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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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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오지 않을 것만 같았던 시간이 지났다.

마도구의 선별을 끝낸 캐서린은 지친 카렘과 부루퉁한 메리를 이끌고 보관고를 떠나 다시 탑의 최상층. 자신의 연구실로 복귀했다.

그리고 거기서 카렘은 매우, 뭐라고 할까.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을 느꼈다.

"저, 아타니타스 님?"

"씁, 가만히."

주춤거렸던 카렘은 캐서린이 경고하자 이게 대체 뭐 하는 짓인지를 속으로 고민하며 밭에 설치된 허수아비처럼 가만히 서서 시선을 정면으로 돌렸다.

처음엔 소름이 다 끼쳤다.

설마 냅다 마법이라도 쏴갈기는 건가?

아니라고 하기에 캐서린은 스스로도 실전파라고 말했으며 그동안 종종 목격한 올리비에와의 작지만 격렬한 마법 대전은 카렘에게 여러모로 인상이 깊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캐서린이 하는 일은 카렘이 보기엔 과연 이게 맞나 싶을 정도로 무척 간단했다.

연구실의 중앙에 카렘이 허수아비처럼 서 있으면, 캐서린이 카렘을 향해 손을 뻗은 상태로 뭔가 중얼거렸다.

그리고 메리는 캐서린이 말하면 그때마다 카렘이 착용한 마도구를 교체했다.

그것이 전부인 간단한 일.

그렇지만, 뭔가 시각적인 변화라도 있다면 모를까.

"흠, 이것도 아닌가. 메리."

"다음 마도구로 교체하겠습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도통 알 수 없던 카렘은 결국 인내심이 다했다.

"아니, 아타니타스 님. 이게 대체 무슨 일입니까."

"응? 뭐냐니. 마도구의 효과를 확인하는 중이다만."

"하다못해 마법이라도 쏴갈기시는 것도 아니시고. 저한테 손을 뻗고 뭐라고 중얼거리시는 게 전부인데 확인하는 중이고요?"

"그래. 네 눈에는 보이지 않겠지만 말이다."

종자의 질문에 친절하게 답해준 캐서린은 다시 카렘을 향해 손을 내밀었다.

주변의 마력이 캐서린의 마력과 동조해 술식에 이끌려 관찰 마법과 분석 마법을 형성.

캐서린은 마력으로 카렘을 지속적으로 자극해 나타나는 마도구의 반응을 모두 확인하고 있었다.

"화염 마법 방어 효과가 확실하지만, 효과가 약한데. 메리."

"알겠습니다. 계약자."

마찬가지로 마력을 다룰 수 있는 메리는 아무런 불만 없이 캐서린의 명령에 따라 주머니에서 호신용 마도구, 은으로 장식된 금목걸이를 들고 카렘에게 다가갔다.

"뭐, 불만이시라면 마력을 다룰 수 있으시면 됩니다."

"아니, 마력을 다루는 건 재능이라면서요."

"종족을 타고나는 부분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재능이지요."

"저는 그냥 쌩으로 마력을 못 다루는 사람인데요?"

"그렇다면 다음 인생을 기대해보셔야겠습니다."

"이거 마력 못 다루는 사람은 억울해서 살겠나."

"글쎄요. 전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메리는 집요정인 덕분에 집요정 마법으로 제한되었기는 하지만, 태어나면서부터 선천적으로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다.

즉, 마탑에서 마력을 사용하지 못하는 사람은 오직 한 명.

그 한 명인 비 마력 사용자 카렘은 부루퉁했다.

부루퉁한 것은 메리 또한 마찬가지.

보관고에 대해 알게 된 그 날부터 청소하는 그 순간을 고대했건만, 결국 눈앞에서 그 시도가 저지되고 말았다.

그렇지만 부루퉁한 건 부루퉁한 거고 명령은 명령.

충실한 집요정인 메리는 카렘의 손목에 채워진 팔찌를 빼고 목걸이를 걸어준 다음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촤르륵 팔찌를 손에 쥐자 팔찌가 반짝.

어느새 떠오른 햇빛이 반사되어 메리의 눈을 스쳤다.

'슬슬 간식을 준비할 시간인데.'

그리고 탑의 마법사들이 아침을 먹은 식기를 정리할 시간이었다.

메리는 한창 집중하는 두 주종을 부르려다가 멈칫.

눈을 가늘게 떴다.

'이건, 기회다.'

카렘을 대신해 캐서린의 간식을 만들 흔치 않은.

사실상 처음이나 다름없는 기회.

