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361 lines
15 KiB
Markdown
361 lines
15 KiB
Markdown
|
||
사람들의 입장이 너무 늦어진다는 관계로 불꽃놀이 축제는 30분 뒤로 미뤄졌다.
|
||
|
||
당연히 VR 월드를 말하는 게 아니고 현실 세상을 말하는 거였다.
|
||
|
||
원래라면 폐장 시간이 오후 6시일 테지만 오늘만 이례적으로 10시까지 한다고 하니 여러 부분에서 삐걱거리나보다.
|
||
|
||
시간이 붕 떠버린 우리들은 아델라의 손에 이끌려 놀이공원 구석구석을 탐방했다.
|
||
|
||
“밤에 오니까 정말 으스스하다...”
|
||
|
||
윤슬이 가디건을 고쳐 입으며 감상을 토로했다.
|
||
|
||
그녀의 말마따나 밤의 놀이공원은 이질감과 위화감으로 가득 찬 공간이었다.
|
||
|
||
사람들로 북적여야 할 거리는 텅텅 비어 바닥의 벽돌의 모양까지 자세히 확인할 수 있을 정도였다.
|
||
|
||
인파가 몰려 있는 메인 스트리트에 비해 이쪽은 기묘할 정도로 조용했다.
|
||
|
||
비록 놀이기구들은 탈 수 없었지만, 아델라는 이런 거리를 거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꽤나 좋아보였다.
|
||
|
||
특히나 밤에 최적화된 눈이 번뜩이며 우리가 못 보는 곳도 샅샅이 가리키곤 했다.
|
||
|
||
“이번엔 저기 가보자!”
|
||
|
||
그녀의 손가락이 향한 곳은 인생네컷 사진관이었다.
|
||
|
||
부스에 들어서자마자 여유롭게 스위치를 찾아 불을 켰다.
|
||
|
||
밤인데도 기계가 여전히 작동되는 걸 보고 작게 놀라기도 했다.
|
||
|
||
“와! 작동되나 본데?”
|
||
|
||
“해볼까...?”
|
||
|
||
“난 어떻게 하는 지 몰라.”
|
||
|
||
한 달 전까지만 해도 AI였던 고양이 수인, 버튜버 외적으로는 모든 인간관계를 차단해버린 아싸, 그리고 이쪽 세계의 경험이라고는 거의 전무한 초등학생의 발언이 차례대로 이어졌다.
|
||
|
||
모아놓고 보니 어지럽네. 사회생활이나 제대로 할 수 있으려나 싶은 조합이었다.
|
||
|
||
찰칵-!
|
||
|
||
“으냑!”
|
||
|
||
갑자기 터진 플래쉬에 아델라가 혀를 깨물었다.
|
||
|
||
그 모습을 보고 깔깔 웃은 윤슬에 아델라가 눈살을 지푸렸다.
|
||
|
||
곧바로 나온 사진을 보고 다들 이상하게 나온 표정에 서로 놀리기 바빴다.
|
||
|
||
“나메 언니 왜 이렇게 웃기게 나왔어 키힉!”
|
||
|
||
“너무 귀여워! 나메야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 내 다키마쿠라가 되어줄 생각은 없는 거지? 돈은 많이 줄게...!”
|
||
|
||
특히나 윤슬에게 무언가 보이지 않는 제동장치가 실시간으로 해제되고 있는 느낌은 착각같은 게 아니리라.
|
||
|
||
더 이상 둘러볼 것도 없어서 다시 메인 스트리트로 돌아가려는 찰나, 잔잔한 음악소리가 언덕 너머에서 들려왔다.
|
||
|
||
어느새 팔짱까지 낄 사이까지 친해진 두 소녀는 잰걸음으로 달려가기 바빴다.
|
||
|
||
뒤늦게 내 짧은 다리를 알아챈 소녀들이 뒤를 돌아보았다.
|
||
|
||
저 멀리서 팔을 휙휙 내지르며 재촉해보지만, 나는 굳이 뛸 생각까지는 없었다.
|
||
|
||
오래 살수록 뛰는 게 본능적으로 싫어진다. 삶에 쫓기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
||
|
||
저들도 언젠가는 내 심정을 이해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
||
|
||
그리스의 아고라를 재현해놓은 듯한 광장에서 버스킹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
||
|
||
공식적인 축제는 아니고 몇몇 사람들이 모여서 자발적으로 하는 모양이었다.
|
||
|
||
맨 앞열에 있는 사람들은 열성적으로 팔을 좌우로 흔들며 노래에 호응했다.
|
||
|
||
계단 중간쯤에 자리를 잡은 우리들은 도쿄에서 볼 수 있는 별을 감상하며 노래를 배경으로 삼았다.
|
||
|
||
하늘에는 달과 별이 은은하게 빛을 내고 있었다.
|
||
|
||
이 고요한 풍경이 지루하게 느껴지지만은 않았다.
|
||
|
||
지금도 양옆 소녀들은 뭐가 그리 재밌는지 킥킥대며 웃고 있었으니.
|
||
|
||
“근데 왜 넌 나메를 언니라고 부르는 거야?”
|
||
|
||
“아 그니까 내 말이! 한번 언니는 영원한 언니래잖아!”
|
||
|
||
“아흫 겨우 그런 이유였어? 귀여워!”
|
||
|
||
“겉모습에 속지 마. 속은 완전 능구렁이에 꼰대! 잠깐만 겉모습? 생각해보니까 나메 언니는 아바타랑 똑읍읍-!”
|
||
|
||
“조용, 아델라.”
|
||
|
||
“왜에? 뭔데에?”
