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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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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하지도 않았던 순간이 닥치면 일시적으로 머리가 굳어버린다고 했다.

카렘이 딱 지금 그러한 상황이었다.

겉모습에 딱 어울리는 모습으로 카스테라를 먹다 말고 난데없이?

일단 카렘은 나쁜 제안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야 아무런 기반도 없는 맨땅에서 모든 것을 일굴 생각을 하면 머리가 아프니까.

반면에 누군가에게 고용된다면 우선 골치 아프게 밑바닥의 밑바닥에서 시작할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되니까.

하물며 그 누군가가 마법사라면 말 다 했다.

"일단 이유라도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너무 뜬금없어서 당황스러운데..."

"흠, 하긴 예고도 없이 갑작스럽긴 했나. 일단 머랭을 바른 카스텔란을 한 번 더."

"카스텔란이 아니라- 아무튼.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카렘은 정정하기를 포기하고 곧바로 캐서린의 입가에 포크를 가져갔다.

카스테라를 먹은 캐서린은 손가락으로 탁자를 경쾌하게 두드렸다.

여태껏 카렘이 식사를 준비하며 보았던 모습 중 단연코 가장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우선 첫 번째 이유는 온전히 널 위해서 하는 말이다."

"예? 절 위해서라니요?"

"그러면, 아무런 연고도 없는 실력이 뛰어난 고아가 주방에 들어오는데. 기존에 있던 사람들이 과연 좋아할까?"

굴러들어온 돌을 좋아할 박힌 돌은 없는 법. 안 그래도 주방이라는 곳은 실력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고 하나 아무런 연고 없는 고아를 좋은 눈으로 볼 사람은 소수였다.

까놓고 말해서 이지메당하기 딱 좋지.

"싫어하겠죠."

"그래. 성격 좋은 소수나 사제들을 빼고는 고아를 좋아하는 건 시골 촌구석 마을밖에 없겠지."

"예? 마을이 고아를 좋아한다니."

"뒷배도 없겠다 죽을 때까지 부려먹기 딱 좋지 않나?"

"아 그쪽 이야기."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갔다.

그야 그러한 촌구석의 마을은 언제나 노동력 부족으로 골치를 썩이는 것이 당연했다.

가축처럼 부려먹어도 아무런 상관이 없는 고아는 대환영할 것이다.

카렘이 태어난 모스톤 마을에도 소처럼 부려지는 고아 출신이 있었으니.

물론 엄연히 따지자면 카렘의 부모는 그가 마을에 멀쩡히 있으니 고아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인연을 다 끊고 마을을 탈주했으니 고아나 마찬가지.

"이게 웬 빵이냐면서 알아서 목장으로 굴러들어온 소 취급이겠죠."

"여기서 두 번째 이유. 그러한 사다리 걷어차기로 쫓겨났다고 해서 야외에 허름한 노점을 차렸다고 쳤을 때, 과연 좋아할 사람이 있을까?"

"글쎄요. 뒷골목의 무서운 아저씨들 말고는 없겠죠."

"그래. 주방에 속해서 일하면 직원이겠지만, 독립하면 적이니까. 그렇다고 네가 길드에 가입이나 할 수 있겠냐?"

자고로 길드란 모든 도시에 있기 마련.

당연히 보더스터에도 다양한 길드가 있었으며 당연하게도 여관, 주점에서 장사를 벌이는 요리사 길드도 있었다.

그러한 길드에 소속된다면 앞서 언급된 문제들이 조금이나마 해소되기는 하겠으나.

"그럴 리는 없겠지만, 혹시라도 제가 요리사 길드에 가입이라도 할 수 있을까요?"

"머릿속에 이미 답이 들어있군. 길드가 무슨 이득이 있다고 고아를 받아준다는 거지? 설령 길드에 들어가 주점, 여관의 주방이나 식당에서 일하게 된다고 해도 앞에 언급했던 문제들은 발생할 거다. 튀어나온 못은 얻어맞기 마련이니."

