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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371 li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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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역
어느 정도 고등한 지성을 갖춘 모든 생물이 구축하는 활동 반경.
사람은 부족을 이룩하고, 마을을 형성하며, 도시를 구축.
최종적으로 국가를 이룩하는 것처럼 동물 또한 동일했다.
목초지와 수원지를 따라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는 것처럼 보이는 초식 동물에게도 엄밀히 따져 영역이라는 것이 존재하며, 이는 그 초식 동물을 먹는 육식 동물 또한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고등한 동물 중 일부에게는 앞서 언급한 종류와는 조금 다른, 성별에 따라 활동 영역이 달라지는 부분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코끼리.
코끼리는 언뜻 보면 무리를 짓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오로지 암컷과 새끼에게만 해당하며, 수컷 코끼리는 무리를 짓지 않고 단독으로 행동한다.
그들이 무리에 받아들여질 땐 오로지 하나.
번식기를 맞이하였을 때뿐.
그 외에는 우두머리 암컷에 의해 쫓겨난다.
그리고 이는 종이 다른 인간에게도 똑같지는 않지만, 유사하게 나타난다.
비단 시계 같은 사치재가 아니라도 극단적으로 남자는 강철과 강철이 부딪히는 거대 병기와 전함. 실제론 비효율적이기 그지없는 이족보행병기와 합체 로봇 따위에 두근거리며 이는 여자도 비슷했다.
고가의 향수와 화장품 같은 치장용 소비재.
화려한 장신구, 매해 생산되는 값비싼 브랜드 제품 같은 사치재.
화들짝 놀랄 정도로 맵고 얼얼하거나, 기름 범벅이 되도록 느끼한 요리와 늦은 아침 혹은 이른 점심때 먹는 브런치.
그리고.
이빨이 아릴 정도로 다디단 디저트.
물론 시대가 달라지면 문화도 변화했다.
현대 지구는 여성과 남성이 가진 취향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었지만, 아직 에우로파에는 요원한 일.
성별과 혈통보다 능력을 우선한다는 아이스랜드도 이는 피할 수 없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디저트 전문 카페는, 여성의 영역.
적어도, 아인델프가 알기로는 그랬다.
헌데 이게 뭔가.
"...이봐. 귀쟁이."
"뭐지. 드워프?"
"카페라는 장소가..."
아인델프는 떨떠름하고 부담스럽다는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노란색, 흰색, 분홍색 등의 화사한 파스텔 톤 인테리어.
무려 살아있는 꽃과 마도구, 치장품으로 장식된 내부.
그야말로 공기조차 여자를 위한 것이다라는 부드럽고 달콤한 냄새.
아인델프는 작게 속삭였다.
"...원래 남자들도 잘 오는 곳인가?"
"주점에서 술이나 퍼마시는 털보들이 뭐하러 이런 장소에 올리 있겠나?"
"그래. 나도 네년한테 정말 동의하기는 싫은데. 그러면 이건 뭔데?"
쇠사슬도 씹어먹을 나잇대의 소년, 소녀들.
주문한 메뉴를 보고 발을 동동 구르는 여인.
케이크를 마구 맨손으로 퍼먹는 드워프.
서로를 꿀 떨어지는 눈으로 쳐다보는 젊은 연인.
화려한 연미복 밑으로 근육의 덩어리를 숨긴 노인.
그 외에도 카페에는 무수히 많은, 카페라는 공간과는 어울리는 이들 사이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남자들이 함께 혹은 혼자서 앉아 있었다.
비율로 따지자면 6대4
클링크는 작게 테이블을 두드리며 연신 턱짓했다.
그 끝엔 카페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들이 있었다.
"몇몇은 나름 고급스러운 옷차림이긴 하지만, 내 눈을 속일 수는 없지. 몇몇은 모험가에 저긴 일반인이고, 얼씨구. 기사 나리도 계신 것 같은데?"
"음? 기사가? 기사가 대체 왜 이런 장소에?"
"나야 모르지?"
클링크는 어깨를 으쓱했다.
