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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347 li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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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가 대다수는 하루하루 먹고살기 바쁜 일용직.
가을이란 계절은 그런 모험가가 지난 한 해를 어떻게 보냈는지 판가름하는 시간.
물론 이는 낭비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전제로 C급 이상의 모험가.
흔히 베테랑 모험가라고 부르는 이들에게는 해당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나름 이름이 알려진 베테랑 모험가 파티.
주린과 패거리 같은 경우라던가.
주린과 패거리는 지난여름 펑거스비에서 아쿠사레 골렘 혐오체(캐서린 명명)를 상대로 대활약한 덕에 추가 보상을 톡톡히 얻어냈다.
그 후, 그리즐리 비버 토벌에 참여.
토벌의 범위가 확대될 때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벌게 되자 의뢰 종료를 선언.
아이스랜드에서 가장 물가가 비싼 콜던.
그것도 내성에서 겨울나기를 빙자한 휴가를 즐기기로 했다.
"좋아. 여기 온 건 다 좋은데."
외성의 거주민에 비하면 옷차림부터 다른 사람들을 둘러보던 노움 도적 클링크가 어색하게 볼을 긁적였다.
"그래서 내성에서 뭘 할 건데?"
일행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주린과 패거리가 베테랑 모험가로 구성된 파티라고는 해도 어쨌든 간에 결국 모험가였고 특별히 다른 모험가들과 겨울을 나는 방법이 다르지는 않았다.
도박은 기본에 술은 필수.
싸움과 매춘은 선택.
그런데 그들은 지금 내성에 들어왔다.
과연 돈 좀 있는 사람들이 거주한다고 해야 할지.
내성의 풍경을 처음 본 일행 대다수는 외성과는 완전히 별천지나 다름없는 광경에 넋이 나갔다.
때와 먼지가 끼지 않은 깨끗한 건물의 외벽.
사람이 움직이는 대로 낭창낭창 부드럽게 쓸리는 옷감.
유행이라도 타는 듯 거리 전체에서 은은하게 나는 달콤한 냄새.
외성과 공통점이라고는 바닥에 오물 하나 없다는 것 하나뿐.
까놓고 말해서, 남자들은 주눅 들었다.
물론, 모험가 이전에 신관으로서 각 도시의 내성에 종종 방문한 적이 있는 뤼미에르는 이해하기 힘들었다.
"뭘 하냐니. 내성에서 휴가를 즐긴다면서."
"아, 광신자. 지금 이건 하루살이들이 자기들 처지에 어울리지 않는 장소에 와버린 나머지 어미를 잃은 새끼 곰처럼 불안에 떠는 것뿐이야."
"누가 불안에 떨었다는 거냐."
유스티티아의 사제, 뤼미에르의 어깨를 툭 치며 대답하는 엘프 궁수, 예리카를 째려보며 아인델프는 오만상을 찌푸렸다.
"아니, 그러는 너희 여편네들은 여기가 익숙하다는 말이냐?"
"그러면 당연하지."
"그래, 응? 뭐? 당연?"
"....드워프. 화살로 찔러버리기 전에 그 눈 치워."
"아니, 기도쟁이인 저 광신자 여편네는 그렇다 쳐도."
"누가 광신자라는 거야!"
버럭! 뤼미에르는 발끈했다.
허나 주린과 패거리의 그 누구도 놀라울 만큼 관심을 주지 않았다.
혼자서 긁힌 뤼미에르는 항변했다.
"이건 신앙심이라는 거야...!"
"사회적으로 우린 너의 그걸 광신이라고 하기로 약속했어."
"유스티티아 님께서 내게 잠시나마 축복도 내려주셨다고!"
"그래. 그래. 네 똥 굵다. 아무튼. 너. 귀쟁이. 내성에 자주 온 적이 있다고?"
"그러면 당연하지."
예리카가 고개를 흔들자 비단결 같은 금색 머리칼이 물결치듯이 흔들렸다.
"도박하다가 거나하게 취해서 난투극을 벌인 후 오입질이나 하는 고추 달린 멍청한 하루살이들과는 다르게 우아한 나는 종종 내성에서 품위 있는 하루를 보낸 적이 있었으니까."
"하, 네가 품위 있다고?"
"그렇다고 한다면?"
예리카는 손목을 꺾고 앞으로 내밀었다.
고개를 내밀어 손등 위로 턱을 괴고는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보란 듯이 눈을 천천히 깜빡. 깜빡.
껄렁한 뒷골목 왈패 같은 태도와 분위기는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는 듯 동토의 설원에 때 이르게 피어난 한 떨기의 민들레꽃이 생각나는, 가녀리지만 차가운 인상의 미녀 엘프가 그 자리에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아인델프와 클링크는 노골적으로 혀를 찼다.
마귀할멈조차 기겁할 걸쭉한 입담과는 반비례하게 과연 엘프다운 미모라고 해야 할지. 인정하기는 싫지만 예리카가 입을 다물자 두 사람도 과연 거기에 반박할 수 없었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상황을 지켜보던 주린이 손뼉을 치며 파티의 관심을 모았다.