물론 누가 그를 해코지하려고 할 때 미친개처럼 물고 늘어져서 더러워서 피하게 만든다면 모를까, 환생하기 전에도 카렘은 그런 감정싸움에 재능도 없었고 하고 싶지도 않았으며 그건 지금도 똑같았다.

"그래서 세 번째 이유. 나는 새로운 것을 좋아한다. 그리고 달콤한 것도 좋아하지."

"네. 그건 저도 알겠어요."

카렘은 접시에 담긴 한 조각을 빼고 어느새 텅 비어버린 도마를 내려다보았다.

도마에 한가득 잘라놓았던 카스테라는 가루만 남기고 사라졌다.

당연히 이걸 다 먹어치운 사람은 뻔했다.

입을 아- 벌릴 때마다 이번엔 그냥, 이번엔 머랭을 발라서. 그렇게 그녀는 카스테라 한 덩어리를 혼자서 다 먹어치운 상태였다.

"이거 평소 아타니타스 님이 드시는 용량의 몇 배는 되는 거 아닌가요?"

"하, 고작 이 정도로. 자고로 여자에게 디저트가 들어가는 배는 따로 있는 법이다."

"아니, 용량이 다른 거 같은데...모르겠다."

캐서린은 한참은 더 먹을 기세였다.

구워놓았던 카스테라는 많았으니 상관없긴 하지만.

카렘은 빵틀을 엎어 카스테라를 이전과 같은 크기로 준비했다.

"음, 만족스럽-이 아니라. 이봐 꼬마. 진지하게 들어라."

"어, 잠시 이것들만 자르고요. 네."

음, 그건 확실히 중요하지. 자고로 음식이란 맛뿐만이 아니라 겉도 중요한 법.

캐서린도 으스러진 것보다 모양이 이쁘장한 것을 선호했다.

"네, 다 잘랐습니다."

"흠흠, 문제다. 선천적으로나 후천적으로나 수명이 긴 지성체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 줄은 아는가?"

"아무래도 뭔가 빨리 지루해지는 게 아닌가요?"

"오, 이걸 맞출 줄이야. 의외로군."

아무렴 카렘이 모를 리가.

소설에서 불로장생의 드래곤이나 불멸의 흡혈귀가 재미에 눈 돌아가는 건 고대부터 이어진 전통적인 클리셰였다.

"그래, 다른 이들과는 달리 나와 같이 오래 사는 존재들에게 만금을 주더라도 지금 당장 흥미, 재미를 채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

"흠, 호불호가 갈릴 것 같은 말인데요."

"이건 호오의 문제가 아니다. 자극의 문제지."

"자극."

"내가 태어나서 먹은 빵의 개수가 몇 개인지 짐작이라도 할 수 있겠느냐??"

가볍게 튀어나온 묵직한 발언에 카렘은 냉큼 고개를 저었다.

그야 현생에 먹은 곡물죽의 그릇 수도 못 세는데 그걸 알았으면 농노 생활을 안 했지.

"그래, 아무리 흥미로운 것이라도 반복적으로 접하면 무뎌진 끝에 아무런 느낌도 나지 않아. 그렇기에 새로운 자극이란 나 같은 족속들에겐 그 무엇보다도 중요해."

"그럼 지금 그 흥미가 향하는 방향이 제 요리?"

"난 맛있는 것을 좋아하지. 달콤한 디저트는 더더욱. 그런데 너는 거기에 더해서 내게 단 한 번도 보여준 적 없는 디저트를 보여주는군."

캐서린이 턱짓으로 접시를 가리키자 카렘은 바로 카스테라를 잘라 대령했다.

"얌. 눈치도 빠르고 말이야. 어쨌든 여태까지 꼬마. 네가 보였던 한 번도 본 적 없는 음식들. 분명히 아직 선보이지 않은 것들도 있으렷다?"

"그으으으야-"

없을 리가 없었다.

카렘의 케이스는 흔하디흔한 먹는 것에 관심이 많다가 직접 만들어 먹게 된 루트.

