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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으으으응! 뻐근한데."
지친 몸을 이끌고 탑의 개인실로 돌아온 캐서린.
부스스한 머리도 정리하지도 못한 그녀는 양팔을 붙잡혀 늘어진 한 마리의 고양이처럼 의자에 늘어졌다.
그리고 그 자세 그대로 팔과 다리를 쭉쭉 늘려 기지개를 켰다.
지난 며칠간 캐서린에겐 일감이 쉬지 않고 떨어졌다.
아니, 캐서린은 사실 이럴 것을 윈터홈으로 복귀하는 마차.
아니 따지자면 블랙우드 마을에서부터 이미 예상하였다.
구체적으로는 카렘이 바닐라를 첨가한 디저트를 만들었던 그 순간 대충 짐작했고, 아이오나가 정제를 부탁했을 때 확신했다.
풍요로운 아이스랜드를 위해 움직이는 그녀의 주군.
알프레드가 바닐라라는 혁신적인 향신료를 놓칠 리가 없었으니까.
정제하는데 정교한 마법 혹은 연금술이 필요하다면 모를까.
바닐라를 정제하는데 필요한 것은 마력을 다루지 못하는 이들도 사용할 수 있는 매우 기초적인 연금술과 독한 주정을 비롯한 각종 재료.
그녀가 한 일은 복귀하고 나서 휘하의 마법사들에게 바닐라 정제법 레시피를 뿌리고 주의사항을 전파하는 정도에 불과했다.
그걸 아이오나의 뜻에 따라 하청에 가르치는 것은 부하들의 일.
물론 거기서만 일이 끝났다면 이렇게까지 지치지는 않았겠지.
아무렴 작년 가을, 겨울의 일거리 폭탄에 비한다면 우스운 수준이었다.
캐서린은 임명식 또한 준비해야 했다.
그냥 일반적인 임명식이었다면 굳이 그녀가 나설 것도 없이 당사자와 증인 몇 명과 몇몇 기사들. 그리고 당사자의 충성을 받을 알프레드만 있으면 됐을 뿐이다.
하지만 무려 방랑 용병 소드마스터의 기사 임명식인데.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생각해서라도 그렇게 허투루 끝낼 수는 없었다.
캐서린도 그건 이해할 수 있었다.
아무렴, 임명식을 초라하게 했다가 당사자가 불만을 품고 떠나버리면 손해 보는 것은 알프레드였으니까.
게다가 일반적인 기사 임명식이 아니었다.
무려 남작. 그것도 영지가 딸린 작위 수여식도 같이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대상이 소드마스터라면야 뭐.
하필 그 소드마스터가 대마법사의 위엄은 따위로 생각하며 놀릴 생각으로 가득한 고든이었다는 게 유일한 불만이었을 뿐이다.
작위 수여식이라고는 해도 윈터센드같은 대규모 축제도 아닌데 캐서린이 작정하고 나설만한 일들은 별로 없었다.
그래 봐야 윈터센드에 쓰고 남은 플라워 오브(카렘曰 폭죽)를 점검하고, 수여식에 사용될 각종 마법 도구를 점검하는 것으로 끝.
하지만 그제야 캐서린은 아차 싶었다.
이런 노가다는 그녀 같은 대마법사가 직접 할만한 일은 아니었다.
그런데 이런 일을 해야 할 부하들은 이미 교육을 위해 성 밖을 나간지 오래.
당장 점검할 수 있는 사람은 세 명뿐이었다.
그녀와 올리비에, 그리고 로빈 공자.
이번만큼은 이 나이 먹고 이런 일을 해야겠냐는 올리비에의 타박에도 캐서린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나마 순진한 로빈 공자가 그걸 다 수련으로만 생각할 뿐이어서 다행이지.
"이럴 줄 알았으면 놈들한테 이걸 시켰지. 그나마 거창하게 하지 않고 저녁 식사 시간에 대회관에서 먼저 진행하는 게 다행인가."
어쨌든 그리하여 이틀 만에 처음으로 맞이하는 휴식
작년과 올 초 두 계절 동안 연속으로 철야를 이어나간 때와 비교하면 우스울 수준의 일감이었지만, 그래도 피곤한 것은 피곤한 것이었다.
그나저나 간식을 먹고 싶은데.