"자아, 자. 이렇게 된 거 잘된 일 아니겠소?"
"이건 또 무슨 신박한 개소리지?"
"개소리라니. 내성에 처음 방문한 우리 남정네들을 위해 예리카. 그대가 이런 장소에 처음 오면 어디부터 가는지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이 어떻겠소?"
"뭐?"
예리카는 당황한 나머지 인상을 찌푸렸다.
언제 그랬냐는 듯 불량한 분위기로 돌아와 자기 자신을 가리켰다.
"내가?"
"그렇소."
"너희를?"
"왜?"
"그야 예리카. 그대가 이쪽 방면으로 우리들의 선배이니 그런 거 아니겠소?"
그 말에 아인델프는 형용할 수 없는 무언가를 봐버린 표정으로 주린을 쳐다봤다.
"뭐, 쟤가 선배? 너 미쳤어?"
"뭐, 내성 구역은 처음인 건 사실이잖소?"
"시발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귀쟁이가 선배? 주린 너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야?"
"뭐 꺽다리 말은 틀리지 않긴 했는데. 기분은 별로 안 좋은데."
"내 말이!"
패거리의 남자들이 왁왁거리며 소란을 피우자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모이는 것은 당연했다.
뤼미에르는 일행에게서 하나, 둘, 세 발자국 떨어졌다. 예리카도 그녀를 따라 슬쩍 멀어졌다.
예리카는 인상을 찌푸리며 파티의 남자들을 응시했다.
아무렴 그녀가 뭐가 좋아서 저런 털복숭이 남정네들을 내성에 이끌고 돌아다녀야 한다는 말인가?
"예리카."
"뭐지. 광신도?"
"그러니까 믿음이라니까."
"그거나. 이거나 무슨 차이가 있는데?"
"아니, 휴. 나도 사실상 처음인데."
"뭐, 내성?"
예리카는 뜻밖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광신도. 넌 내성을 나보다 더 자주 들락거리지 않았던가?"
"그건 업무차 내성 신전을 방문할 때 말고는 곧장 내성을 나왔으니까."
"넌 모험가일도 하는데 좀 방탕하게 살아라."
"그거 칭찬이지?"
"쯧."
아무리 그래도 피와 땀, 기름 가득한 모험가 파티에 귀중한 둘밖에 없는 여자인데 남정네들 대하듯이 박하게 대할 수는 없었다.
그 정도로 예리카가 모질지는 않았다.
아니, 잠깐만. 그런데 이러면 말이 조금 달라지는데?
순간 예리카는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가 작게 헛기침하고는 아직도 말다툼하는 아인델프와 클링크의 뒤통수를 전력으로 후려쳤다.
"미천한 하루살이들. 마음이 바뀌었어. 이 몸이 '선배'로서 너희들에게 내가 콜던의 내성에서 자주 방문하는 가게를 소개해주도록 하지"
"뭐? 누가 선배라고!?"
"그 전에 쟤 뒤통수는 왜 안 치는 건데? 왜 우리만!"
클링크는 주린을 가리키며 항변했다.
주린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눈만 끔뻑였다.
예리카의 답은 간단했다.
"이 미천한 땅개들이 어딜 감히 귀중하신 요술쟁이의 머리를 건드리라는 거지? 머리라도 나빠졌다가 쓰는 마법을 까먹기라도 하면 네놈들이 책임질 거야?"
아인델프와 클링크는 입을 합 다물었다.
"무엇보다 수컷 하루살이들. 너흰 그 어떤 반문도 할 자격이 없거든?"
"이 활쟁이가 또 무슨 헛소리를-"
"고귀하신 우리 파티의 힐러께서 친히 안내를 부탁하셨다."
주린과 패거리는 기본적으로 평등한 관계였지만, 미천한 전사와 도적의 표는 고귀하신 마법사와 힐러의 표와 동등하지 않았다.
애초에 다수결로 결론을 내린다고 해도 3대2.
파티의 뜻에 따라 예리카의 뒤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심통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아인델프와 클링크는 부루퉁하게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예리카가 그들을 이끌고 소위 말하는 휴가를 즐기기 위한 가게에 도착하자 입을 열 수밖에 없었다.
주린과 뤼미에르조차 설마 이런 장소에 올 줄은 몰랐다는 듯 헤- 하고 넋 놓는 상황에 클링크가 가장 먼저 당황하며 정신을 차렸다.
"야, 예리카. 왜 여기 앞에서 멈춘 거야."
"너희 하루살이들이 내성에서 어떻게 즐기는지 '선배'로서 알려달라고 했잖아? 그래서 '선배'로서 콜던에 몇 번 들르는 동안 방문한 가게에 왔을 뿐이다."
"야! 그래도 경우가 있지 이런 곳에 우릴 데리고 오면 어떡해!"
"뭔가 문제라도 있나?"