어떻게든 주방의 주도권은 탈환할 수 있었지만, 카렘은 여전히 캐서린의 전속 요리사라는 명목으로 캐서린과 카렘 본인이 먹는 대부분의 음식을 조리하고 있었다. 덤으로 메리가 먹을 것도.

물론 카렘의 요리는 맛있기는 했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

감히 집에 집요정이 있는데 집안일을 하는 사람이 있다니 집요정으로서 용납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하지만, 계약은 지엄한 법. 캐서린이 허락했으니 메리는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

물론 카렘은 메리에게 머랭 치기나 설거지, 뒷정리 등등의 (메리로서는 대환영인) 귀찮은 일들을 떠맡기기는 했지만, 고작 그것뿐이었다.

메리는 불만족스러웠다.

그래서 늘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그 기회가 찾아왔다.

거기까지 걸린 시간이 0.2초.

그래 봐야 변했던 건 눈초리밖에 없었고, 그마저도 시간이 짧았지만, 마도구의 효과와 마법에 집중하는 캐서린과 지친 카렘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메리는 평소처럼 자연스러운 표정과 태도로 돌아왔다.

"계약자. 바쁘신 와중에 실례합니다. 잠시 자리를 비워도 되겠습니까?"

"응? 난데없이 말이냐?"

"예. 슬슬 아침 식사를 마치신 분들의 식기를 정리할 때가 되어서 말입니다."

"아아, 깜빡하고 있었군. 갔다 와라."

"예. 그럼. 카렘 후배. 수고하십시오."

자연스럽게.

어색하지 않게.

꾸벅.

종종종.

인사와 함께 등을 보이지 않고 종종걸음으로 연구실을 나온 메리는 소리가 나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연구실의 문을 닫았다.

딸깍.

"...아자."

메리는 작게 환호했다.

집안일이란 파고들면 파고들수록 끝이 없었다.

단순히 먼지를 쓸고 닦는 것이 아닌, 벽지과 가구, 장식물에 눌어붙은 먼지를 닦고 얼룩은 종류에 따라 각기 다른 방법으로 제거.

옷감의 재질에 따라 각기 다른 방법과 세제를 사용하여 빨래.

낙엽을 쓸고 텃밭을 관리, 식사 준비와 식기 정리 및 세척 등등.

하물며 거주자가 수십 명을 넘는다면 그만큼 집안일도 문자 의미 그대로 산더미였다.

현실적으로 혼자서 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 혼자가 집요정이 아니었더라면.

계약을 통해 계약자의 '집'에 한해서 집안일에 한해서는 그 누구도 감히 따라올 수 없는 메리는 마법사의 탑을 혼자서 떠받치고 있다고 봐도 무방했다.

식기 회수와 빨랫감 수거 및 정리한 빨래 배분.

옷감의 종류에 따라 빨래할 준비를 끝마치고 식기를 깨끗하게 정리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불과 3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후, 후후후후후후."

메리는 자기 딴에는 음산하게 웃으며 캐서린은 창고에서 식재료를 꺼내와 주방에 늘어놓았다.

시간은 충분했다.

앞서 해치운 일들은 좀 더 널널하게 해도 되었다.

하지만, 메리는 오로지 이 순간을 위해 순식간에 해치웠다.

다른 마법사들의 간식은 냉장실에서 하루 숙성시킨 에그 타르트.

달콤한 휘핑크림을 곁들여서 배분하면 끝이었다.

즉, 메리는 캐서린의 간식 준비를 탈환할 준비가 되어있었다.

아무렴 그녀는 제과제빵에 한해서는 카렘보다 뛰어났으니까.

이는 카렘과 지그메서 둘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이었다.

열정적으로 반죽을 완성한 메리는 잠시 반죽이 담긴 그릇을 치우고 아래쪽 선반에서 나무배를, 풍요의 떡갈나무 통을 꺼냈다.

"카렘 후배. 그러면 실례하겠습니다."

카렘이 알았다면 이건 배신이라며 소리쳤을 터.

하지만 메리의 마음에는 단 한 점의 부끄러움도 없었다.

그야 100배 마법통의 주인인 카렘 본인이 그녀에게 언제든지 사용해도 된다고 직접 말하면서 주방에다가 보관하고 있었다. 즉, 주인에게 이미 사전에 허락을 받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불만이 있었으면 독소 조항 정도는 허락한 장본인이 파악하고 있어야 했다. 그런고로 메리는 즐겁게 반죽 그릇을 풍요의 떡갈나무 통에 집어넣었다가 곧바로 빼냈다.

