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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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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의 식사가 끝나자 그다음은 메리의 차례.

자기 몫의 그릇에 파스타와 소스를 덜고 비우기를 반복하던 메리는 남아있던 분량을 모조리 복스럽게 먹어치운 후 식기를 모조리 들고 집무실을 나섰다.

식사를 마친 캐서린과 카렘 또한 집무실을 비운 것은 마찬가지.

두 주종은 고든과 함께 윈터홈의 본성으로 향했다.

"그런데, 일거리가 잔뜩 쌓여있다고 하지 않았던가요?"

고든은 고개를 기울여 오른쪽에 있던 캐서린을 내려다봤다.

그는 최고 마법 고문의 집무실에 빈틈없이 탑과 언덕처럼 쌓여있던 서류 더미를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어휴, 서류가 뭐 그렇게 많은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 대저 높으신 분들은 그 많은 일거리를 어떻게 매일같이 해치우는지 원."

"뭐, 집무실의 저건 그동안 벌려놓은 일이 많아서 그런 거다."

"뭔 1년 사이에 그렇게 일이?"

"그래. 보통은 저것보다 훨씬 작아."

"하긴, 저걸 매일같이 해내야 한다면 어휴. 소름이 다 끼치네."

캐서린은 요놈 봐라 라는 투로 돌아보며 고든의 허리를 툭툭 두드렸다.

"그리고 이건 너에게도 예정된 일이다."

"제가요?"

"그래. 다음 봄이면 너도 양피지의 산에 파묻혀야 할 텐데."

"왜요?"

"당연한 거 아니겠냐? 그동안 영지의 지배자 본인이 없어 윈터홈의 한구석에 쌓여만 가던 서류가 제 주인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텐데."

넌 이제 죽었다. 캐서린은 피식 웃으며 중얼거렸다.

"게다가 영지가 초토화 됐다고 했지?"

캐서린 또한 블랙우드 제재소에서 초전에 박살 난 그리즐리 비버 무리가 설마 볼턴 영지까지 흘러갔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영지 점검, 시설 현황 점검 및 구분, 그에 필요한 예산과 자원 목록 같은 굵직한 것들에 자잘 자잘한 문제들까지 더하면 작년에 내가 마주했던 양피지 더미의 한 절반 정도는 되려나?"

"예에? 아타니타스 님? 그건 좀 과장인 거 아닙니까?"

"뭐어, 그래. 그거의 반은 되겠구나."

"끝장났네요."

카렘은 고든을 올려다보며 손바닥을 착.

고든의 명복을 빌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 인간이 서류와 그렇게 친해 보이지는 않았다.

"아니, 뭔 동작인진 몰라도 벌써 산 사람의 목숨을 빌어주고 있어? 대체 뭔데?"

"아타니타스 님이 일하시는 모습을 본 적 있으신가?"

"저번에 한 번 봤는데. 괜히 대마법사가 아니더라야."

고든은 혀를 내두르며 손을 내저었다.

놀고먹고 연구만 하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냥 일하는 속도가 미쳐 나중에 몰아서 하는 거였다니.

"어, 잠깐. 그렇게 일처리가 빠른데 테이블에 조성된 서류로 된 숲이랑 산은 뭐였던 거야?"

드디어 상황을 깨닫기 시작한 고든에게 캐서린이 선고했다.

"참고로 지난가을부터 초봄이 되기 전까지 난 철야랑 야근해야만 했다?"

"게다가 한 나흘 연속으로 밤을 새우신 적도 있었죠?"

"와, 나도 연구한다고 나흘 정도 샌 적은 있는데. 그 이상 넘어가니까 정신을 못 차리겠더라."

"조금 쉬시겠다면서 그대로 온종일 주무셨을 정도니까요."

카렘은 캐서린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추억 아닌 추억을 떠올렸다.

그렇지만 고든의 안색은 말이 이어질수록 창백하게 질렸다.