대신 주린은 그 답을 왠지 알 것 같은 동료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시선을 받은 예리카는 어깨를 으쓱이고는 대기 중인 웨이터를 향해 작게 손짓했다.
"뭐, 직접 물어보면 되겠지. 거기, 웨이터?"
"아, 혹시 주문을 다 정하셨습니까?"
"아니, 주문은 조금 전에 다 끝났다."
"그렇다면, 저희 매장에 대해 궁금하신 것이 있으실까요?"
"카페의 분위기가 저번에 방문했을 때와 다른 것 같은데.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아, 그건 유행 때문입니다."
나름의 고충이 있었던 건지 웨이터의 얼굴엔 순간적으로 난처함이 드러냈다.
"바닐라라는 새로운 향신료에 관심을 가지신 남성 손님 분들이 방문하시기 시작하셨습니다."
"바닐라? 처음 들어보는군."
"유행이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만일 손님께서 그 이전에 다른 지역에 계셨더라면 모르실 수도 있습니다."
예리카는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유행의 시작과 엇갈렸다고 하면 얼추 말이 맞았다.
토벌 의뢰를 마치고 복귀한 지 그다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수컷 하루살이들이 이런 공간에 기어들어 온 건 이해할 수가 없는데."
허나, 그게 지금 카페 내부의 언밸런스하기 짝이 없는 풍경을 설명할 수는 없었다. 예리카의 난데없는 걸쭉한 발언에도 웨이터는 평정심을 잃지 않고 미소지었다.
하지만, 조금 난처했다.
"음, 흠. 여성 손님분들이 있으신 자리에서 하기엔 조금-"
"이 하루살이들은 신경 쓸 것 없다. 중단한 말이나 계속하도록."
"그러시다면, 흠. 바닐라가 밤일에 효과적이라고-"
웨이터는 작게 터무니없는 소리를 내뱉었다.
밤일.
참으로 노골적인 말이었다.
"뭣!? 아니, 잠깐. 밤일이라니?"
주린은 무심코 큰 소리를 냈지만, 이내 파스텔톤 가득한 주변 분위기에 목소리를 죽였다.
아니, 그만이 아니라 파티의 또 다른 남자들.
아인델프와 클링크 또한 이글거리며 관심을 보였다.
"얼마 전, 바닐라가 처음 공개된 것은 윈터홈의 연회였습니다. 그리고, 이를 맛보신 손님들이 매우 효과적이었다며 극찬하셨다는 소문이..."
보통 그런 종류의 소문은 바람보다 빠르게 퍼져나가기 마련.
물론 아직 콜던 밖으로 퍼지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하지만, 그 안에선 모르는 사람이 없어지기엔 충분했다.
하물며, 정력?
수치심 따위가 막을 수 없었다.
"다른 소문에 의하면 바닐라를 섭취하는 방법으로 설탕, 버터와 함께 먹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었다고도 합니다."
"고작 그런 소문 하나 때문에 이런 광경이?"
"제가 할 말은 아니지만, 남성 손님분들은 이러한 소문에 관심이 매우 깊으시니 그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기존의 여성 손님분들에겐 죄송스러운 말씀이지만, 저희는 더 많은 손님께서 좋아해 주시니 기꺼운 일이지요."
"그렇군. 궁금한 건 다 물어봤다."
"그럼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뜻밖의 답변에 예리카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어쩐지 카페 내부의 달콤한 냄새도 저번과 다르더니.
'과일보다는 묵직하지만, 캐러멜보다는 가벼운 달콤한 향기의 근원이 소위 요새 유행한다는 바닐라의 냄새인 것이겠지?'
"그런데, 대체 너희는 지금 뭘 하는 거지?"
"그저 장소에 걸맞은 격식을 갖추고 있는 것이오."
자세를 꼿꼿하게 핀 주린이 중후하게 말했다.
양옆에 앉은 아인델프와 클링크도 세상 마찬가지.
"과연, 그렇게 중요한 효과가 있다고 하면 말이 달라지지."