"반죽의 숙성은 완벽하군요."

밀가루를 뿌린 테이블에 반죽을 꺼내 치대고는 넓고 판판하게 굳힌 버터를 넣은 후 서로 다른 방향으로 접기를 반복한 후 일정한 크기로 잘라 오븐에 투입.

지금 메리가 만드는 것은 그녀가 생각하기에 에우로파에서 유례없는, 오로지 그녀가 파이에 깔 때 쓰거나 그대로 나오는 페이스트리에서 착안한 물건이었다.

이름 붙이기를 퍼프 페이스트리(puff pastry).

시험 삼아 모두가 잠든 늦은 새벽에 몰래 실험했을 때는 가히 구름을 굳힌 후 공기와 함께 버터에 튀긴 것 같은 부드러우면서 바삭한 층의 연속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메리는 이 한번 만으로 카렘이 1년도 안 돼서 쌓은 아성을 무너트릴 수 있을 거라 생각지는 않았다.

과욕을 부리기엔 카렘이 그간 보인 독창적이고 매혹적인 각종 요리와 디저트가 너무 대단했으니까.

제과제빵에 자신 없다는 것도 빈말인 거 아닌가?

이내 메리는 스스로의 생각을 부정했다.

생각해보면 카렘은 디저트를 만들려고 할 때면 반죽은 보통 그녀나 다른 사람에게 꼭 맡겼다.

그마저도 직접 만든다고 할 땐 크레이프나 팬케이크 같은.

도저히 실패하기 어려운 물건들을 만들었으니.

뜨거운 오븐의 열기 사이로 피어난 진한 버터향.

메리는 고개를 숙여 오븐 속을 들여다보았다.

트레이에 납작하게 놓여있던 반죽들은 조금씩 부풀어(Puff) 올라 어느새 성인 주먹보다 조금 작은 수준으로 커져 있었다.

그리고 부풀어 오르다 못해 터져나가기 일보 직전-

"아차차. 흐읍!"

족히 수백 도는 될 오븐 속에서 뜨겁게 달궈졌을 트레이를 맨손으로 꺼낸 메리는 곧바로 깨끗한 테이블의 한쪽에 놓고 곧바로 뒷정리를 시작했다.

흩날린 밀가루와 눌어붙은 반죽 파편.

겸사겸사 반죽에 사용한 그릇과 조리기구, 풍요의 떡갈나무 통까지 말끔하게 청소하고 닦은 메리는 비로소 어느 정도 식은 퍼프 페이스트리의 앞에 섰다.

우선 겉모습. 성인 주먹보다 조금 작은 크기.

울퉁불퉁한 동그란 원형으로 펑하고 부풀어 올라 진하고 연한 베이지색의 조화는 메리가 간신히 참을 수 있는 그것이었다.

하지만 냄새.

은은한 버터의 향기가 올라오는 따뜻한 퍼프 페이스트리.

분명 입에 넣으면 내부에 갇혀있던 버터향이 폭발적으로 뿜어져 머리 전체를 뒤덮은 것이 분명했다.

메리는 장담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일전에 한 번 먹어봤었으니까.

...핫. 위험했다.

메리는 퍼프 페이스트리로 향하려던 손을 간신히 거둬들였다. 하마터면 계약자가 먹을 간식에 먼저 손을 대는 불상사를 일으킬 뻔했다.

숨을 참아가면서까지 유혹에 저항한 메리는 간신히 퍼프 페이스트리가 담긴 트레이를 냉장실에 넣고 하루 숙성시킨 에그 타르트와 크림을 꺼내왔다.

그래. 차라리 이쪽이 참는 건 더 쉬운 편이었다.

차갑게 식은 에그 타르트는 별다른 냄새가 나지 않았다.

'얼른 끝내고 준비를 하면 되겠지.'

메리는 버터의 유혹에서 해방되었다.

아니, 사실 유혹 자체는 아직도 이어지고 있었다.

이번에는 에그타르트와 생크림.

부드럽고 달콤하며 바삭한 조합.

상상만 해도 느껴지는 맛이 그녀를 유혹했다.

하지만, 갓 구운 버터 향이 가득한 페이스트리 냄새에 비한다면야 뭐.

메리는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이 에그 타르트에 곁들이고, 퍼프 페이스트리 속에도 한가득 들어갈 크림에 설탕을 넣고 힘차게 거품 쳤다.

'한입이면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거, 크읏. 참아라. 내 안의 본능. 유혹에서 벗어난 게 아까 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