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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이 제자리인 캐서린 옆으로 돌아왔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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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은 거대 에그 타르트를 두 개째 해치우기 시작하고 있었고 메리는 그런 그녀를 곁에서 수행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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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의 커스터드는 약간의 치즈를 곁들여 농밀한 크림 같은 질감은 유지했으며, 버터를 듬뿍 넣은 페이스트리의 다층 구조를 통해 바삭함과 부드러움을 동시에 겸비한 표면의 마무리로 슈가파우더를 톡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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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성인 남성의 하루 칼로리 소모량은 가볍게 넘을 장엄한 자태를 캐서린은 아무렇지도 않게 먹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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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타니타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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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음. 꼬마. 돌아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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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설명은 지금까지로 충분하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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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서 지켜보지 않아도 되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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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은 메리가 입술에 묻은 슈가파우더를 닦아주는 와중에도 약간의 의심을 담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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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렴 고드윈은 강제로 식단을 조절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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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강제적인 억압은 반발을 불러오기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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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묻는 것은 감시자의 필요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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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아마 필요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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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은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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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드시던 담백하고 무미건조한 요리들에 비하면 지금의 요리들은 결코 포기하실 수 없으실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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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야 내가 보기에도 그냥 샐러드에 삶은 고기에 과일 몇 개는 좀 심하긴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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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감시자라면 한 분 계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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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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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원인 빅토르는 저기 밑에 있던데? 캐서린은 이내 카렘이 슬쩍 고갯짓한 방향의 끝에 있는 존재를 확인하고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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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부인이 감시하고 있었군. 하긴 워낙 극성이긴 하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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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토르 경이 복귀하실 때까지는 저러실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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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연회 자리인 만큼 식단은 내일로 미뤘어도 되셨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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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펠윈터 성의 모든 남녀에게 은연중에 질투를 받는 아타니타스님이나 가능한 소리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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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은 테이블에 하나 남은 거대 에그 타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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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망을 자극하는 그것을 조심스럽게 접시에 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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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루 떨어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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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햐, 진짜 이런 제과제빵은 못하겠다니까요. 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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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행하느라 식사도 늦었는데. 우선 먹으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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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지금 먹고 있잖아요. 그런데 아타니타스님은 지금까지 무엇을 얼마나 드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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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어디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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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는 손수건을 접어 주머니에 넣고는 빠르게 테이블을 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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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나왔던 주메뉴는 전부 최소 한 번씩은 맛을 보셨고, 저기 뭇 에우로파의 모든 남정네의 심금을 울리는 포르게타 같이 마음에 드는 물건들은 세 번씩 드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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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그게 정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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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중간중간에 디저트까지 먹여드렸던 것들을 하나하나 짚어보면 그 양이-""그만! 대체 그런 걸 왜 궁금해하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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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있으면 그간 먹은 모든 음식을 나열할 것 같은 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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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모를 수치심에 캐서린은 재빨리 메리의 말을 잘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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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카렘에겐 충분하게 전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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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볼 때마다 신기하네. 그 몸 어디에 그게 다 들어가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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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대마법사에 도달한 덕도, 머리를 많이 써선지 아무래도 금방 배가 고파진단 말이지. 그나저나 이 말도 벌써 1년째인데 아직도 적응하지 못한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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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응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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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카렘도 인간으로 태어난 코끼리처럼 먹어대며 먹방으로 유명한 사람들을 알고 있었다. 당연하게도 전생의 기억을 통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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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그런 사람들은 위장의 크기가 크다거나, 소화기관이 짧다거나 하는 이유가 있었지만, 캐서린은 그런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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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저 몸 어디에 저만큼이나 들어갈 공간이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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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신기한 건 볼 때마다 신기한 것처럼 캐서린의 식사량은 카렘에게 영원한 미스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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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판타지. 내 기대를 배신하지 않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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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라면 캐서린의 시종으로 그녀를 수행해야 하겠지만, 그녀의 배려 덕분에 카렘은 허기진 배를 채울 시간을 얻게 되어 거대 에그 타르트를 시작으로 이제 식사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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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포르게타를 써는 카렘의 눈은 자연스럽게 대회관의 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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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의 강권에 맥주를 배럴 채로 들이키는 고든의 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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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이걸로 날 취하게 하려면 어림도 없다 이말꺼흐어어어어어어어어어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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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소드마스터! 