"하, 꺽다리. 수염쟁이. 난 하루에 여섯 끼를 먹을 만큼 먹는 것에 환장하는 노움이야. 너희와는 다르게 난 처음부터 디저트를 좋아했다고."
"자아, 자. 우리 모두 다른 남자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은 같지 않겠소?"
엄숙한 표정으로 되지도 않는 격식을 차리는 중인 세 남자를 같잖다는 듯이 응시하던 예리카는 옆자리로 고개를 돌렸다.
"광신도. 넌 왜 이렇게 조용하지?"
"아, 아. 응? 뭐? 음식이 왜 이렇게 안 나오냐고?"
"...넋 놓고 있었나?"
"아니, 솔직하게 말해서 이런 장소는 처음이라고 할까."
배시시.
언제나 냉막하던 뤼미에르는 홍조 서린 얼굴로 작게 미소지었다.
"이런 푹신푹신한 곳은 생각만 해뒀다고 할까. 조금 부끄럽다고 할까."
즉, 기대감에 부풀어 올라 다른 걸 들을 정신이 없었다는 뜻.
예리카는 무심코 눈을 감고 고개를 뒤로 젖혔다.
수컷 하루살이들에 비하면 이 얼마나 건전하기 짝이 없는 반응인지.
예리카는 눈물이 다 나올 것만 같았다.
"응? 뭐야. 갑자기 왜 그러는 건데?"
"아니, 광신도. 너만은 제발 저 더러운 놈들한테 물들지 말고 광신하는 자세 그대로 있기를 바랐을 뿐이다."
"그러니까 광신이 아니라니까...!"
예리카는 어이가 없던 나머지 코웃음을 쳤다.
"무려 믿는 신이 잠시 힘을 빌려주실 정도의 믿음이면 그게 광신이지."
"유스티티아님은 내 간절한 기도를 들어주신 것뿐이야...!"
"이거나 그거나. 결과는 마찬가지 아닌가?"
뤼미에르는 계속 뭐라고 항변했다.
예리카는 그냥 귀를 닫아버리는 것으로 대응했다.
그리고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순간이 찾아왔다.
카페 매니저가 그들이 앉은 테이블에 목제 카트를 끌고 왔다.
먼저 접시와 그릇에 사람 수 만큼 담긴 커스터드 푸딩과 아이스크림.
그다음 에그 타르트와 각종 다양한 파이가 한가득.
마지막으로 카스텔라, 크레이프, 갈색으로 그을린 머랭 케이크가 층별로 놓인 스탠드를 세팅한 매니저는 패거리를 향해 인사하고는 그대로 가버렸다.
"...이 뾰족귀가 돈 아까운 줄 모르고 뭐 이렇게 달다구리한 걸 많이 시킨 거야?"
"참으로 옹졸한 드워프다운 말이기 그지없군."
"감히 네년이 날 옹졸하다고 말해!?"
"당연한 거 아닌가? 너희 하루살이들이 나에게 내성 안내를 부탁한다고 했지 내가 언제 너희들 보고-"
파티에서 가장 극성맞은 둘이 또 격렬한 의견교환을 시작.
그래, 좀 조용하나 싶었는데 또?
주린과 클링크는 이마를 부여잡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환경이 환경이라고.
언성이 높아지지는 않다는 것이 위로라면 위로였다.
다른 파티가 뭘 하든 테이블에 집중하던 뤼미에르는 스푼과 함께 작은 그릇에 원형으로 소분되어 나온 처음 보는 디저트.
아이스크림이라는 물건에 집중했다.
"흐음. 저것들이랑 다르게 아무 냄새도 나지 않는데. 게다가 녹고 있고. 얼음? 아니, 되게 부드러운데."
숟가락에서 느껴지는 상상 이상으로 저항감 없이 푹 퍼지는 감각에 뤼미에르는 화들짝 놀라며 동료들을 바라보았다.
"미친. 이 작은 타르트 하나가 얼마라고? 1실링? 은화 한 장? 이런 미친 이 작은 물건이 맥주 몇 잔 가격이라니...!"