꼬마는 아마 주방에 있으-아.
"그러고 보니 요새 꼬마가 종교에 귀의한 것 같다고 했나."
철야 동안 캐서린은 카렘을 볼 시간은 없었다.
하지만 카렘이 만든 도시락을 전달하러 온 메리를 통해 근황을 조금 들을 수 있었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탑, 성의 주방, 창고.
세 곳 만 뱅글뱅글 돌아다녔을 뿐이었는 일상에 난데없이 본성 안에 마련된 신전이 추가.
거기에 곧바로 탑으로 복귀해 어딘가에 틀어박힌다고 하던가.
듣자 하니 요 며칠간 매일같이 몇 종류의 요리를 들고 방문한다고 메리를 통해 근황을 들을 수 있었다.
"흠, 뭐 고민이라도 있나?"
순간 캐서린은 괘씸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종자가 고민이 있으면 주인에게 먼저 말해야지.
제삼자(라고 하기엔 대단하신 분들 이전에 애초에 신전은 고민이 있으면 찾아가는 곳이다.)에게 쪼르르 찾아가다니.
"뭐, 이렇게 된 이상 직접 물어보러 가줄 수밖에 없나."
때마침 간식을 먹고 싶기도 했고.
햇볕에 녹는 고양이처럼 늘어져 바닥에 흘러내리고 있던 캐서린은 날렵하게 몸을 일으켜 가볍게 일어나 빠르게 개인실을 나섰다.
조금 전까지 피곤함에 몸이 노곤했지만, 간식을 먹는다는 캐서린의 뇌는 그녀의 몸에 강제로 활력을 불어넣어 일시적으로 피로감을 마비시켰다.
"흠, 흐흠, 흐흐흠~♪"
캐서린은 자기 자신도 모르게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고민을 털어놓지 않은 건 괘씸했다.
그래도 카렘에게는 부정할 수 없는 공이 있었다.
철야를 하는 그녀를 위해 매번 메리를 통해 배달된 요리들.
처음엔 난데없이 불마손을 새롭게 개량한 토마토라는 작물을 활용했다길래 불안했지만 웬걸, 하나같이 기대 이상의 맛이었다.
아니 고작 토마토와 치즈를 겹쳐서 올리브유와 발사믹 식초를 뿌렸을 뿐인데 그렇게 맛있을 줄이야.
하지만 캐서린이 기특하게 여기는 부분은 요리가 아니라 그다음에 배달된 간식들이었다.
그것도 일반적인 간식들이 아니었다.
기존에 먹었던 디저트를 한층 더 업그레이드 한 간식들.
"카스토스라고 했던가. 설마 카스텔란을 또다시 조리할 줄이야."
카스토스(Castoss)
본래도 맛있는 카스텔란(Castellan)을 한입 크기로 달걀물을 입혀 시럽에 튀기듯이 코팅해 설탕에 던져(toss)서 묻힌.
그야말로 피로에 찌든 뇌 사이를 파고든 끝에 녹여버릴 듯이 달면서 고소한 건 또 한없이 고소했다.
물론 카렘이 들었다면 전생을 떠올리며 카스토스가 아니라 카스도스라며 뭐라 했겠지만 지금 이 자리에는 카렘이 없었을 뿐더러 캐서린이 듣기에 카렘의 작명 센스는 글러 먹은 지 오래였다.
"요리는 그렇게 완벽한데 어떻게 작명 실력이 영..."
그래도 캐서린은 너른 마음으로 이해했다.
아무렴 나이가 나이기도 하고.
종자의 부족한 면은 주인이 채워나가면 됐으니까.
본래라면 부닥치고 작게 폭발하며 지지는 소리가 가득했을 탑.
지금은 사람이 없어 고요하다 못해 적막하기까지 한 계단을 내려오던 캐서린은 아차 싶었다.
"아, 간식 시간은 아직일 텐데."
잠깐 멈칫했지만, 다시 계단을 내려갔다.
아무렴 그녀는 지고한 경지로 노화가 정지해 창창한 소녀의 외형이라지만, 엄연히 성인.
유년기는 진작에 지난 뻐킹 성인은 자기가 원할 때 언제든 간식을 먹을 자격이 있었다.
