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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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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단은 늦가을의 때 이른 첫눈이 그칠 때쯤 앤틀러 숲에 도착했다.

정확히는, 앤틀러 숲에 가장 가까운, 최근에 실종 사건이 가장 많이 발생한 드라이우드 마을이었다.

콜던이 겨울이 아직 아닌데도 난데없이 쏟아진 눈에 난리가 났듯이 드라이우드도 갑작스러운 제설작업으로 한창 시끄러운 와중이었다.

그리고 그런 마을에 대규모의 무장한 사람들이 한 무더기로 오자 불안감에 떨었으나 깃발의 인장을 보고 사람들은 안도했다. 아이스랜드에 사는 야만인들조차 펠윈터 가문의 포효하는 드래곤 문장을 알았다.

안 그래도 이전에 조사차 알프레드가 파견했던 사람들이 앤틀러 숲에 들어갔다가 그대로 실종된 상황. 길 안내차 조사단을 따라갔던 사람들도 같이 사라지는 것은 당연했다.

전번의 조사단보다 사람이 많으니 문제가 해결되겠지, 막연한 기대감과 함께 늙은 촌장과 드라이우드의 주민들이 조사를 받는 사이, 캐서린은 한 무리의 병사들을 이끌고 마을 주민들의 안내를 받아 숲의 외곽으로 향했다.

사람들을 실종시킨 무언가가 남긴 증거를 보이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아타니타스님. 이만큼이나 눈이 왔는데, 파묻히지 않았을까요?"

"걱정할 것 없다. 숲이니까."

확실히 그렇기는 했다. 외형이 묘하기는 했지만, 얼핏 비늘 같은 앤틀러 나무의 굵은 기둥을 따라 고개를 들면 사슴뿔 같은 가지에 자란 새파란 이파리들 덕분인지 숲 바닥에 깔린 눈은 별로 없었다.

그래도 어마어마한 폭설이었는데?

일행의 길안내를 하던 마을 주민 중 촌장의 아들이라는 자가 안심하라는 듯 말했다.

"걱정하지 마시죠. 나리."

"나리. 음."

"제가 뭔가 실례라도...?"

"아니에요."

진짜로 별것 아녔다. 그냥 카렘은 촌장의 아들이 말한 나리라는 높임말이 어색할 뿐이었으니까.

윈터홈을 자주 돌아다녔다면 다른 사람들에게서 종종 들어 익숙해질 수도 있었겠지만, 카렘이 마법사의 탑에서 나올 땐 식료품을 요청하러 갈 때뿐이었다.

촌장의 아들이 눈치를 보자 카렘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손을 내저었다.

"하던 말 마저 하시죠."

"음, 네. 눈이 올 기미가 보이자마자 구덩이는 모포와 가죽으로 덮어놓았습니다."

"구덩이라고요?"

"예. 그러니까. 음, 직접 확인하시지요. 나리."

촌장의 아들과 마을 사람들이 안내한 곳은 마을에서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수풀이 무성하지조차 않은 숲의 외곽 중의 외곽이었다.

눈이 깔린 바닥으로밖에 보이지 않은 곳을 촌장의 아들이 사람들과 함께 뒤적거리다가 모포를 붙잡은 듯했다. 눈이 떨어지지 않게 여럿이서 모포를 조심히 옮기자 과연 그 말대로 구덩이였다.

"구덩이로군. 원래부터 있던 구멍이 아닌가?"

"아닙니다. 나리. 이 구덩인 전에 오셨던 분들이 사라지고 나서 생긴 구덩이입니다."

"이전의 사람이라면, 펠윈터의 문장을 단?"

"네, 이번에 오신 나리들처럼 많은 수는 아니었습니다."

"흠."

캐서린은 나지막하게 말하며 구덩이를 샅샅이 살폈다.

외곽부터 안쪽까지 사람이 삽, 손으로 판 흔적이 보이지는 않았다.

먹이를 저장하려는 생물이 구덩이를 판 건가도 싶었지만, 그랬다면 흔적이 똑똑히 남았을 터.

하물며 아이스랜드의 대부분은 가을부터 땅이 얼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지금 모포가 걷어진 구덩이는 그런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아니, 밖에서 안으로 파헤친 것이 아니었다.

불규칙한 톱날 같은 흔적이 안에서 밖으로 새겨져 있었다.

"이건 땅속에서 바깥을 파헤쳐 끌고 들어간 것 같은데..."

"밑에 있던 지하수가 빠진 건 아닐까요?"

