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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단은 늦가을의 때 이른 첫눈이 그칠 때쯤 앤틀러 숲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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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는, 앤틀러 숲에 가장 가까운, 최근에 실종 사건이 가장 많이 발생한 드라이우드 마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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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던이 겨울이 아직 아닌데도 난데없이 쏟아진 눈에 난리가 났듯이 드라이우드도 갑작스러운 제설작업으로 한창 시끄러운 와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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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런 마을에 대규모의 무장한 사람들이 한 무더기로 오자 불안감에 떨었으나 깃발의 인장을 보고 사람들은 안도했다. 아이스랜드에 사는 야만인들조차 펠윈터 가문의 포효하는 드래곤 문장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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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이전에 조사차 알프레드가 파견했던 사람들이 앤틀러 숲에 들어갔다가 그대로 실종된 상황. 길 안내차 조사단을 따라갔던 사람들도 같이 사라지는 것은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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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번의 조사단보다 사람이 많으니 문제가 해결되겠지, 막연한 기대감과 함께 늙은 촌장과 드라이우드의 주민들이 조사를 받는 사이, 캐서린은 한 무리의 병사들을 이끌고 마을 주민들의 안내를 받아 숲의 외곽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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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을 실종시킨 무언가가 남긴 증거를 보이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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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아타니타스님. 이만큼이나 눈이 왔는데, 파묻히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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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할 것 없다. 숲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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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그렇기는 했다. 외형이 묘하기는 했지만, 얼핏 비늘 같은 앤틀러 나무의 굵은 기둥을 따라 고개를 들면 사슴뿔 같은 가지에 자란 새파란 이파리들 덕분인지 숲 바닥에 깔린 눈은 별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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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어마어마한 폭설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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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행의 길안내를 하던 마을 주민 중 촌장의 아들이라는 자가 안심하라는 듯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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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하지 마시죠. 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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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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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뭔가 실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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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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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로 별것 아녔다. 그냥 카렘은 촌장의 아들이 말한 나리라는 높임말이 어색할 뿐이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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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터홈을 자주 돌아다녔다면 다른 사람들에게서 종종 들어 익숙해질 수도 있었겠지만, 카렘이 마법사의 탑에서 나올 땐 식료품을 요청하러 갈 때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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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장의 아들이 눈치를 보자 카렘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손을 내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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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던 말 마저 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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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네. 눈이 올 기미가 보이자마자 구덩이는 모포와 가죽으로 덮어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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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덩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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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그러니까. 음, 직접 확인하시지요. 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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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장의 아들과 마을 사람들이 안내한 곳은 마을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수풀이 무성하지조차 않은 숲의 외곽 중의 외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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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깔린 바닥으로밖에 보이지 않은 곳을 촌장의 아들이 사람들과 함께 뒤적거리다가 모포를 붙잡은 듯했다. 눈이 떨어지지 않게 여럿이서 모포를 조심히 옮기자 과연 그 말대로 구덩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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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덩이로군. 원래부터 있던 구멍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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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닙니다. 나리. 이 구덩인 전에 오셨던 분들이 사라지고 나서 생긴 구덩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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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의 사람이라면, 펠윈터의 문장을 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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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이번에 오신 나리들처럼 많은 수는 아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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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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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은 나지막하게 말하며 구덩이를 샅샅이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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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곽부터 안쪽까지 사람이 삽, 손으로 판 흔적이 보이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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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를 저장하려는 생물이 구덩이를 판 건가도 싶었지만, 그랬다면 흔적이 똑똑히 남았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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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물며 아이스랜드의 대부분은 가을부터 땅이 얼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지금 모포가 걷어진 구덩이는 그런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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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밖에서 안으로 파헤친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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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규칙한 톱날 같은 흔적이 안에서 밖으로 새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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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땅속에서 바깥을 파헤쳐 끌고 들어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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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에 있던 지하수가 빠진 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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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은 싱크홀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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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이유가 있긴 하지만 주로 땅속 깊은 곳에 지하수가 빠지면서 생긴 빈 곳에 천장이 무게를 견디지 못해 지반이 내려앉아 발생하는 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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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캐서린은 고개를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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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오폰 왕국의 다른 지방이라면 몰라도, 아이스랜드는 그럴 일은 없다. 보통은 지하수가 빠지기 전에 다 얼어버리거나, 빠져도 금방 채워질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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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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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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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에 카렘은 구덩이를 다시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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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싱크홀로 생긴 구덩이는 아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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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크홀이라기엔 구덩이가 얕기도 하고, 수직의 구멍이 대부분인 싱크홀과는 달리 지금의 구멍은 뒤집힌 원뿔 같은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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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울퉁불퉁하고 층이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울퉁불퉁한 층 사이에 박힌 맨질맨질한 바위-맨질맨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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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이 고개를 기울이자 촌장의 아들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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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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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덩이 중간에 뭐가 보이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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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를 말씀하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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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저쪽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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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이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다른 사람들 눈에는 그냥 구덩이가 생긴 탓에 드러난 돌과 바위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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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집안일의 화신, 집요정 브라우니의 눈을 속일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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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먼지가 껴있기는 하지만, 금속이로군요. 그리고, 뼈? 아니. 이빨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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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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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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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만 그랬다면 착각일 수도 있으나 두 사람이 무언가를 보았다? 마을 사람들을 뒤로 물린 캐서린이 손짓하자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병사들이 구덩이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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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각선으로 경사가 져 있긴 했지만, 땅이 얼어붙은 탓인지 병사들은 별다른 어려움 없이 내려가 카렘이 가리킨 곳을 파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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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부터 뒤통수를 가리는 금속 투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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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자놀이부터 내려와 코를 덮는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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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위를 대비해 안쪽에 마감된 털가죽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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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흙투성이에 스크래치로 뒤덮인 데다 가죽에는 구멍이 숭숭 뚫려있었지만, 확실했다. 