물론 그에 따른 책임은 있겠지만 아무렴 어떤가.
그녀는 살이 찌는 체질도 아니었는데!
만약에 부하 마법사들이 이 자리에 있었다면, 주로 나르케와 같은 여성들이 피눈물을 흘렸을 생각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며 캐서린은 주방에 점점 가까워졌다.
그리고 한줄기의 냄새.
"끄으으!?"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냄새가 스쳤다.
"이, 이건 또 무슨!?"
그리고 과거의 순간들이 캐서린의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가름, 붉은 마녀의 손가락, 그리즐리 비버 바닐라!
이놈 그간 자리를 비운 사이에 뭘 하나 했더니 또 수상쩍기 그지없는 실험을...!
하지만 냄새의 진원지는 주방이 아니었다.
또한, 카렘의 방도 아니었다.
냄새는 통로를 따라 보다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심해졌고, 캐서린이 거긴 누구도 사용하지 않는 텅 빈 창고란 것을 깨달았을 땐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캐서린은 검지 끝에 가볍게 마력을 담아 허공에 휘저었다.
주변의 마력이 캐서린의 술식에 이끌려 주문을 형성.
그대로 캐서린의 코에 덮어 씌워졌다.
손수건을 거둔 캐서린은 코를 살짝 만졌다.
대충 하기는 했지만, 마법이 정상적으로 걸렸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냄새의 진원지를 향했다.
그리고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발걸음에 담긴 분노와 당혹스러움은 점점 커져만 갔다.
분명 마비 마법은 정상적으로 걸렸다.
한데 숨을 쉴 때마다 혀 안쪽에서 느껴지는 이 당혹스러운 맛은...?
대체 얼마나 냄새가 진하면 맛이 느껴질 정도란 말인가.
그런데도 혀에서 느껴지는 맛 자체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
묘사하자면, 음. 뭐랄까. 그래.
콩을 한없이 응축한 고소함과 약간의 산미?
"좋아, 여기인가."
기다릴 것 없이 캐서린은 곧바로 문을 벌컥 열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방 안에 널린 검게 물든 천과 검은 액체가 묻은 커다란 대야와 사방에 잔뜩 널린 지푸라기 더미 사이에 밀봉된 나무 배럴이 하나.
그리고 이 냄새의 근원지이자 사태의 주범.
카렘이 방의 중앙에 앉아 있었다.
풍요의 떡갈나무 통을 끌어안은 카렘은 지푸라기로 묶은 하얀 곰팡이가 피어오른 녹색이 알알이 보이는 갈색 덩어리를 쥐고 있었다.
아니, 자세히 보니 그게 하나가 아니었다.
하얀 곰팡이에 뒤덮인 갈색 덩어리.
그것들이 뒤의 지푸라기 더미에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챙그랑!
캐서린이 자기 코에 건 마비 마법이 깨져버렸다.
가볍게 건 탓에 한도 이상의 냄새를 이겨내지 못했다.
그리고 뇌를 뒤흔드는 가벼운 리바운드
그와 함께 노도와 같은 기세로 밀려오는-
"....흐으으읍-"
휘청-쿵!
한순간이지만 캐서린은 정신을 놓아버릴 뻔했다.
간신히 힘이 풀린 다리와 팔을 움직여 간신히 몸을 지탱하며 이성의 끈을 부여잡은 그녀는 이빨을 뿌드득 갈았다.
이 냄새.
보나 마나 뻔했다.
"어, 아타니타스님?"
기대하는 만큼 배신당했을 때의 고통도 커지는 법.
다디단 디저트를 기대하던 심정을 배신당한 캐서린의 눈에 쌍심지가 켜졌다.
한바탕 소란이 지난 뒤.
각종 마도구와 마법으로 냄새를 날려 보냈는데도 방 안에 은은하게 남아있는 구리구리한 냄새에 캐서린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고는 무릎을 꿇은 채로 들어 올린 팔을 부들부들 떠는 카렘을 째려보았다.
"좋아. 저번이랑 다르게 이번엔 똑바로 서는군."
"구, 구차한 변명은 하지 않겠습니다!"
이전에 처음 캐서린에게 혼이 제대로 났을 때와는 달리 카렘은 떳떳했다.