"내성이니까 당연한 거 아니겠소? 라고 하고 싶지만, 상당하군."
"하, 여기 나온 디저트 값 다 합치면 쓸만한 무기가 대체 몇 자루나 되겠군. 미쳤어. 이건 정말, 미친 짓이나 다름없어."
"주둥이들을 꿰어버리기 전에 입 다물어."
하지만, 패거리의 남자들은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크기는 작달막한데 흉참하고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
공포와 전율이 그들 사이에 흘렀다.
뤼미에르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은 모습에 물어보려 한 생각을 접어버렸다. 그리고 아이스크림이라고 한 물건을 그대로 먹었다.
"....!!!"
이, 이게 대체 무슨 맛이랑 촉감이지?
태어나서 처음 먹어보는 맛과 향, 감촉.
뤼미에르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소름이 다 돋았다.
신앙심 깊은 여사제 뤼미에르도 물론 케이크나 파이, 타르트는 종종 먹어본 적이 있었다. 아무렴 종교와 축제가 밀접한데.
하지만, 지금까지 그녀가 먹어봤던 그 어떤 물건도 아이스크림과 같지는 않았다.
커스터드보다 거칠지만, 새하얀 눈보다는 부드러운.
크림보다 농밀하고 진한 맛이 그녀의 입안을 뒤덮었다.
그리고 달달한 냄새.
차가운 아이스크림이 입안에서 녹으며 폭발적으로 뿜어내는 향기는 싱싱한 과일보다는 무거웠지만, 설탕보다 한없이 가벼웠다.
품격있는 달콤함과 어울리는 그것.
당장이라도 꿀벌이 달려들 것만 같았다.
비유하자면, 가열하지 않은 설탕 그 자체의 향기라고나 할까.
뤼미에르의 부족한 어휘로는 그 정도로밖에 묘사할 수 없었다.
달그락.
'벌써 다 먹었다고?'
아니, 그게 아니지.
상황과는 전혀 다른 청아한 소리에 말로 서로를 찌르던 네 패거리의 시선이 뤼미에르에 집중되었다.
왠지 모르게 부끄러워진 뤼미에르는 퉁명스럽게 스푼을 놓았다.
"뭐, 뭔데 갑자기. 왜 날 그렇게들 쳐다보는 건데?"
"갑자기 이 짓거리가 바보 같다고 느껴지는군."
가장 열정적으로 소리죽여 다투던 아인델프는 크게 한숨을 내뱉었다.
"그래, 뭐 큼지막한 스테이크나 와인도 가게에 따라서는 금화를 받아 처먹는 곳이 있다고 하니. 내성의 가게에서 이 정도면 나름 합리적이긴 해."
"하물며, 한창 콜던 전역에서 유행하고 있다 하지 않았소이까?"
"그것도 남녀 가릴 것 없이 말이지."
“콜던에서 유행한다면 가을이긴 하지만, 아이스랜드 전역에 퍼지는 건 순식간일 것이오.”
뤼미에르가 뭐라 하기도 전에 남자들은 서로 사이좋게 세팅된 디저트를 덜어 먹기 시작했다. 아무렴 무려 귀족 나리들이 정력에 좋다는데 가격이 대순가.
"지, 지들이 뭔데 날 보고서 멋대로 바보 같다고 느꼈다니 뭐니. 이해하는 거야? 내가 뭘 했다고?"
"우리 바보같이 순진한 광신도."
"예리카?"
"이 썩어버린 패거리에서 제발 지금 그대로 있어 주렴."
"예리카!?"
패거리의 유일한 정상인(이라고 아무도 인정하지 않는).
예리카는 진심으로 세계수에게 빌며 크레이프 케이크를 덜었다.
그러다 문득.
의문점이 하나 생겼다.
"이봐. 웨이터. 궁금한 게 생겼다."
"무엇이실까요. 손님."
"바닐라라는 향신료는 결국 뭐지? 원료는?"
"오."
웨이터는 이 순간을 어떻게 빠져나가야 할지 필사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