캐서린은 말을 허투루 하지 않는다.

그동안 보아온 종자인 카렘도 마찬가지.

'아니, 미친 그렇게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미친 내가 그동안 만져본 양피지라곤 의뢰서랑 몬스터 백과사전을 제외하면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인데?'

그만큼 고든은 '종이'라는 물건과 친하지 않았다.

하지만 고든은 그동안 수많은 귀족을 직간접적으로 보았고 그들의 문화 또한 접할 수 있었다.

그때, 고든의 눈에 한 시종이 지나갔다.

캐서린이 손짓으로 시종을 불렀다.

"볼턴 남작이 고드윈 공자를 알현하고 싶다는데. 혹시 공자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나?"

"지금이라면 본성의 가문 전용 훈련장에 계실 것 같습니다."

최고 마법 고문과 볼턴 남작.

갑작스러운 높으신 분들의 부름에 시종은 재빨리 차림을 정돈하고 웃는 낯으로 답했다.

"응? 전용 훈련장이 야외 연무장 말고 본성에도 있나?"

"예. 본격적으로 훈련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일과 중 가볍게 몸을 푸는 목적의 훈련장입니다."

"성이 넓으니 그런 장소도 있나."

하지만, 정작 고드윈 공자를 만나야 하는 고든은 다른 것을 깨닫고 있었다.

혼자서 일을 해치우기 힘들다면, 일을 떠맡길 다른 이들을 고용하면 될 일. 그렇다면 사람을 고용하는 일이 남긴 했지만, 고든은 거기에 대해 어떤 염려도 없었다.

그에겐 몰락 귀족 출신 전직 경리관.

시종장 로벨리오라는 경력직이 있었으니까.

일단 일을 떠맡기면 알아서 고용?하지 않을?까???

고든이 미래의 일거리를 토스하여 떠넘기려는 생각에 잠겨있는 동안, 카렘은 고든의 허리춤을 붙잡고 시종과 캐서린을 따라 이동했다.

"야외 말고 성 안에도 훈련장이 있는 편인가?"

"다른 각하분들의 성은 모르겠지만, 윈터홈은 워낙 크기가 커서 예로부터 야외 연무장을 방문하실 시간이 없으신 기사 분들을 위해 훈련장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하긴. 기사란 종자들은 하루라도 몸을 움직이지 않으면 좀이 쑤신다고 하니."

그 무엇보다 무력의 상징인 기사.

단순히 적을 들이받고 칼을 쑤시는 것은 영지 없이 주군으로부터 봉급을 받는 기사들의 이야기로 자기 영지와 장원이 있는 이들은 사정이 달랐다.

통치할 땅이 있다는 것은 결국 양피지를 붙잡아야 한다는 뜻.

영지를 떠나 윈터홈에서 머무른다고 해도 일부 서류는 반드시 기사 본인이 처리해야 하며, 그렇다 보면 서류의 산에 파묻혀 장기간 몸을 움직이지 못 하는 일은 드물지 않게 있었다.

내성 훈련장은 그런 기사들을 위한 시설이며, 내성의 가문 전용 훈련장은 그런 펠윈터 가문의 일원들을 위한 곳이다.

"여기가 훈련장인가 보군."

"예. 기별을 넣어드리면 되겠습니까?"

"부탁하지."

일행은 시종을 통해 안으로 들어오라는 연락을 받자마자 곧바로 훈련장에 들어섰다.

문이 따로 없는 훈련장은 성안인데도 넓은 공간이 마련되어 딱딱한 돌바닥이 깔렸었고 벽면과 바닥에 놓인 거치대엔 각종 연습용 무기들이 놓여 있었다.

"아타니타스. 카렘. 그리고 스타크 경이로군."

수행원인 빅토르와는 달리 바닥에 대자로 누워있던 고드윈은 손님들을 향해 힘없이 팔을 들어 올렸다.

