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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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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정도 고등한 지성을 갖춘 모든 생물이 구축하는 활동 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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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부족을 이룩하고, 마을을 형성하며, 도시를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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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적으로 국가를 이룩하는 것처럼 동물 또한 동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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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초지와 수원지를 따라 이곳저곳을 떠돌아다니는 것처럼 보이는 초식 동물에게도 엄밀히 따져 영역이라는 것이 존재하며, 이는 그 초식 동물을 먹는 육식 동물 또한 예외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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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고등한 동물 중 일부에게는 앞서 언급한 종류와는 조금 다른, 성별에 따라 활동 영역이 달라지는 부분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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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코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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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는 언뜻 보면 무리를 짓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오로지 암컷과 새끼에게만 해당하며, 수컷 코끼리는 무리를 짓지 않고 단독으로 행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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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무리에 받아들여질 땐 오로지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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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식기를 맞이하였을 때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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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는 우두머리 암컷에 의해 쫓겨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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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는 종이 다른 인간에게도 똑같지는 않지만, 유사하게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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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시계 같은 사치재가 아니라도 극단적으로 남자는 강철과 강철이 부딪히는 거대 병기와 전함. 실제론 비효율적이기 그지없는 이족보행병기와 합체 로봇 따위에 두근거리며 이는 여자도 비슷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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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의 향수와 화장품 같은 치장용 소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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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장신구, 매해 생산되는 값비싼 브랜드 제품 같은 사치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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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들짝 놀랄 정도로 맵고 얼얼하거나, 기름 범벅이 되도록 느끼한 요리와 늦은 아침 혹은 이른 점심때 먹는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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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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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빨이 아릴 정도로 다디단 디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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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시대가 달라지면 문화도 변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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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지구는 여성과 남성이 가진 취향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었지만, 아직 에우로파에는 요원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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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과 혈통보다 능력을 우선한다는 아이스랜드도 이는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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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당연하게도 디저트 전문 카페는, 여성의 영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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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아인델프가 알기로는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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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데 이게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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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 귀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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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지. 드워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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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라는 장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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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델프는 떨떠름하고 부담스럽다는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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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색, 흰색, 분홍색 등의 화사한 파스텔 톤 인테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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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살아있는 꽃과 마도구, 치장품으로 장식된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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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말로 공기조차 여자를 위한 것이다라는 부드럽고 달콤한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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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델프는 작게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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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남자들도 잘 오는 곳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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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점에서 술이나 퍼마시는 털보들이 뭐하러 이런 장소에 올리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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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나도 네년한테 정말 동의하기는 싫은데. 그러면 이건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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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사슬도 씹어먹을 나잇대의 소년, 소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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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한 메뉴를 보고 발을 동동 구르는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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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크를 마구 맨손으로 퍼먹는 드워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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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를 꿀 떨어지는 눈으로 쳐다보는 젊은 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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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연미복 밑으로 근육의 덩어리를 숨긴 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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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카페에는 무수히 많은, 카페라는 공간과는 어울리는 이들 사이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남자들이 함께 혹은 혼자서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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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율로 따지자면 6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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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링크는 작게 테이블을 두드리며 연신 턱짓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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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끝엔 카페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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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은 나름 고급스러운 옷차림이긴 하지만, 내 눈을 속일 수는 없지. 몇몇은 모험가에 저긴 일반인이고, 얼씨구. 기사 나리도 계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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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기사가? 기사가 대체 왜 이런 장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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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야 모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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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링크는 어깨를 으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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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주린은 그 답을 왠지 알 것 같은 동료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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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을 받은 예리카는 어깨를 으쓱이고는 대기 중인 웨이터를 향해 작게 손짓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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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직접 물어보면 되겠지. 거기, 웨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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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혹시 주문을 다 정하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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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주문은 조금 전에 다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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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저희 매장에 대해 궁금하신 것이 있으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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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의 분위기가 저번에 방문했을 때와 다른 것 같은데.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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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건 유행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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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름의 고충이 있었던 건지 웨이터의 얼굴엔 순간적으로 난처함이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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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닐라라는 새로운 향신료에 관심을 가지신 남성 손님 분들이 방문하시기 시작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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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닐라? 