한 번 죽치고 앉으면 요리 관련 다큐멘터리나 방송을 몇 시간이고 반복적으로 돌려보고 만들어 먹었는데 어지간한 건 다 기억하고 있었다. 취향 탓으로 국내보다는 국외 쪽에 치중되기는 했지만.

"그 반응만 보더라도 상당한 분량의 디저트 레시피를 알고 있다는 건 너무 뻔하군."

"으음. 들켜버렸네요."

"그래, 난 그래서 네 요리 실력이 탐난다는 거다."

누군가는 냉큼 받아들이지 않고 뭐하냐 비꼴 수도 있고, 카렘도 혹하는 마음으로 가슴이 들썩거렸다.

하지만 반대로 의심이 들기도 했고, 부담스럽기도 하고, 뭔가-그냥 설명하기 힘든 감정이 들었다.

캐서린이 향한다는 춥디추운 아이스랜드로 향하는 여정에 거부감이 든 것이 아니다.

그저,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회유, 스카우트 시도를?

잠시 포크를 보며 고민하던 카렘은 그냥 두 눈을 감고 입을 열었다.

"그냥 저한테 명령하셔도 되는 거 아닌가요?"

"응?"

"아니, 요리 실력이 뛰어나다고는 하지만 고작 탈주 농노를 고용하려고 이렇게나 공을 들인다는 사실이 부담스럽다고 해야 하나. 믿기지 않는다고 해야 하나. 뭔가 좀 그래요."

그러고서는 카렘은 눈치를 보며 고개를 들었고.

이놈이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지라고 얼굴로 말하는 캐서린을 볼 수 있었다.

"...꼬마야. 그동안 네가 날 어떤 눈으로 봤는지 자알 알았다."

"어, 예!? 아니 그게 아니라요!?"

굳은 표정으로 카렘을 흘겨보던 캐서린은 이내 장난이었다는 듯이 분위기를 풀었다.

"뭐, 이 이상 설명하는 것도 귀찮으니 그냥 이렇게 하자꾸나."

"예?"

캐서린은 실내인데도 벗지 않은 망토 자락의 안쪽을 뒤지더니 무언가를 한주먹 잡아 가볍게 테이블 위에 도박사가 칩을 놓듯이 착- 하고 놓았다.

엄지손가락으로 가려지지 않는 크기.

우툴두툴하지만 전체적으로 원형의 황금 동전.

카렘이 현생에서 접한 가장 큰 액수의 돈.

작은 크라운 금화가 작은 탑을 이루고 있었다.

“일단 꼬마. 네 나이가 있으니 연봉 6크라운.”

“!”

“대신에 네가 머무를 수 있는 개인실과 가구 제공.”

“!!”

“1년에 두 번 물가 상승을 고려한 급여 조정.”

"!!!"

"연차와 실적에 따른 급여 상승."

"!!!!"

"직무는 전속 요리사를 겸한 전속 시종."

“저는 이전부터 아이스랜드에 가보고 싶었습니다. 아타니타스 님. 뭔가 부족하신 건 없으신가요?”

“흠, 처음부터 이럴 걸 그랬나. 이번에는 저 머랭이란 걸 얹어서 한 조각 더 내오거라.”

카렘은 전 현생을 포함해 인생 처음으로 죽고 다시 태어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비록 꾸리꾸리한 중세라고는 하나 전생의 수입은 따위로 취급할 만큼 월등히 뛰어난 수입과 대우.

굳게 닫은 마음의 가드가 완전히 내려갈 것 같자 아차 싶었던 카렘을 일말의 경계심을 붙들었다.

정식 계약서를 쓰기 전까지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되었다.

나중에 계약서가 들이민다 해도 독소조항이 있을지도 모를 노릇이니 꼼꼼하게 확인해야 했다.

하지만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뻔했다.

"여기다가 이 꿀을 듬뿍 바른 다음 머랭을 얹어서 드셔 보시는 게 어떠하신지요?"

"오오오오- 그래. 꿀이 있었지."

아직 정식 계약은 시작되지 않았지만, 전투는 이미 시작되었다.

최대한 좋은 조건을 위해 미래의 상사에게 점수를 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