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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슬의 폰으로 날아온 메시지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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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간다. 강남구 선릉로 221 21x동 13xx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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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번호라서 더욱 미심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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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같은 것도 아니고, 지인이 장난치는 것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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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은 곧 두려움으로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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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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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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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슬의 집 바로 앞 현관문 사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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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철렁한 그녀는 곧바로 캡슐에서 나와 거실로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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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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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성이 주먹에 분노의 감정을 담아 온 힘을 다해 철제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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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녀석들도... 저 녀석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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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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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아아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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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안쪽에 있던 윤슬은 이전에도 있었던 악몽의 기억이 떠올라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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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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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사람의 힘으로 쉽게 부서질 문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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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이음새가 차츰차츰 벌어져, 바깥의 서늘한 공기가 윤슬의 허벅지에 맞닿으며 공포는 실체를 찾기 직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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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 이러는지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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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판을 긁는 듯한 날카로운 목소리가 윤슬의 귀를 푹 찔렀다. 목소리에 오러까지 담겨 있었다. 어쩌면 감정마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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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절규에 가까운 울먹임과 함께 가까스로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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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끅... 모... 몰라요! 왜 그러는데! 흐으으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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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대답은 남성이 원했던 게 당연 아니었다. 그의 거세진 분노를 반영하듯 문이 더욱 크게 삐그덕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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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모를 수가 있어! 그것도 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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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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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아아아악! 빠... 빨리 경찰에 시... 신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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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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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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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짝이 완벽하게 박살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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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의 눈과 마주쳐버린 윤슬은 폰도 손에서 놓쳐버리고 재빨리 자신의 방으로 쏜살같이 도망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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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이중, 삼중으로 잠근 그녀는 문에 등을 기대어 풀썩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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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으... 흐읍... 하윽.... 누구신데 그래요... 제발 그러지 마세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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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 열어. 열으라고 이 xxx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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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거 방마나 문이라고...! 그러니까 가! 제발 가라고요 좀! 흐아아아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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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피해망상이 극에 달했을 시절, 벽과 방문에 방마나 처리를 한 게 설마 이런 식으로 도움이 될 줄 윤슬은 상상에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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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되찾은 안도감에 재차 눈물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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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잠깐 마주친 악의랑은 차원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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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자신을 해하기 위해서 집 주소까지 알아내 작정하고 찾아온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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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풍겨오는 악의는 온몸을 불사르는 듯한 고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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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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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의 중얼거림에 윤슬의 눈이 번쩍 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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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라니, 유주, 그리고 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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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이 읊은 것은 걸그룹 엔비의 멤버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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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가장 첫 번째는 그룹에 존재하지도 않았던 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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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카가 너잖아. 카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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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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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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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이 크게 고함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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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사적으로 문 너머에서 고성을 들은 윤슬이 고개를 푹 떨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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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감싼 두 손에 얕은 진동이 계속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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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체나가 죽었는데... 넌 아무렇지도 않아? 삶이 재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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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는 말을 지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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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슬은 주변 대기가 뜨거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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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카 너 때문에 체나가 죽었는데. 너는 그 와중에 디자이어랜드에 가서 놀고 자빠졌어? 체나를 농락하는 듯이? 웃기냐고... 어 웃기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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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아아아악! 꺼져! 제발 꺼져버려! 이... 이제 와서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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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나의 다음 스케줄이 디자이어랜드였잖아. 알고 있었잖아 너는. 그런데 어떻게 팬으로서 그럴 수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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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런 거 모... 모른다고! 난 모른다고... 진짜 흐으으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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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의 말을 절반도 이해하지 못한 윤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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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스케줄이든 뭐든 그딴 걸 어떻게 알고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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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슬이 체나를 개인적으로 동경하는 건 맞았지만, 무려 4년이나 넘게 자신의 연락을 씹어온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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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뜨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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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이 타들어가는 고통에 윤슬은 화들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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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이 점차 벌겋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뜨거운 열기가 후끈후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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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가 실제로 데워지고 있다고 느끼던 게 착각 따위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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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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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말로 할 때 문 여는 게 좋을 거야. 내가 못 뚫을 줄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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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 열면 어쩔건데! 나한테 무슨 짓을 하려고! 죽이기라도 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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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여? 그래 오늘 그냥 다 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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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서클 시전: 열팽창계수 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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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이 사용한 마법으로 인해 문 힌지가 삐걱하고 떨어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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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 벽 사이의 공간이 점점 좁혀지며 벽에 차츰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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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먼저 부서지든, 벽이 먼저 부서지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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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불명의 남성이 안에 들어오리라는 사실은 자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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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 줄 알았으면 신고부터 할 걸, 아니 폰이라도 놓치지 말 걸, 아니 최소한 방마나 시스템이 작동되기 전에 캡슐로 팀원들에게 도와달라고 말해볼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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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이... 진짜 난 멍청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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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슬은 이렇게까지 무력해진 자신이 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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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 흐윽... 살려줘... 제발 살려주세요... 잘못했어요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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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x 문 열어! 이 살인자 새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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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마나 처리가 안 된 이음새를 뚫고 마나가 새어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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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성의 끈이 끊겨버린 윤슬이 악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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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당장 그만둬! 계속 그러면 나... 나 여기서 뛰어내릴 거야... 어? 뛰어내린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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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내려보든가 이 겁쟁이 새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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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 흐윽... 씨이이... 누가 못할 줄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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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슬의 눈동자가 배란다쪽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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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질끈 감고 열어버린 창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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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바람이 방 안쪽으로 세차게 불어와 그녀를 말리는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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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흑... 왜... 왜... 흐으으으... 죽기 싫어... 아무나 제발 살려줘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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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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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구 선릉로 221 21x동 13xx호예요. 