처음 들어보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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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이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만일 손님께서 그 이전에 다른 지역에 계셨더라면 모르실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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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리카는 조금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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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의 시작과 엇갈렸다고 하면 얼추 말이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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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벌 의뢰를 마치고 복귀한 지 그다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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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수컷 하루살이들이 이런 공간에 기어들어 온 건 이해할 수가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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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나, 그게 지금 카페 내부의 언밸런스하기 짝이 없는 풍경을 설명할 수는 없었다. 예리카의 난데없는 걸쭉한 발언에도 웨이터는 평정심을 잃지 않고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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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조금 난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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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흠. 여성 손님분들이 있으신 자리에서 하기엔 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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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하루살이들은 신경 쓸 것 없다. 중단한 말이나 계속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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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시다면, 흠. 바닐라가 밤일에 효과적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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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터는 작게 터무니없는 소리를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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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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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노골적인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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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뭣!? 아니, 잠깐. 밤일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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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린은 무심코 큰 소리를 냈지만, 이내 파스텔톤 가득한 주변 분위기에 목소리를 죽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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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만이 아니라 파티의 또 다른 남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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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델프와 클링크 또한 이글거리며 관심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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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바닐라가 처음 공개된 것은 윈터홈의 연회였습니다. 그리고, 이를 맛보신 손님들이 매우 효과적이었다며 극찬하셨다는 소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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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그런 종류의 소문은 바람보다 빠르게 퍼져나가기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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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아직 콜던 밖으로 퍼지기엔 시간이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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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안에선 모르는 사람이 없어지기엔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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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물며, 정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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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심 따위가 막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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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소문에 의하면 바닐라를 섭취하는 방법으로 설탕, 버터와 함께 먹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었다고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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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그런 소문 하나 때문에 이런 광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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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할 말은 아니지만, 남성 손님분들은 이러한 소문에 관심이 매우 깊으시니 그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기존의 여성 손님분들에겐 죄송스러운 말씀이지만, 저희는 더 많은 손님께서 좋아해 주시니 기꺼운 일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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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군. 궁금한 건 다 물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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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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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답변에 예리카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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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카페 내부의 달콤한 냄새도 저번과 다르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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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보다는 묵직하지만, 캐러멜보다는 가벼운 달콤한 향기의 근원이 소위 요새 유행한다는 바닐라의 냄새인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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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대체 너희는 지금 뭘 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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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장소에 걸맞은 격식을 갖추고 있는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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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를 꼿꼿하게 핀 주린이 중후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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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옆에 앉은 아인델프와 클링크도 세상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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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그렇게 중요한 효과가 있다고 하면 말이 달라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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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꺽다리. 수염쟁이. 난 하루에 여섯 끼를 먹을 만큼 먹는 것에 환장하는 노움이야. 너희와는 다르게 난 처음부터 디저트를 좋아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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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 자. 우리 모두 다른 남자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은 같지 않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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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숙한 표정으로 되지도 않는 격식을 차리는 중인 세 남자를 같잖다는 듯이 응시하던 예리카는 옆자리로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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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신도. 넌 왜 이렇게 조용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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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 응? 뭐? 음식이 왜 이렇게 안 나오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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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 놓고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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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솔직하게 말해서 이런 장소는 처음이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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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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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냉막하던 뤼미에르는 홍조 서린 얼굴로 작게 미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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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푹신푹신한 곳은 생각만 해뒀다고 할까. 조금 부끄럽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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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기대감에 부풀어 올라 다른 걸 들을 정신이 없었다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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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리카는 무심코 눈을 감고 고개를 뒤로 젖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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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컷 하루살이들에 비하면 이 얼마나 건전하기 짝이 없는 반응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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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리카는 눈물이 다 나올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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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뭐야. 갑자기 왜 그러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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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광신도. 너만은 제발 저 더러운 놈들한테 물들지 말고 광신하는 자세 그대로 있기를 바랐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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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광신이 아니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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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리카는 어이가 없던 나머지 코웃음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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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믿는 신이 잠시 힘을 빌려주실 정도의 믿음이면 그게 광신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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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스티티아님은 내 간절한 기도를 들어주신 것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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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나 그거나. 결과는 마찬가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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뤼미에르는 계속 뭐라고 항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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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리카는 그냥 귀를 닫아버리는 것으로 대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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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순간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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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매니저가 그들이 앉은 테이블에 목제 카트를 끌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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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접시와 그릇에 사람 수 만큼 담긴 커스터드 푸딩과 아이스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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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다음 에그 타르트와 각종 다양한 파이가 한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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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카스텔라, 크레이프, 갈색으로 그을린 머랭 케이크가 층별로 놓인 스탠드를 세팅한 매니저는 패거리를 향해 인사하고는 그대로 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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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뾰족귀가 돈 아까운 줄 모르고 뭐 이렇게 달다구리한 걸 많이 시킨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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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옹졸한 드워프다운 말이기 그지없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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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히 네년이 날 옹졸하다고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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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거 아닌가? 