펠윈터 령의 모든 병사에게 똑같이 지급되는 투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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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가 영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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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를 마치고 종자와 함께 잠시 쉬던 도중 난데없이 들이닥치자 조릭은 당황했다. 그야 앞서 대기하던 경비들에게 기별도 넣지 않고 들이닥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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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캐서린이 테이블에 올려놓은 투구의 상태를 보자, 조릭은 진지하게 투구를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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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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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마을로 파견된 병사들의 투구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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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외곽에 있던 구덩이에 반쯤 묻혀있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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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덩이라. 몬스터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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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다 적어놨으니 확인해보도록. 그리고 여기 이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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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이 숲의 외곽에서 보았던 상황을 상세하게 적은 두루마리와 투구와 함께 발견한 증거물을 내밀었다. 조릭은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 두루마리를 종자에게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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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그는 글을 읽을 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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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자가 익숙하다는 듯이 두루마리의 내용을 읊기 시작했다. 조사 결과를 들으며 조릭은 그동안의 경험과 기억을 떠올리며 우툴두툴한 이빨을 관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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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하얀 이빨은 뭉뚝한 끝부분부터 밑으로 갈수록 넓어졌다가 뿌리에서 폭이 좁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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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냥감을 상처입히기 위한 용도가 아닌, 붙잡고 끌어들이기 위한 용도의 이빨. 그 증거로 조릭이 이빨의 반대 방향으로 문지르려 하자 고정이라도 된 듯이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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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릭은 본래 몬스터 사냥을 전문으로 하던 평민 출신 아이스랜드 토박이 모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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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토벌에서 공을 세워 결국 꿈에 그리던 기사가 되어 팔자를 피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조릭의 일이 변한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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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땅 위에서 활동하는 몬스터는 전부 대상에서 제외해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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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도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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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사람이 두더지도 아니고 그런 독특한 구덩이를 남길 리가 없지요. 의도적으로 함정을 꾸렸다면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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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릭은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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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을 직접 보지 못해서 확신은 못 하겠지만, 주로 땅속에서 활동하는 몬스터가 확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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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속에서도 활동한 다라. 코볼트라던가? 아니 이건 아니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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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은 무심코 떠오르며 말한 몬스터를 스스로 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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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산도, 광맥도 없을 텐데. 코볼트는 아니겠지. 난데없이 토굴이 생긴다면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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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생각엔 데스웜이지 않을까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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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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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습니다. 촌장이 말하기를 묘한 진동을 느낀 사람들이 있다고 하던데. 다른 마을 사람들도 느낀 자가 있다고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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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를 지렁이, 혹은 뱀처럼 헤엄쳐 이동하며 지상, 지하의 먹이를 사냥하는 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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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체 수는 적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만큼 적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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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데스웜의 가장 큰 특징은 따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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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랜드의 데스웜이면, 아이스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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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외곽이라 구덩이가 하나뿐이었겠지만, 안쪽으로 들어가면 더 많을 테죠. 무엇보다 이 이빨이 증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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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아이스웜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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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도 데스웜 사냥에 참여한 경험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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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가 적다고는 하나, 에우로파 대륙의 전역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이 데스웜 종류의 몬스터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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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캐서린도 데스웜 사냥 경험은 샌드웜을 십 수차례 사냥했던 것이 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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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아이스웜은 이번이 처음이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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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웜은 종종 사냥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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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저 다른 데스웜보다 난폭하고 딱딱하며 영역의식이 강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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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독하고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사람도 동물도 식물도 몬스터도 강해지는 법. 영역을 정하고 그 안에만 머물며 배고플 때만 먹이를 사냥하는 일반적인 데스웜 종류의 몬스터와 아이스웜의 습성은 다른 부분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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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박한 아이스랜드는 아무래도 다른 지역보다 먹이가 부족하기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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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럽게 아이스웜은 원활한 먹이 사냥을 위해서 넓은 지역을 영역으로 삼았고, 설사 배가 고프지 않더라도 먹이를 감지하면 무조건 공격부터 하고 보는 몬스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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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라도 먹이를 오랫동안 발견하지 못하는 때를 대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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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겨울이라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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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죠. 무엇보다 올해는 겨울이 좀 더 빨리 찾아왔으니. 충분히 먹이를 비축하지 못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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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 변화를 진작에 눈치채고 그렇게 사람을 공격했단 말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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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사람보다는 몬스터가 변화에 더 민감하기 마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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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할 생각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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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의 물음에 조릭이 투구를 가볍게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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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저 숲은 이미 아이스웜의 영역이 되었다고 가정한다면, 놈을 직접 찾으러 가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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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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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해야겠죠. 미끼를 놔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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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전에 우선 조릭은 캐서린이 보았다는 구덩이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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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부터는 제가 알아서 준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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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라도 불러. 그래서 주군이 파견한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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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안 그래도 미끼에 관해 부탁할 일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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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말하기는 했지만 그것 참 냉큼 받아들이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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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보단 실리가 먼저라는 건가? 우선 준비할 것은 매개체, 평소 컨디션이었다면 모를까. 지금 상태로는 실수를 저지를 것 같으니 미리미리 준비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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랄까 또 일이 늘어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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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캐서린은 안 그래도 넘치는 일에 일이 더 늘어나자 탄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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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시간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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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막 주인이 말하기도 전에 캐서린이 천막 밖으로 나가자마자 조릭은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종자에게 명령을 내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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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일이 무척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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