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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4 21:31:5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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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렘이 제자리인 캐서린 옆으로 돌아왔을 때.

캐서린은 거대 에그 타르트를 두 개째 해치우기 시작하고 있었고 메리는 그런 그녀를 곁에서 수행하고 있었다.

내부의 커스터드는 약간의 치즈를 곁들여 농밀한 크림 같은 질감은 유지했으며, 버터를 듬뿍 넣은 페이스트리의 다층 구조를 통해 바삭함과 부드러움을 동시에 겸비한 표면의 마무리로 슈가파우더를 톡톡.

평범한 성인 남성의 하루 칼로리 소모량은 가볍게 넘을 장엄한 자태를 캐서린은 아무렇지도 않게 먹고 있었다.

"아타니타스님."

"으으음. 꼬마. 돌아왔나."

"네. 설명은 지금까지로 충분하시답니다."

"옆에서 지켜보지 않아도 되겠냐?"

캐서린은 메리가 입술에 묻은 슈가파우더를 닦아주는 와중에도 약간의 의심을 담아 물었다.

아무렴 고드윈은 강제로 식단을 조절하고 있었다.

그리고 강제적인 억압은 반발을 불러오기 마련.

그녀가 묻는 것은 감시자의 필요성이었다.

"아뇨. 아마 필요 없을 겁니다."

카렘은 고개를 저으며 부정했다.

"이전에 드시던 담백하고 무미건조한 요리들에 비하면 지금의 요리들은 결코 포기하실 수 없으실걸요."

"하기야 내가 보기에도 그냥 샐러드에 삶은 고기에 과일 몇 개는 좀 심하긴 했지."

"게다가 감시자라면 한 분 계시니까요."

"응?"

수행원인 빅토르는 저기 밑에 있던데? 캐서린은 이내 카렘이 슬쩍 고갯짓한 방향의 끝에 있는 존재를 확인하고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공작부인이 감시하고 있었군. 하긴 워낙 극성이긴 하셨지."

"빅토르 경이 복귀하실 때까지는 저러실 것 같은데요."

"흠. 연회 자리인 만큼 식단은 내일로 미뤘어도 되셨을 텐데."

"그건 펠윈터 성의 모든 남녀에게 은연중에 질투를 받는 아타니타스님이나 가능한 소리 같은데요."

카렘은 테이블에 하나 남은 거대 에그 타르트.

로망을 자극하는 그것을 조심스럽게 접시에 덜었다.

가루 떨어질라.

"햐, 진짜 이런 제과제빵은 못하겠다니까요. 메리."

"수행하느라 식사도 늦었는데. 우선 먹으시죠."

"그래서 지금 먹고 있잖아요. 그런데 아타니타스님은 지금까지 무엇을 얼마나 드셨나요?"

"흠, 어디 보자."

메리는 손수건을 접어 주머니에 넣고는 빠르게 테이블을 훑었다.

"지금까지 나왔던 주메뉴는 전부 최소 한 번씩은 맛을 보셨고, 저기 뭇 에우로파의 모든 남정네의 심금을 울리는 포르게타 같이 마음에 드는 물건들은 세 번씩 드셨군요."

"와우. 그게 정말입니까?"

"거기에 중간중간에 디저트까지 먹여드렸던 것들을 하나하나 짚어보면 그 양이-""그만! 대체 그런 걸 왜 궁금해하는 거냐!"

가만있으면 그간 먹은 모든 음식을 나열할 것 같은 기세.

왠지 모를 수치심에 캐서린은 재빨리 메리의 말을 잘랐다.

하지만, 카렘에겐 충분하게 전달되었다.

"진짜 볼 때마다 신기하네. 그 몸 어디에 그게 다 들어가는 겁니까?"

"뭐, 대마법사에 도달한 덕도, 머리를 많이 써선지 아무래도 금방 배가 고파진단 말이지. 그나저나 이 말도 벌써 1년째인데 아직도 적응하지 못한 거냐?"

"적응되겠습니까?"

물론 카렘도 인간으로 태어난 코끼리처럼 먹어대며 먹방으로 유명한 사람들을 알고 있었다. 당연하게도 전생의 기억을 통해서.

보통 그런 사람들은 위장의 크기가 크다거나, 소화기관이 짧다거나 하는 이유가 있었지만, 캐서린은 그런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대체 저 몸 어디에 저만큼이나 들어갈 공간이 있다고.

정말로 신기한 건 볼 때마다 신기한 것처럼 캐서린의 식사량은 카렘에게 영원한 미스터리였다.

역시 판타지. 내 기대를 배신하지 않는군.

원래라면 캐서린의 시종으로 그녀를 수행해야 하겠지만, 그녀의 배려 덕분에 카렘은 허기진 배를 채울 시간을 얻게 되어 거대 에그 타르트를 시작으로 이제 식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포르게타를 써는 카렘의 눈은 자연스럽게 대회관의 중앙.