너희 하루살이들이 나에게 내성 안내를 부탁한다고 했지 내가 언제 너희들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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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티에서 가장 극성맞은 둘이 또 격렬한 의견교환을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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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좀 조용하나 싶었는데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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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린과 클링크는 이마를 부여잡고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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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환경이 환경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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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성이 높아지지는 않다는 것이 위로라면 위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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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파티가 뭘 하든 테이블에 집중하던 뤼미에르는 스푼과 함께 작은 그릇에 원형으로 소분되어 나온 처음 보는 디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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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크림이라는 물건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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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저것들이랑 다르게 아무 냄새도 나지 않는데. 게다가 녹고 있고. 얼음? 아니, 되게 부드러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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숟가락에서 느껴지는 상상 이상으로 저항감 없이 푹 퍼지는 감각에 뤼미에르는 화들짝 놀라며 동료들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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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이 작은 타르트 하나가 얼마라고? 1실링? 은화 한 장? 이런 미친 이 작은 물건이 맥주 몇 잔 가격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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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이니까 당연한 거 아니겠소? 라고 하고 싶지만, 상당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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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여기 나온 디저트 값 다 합치면 쓸만한 무기가 대체 몇 자루나 되겠군. 미쳤어. 이건 정말, 미친 짓이나 다름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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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둥이들을 꿰어버리기 전에 입 다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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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패거리의 남자들은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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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는 작달막한데 흉참하고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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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와 전율이 그들 사이에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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뤼미에르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은 모습에 물어보려 한 생각을 접어버렸다. 그리고 아이스크림이라고 한 물건을 그대로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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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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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게 대체 무슨 맛이랑 촉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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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처음 먹어보는 맛과 향, 감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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뤼미에르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소름이 다 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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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심 깊은 여사제 뤼미에르도 물론 케이크나 파이, 타르트는 종종 먹어본 적이 있었다. 아무렴 종교와 축제가 밀접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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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금까지 그녀가 먹어봤던 그 어떤 물건도 아이스크림과 같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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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스터드보다 거칠지만, 새하얀 눈보다는 부드러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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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보다 농밀하고 진한 맛이 그녀의 입안을 뒤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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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달달한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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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아이스크림이 입안에서 녹으며 폭발적으로 뿜어내는 향기는 싱싱한 과일보다는 무거웠지만, 설탕보다 한없이 가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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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격있는 달콤함과 어울리는 그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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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이라도 꿀벌이 달려들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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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유하자면, 가열하지 않은 설탕 그 자체의 향기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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뤼미에르의 부족한 어휘로는 그 정도로밖에 묘사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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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그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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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다 먹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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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게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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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과는 전혀 다른 청아한 소리에 말로 서로를 찌르던 네 패거리의 시선이 뤼미에르에 집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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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모르게 부끄러워진 뤼미에르는 퉁명스럽게 스푼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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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뭔데 갑자기. 왜 날 그렇게들 쳐다보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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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이 짓거리가 바보 같다고 느껴지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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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열정적으로 소리죽여 다투던 아인델프는 크게 한숨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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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뭐 큼지막한 스테이크나 와인도 가게에 따라서는 금화를 받아 처먹는 곳이 있다고 하니. 내성의 가게에서 이 정도면 나름 합리적이긴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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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물며, 한창 콜던 전역에서 유행하고 있다 하지 않았소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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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남녀 가릴 것 없이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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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던에서 유행한다면 가을이긴 하지만, 아이스랜드 전역에 퍼지는 건 순식간일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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뤼미에르가 뭐라 하기도 전에 남자들은 서로 사이좋게 세팅된 디저트를 덜어 먹기 시작했다. 아무렴 무려 귀족 나리들이 정력에 좋다는데 가격이 대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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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지들이 뭔데 날 보고서 멋대로 바보 같다고 느꼈다니 뭐니. 이해하는 거야? 내가 뭘 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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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바보같이 순진한 광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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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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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썩어버린 패거리에서 제발 지금 그대로 있어 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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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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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거리의 유일한 정상인(이라고 아무도 인정하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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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리카는 진심으로 세계수에게 빌며 크레이프 케이크를 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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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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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문점이 하나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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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 웨이터. 궁금한 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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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실까요. 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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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닐라라는 향신료는 결국 뭐지? 원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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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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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이터는 이 순간을 어떻게 빠져나가야 할지 필사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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