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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검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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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 검사 수 234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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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가장 큰 지방검찰청이며 정치·경제적으로 중요한 사건은 모두 서울중앙지검의 관할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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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조용한 전쟁터라고 흔히들 표현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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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을 뒤흔드는 사건이 오가는 데에 비해, 그 내부는 쥐죽은 듯 조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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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서로 고성이 별로 오갈 일이 없기도 하지만, 더 자세히 살펴보자면 건물 전체에 고순도로 정제된 마나가 벽을 따라 순환하면서 완벽에 가까운 방음 처리를 해주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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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리 소란스러워? 오늘 무슨 행사라도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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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쎄요? 그런 연락은 못 받아봤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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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장검사의 물음에 뒤따라오는 다른 검사들도 고개를 갸웃거리기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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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댓 명의 경비요원들이 엘리베이터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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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장은 영문을 모른 채 13층 버튼을 누르지만, 그들의 행선지도 모두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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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젊은이들 13층에는 볼 일이 없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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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장실과 차장검사실이 있는 13층에는 총무과 사람들을 제외하면 일반적으로는 들릴 일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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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검사장님께서 부르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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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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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하도 많은 언론에서 집중포화를 맞더니 드디어 이 양반이 헤까닥 맛이 가버렸나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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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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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의 안내음에 따라 열린 문, 그곳에는 이미 수십 명의 경비요원들이 좌우로 나란히 도열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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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죽하면 누구 하나 죽었을까 싶을 정도로 위화감이 드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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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검찰청이야 조폭 아지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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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에 지검장실 앞까지 들려본 그는 눈을 크게 뜨고는 발걸음을 뒤로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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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우...! 정말 오늘 사람 하나 확실히 죽겠구먼...! 저 양반이 여기는 왜 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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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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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으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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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호 검사는 산더미같이 쌓인 서류들을 일일이 옮기면서 애를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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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밀 중에 기밀이다. 사실 이렇게 외부인에게 막 열람을 시켜줘도 되는지 긴가민가 했지만 어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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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천교수처럼 치외법권을 가진 사람들이 마음에 들지 않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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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만이 있는 얼굴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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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무슨! 형님 얼굴 오랜만에 봐서 반가워서 그러지 반가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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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는 이게 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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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허억... 어. 내가 열람할 수 있는 건 이게 전부. 그래서 충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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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했는데 와서 좀 앉지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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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처럼 부려먹을 때는 언제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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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검사가 눈을 새하얗게 뜨며 부라렸지만 지금은 인내해야 할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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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카스하고 식혜 있는 데 뭘로 드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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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 문부터 닫고 와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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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소리에 오러까지 담겨서 전해진다. 이미 부탁이 아닌 완연한 협박에 가까운 걸 느낀 남성의 몸이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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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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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천규진 교수의 맞은편에 착석한 동생은 불안하듯 눈을 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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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재회한 형도 세월의 흐름은 피해갈 수 없었는지 검은머리보다 흰머리가 더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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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보면 회색빛깔로 보일 지경. 게다가 정장차림을 고수하는 건 여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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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뭐요 그래서! 매도 일찍 맞는 게 낫지...! 20년 동안 연락 하나 없는 양반이 왜 갑자기 7년 전 사건을 들먹인데? 노망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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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호가 벼랑 끝에 몰린 심정으로 하는 발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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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있던 파일철을 내려놓은 천규진이 두 손에 깍지를 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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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푸르기스 사건의 생존자. 너 알고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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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게 내리깐 음성에 천검사는 당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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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당신이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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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정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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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힘들게 일어나시고 그래. 형님 다 설명할 수 있으니까! 그리고 밖에 보는 눈이 얼마나 많은지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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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검사가 이를 질끈 깨물고는 일어서려는 형을 제지시켰다. 이럴까봐 경비요원들을 밖에 대기시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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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지켜줄 수는 없더라도 인간 CCTV 역할만큼 해줄 수 있을 거라는 계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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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세민이가 지금 우리 집에서 딸내미를 봐주고 있어. 빨리 집에 다시 가봐야하니까 오늘은 되도록 일찍 끝내보자.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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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민이가? 아니 이 녀석이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잠깐만 뭐요?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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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잘못 들은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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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민트초코피자처럼 붙여 쓰면 안 되는 두 단어, 아니 세 단어가 결합된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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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호는 제 귀를 의심하면서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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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나메. 