주변의 강권에 맥주를 배럴 채로 들이키는 고든의 모습이 보였다.

"고작 이걸로 날 취하게 하려면 어림도 없다 이말꺼흐어어어어어어어어어억-"

"역시 소드마스터! 그 커다란 통을 모조리 마셔 재끼다니!"

"제기랄! 소드마스터는 괴물인가!"

"실패에 배팅하신 분들은 얼른 돈 내놓으십시오!"

저거 이지메 아닌가? 싶었지만, 고든을 둘러싼 사람들의 반응은 인기 레슬링선수를 선망하는 팬의 그것과도 같았다.

술내기를 했는지 시종이 내미는 투구에 각종 크라운과 실링을 투척하는 사람들도 투덜거리기는 해도 짜증을 내지는 않았다.

"괴롭힘을 당하는 건 아닌가 본 데."

"음? 누구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저기 만찬의 주인공이요. 신고식이라도 당하나 했는데."

"흠, 하긴 저도 저런 건 처음 보는군요."

카렘은 고든이 요리만큼 술도 많이 먹는 술고래라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연회가 시작된 이후로 쉬지 않고 먹고 마시며 수다를 떨며 힘자랑을 하고 있었으니까.

"아니지, 수다 떨고 힘자랑하는 게 쉬는 거였나?"

"소드마스터를 범인의 상식으로 재단하면 안 되지."

"아타니타스님?"

"저만한 무력을 내는 게 공짜인 것 같으냐? 전에도 말했을 텐데. 마력 이전에 강화하는 몸이 뒷받침을 해주고, 그만한 힘을 내는 연료도 필요하다."

깨끗하게 정리한 테이블에 캐서린이 양피지와 깃펜을 꺼내다 말고 카렘을 향해 손가락을 흔들었다.

"마법사도 마찬가지지. 머리를 쓰는 일이 얼마나 많은 음식이 필요한데. 마법사가 분수에 맞지도 않은 마도서를 펼쳤다가 괜히 죽어 나자빠지는 줄 아느냐?"

"어, 그거 그냥 마도서가 감히 제까짓 것이 날 읽는다고? 해서 죽이는 거 아니었습니까?"

"아, 물론 고위 마도서의 경우엔 종종 그런 경우가 있지."

"으메. 무서워라."

결국, 몸과 머리를 쓰기 위해선 그만한 열량이 필요한 법.

유명한 운동선수나 보디빌더가 하루에 몇천에서 만 단위의 칼로리를 먹는다는 것은 유명했다.

아니, 그 이전에 당장 농사일을 하는 사람들이 먹는 양만 놓고 봤을 때 어마어마했으니까. 카렘도 농노 생활을 하며 체험할 수 있었다.

그런데 왜 쥐와 벌레를 잡아먹고 숲을 쏘다녔냐고?

정상적으로 밥을 줬으면 위험한 숲을 쏘다니진 않았겠지.

그래도 쥐랑 벌레는 먹었겠지만.

단백질은 소중하니까.

고든이 잠시 자리를 비우고, 배도 어느 정도 차오르자 식사 속도를 늦추던 카렘의 눈에 들어온 것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는데도 양피지를 끄적이며 집중하는 캐서린이었다.

"응? 뭐냐. 꼬마. 이게 궁금한 거냐?"

"아니, 슬슬 배도 꺼지셨을 것 같은데. 아직도 양피지를 부여잡고 계시니까 뭔가 싶어서."

"아아. 작년 겨울부터 붙잡고 있던 방한 포션이다."

"어, 레시피요?"

"그래."

"오, 드디어."

카렘은 호기심과 기대감을 담아 양피지를 응시했다.

아이스랜드 공작이 야심 차게 추진하던 붉은 마녀의 손가락 사업.

아이스랜드 전역의 시장을 지배할 그 결실이 눈앞에 있었다.

"어느 한 부분에서 막혀있었는데. 꼬마. 네놈 덕분에 실마리를 잡은 것 같아서 말이다."

"네? 제가요?"

"그래."

캐서린은 깃펜으로 양피지를 톡톡 두드렸다.

"들어가는 재료를 줄이면 지속 시간이 줄어들고, 그렇다고 늘리면 체온이 한도 이상으로 올라가 쓰러지는데, 그렇다고 재료를 바꾸면 귀족 전용이 되어버리니 원 참."

"아, 확실히 가격은 중요하죠."

"그런데 그때 고드윈 공자의 식탁이 보였다."

"어, 공자님의 예비 식단을 보고 영감이라도?"

"뭐, 더 정확히는 거인의 장미를 보고 떠올린 거였지만."

캐서린은 기가 막힌다는 듯이 탄식을 내뱉었다.

"그래, 그래. 재료를 줄여서 효과가 줄어들면 그냥 용액을 뭉근하게 졸여서 효과를 보존시킨 다음 1회 복용 용량을 늘려버리면 되지. 왜 이 간단한 생각을 못 했을까."