카렘은 싱크홀을 떠올렸다.

여러 이유가 있긴 하지만 주로 땅속 깊은 곳에 지하수가 빠지면서 생긴 빈 곳에 천장이 무게를 견디지 못해 지반이 내려앉아 발생하는 현상.

하지만 캐서린은 고개를 저었다.

"세오폰 왕국의 다른 지방이라면 몰라도, 아이스랜드는 그럴 일은 없다. 보통은 지하수가 빠지기 전에 다 얼어버리거나, 빠져도 금방 채워질 테니."

"그런가요?"

"그래."

그 말에 카렘은 구덩이를 다시 살펴봤다.

확실히 싱크홀로 생긴 구덩이는 아닌 것 같았다.

싱크홀이라기엔 구덩이가 얕기도 하고, 수직의 구멍이 대부분인 싱크홀과는 달리 지금의 구멍은 뒤집힌 원뿔 같은 모양새를 하고 있었다.

조금 울퉁불퉁하고 층이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울퉁불퉁한 층 사이에 박힌 맨질맨질한 바위-맨질맨질?

카렘이 고개를 기울이자 촌장의 아들이 물었다.

"나리?"

"구덩이 중간에 뭐가 보이지 않나요?"

"어디를 말씀하시는지요?"

"저기 저쪽에."

카렘이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다른 사람들 눈에는 그냥 구덩이가 생긴 탓에 드러난 돌과 바위일 뿐이었다.

하지만 집안일의 화신, 집요정 브라우니의 눈을 속일 수는 없었다.

"흙먼지가 껴있기는 하지만, 금속이로군요. 그리고, 뼈? 아니. 이빨인 건가?"

"금속?"

"예."

한 사람만 그랬다면 착각일 수도 있으나 두 사람이 무언가를 보았다? 마을 사람들을 뒤로 물린 캐서린이 손짓하자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병사들이 구덩이 안으로 들어갔다.

대각선으로 경사가 져 있긴 했지만, 땅이 얼어붙은 탓인지 병사들은 별다른 어려움 없이 내려가 카렘이 가리킨 곳을 파헤쳤다.

이마부터 뒤통수를 가리는 금속 투구.

관자놀이부터 내려와 코를 덮는 디자인.

추위를 대비해 안쪽에 마감된 털가죽까지.

비록 흙투성이에 스크래치로 뒤덮인 데다 가죽에는 구멍이 숭숭 뚫려있었지만, 확실했다. 펠윈터 령의 모든 병사에게 똑같이 지급되는 투구였다.

"상태가 영 아니지만."

조사를 마치고 종자와 함께 잠시 쉬던 도중 난데없이 들이닥치자 조릭은 당황했다. 그야 앞서 대기하던 경비들에게 기별도 넣지 않고 들이닥치다니.

하지만 캐서린이 테이블에 올려놓은 투구의 상태를 보자, 조릭은 진지하게 투구를 살폈다.

그리고 확신했다.

"앞서 마을로 파견된 병사들의 투구가 분명합니다."

"숲의 외곽에 있던 구덩이에 반쯤 묻혀있더군."

"구덩이라. 몬스터입니까?"

"거기에 다 적어놨으니 확인해보도록. 그리고 여기 이빨도."

캐서린이 숲의 외곽에서 보았던 상황을 상세하게 적은 두루마리와 투구와 함께 발견한 증거물을 내밀었다. 조릭은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 두루마리를 종자에게 전달했다.

그야 그는 글을 읽을 줄 모르니까.

종자가 익숙하다는 듯이 두루마리의 내용을 읊기 시작했다. 조사 결과를 들으며 조릭은 그동안의 경험과 기억을 떠올리며 우툴두툴한 이빨을 관찰했다.

새하얀 이빨은 뭉뚝한 끝부분부터 밑으로 갈수록 넓어졌다가 뿌리에서 폭이 좁아졌다.

사냥감을 상처입히기 위한 용도가 아닌, 붙잡고 끌어들이기 위한 용도의 이빨. 그 증거로 조릭이 이빨의 반대 방향으로 문지르려 하자 고정이라도 된 듯이 손이 움직이지 않았다.

조릭은 본래 몬스터 사냥을 전문으로 하던 평민 출신 아이스랜드 토박이 모험가.

대규모 토벌에서 공을 세워 결국 꿈에 그리던 기사가 되어 팔자를 피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조릭의 일이 변한 것은 아니었다.