뭐가 떳떳했냐면, 적어도 이번엔 억울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러니까 저번 펑거스비에서와는 다르게 말이다.
그때 치킨이 '신비'한 이유로 사라진 건 정말 억울했다.
이번 일은 확고부동한 의지를 다지고 저지른 일이었다.
팔과 다리가 아프다 못해 덜덜 떨리는데도 당당하기 그지없는 카렘의 눈빛이 마음에 들지 않은 캐서린은 혀를 크게 찼다.
"아니, 대체 이 짓거리를 언제부터 한 거냐?"
"어 며칠 안 됐습니다. 아타니타스님이 일거리에 치이기 전날부터..."
"뭐? 고작 그거밖에 안 됐는데 이런 대참사를 벌였다고?"
"성공작은 애초에 몇 개 안 되는데..."
실패작은 또 뭐고 성공작은 또 뭔 말인가?
또 무슨 수상한 짓을 하려나 의심스럽게 카렘과 결과물(?)들을 보던 캐서린은 아주 잠깐이지만 익숙한 냄새를 맡았다.
구리구리한 것이 아닌, 고소한 냄새.
그리고 약간의 신내까지.
설마 저 덩어리 표면의 하얀 가루가 전부 이스트란 건가?
"아니 중요한 건 이게 아니지. 메리는? 설마 메리가 이 끔찍한 냄새를 맡고는 그냥 지나칠 리 없었을 텐데?!"
"어, 매수했죠."
"매수? 집요정을 대체 무슨 수로 매수하-아. 설마"
"네. 뭐. 메리가 좋아하는 거야 뻔하죠."
팔을 들어 올린 채로 카렘은 어깨를 으쓱했다.
캐서린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러니까, 야근하는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이 냄새가 구리구리한 왕성한 실험을 저지르는 것에 대한 입막음료를 지불하기 위한 겸사겸사였을 뿐이다?
오면서 카렘에게 품었던 기특함이 싹 사라졌다.
마음속 깊이 피어오르는 실망감.
그런데 고작 이런 일에 왜 실망감이 든다는 말인가?
아니, 그 전에.
"대체 이 허연 이스트에 뒤덮인 고약한 덩어리는 뭐냐!?"
"어, 삶은 완두콩을 으깨서 밀가루랑 이스트를 좀 넣고 뭉쳐서 발효시킨 물건이요? 메주라고 합니다."
"발효? 고작 며칠밖에 안 됐는데?"
"발효도 결국 긴 시간이 필요한 거니까요. 때마침 제 수중에 그걸 100배 단축할만한 물건이 있었으니-"
"풍요의 떡갈나무 통?"
"넵. 성공작이 나올 때까지 그동안 수십 개를 폐기한 끝에 남은 게 지푸라기 더미에 쌓아놓은 저것들입니다. 그리고 결과물은 통 안에 들어있죠."
"아니 이렇게 냄새가 고약한데. 대체 어떻게."
캐서린은 아차 싶었다.
당장 그녀가 며칠 동안 탑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처럼 나르케를 포함한 마법사들은 모두 바닐라 추출법을 교육시키기 위해 외출한 상태.
탑에 하나 남은 사람 아니. 집요정은 화려하고 사치스럽기 짝이 없는 디저트에 매수를 당했다고 하니 카렘을 말릴 사람이 없는 것도 당연했다.
카렘은 고개를 저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실패작들은 지금 냄새가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끔찍했는데. 다행히 메리가 제때제때 치워줘서 덜한 겁니다. 오늘은 아직 오지 않았네요."
"아니 저것들이 실패작이 아니라면 뭔데!?"
"저것들은 성공작인데요."
"....좋아. 일단 메리 고 녀석에 대한 처벌은 나중에 하지."
"에헤이. 결과물을 맛보시면 생각이 달라지실 텐데. 어찌 맛을 보시렵니까?"
"뭐? 결과물?"
카렘은 기회다 싶어 저린 팔다리를 피고 일어났다.
아직 마음이 풀릴 정도로 벌을 받지도 않았는데.
주인의 허락도 없이 일어난 카렘에게 캐서린은 발끈했다.
하지만, 카렘이 더 빨랐다.
뽈칵.
뚜껑이 열렸다.
자료첨부
-카스도스-
챗GPT가 그려준 그림입니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