"당연히 있지!"
예리카를 제외한 모두가 가게의 모습에 압도되었다.
전체적으로 파스텔톤으로 장식된.
화려하지는 않지만 그만큼 절제된 분위기를 풍기는 가게.
척 보기에도 돈과 지위가 좀 된다는 이들이 출입할 것 같은 분위기를 풍겼다.
더해서 가게에서 풍겨오는 냄새.
무려 유리창 밖으로 풍기는 진한 버터의 향기와 달콤한 냄새는 이런 장소와 연관이라고는 1도 없던 남자들조차 여기가 어딘지 짐작을 할 수 있게 만들었다.
아인델프는 치를 떨며 더듬거렸다.
"네, 네년. 우리를 디저트 카페로 데리고 왔어."
"고작 디저트 가게인데 뭘 그렇게 두려워하는 거지?"
"이 황당하기 짝이 없는 엘프야. 그걸 말이라고...!"
"우리 파티의 힐러께서는 마음에 드시나 본데?"
파티의 드워프와 노움을 휙하고 고개를 돌렸다.
양손을 가슴에 모은 뤼미에르의 홍조 띤 얼굴에는 기대감이 서려 있었다.
언제나 냉막한 얼굴에 종교 이야기만 나오면 발끈.
언데드와 이단을 보면 눈이 뒤집히며 광분.
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다른, 몰랑몰랑한 분위기.
어찌나 기대하는지 뤼미에르가 소리 없이 입만 움직여 디저트 카페를 반복해서 말하고 있는 것을 모두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뤼미에르는 기대하고 있는 것이 맞았다.
지금 모험가로 활동하고는 있지만, 뤼미에르는 신을 모시는 사제이기도 했으며, 디저트와 작고 귀여운 동물에 관심 있는 여자이기도 했다.
"해봤자 술이나 조금 마시는 게 전부인 여자 신앙인이 이런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을 리가 없지."
"...핫! 아니야! 누, 누가 이 사치스러운 냄새에 유혹됐다는 건데?"
"사제라는 작자가 거짓말이라니. 얼굴에 홍조부터 지워라."
아차!
뤼미에르는 얼른 심호흡하며 진정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런다고 얼굴에 서린 홍조가 사라질 리가.
주린은 그 모습을 보며 어깨를 으쓱했다.
"사치를 부린다면 뭐 어떻소?"
"날 그런 사특한 말로 유혹하지 마."
"유혹이라니. 사치라는 건 결국 자기 분수에 맞지 않게 돈을 낭비하는 행위를 말하지. 클링크. 내 한 가지만 묻겠소."
클링크는 퉁명스럽게 주린을 올려다봤다.
"뭔데."
"우리 파티가 이번에 벌어들인 돈이 얼마나 되오?"
"정확한 금액은 세어봐야 알겠지만, 파티 공금을 제외해도 금화만 수십 장에 은화가 빵빵 주머니로 몇 개나 되니까 도박해서 날려 먹지 않는 이상-"
"이런 내성의 고급스러운 카페를 방문해도 흠집 하나 나지 않겠구려?"
"뭐어. 그렇지."
클링크는 못마땅하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이건 낭비야...!"
"낭비라니. 이런 적절한 소비는 사회가 원활하게 돌아가는 원동력이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소."
"뭐어?"
"이런 가게에서 돈을 사용하면 그 돈은 분명 직원들에게도 가겠지. 직원들은 번 돈을 통해 각자 어떤 방식으로든 돈을 사용할 것이 분명하고."
"그야 먹고살려고 일을 하는 거니까."
"게다가 이 카페에서 사용하는 각종 식기와 식재료는 다 어디에서 오겠소?"
분수에 맞지 않는 소비는 사치나 다름없지만, 적절한 소비는 사회를 움직이는 원동력이라는 말이었다.
"대장장이 같은 장인이랑, 농부 같은 사람들?"
카페를 힐끔힐끔 쳐다보던 뤼미에르는 주저하며 대답했다.
"가게에 사용하는 도구랑 음식의 원료는 다 그쪽에서 공급하는 걸 테니까."
"그렇소. 즉, 우린 돈을 낭비하러 온 것이 아니라 사회에 적절한 돈이 공급되도록 소비를 하러 온 쪽이라 생각하면 되오."
"적절한 소비."
아직 망설임이 남아있긴 했지만, 뤼미에르의 마음은 한쪽으로 눈에 띄게 기울었다.
"그러면 떼쟁이의 설득은 다 끝났으니. 이만 안으로 들어가지?"
"누가 떼쟁이라는 거야!"
"오, 나는 누구라고 특정하지 않았는데. 혹시 찔리시는지?"
그렇게 투닥거리며 말로 다투던 일행은 파스텔톤의 입구와 가까워지자 소리를 죽였다.
"...이게 뭐야?"
"으음?"
그리고, 상상을 초월하는 카페의 내부에 종종 방문했던 예리카는 물론 파티 모두가 뜨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