"어...감사합니다? 그러면 보너스라도 나오나요?"

"그래. 기대해라."

"오?"

지금껏 캐서린은 누가 되었든 허투루 말한 적이 없었다.

그 말은 카렘이 정말로 기대해봐도 된다는 것.

'일단 돈은 아니겠지.'

그것만큼은 장담할 수 있었다.

안 그래도 돈은 차고 넘치게 받고 있었으며 각종 상여금에 돈 좀 썼다 하면 그 돈이 고스란히 되돌아오는 상황이니 오히려 처치가 곤란했다.

하다못해 전생의 한껏 자극적인 게임이나 소설이라도 있다면 모를까 현생의 그것들은 카렘에게 밋밋하다 못해 지루했다.

결국, 취미와 돈의 사용처는 돌고 돌아서 요리로 복귀.

그리고 각종 요리와 실험에 돈을 쓰면 그 돈이 어느새 고스란히 되돌아와 있었다.

그렇다면, 마도구?

그도 그럴 것이 카렘은 캐서린이 급하게 성에서 출진하기 전까지 꺼냈던 호신용 마도구니 뭐니하는 대화가 떠올랐다.

확실히 마도구가 가능성이 가장 컸다.

그렇다면 선물 받는 사람으로서 얌전히 입을 다물고 있어야겠지.

보물고를 방문할 때만큼 가슴이 떨려왔다.

휴식과 함께 수다를 떨어선지 배가 조금 꺼진 카렘은 다시금 식사를 이어나가려고 할 때, 대회관에서 잠시 모습을 감췄던 고든이 모습을 드러냈다.

적당히 사람들의 인사를 받아주던 고든은 상석에 마련된 자리.

카렘의 옆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후! 맥주물을 뺐으니 이제 배를 좀 채워야겠네..."

"고래처럼 술을 퍼마셨는데 그 배에 음식이 들어간다고요?"

"아직 어려서 뭘 모르는구나. 카렘. 원래 맥주는 금방 배가 꺼진다고. 입맛을 돋우는 데다가 액체잖아. 이봐, 여기 식은 요리들 새로 줄 수 있나? 아, 디저트 빼고."

자리를 비우는 동안 차갑게 식은 요리가 치워졌다.

그리고 잠시 후 새롭게 조리된 따끈따끈한 요리들이 서빙되자 남겨놓은 디저트를 모조리 해치운 고든은 그대로 식사를 이어나갔다.

"거 참. 설마 목표를 이렇게 초과달성할 줄은 몰랐는데."

"예 목표를 초과달성? 작위 받은 거요?"

"그래. 원래 솔직히 말해서 아직도 조금 얼떨떨하다고 할까."

후추를 듬뿍 친 클램차우더를 단번에 비운 고든이 입가를 닦았다.

"적당히 높은 귀족의 밑에 들어가 영지 하나랑 이쁘고 참한 아내 하나 얻어서 성에 틀어박혀서 룰루랄라 하는 게 꿈의 전부였지."

"어, 소드마스터치고는 너무 소박한 꿈인데."

"아니, 기회 자체는 의외로 드물게 있었는데. 오히려 이 실력이 내 꿈을 꾸준하게 방해했단 말이지."

"아아아아. 뭔지 알겠네요."

소드마스터는 소드마스터.

비천한 농노 출신 용병이라는 배경은 다른 말로 복잡한 권력자의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않았다는 것.

권력자들에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요인이었지만, 한가하고 걱정 없는 일상을 바라는 사람에겐 오히려 방해였다.

본인이 싫다고 해도 다시 한번 생각해보라며 달라붙는 사람들이 많았을 테니까.

"그래 뭐. 하여간 모든 권력자가 다 각하, 아니 주군이랑 같았으면 진작에 이뤘을 꿈인데."

"그래서 에우로파를 떠나서 여기까지 온 건가요?"

"뭐, 사실대로 말하자면 그렇지? 세오폰 왕국에 오기 전에 의뢰를 맡았던 왕국의 이름을 밝히기 좀 그런 귀족이 날 옭아매려고 자기 딸내미를 내 침실에 밀어 넣더라고."

"....임신공격?"

"퍄하, 비슷한 짓이 한두 번이 아니긴 해. 그런데 설마 마법으로 건물 인근의 공간을 통째로 봉인했을 줄은 꿈에도 몰랐지. 생각만 해도 식은땀이 다 나오네."

하하하하하하하하! 고든은 아무런지도 않다는 듯 그레이비 소스를 부운 웰링턴 스테이크를 썰며 호쾌하게 웃었다.

"그게 호쾌하게 웃을 일입니까?"

"하하하하하하하하하!"

고든은 카렘이 포기하고 도로 식사에 집중하기 전까지 공허하게 웃었다.

여름이 끝나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