"우선 땅 위에서 활동하는 몬스터는 전부 대상에서 제외해야겠군요."

"그렇다면 도적인가?"

"아니, 사람이 두더지도 아니고 그런 독특한 구덩이를 남길 리가 없지요. 의도적으로 함정을 꾸렸다면 모를까."

조릭은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

"현장을 직접 보지 못해서 확신은 못 하겠지만, 주로 땅속에서 활동하는 몬스터가 확실합니다."

"땅속에서도 활동한 다라. 코볼트라던가? 아니 이건 아니겠군."

캐서린은 무심코 떠오르며 말한 몬스터를 스스로 부정했다.

"주변에 산도, 광맥도 없을 텐데. 코볼트는 아니겠지. 난데없이 토굴이 생긴다면 모를까."

"제 생각엔 데스웜이지 않을까 싶군요."

"데스웜?"

"그렇습니다. 촌장이 말하기를 묘한 진동을 느낀 사람들이 있다고 하던데. 다른 마을 사람들도 느낀 자가 있다고 하더군요."

지하를 지렁이, 혹은 뱀처럼 헤엄쳐 이동하며 지상, 지하의 먹이를 사냥하는 몬스터.

개체 수는 적지만 그렇다고 무시할 만큼 적지도 않았다.

무엇보다 데스웜의 가장 큰 특징은 따로 있었다.

"아이스랜드의 데스웜이면, 아이스웜?"

"숲의 외곽이라 구덩이가 하나뿐이었겠지만, 안쪽으로 들어가면 더 많을 테죠. 무엇보다 이 이빨이 증거입니다."

"음, 아이스웜이라...."

캐서린도 데스웜 사냥에 참여한 경험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수가 적다고는 하나, 에우로파 대륙의 전역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이 데스웜 종류의 몬스터였으니까.

덕분에 캐서린도 데스웜 사냥 경험은 샌드웜을 십 수차례 사냥했던 것이 끝이었다.

다만 아이스웜은 이번이 처음이었을 뿐.

“샌드웜은 종종 사냥했지만.”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저 다른 데스웜보다 난폭하고 딱딱하며 영역의식이 강할 뿐입니다.”

혹독하고 척박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사람도 동물도 식물도 몬스터도 강해지는 법. 영역을 정하고 그 안에만 머물며 배고플 때만 먹이를 사냥하는 일반적인 데스웜 종류의 몬스터와 아이스웜의 습성은 다른 부분이 있었다.

척박한 아이스랜드는 아무래도 다른 지역보다 먹이가 부족하기 마련.

자연스럽게 아이스웜은 원활한 먹이 사냥을 위해서 넓은 지역을 영역으로 삼았고, 설사 배가 고프지 않더라도 먹이를 감지하면 무조건 공격부터 하고 보는 몬스터였다.

언제라도 먹이를 오랫동안 발견하지 못하는 때를 대비하여.

"예를 들어 겨울이라던가."

"그렇죠. 무엇보다 올해는 겨울이 좀 더 빨리 찾아왔으니. 충분히 먹이를 비축하지 못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기상 변화를 진작에 눈치채고 그렇게 사람을 공격했단 말이군."

"아무래도 사람보다는 몬스터가 변화에 더 민감하기 마련입니다."

"어떻게 할 생각이지?"

캐서린의 물음에 조릭이 투구를 가볍게 두드렸다.

"우선 저 숲은 이미 아이스웜의 영역이 되었다고 가정한다면, 놈을 직접 찾으러 가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입니다."

"그렇다면?"

"유인해야겠죠. 미끼를 놔야겠습니다."

그 전에 우선 조릭은 캐서린이 보았다는 구덩이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기부터는 제가 알아서 준비하겠습니다."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라도 불러. 그래서 주군이 파견한 거겠지."

“예. 안 그래도 미끼에 관해 부탁할 일이 있습니다.”

“내가 말하기는 했지만 그것 참 냉큼 받아들이는군.”

명예보단 실리가 먼저라는 건가? 우선 준비할 것은 매개체, 평소 컨디션이었다면 모를까. 지금 상태로는 실수를 저지를 것 같으니 미리미리 준비해야겠지.

랄까 또 일이 늘어나잖아?

후우-. 캐서린은 안 그래도 넘치는 일에 일이 더 늘어나자 탄식했다.

하지만 시간이 없었다.

천막 주인이 말하기도 전에 캐서린이 천막 밖으로 나가자마자 조릭은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종자에게 명령을 내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할 일이 무척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