"공자님. 추태입니다. 좀 일어서서 맞이하십시오."

"팔다리에 힘도 없는데 일어나기는 무슨."

"실례합니다. 두 분 그리고 카렘. 공자님은 조금 전까지 본격적인 운동에 앞서 몸을 풀고 계셨던 터라."

땀에 절어 힘없이 바닥에 뻗은 모습이 척 보기에도 그래 보였다.

대체 몸풀기 운동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저렇게 물 밖에 나온 미역처럼 늘어져 있는지 호기심이 들 정도였다.

"몸풀기로 대체 뭘 하셨길래 저러신지."

"오, 별거 아니란다. 그냥 가볍게 뜀뛰기랑 달리기를 했을 뿐이야."

"저렇게 땀에 절어계실 정도로요?"

"유혹에 굴복하시고 마신 대가란다."

"네? 유혹?"

"푸흐. 프라이드 치킨을 두 마리나 드셨거든. 좀 참으시지."

빅토르는 기가 막힌다는 듯 가볍게 웃었다.

아, 그렇다면야.

카렘은 단번에 모든 상황을 이해했다.

바닥에 힘없이 늘어져 있던 고드윈은 파들파들 떨면서도 한없이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올렸다.

"하지만, 결코 후회는 하지 않는다...!"

"뭐, 그 대가는 공자님이 몸으로 치르셔야 하는 건 아실 텐데."

"그만한 대가를 치를 만한 맛이었어."

"그렇다고 하십니다."

빅토르는 캐서린의 떨떠름한 반응을 가볍게 넘겼다.

"그래서. 아타니타스 공과 볼턴 남작님. 두 분은 어떤 일이신지."

"아, 별일은 아니고. 여기 이쪽이 봄까지 놀고 먹는 게 너무 찔린 나머지 뭔가 일거리가 없어서 기웃거리는 중이다."

"....예?"

이번에 반대쪽에서 떨떠름 하자 고든은 무심코 이마를 탁쳤다.

"좀 모양새 있게 그럴듯한 말로 포장 좀 해주시지."

"흐음. 별로 내 취향은 아니로군."

"아니, 취향이 아니어도-"

"난 주군한테도 대놓고 말한다."

"그건 좀 포장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의외의 막 나가는 발언에 경악하는 고든을 카렘이 붙잡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니, 말릴 게 아니라. 나보다 더하시잖아."

"그나마 공작 각하와 부인께 존칭이랑 존댓말이라도 하는 게 다행이죠. 그 외의 분들한텐 어림없으셔요."

"그래도 되는 거냐?"

"지금까진 별문제 없었으니..."

아마도? 어깨를 으쓱하는 카렘의 모습에 고든은 뜨악한 표정으로 쳐다보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빅토르에게 고개를 돌렸다. 난 아무것도 못 들은 거다.

"그래서 혹시 고드윈 공자님의 검-"

"...찬성."

"술 선생-공자님?"

"좋아. 당장 지금부터 하지!"

시체처럼 늘어져 있던 고드윈의 몸은 생기가 돌아온 것처럼 벌떡 일어났다.

"공자님. 어떤 제안이 나올 줄 알고 성급하게 동의를-"

"이봐, 저기까지 말 나왔으면 뻔하잖아."

"그래도 너무 성급하십니다. 사람 말이라는 건 끝까지 들어봐야-"

"어차피 검술 선생 하던 처칠 경도 적성도 아닌 선생 노릇은 지긋지긋하다며 토벌대로 달려간 마당에 소드마스터가 검술 선생을 해준다는데 이쪽이야 대환영 아닌가?"

"휴우. 그렇다면 일단 처칠 경이 복귀하기 전까지 임시인 것으로 타협하시죠. 일단 어디까지나 정식 검술 선생은 처칠 경이니까 말입니다."

"그쪽이 나중에 뒷말도 나오지 않고 좋겠군요."