몇 달 전에 우리 딸이 된 씩씩한 친구의 이름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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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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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들으면 절대로 잊을 수 없는 특이한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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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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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넌 어디서 뭘 하고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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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교수가 소매에서 간이 연성진 작성기를 꺼내 손에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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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지팡이 길이까지 길어진 물건을 바닥에 쿵 찍더니, 이를 중심으로 마나가 공명하듯 검사장실 전체에 퍼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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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거대한 마법진이 카펫처럼 깔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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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전: 국소 결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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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마도: 얼음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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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없이 싸늘한 한기가 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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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검사가 내뱉는 입김마다 모두 얼음으로 변해 맥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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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를 돌려 마법진을 확인한 천검사는 얼굴이 희게 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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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수천 개의 얼음가시가 허공에 둥둥 떠다니며 자신의 목을 겨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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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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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검사가 쓴웃음을 지으며 질린 눈으로 형을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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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거나 말거나 천규진은 지팡이로 그의 입을 가리키며 추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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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바로 대답하는 게 좋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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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장을 쏘아보는 마도사의 눈은 여전히 푸른 빛으로 흉흉하게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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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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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작년 6월로 거슬러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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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자분 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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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자는 아니지만. 대충 비슷한 겁니다. 아이는 어디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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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안내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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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가 구출될 당일, 아산 병원에 들린 천검사는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부리나케 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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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병실에 있는 소녀를 보고 그는 예상과는 한참이나 다른 모습에 의사에게 재차 물어봐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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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 보기에는 다섯 살밖에 안 되어 보인다. 발푸르기스 사건의 생존자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어린 감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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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살인가요? 지금 이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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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보호자분이 맞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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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 천정호 검사입니다. 사건과 관련된 사안이니 협조 부탁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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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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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으로 딱 7살, 키는 103cm에 15.8k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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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다리에는 뼈밖에 남지 않았었고 가운데 배가 살짝 불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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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간이 유니세프에 기부도 하고 있던 천검사는 저게 극심한 기아 증상이라는 걸 모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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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범일 형사에게 듣기로는 캡슐에서 원인 모를 이유로 마나가 계속 흘러나와서 이제껏 생존할 수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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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소식이야 기뻐할 일이었지만 정작 아이의 상태가 위태로우니 그는 고민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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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상태가 많이 안 좋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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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의식을 차리고 정밀검진을 받아봐야지만 알 수 있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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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선생이 지금 보시기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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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AI 진단만 놓고 본다면 레녹스-가스토 증후군, 잘은 모르겠지만 근이영양증의 일종... 이건 제 소견입니다만 EDMD아니면 CMD같고, 그리고 레스타카야 증후군이 복합적으로 발병된 상태인데... 사실 네... 많이 힘들죠. 이대로 한 달 넘게 살아도 기적이고, 설령 기적이 일어나도 최대 1년을 넘지는 않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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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어디가 아픈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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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지속적으로 몸 가누는 것도 어려워보이고, 제일 문제는 역시 오러하트가 아닐까 싶네요. 고마나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되어 있으면 오러하트가 거기에 적응해버려서 이런 환경에서는 살아가기 힘들 거예요. 쉽게 비유를 들자면 깨끗한 강물에서만 살다가 녹조가 든 호수로 흘러들어온 거라고 보시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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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실 산소가 없어서 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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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환자가 적응하기 나름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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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한 1년만 빨리 구출되었어도 이렇게까지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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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검사는 착잡해지는 심정을 숨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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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 병원 로비를 배회하며 계속해서 생각을 거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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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호 검사. 그는 제주지검에서 발푸르기스 요원들의 혐의를 빠짐없이 밝혀낸 공으로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로 입성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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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도 청주나 수원 등 여러 지역의 검사장을 맡으면서 최후에는 서울중앙지검 자리까지 꿰찬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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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태로웠던 정권을 5년이나 더 연장시켜준 공로로 여당의 눈에 들어 이제는 차기 검찰총장까지도 노려볼 수 있는 위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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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지금 당장 아이가 발푸르기스의 생존자라는 걸 밝히면, 그것만으로도 정말 큰 공이 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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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질들을 구해내지 못했다는 건 언제나 정부에게 한이 되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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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해 여당의 유일한 오점마저도 지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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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정녕 맞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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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유일한 생존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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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해 여당이든 야당이든, 모든 정치인들이 득달같이 달려들 먹잇감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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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은 아이를 내세워 인질을 구출했다는 명목으로 당시 세운 군 작전을 정당화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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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은 오히려 아이가 겪은 참혹함을 앞세워 사건 재조사의 명목으로 내세우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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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나 지금같은 지지율이 반씩 나뉘는 정국에서 서로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 것이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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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쪽이든 아이를 위한 길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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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아... 