒤지더니 무언가를 한주먹 잡아 가볍게 테이블 위에 도박사가 칩을 놓듯이 착- 하고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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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손가락으로 가려지지 않는 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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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툴두툴하지만 전체적으로 원형의 황금 동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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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이 현생에서 접한 가장 큰 액수의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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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크라운 금화가 작은 탑을 이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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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꼬마. 네 나이가 있으니 연봉 6크라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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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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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에 네가 머무를 수 있는 개인실과 가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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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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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에 두 번 물가 상승을 고려한 급여 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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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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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차와 실적에 따른 급여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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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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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는 전속 요리사를 겸한 전속 시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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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전부터 아이스랜드에 가보고 싶었습니다. 아타니타스 님. 뭔가 부족하신 건 없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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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처음부터 이럴 걸 그랬나. 이번에는 저 머랭이란 걸 얹어서 한 조각 더 내오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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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은 전 현생을 포함해 인생 처음으로 죽고 다시 태어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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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꾸리꾸리한 중세라고는 하나 전생의 수입은 따위로 취급할 만큼 월등히 뛰어난 수입과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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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게 닫은 마음의 가드가 완전히 내려갈 것 같자 아차 싶었던 카렘을 일말의 경계심을 붙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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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식 계약서를 쓰기 전까지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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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계약서가 들이민다 해도 독소조항이 있을지도 모를 노릇이니 꼼꼼하게 확인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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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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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다가 이 꿀을 듬뿍 바른 다음 머랭을 얹어서 드셔 보시는 게 어떠하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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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오오- 그래. 꿀이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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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정식 계약은 시작되지 않았지만, 전투는 이미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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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한 좋은 조건을 위해 미래의 상사에게 점수를 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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