"당사자가 그렇다면야. 그쪽으로 하지."

대화는 급격하게 진행되어 어느새 고든은 캐서린과 카렘을 뒤로한 채 빅토르 그리고 이름이 비슷한 고드윈과 함께 검술들만의 공간을 형성했다.

하지만 카렘은 세 사람의 대화에서 다른 부분에 집중했다.

"...자이언트 처칠 경이 누구의 검술 선생이었다고요?"

카렘은 무심코 머릿속으로 상남자의 현현 그 자체나 다름없던, 다른 말로는 무식이라는 두 글자의 체현 같았던 남자를 떠올렸다.

'고작 이 정도의 설득력(力)으로 나에게 의견을 강요하는가!!!!!'

'양피지 들고 영지에 처박히는 건 영 적성에 맞지 않는군.'

'몬스터! 모가지를 뜯어주마! 네놈들의 피는 무슨 색깔이냐!'

'시간을 끌어야겠군. 좋다! 승리의 구령을 외쳐라!'

대포알처럼 도약해 대포알 같은 효과를 일으킨 위력.

돌진하는 중갑 기병을 맨손으로 들어 올려 땅에 처박는 힘.

바보나 전부 먹어치울 바보의 황금빵을 혼자 다 먹어치우는 식욕까지.

"그 작, 음흠. 분이 누구의 검술 선생?"

"뭐어, 나도 처음 듣는 말이다만. 양피지 끄적이는 건 귀찮다고 작위도 가져다 버린 채 쌈박질만 하는 별종 중의 별종이어도 소드마스터라는 것이겠지."

"기행과는 별개로 실력은 충분하다?"

"설마 토벌대에 참가한 이유도?"

"일단은 주군의 명령으로 토벌대의 총책임자로 임명됐다고는 한데-"

지금 눈앞에서 고드윈의 말을 들은 캐서린과 카렘은 당시에 어떤 상황이었는지 알 것 같았다.

그야 구출대의 별의별 사람 중에 오로지 피와 땀이 흐르는 싸움 하나만을 목적으로 총책임자라는 사람이 지휘권도 내팽개친 후 전장으로 달려들었다면 그게 어떤 인종인지 안 봐도 훤하니까.

의문인 점은 그런 사람이 성에 있었다면 분명 소란이 벌어졌을 텐데 그동안 성에선 별다른 말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인데..

같은 의문을 떠올린 주종이 생각에 잠겨있을 때.

다가오는 사람이 있었다.

"흠흠. 실례합니다. 최고 마법 고문님."

"음? 아. 조금 전의 시종이로군."

조금 전 캐서린과 일행을 훈련장으로 안내한 시종이었다.

"아이스랜드 공작 각하께서 최고 마법 고문님을 보고자 하십니다."

"흐음? 언제 알현해야 하지?"

"지금 당장 뵙자고 하십니다."

"당장?"

캐서린은 살짝 머리를 기울였다.

약속을 잡지도 않고 당장 만나자니?

마도구 및 마법 조언 외에도 방한 포션, 바닐라 사업의 진행 현황 등등 솔직히 짐작 되는 게 너무 많아 도리어 짐작이 안 됐다.

"지금 당장 가도록 하지."

"예. 집무실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꼬마. 따라와라. 용병은..."

캐서린은 슬쩍 훈련장의 세 남자를 바라보았다.

어느덧 고든은 빅토르, 고드윈과 함께 한층 더 강한 영역을 형성.

고드윈의 단련 계획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두고 가지."

"네에."

카렘은 캐서린을 따라 세 남자를 뒤로하고 훈련장을 나섰다.

"그런데 아타니타스님."

"뭐냐. 꼬마."

"고든은 이제 작위도 있는데 호칭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요?"

"놈의 몸에서 용병물이 다 빠진다면."

"흐음."

카렘은 본능적으로 직감할 수 있었다.

그때가 오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