안타깝네, 안타까워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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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아이에게 끌려다니는 인생은 너무 가혹한 최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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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꼬박 날을 새서 고민을 거듭한 천정호는 결국 사건을 덮고 아이를 감추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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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같은 세상에는 한국 국적이 없어도 아이가 살아가는 데에는 큰 문제는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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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저희 메를린 보육원에는 처음 들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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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네. 뭐 애들 보러 온 건 아니고... 제가 여기 기부 좀 하려고 그러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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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님의 은총이 함께하시기를! 이쪽으로 오시겠어요? 아동 결연 후원이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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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닙니다. 제 사정상 그렇게는 못해서요. 여기 시설이나 이런 낡은 것들 고치시라고 기부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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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네네! 혹시 금액은 어느 정도 생각하고 오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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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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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에서 백만원짜리 수표 몇 장을 꺼내려다가 사내는 다시 손을 멈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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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와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것을 피하고 싶어하는 것도 결국 자신의 안위와 이기심에서 비롯된 행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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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언짢아진 천검사는 지갑을 뒷주머니에 넣어놓고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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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억원. 2억원이면 1년 운영하는 데에는 그래도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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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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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정호 검사가 감탄사를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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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이 쪼꼬만 것이 이렇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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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교수는 나메와 아카데미 입학식 당일 찍었던 사진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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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와는 생판 다른 모습에 입이 절로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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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폰을 주머니에 넣은 천교수는 나메의 의견을 전달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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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천검사는 한쪽 다리를 꼬며 못마땅한 기색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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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이미 한참 전부터 계획되어 있었다? 거기 진보쪽 급진파들이 찌라시뿌린 거라고 밝혀진 게 언젠데? 형도 똑같이 내란음모죄로 잡혀가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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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북한의 지령을 받고 UN군과 한국을 이간질시키기 위해 넘어온 간첩들이 얼마전까지 존재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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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나메를 믿어. 생각 없이 그런 말을 하는 아이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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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양반이 나이 먹더니 성격이 좀 유해지셨네. 매년 추모식에서 사건 재조사 하라고 지랄하는 새끼들 못 봤어? 보면 유가족들은 하나도 없어! 아니 잘 찾아보면 한명쯤은 나오겠지. 결국 다 정치권에서 한 자리 해먹으려는 놈들 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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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종결된 사건이고, 여기에 수사 인력을 낭비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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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와서 UN군의 탓을 해버리는 건 혼란스러운 국제 정세에 반발하는 말이나 다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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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메가 원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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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구 딸바보 납셨네 납셨어.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에 그게 사실이라 치자. 그럼 난 총장 자리 못 다는 거 알지? 내 입장상 도와줄 수 없다 이 말이야. 나한테는 그리 달갑지 않은 현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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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해서 천정호가 야망까지 없는 인물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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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이 제주지검으로 좌천되었지만 거기서부터 아득바득 기어올라와 검사 내부에서도 성공신화 그 자체라고 칭송받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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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나메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 자리까지 이끌어주었던 윗선들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잘려나갈지 감도 제대로 잡히지 않는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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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도 검찰총장은 무슨 어디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좌천될 게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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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기록은 여기서만 봐. 외부 반출은 절대 안 돼. 아무리 병호 형님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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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천정호 지검장이 형을 위해서 해줄 수 있는 마지막 배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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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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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규진의 폰이 작게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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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로부터 온 문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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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교수님, 일주일 간 아카데미를 쉬어도 될까요? 갑자기 할 일이 많이 생겨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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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야? 형님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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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아카데미에 가기 싫다고 투정부린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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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그럴 나이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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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 키우는 게 참 힘들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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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쉬운 줄 알았나? 세민이 하나 키우는 것도 얼마나 고역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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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검사가 고개를 끄덕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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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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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가시게? 제발 빨리 좀 가라... 몇 년만에 와서 이게 무슨 행패야 대체. 에이씨 목재 다 배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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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했다. 그러니까 오늘은 딱 한 대만 맞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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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왜... 왜요! 형님이 해달라는대로 다 해줬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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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메가 너 때문에 많이 힘들었다고 하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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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성격 하나도 안 죽었네 이 양반! 누가 알았나, 그 의사가 돌팔이일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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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저녁, 얼굴이 팅팅 부은 상사를 보고 김비서는 후련한 마음으로 퇴근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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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은 천검사 홀로 가야만 했다. 직원들의 퇴근 시간이 이미 도래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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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빌어먹을 알파세대들... 상사가 퇴근을 안 했는데 지들은 정시퇴근을 해버려? 하여간 요즘 것들은 개념이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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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이 달갑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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