그 커다란 통을 모조리 마셔 재끼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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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기랄! 소드마스터는 괴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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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에 배팅하신 분들은 얼른 돈 내놓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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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거 이지메 아닌가? 싶었지만, 고든을 둘러싼 사람들의 반응은 인기 레슬링선수를 선망하는 팬의 그것과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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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내기를 했는지 시종이 내미는 투구에 각종 크라운과 실링을 투척하는 사람들도 투덜거리기는 해도 짜증을 내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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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롭힘을 당하는 건 아닌가 본 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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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누구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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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만찬의 주인공이요. 신고식이라도 당하나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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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하긴 저도 저런 건 처음 보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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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은 고든이 요리만큼 술도 많이 먹는 술고래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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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않고서야 연회가 시작된 이후로 쉬지 않고 먹고 마시며 수다를 떨며 힘자랑을 하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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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지, 수다 떨고 힘자랑하는 게 쉬는 거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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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마스터를 범인의 상식으로 재단하면 안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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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타니타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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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만한 무력을 내는 게 공짜인 것 같으냐? 전에도 말했을 텐데. 마력 이전에 강화하는 몸이 뒷받침을 해주고, 그만한 힘을 내는 연료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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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하게 정리한 테이블에 캐서린이 양피지와 깃펜을 꺼내다 말고 카렘을 향해 손가락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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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사도 마찬가지지. 머리를 쓰는 일이 얼마나 많은 음식이 필요한데. 마법사가 분수에 맞지도 않은 마도서를 펼쳤다가 괜히 죽어 나자빠지는 줄 아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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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그거 그냥 마도서가 감히 제까짓 것이 날 읽는다고? 해서 죽이는 거 아니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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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물론 고위 마도서의 경우엔 종종 그런 경우가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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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메. 무서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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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몸과 머리를 쓰기 위해선 그만한 열량이 필요한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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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운동선수나 보디빌더가 하루에 몇천에서 만 단위의 칼로리를 먹는다는 것은 유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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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 이전에 당장 농사일을 하는 사람들이 먹는 양만 놓고 봤을 때 어마어마했으니까. 카렘도 농노 생활을 하며 체험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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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왜 쥐와 벌레를 잡아먹고 숲을 쏘다녔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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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적으로 밥을 줬으면 위험한 숲을 쏘다니진 않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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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쥐랑 벌레는 먹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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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백질은 소중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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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든이 잠시 자리를 비우고, 배도 어느 정도 차오르자 식사 속도를 늦추던 카렘의 눈에 들어온 것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는데도 양피지를 끄적이며 집중하는 캐서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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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뭐냐. 꼬마. 이게 궁금한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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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슬슬 배도 꺼지셨을 것 같은데. 아직도 양피지를 부여잡고 계시니까 뭔가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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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작년 겨울부터 붙잡고 있던 방한 포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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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레시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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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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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드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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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은 호기심과 기대감을 담아 양피지를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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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랜드 공작이 야심 차게 추진하던 붉은 마녀의 손가락 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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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랜드 전역의 시장을 지배할 그 결실이 눈앞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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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한 부분에서 막혀있었는데. 꼬마. 네놈 덕분에 실마리를 잡은 것 같아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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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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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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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은 깃펜으로 양피지를 톡톡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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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재료를 줄이면 지속 시간이 줄어들고, 그렇다고 늘리면 체온이 한도 이상으로 올라가 쓰러지는데, 그렇다고 재료를 바꾸면 귀족 전용이 되어버리니 원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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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확실히 가격은 중요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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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때 고드윈 공자의 식탁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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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공자님의 예비 식단을 보고 영감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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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더 정확히는 거인의 장미를 보고 떠올린 거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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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은 기가 막힌다는 듯이 탄식을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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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래. 