네. 위급한 일이니 빨리 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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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과의 전화를 끊고 혹시 몰라 천교수에게까지 연락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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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장치가 많으면 많을수록 손해볼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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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리의 집까지는 차로 5분에서 10분 거리밖에 안 되는 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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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택시를 붙잡고 윤슬이 사는 아파트 정문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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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카리리가 장난으로 흘린 듯한 주소를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기에 망정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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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이라면 다행이었지만, 아직 안심하기에는 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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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서 내리자마자 귀에 오러를 두르고 주위 소리를 모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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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정문 바로 앞에 있는 아파트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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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가 어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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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위를 둘러보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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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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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놀이터 쪽에서 흘러나오는 비명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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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걸음을 재촉해 곧바로 그쪽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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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너명 모인 어린 아이들이 하나같이 고개를 위로 치켜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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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을 따라 움직인 곳에는 한 소녀가 난간에 위태롭게 매달려 바람에 휘청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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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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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가 저기에 매달리게 되었는지는 궁금해할 여유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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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풍이 불어올 때마다 윤슬의 여리디 여린 몸이 사정없이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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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전: 보강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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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윤슬! 버틸 수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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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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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무엇보다도 집에 한명이 더 있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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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내지르는 비명 외에도 남성의 잡음이 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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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진짜 스토커가 집까지 들어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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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상황이 훨씬 심각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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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윤슬이 버티는 걸 기대하기보다는 지금 당장 어떻게 구해낼지 방도를 찾아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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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아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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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을 삐끗했는지 이제는 팔로만 무게를 지탱하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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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올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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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팔트 바닥인지라 탄성계수 마법은 어차피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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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30m가 넘는 높이에서 떨어지면 그 속도는 시속 90km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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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한 마법으로는 안전을 장담하기 힘든 수준이고, 그렇다고 윤슬의 주위로 방어마법을 펼치기에는 좌표계의 고정이 마땅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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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물... 그물 같은 게 있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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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으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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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윤슬의 비명소리가 들리자마자 나는 마법을 있는대로 시전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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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질 때 종단속도가 시속 90이라는 점은 반대로 말하면 떨어지는 건 3초도 걸리지 않는다는 뜻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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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손을 앞으로 쭉 뻗어 계산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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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성: 라이데마이스터 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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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으로는 그물의 형태를 결정할 연성진을 작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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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어 세가지의 룬어를 선언하며 다른 한 손으로 마법진을 재빠르게 완성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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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트라(4), 프시케(7), 베스티알(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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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인이나 마물을 포박할 때 쓰는 아라베스크의 매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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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서도 ‘금’ 마법은 주로 빠르게 날아다니는 놈들이 대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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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만 갈래로 금빛의 실이 하늘을 뒤덮으며 촘촘하게 그물 형태를 직조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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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게 하기보다는 좁고 촘촘하게, 그리고 두껍게. 크기는 범시전으로 억지로 키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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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손목을 바깥쪽 방향으로 살짝 돌려서 그물의 교차점 수를 이전보다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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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오른팔을 움직여 그물을 윤슬의 낙하지점 바로 아래에 대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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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시전: 아라베스크의 매듭 – 금(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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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윤슬! 괜찮아 뛰어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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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말하기가 무섭게, 그녀가 서 있던 난간 바로 위로 화염이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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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 아니다, 마나의 흐름을 보았을 때 저건 분명 화계마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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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간을 쥐고 있던 손이 스르륵 풀리고, 그녀의 몸이 지상으로 매서운 속도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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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아아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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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떨어지는 장면은 영화처럼 슬로우비디오로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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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명소리가 채 끝나기도 전에 마법으로 만든 그물로 그녀의 몸을 휘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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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깜짝할 새에 지상까지 도달해버린 윤슬을 땅바닥에 내려놓고 아라베스크의 매듭을 해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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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슬아! 설윤슬 너 괜찮아? 정신 차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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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슬은 기력이 다했는지 몸이 축 늘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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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번이나 그녀의 뺨을 툭툭 쳐봐도 깨어날 기미가 안 보였다. 오러를 불어넣어봐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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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에는 화상을 입은 자국이 있었고 머리카락 일부도 불에 그을려 새까맣게 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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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이시전: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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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없어서 약식으로 진단 마법을 써보긴 했지만 일단은 눈에 드러나는 외상은 크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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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슬의 눈이 차츰차츰 떠지며 새까만 눈동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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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이 들어? 지금 괜찮아? 따로 아픈데는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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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곳이 있으면 최대한 빨리 그 부위부터 치료를 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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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으으... 누... 누구... 노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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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시간 없어 설윤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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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범인도 아파트 안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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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낮부터 남의 집에 쳐들어가는 것도 모자라 화계마도까지 쓰는 건 사실상 살인미수범이라 간주해도 무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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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바로 도망칠지도 모르는 노릇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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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 흐윽... 흐아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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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윤슬 빨리... 아픈데 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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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뭔데... 왜 이렇게 손이 작은데...! 너 히끅... 나메야? 나메 맞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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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괜찮은 걸로 알게. 지금 집에 있는 거 누구야? 스토커야? 아니면 아는 사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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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앞을 가린 윤슬이 고개를 세차게 내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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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스토커가 맞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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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서 멀뚱멀뚱 구경만 하고 있는 어린 아이들을 불러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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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그래 너희들 다. 빨리 이리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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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짓에 엉거주춤하더니 한명이 따라오자 다른 아이들도 와르르 몰려왔다. 대부분 초등학교 저학년 남자 아이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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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아저씨 찾아올 때까지 여기 있는 누나 잘 보살펴줘.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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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아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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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슬을 일단 아이들에게 맡기고 나는 아파트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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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미친 짓거리를 저지른 놈의 그 낯짝이나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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