재료를 줄여서 효과가 줄어들면 그냥 용액을 뭉근하게 졸여서 효과를 보존시킨 다음 1회 복용 용량을 늘려버리면 되지. 왜 이 간단한 생각을 못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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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감사합니다? 그러면 보너스라도 나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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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기대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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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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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캐서린은 누가 되었든 허투루 말한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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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은 카렘이 정말로 기대해봐도 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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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돈은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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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만큼은 장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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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돈은 차고 넘치게 받고 있었으며 각종 상여금에 돈 좀 썼다 하면 그 돈이 고스란히 되돌아오는 상황이니 오히려 처치가 곤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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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다못해 전생의 한껏 자극적인 게임이나 소설이라도 있다면 모를까 현생의 그것들은 카렘에게 밋밋하다 못해 지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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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취미와 돈의 사용처는 돌고 돌아서 요리로 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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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각종 요리와 실험에 돈을 쓰면 그 돈이 어느새 고스란히 되돌아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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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마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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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 것이 카렘은 캐서린이 급하게 성에서 출진하기 전까지 꺼냈던 호신용 마도구니 뭐니하는 대화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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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마도구가 가능성이 가장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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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선물 받는 사람으로서 얌전히 입을 다물고 있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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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고를 방문할 때만큼 가슴이 떨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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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과 함께 수다를 떨어선지 배가 조금 꺼진 카렘은 다시금 식사를 이어나가려고 할 때, 대회관에서 잠시 모습을 감췄던 고든이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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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사람들의 인사를 받아주던 고든은 상석에 마련된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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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의 옆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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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맥주물을 뺐으니 이제 배를 좀 채워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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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처럼 술을 퍼마셨는데 그 배에 음식이 들어간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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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어려서 뭘 모르는구나. 카렘. 원래 맥주는 금방 배가 꺼진다고. 입맛을 돋우는 데다가 액체잖아. 이봐, 여기 식은 요리들 새로 줄 수 있나? 아, 디저트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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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를 비우는 동안 차갑게 식은 요리가 치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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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잠시 후 새롭게 조리된 따끈따끈한 요리들이 서빙되자 남겨놓은 디저트를 모조리 해치운 고든은 그대로 식사를 이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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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 참. 설마 목표를 이렇게 초과달성할 줄은 몰랐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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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목표를 초과달성? 작위 받은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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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원래 솔직히 말해서 아직도 조금 얼떨떨하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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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추를 듬뿍 친 클램차우더를 단번에 비운 고든이 입가를 닦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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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높은 귀족의 밑에 들어가 영지 하나랑 이쁘고 참한 아내 하나 얻어서 성에 틀어박혀서 룰루랄라 하는 게 꿈의 전부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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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소드마스터치고는 너무 소박한 꿈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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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기회 자체는 의외로 드물게 있었는데. 오히려 이 실력이 내 꿈을 꾸준하게 방해했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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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아아. 뭔지 알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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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드마스터는 소드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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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천한 농노 출신 용병이라는 배경은 다른 말로 복잡한 권력자의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았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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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자들에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요인이었지만, 한가하고 걱정 없는 일상을 바라는 사람에겐 오히려 방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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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이 싫다고 해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며 달라붙는 사람들이 많았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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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뭐. 하여간 모든 권력자가 다 각하, 아니 주군이랑 같았으면 진작에 이뤘을 꿈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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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에우로파를 떠나서 여기까지 온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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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사실대로 말하자면 그렇지? 세오폰 왕국에 오기 전에 의뢰를 맡았던 왕국의 이름을 밝히기 좀 그런 귀족이 날 옭아매려고 자기 딸내미를 내 침실에 밀어 넣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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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공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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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퍄하, 비슷한 짓이 한두 번이 아니긴 해. 그런데 설마 마법으로 건물 인근의 공간을 통째로 봉인했을 줄은 꿈에도 몰랐지. 생각만 해도 식은땀이 다 나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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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하하하하하! 고든은 아무런지도 않다는 듯 그레이비 소스를 부운 웰링턴 스테이크를 썰며 호쾌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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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호쾌하게 웃을 일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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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하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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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든은 카렘이 포기하고 도로 식사에 집중하기 전까지 공허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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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끝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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