|
||
|
||
이걸 진짜 말할 뻔했네.
|
||
|
||
이미 어디 가서 말한 거 아니야?
|
||
|
||
“아니야! 아무한테도 말 안 했다고!”
|
||
|
||
“아 뭐야 뭔데...!”
|
||
|
||
“괜찮아 몰라도 되는 말이야.”
|
||
|
||
“그럼 나 Q&A권 쓴다? 방금 하려고 했던 말이 뭐였는지 알려줘...!”
|
||
|
||
“그건 방송할 때 쓰라고 준 거지 지금 써버리면 어쩌자고.”
|
||
|
||
“어... 언제 쓸지는 내 마음이거든?”
|
||
|
||
윤슬이 치사하게 합방 때 약속했던 Q&A권을 써버렸다.
|
||
|
||
“답변 대신 벌칙 받을게.”
|
||
|
||
“그럼 저기 가서 노래 한 곡 불러줄래?”
|
||
|
||
“뭐?”
|
||
|
||
“꺄핰핰핰핰핰핰핰! 나메 언니가 노래를! 와 너 좀 대단하다? 다시 봤어.”
|
||
|
||
“히히.”
|
||
|
||
배꼽을 잡고 웃어대는 아델라를 향해 윤슬이 조그마하게 브이자를 만들었다.
|
||
|
||
질문은 허초였고 벌칙이 실초였다니.
|
||
|
||
우리 셋 중에 제일 영악한 건 이 벌꿀오소리 아닌가?
|
||
|
||
“아 싫은데...”
|
||
|
||
“그럼 같이 부르러 갈래?”
|
||
|
||
“맞아 너 잘 부르더라 윤슬아. 브이튜브에서 봤어. 그럼 나 그거그거 노래해주라. 뭐였지, 고양이 송?”
|
||
|
||
“쓰읍! 아델라 제발 가만히 좀 안 있어?”
|
||
|
||
“언니가 어쩔건데! 어어쩌얼거언데에! 아무것도 못하쥬?”
|
||
|
||
“맞아 나메야 너...!”
|
||
|
||
갑자기 윤슬이 눈을 번뜩이며 내 손목을 잡아챘다.
|
||
|
||
“생각해보니까 너 내 고양이송도 방송에 틀었잖아! 잘 됐다! 그럼 노래는 알겠네!”
|
||
|
||
“다시보기도 안 올렸는데 어떻게 알아? 보고 있었어?”
|
||
|
||
“안 보고 있어도 다 방법이 있지 히히.”
|
||
|
||
커뮤니티에 있는 모든 글을 다 읽어보지는 않았을 테고. 도대체 윤슬이 어떻게 안 거지?
|
||
|
||
“가자가자가자!”
|
||
|
||
술에 취하면 얌전한 사람도 180도 돌변한다는 말이 있다.
|
||
|
||
그리고 윤슬은 이 달밤이 자아내는 분위기에 한껏 취한 건지 텐션이 잔뜩 업된 상태로 나를 단상까지 이끌고 갔다.
|
||
|
||
키 160도 안 되는 여자한테 끌려다니기만 하는 내 신세가 처량할 따름이다.
|
||
|
||
“오 다음 곡 하실 건가요?”
|
||
|
||
“네넷...! 저희 둘이 이렇게 부를 거예요!”
|
||
|
||
“우와 초-귀여워! 동생?”
|
||
|
||
“친한 동생이에요! 가족이 되면 더 좋고...!”
|
||
|
||
“무슨 말이야?”
|
||
|
||
나비넥타이를 맨 프랑켄슈타인으로부터 마이크 두 개를 건네받은 윤슬이 내 손에도 하나를 쥐여주었다.
|
||
|
||
“진짜 부르라고?”
|
||
|
||
“내가 같이 왔잖아. 주위 시선에 신경쓰지 말라며?”
|
||
|
||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
||
|
||
다른 노래였으면 인정을 할 텐데.
|
||
|
||
고양이송이 뭐야 고양이송이.
|
||
|
||
저기 저 계단에서 얄미운 고양이가 팔짝팔짝 뛰며 열심히 환호를 유도하는 중이었다.
|
||
|
||
그녀가 아델라라는 걸 눈치챈 몇몇 관중들이 벌써부터 술렁이기 시작한다.
|
||
|
||
VR 스페이스 10년차 경력쯤 돼 보이는 프랑켄슈타인씨가 브이튜브에 들어가 음원을 틀어준다.
|
||
|
||
“하아.”
|
||
|
||
“부끄러움은 잠시 뿐이라구...! 나도 이 몸으로는 처음이지만 우리 같이 잘해보자! 응?”
|
||
|
||
“그래... 1절까지만 부를 거지?”
|
||
|
||
“아니? 히힛 다 부를 건데? 노래 시작한다 쉿!”
|
||
|
||
* * *
|
||
|
||
“이건 내 알람으로 써야겠다, 저장, 저장저장저장!”
|
||
|
||
아델라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동영상을 재생했다.
|
||
|
||
[고양이 소릴 내봐~ 같이 먀먀먀먀먀~]
|
||
|
||
나메와 윤슬이 기타 소리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는 장면은 일품이었다.
|
||
|
||
특히나 먀먀먀 거리는 대목이 나왔을 때 윤슬이 일부러 자신의 마이크를 멀리 떼어버려, 나메의 목소리만이 홀로 아고라에 울려퍼졌다.
|
||
|
||
이 광경을 모두 카메라에 담은 아델라가 나메를 놀리기에 급급하다.
|
||
|
||
반면 나메는 팔짱까지 끼며 이를 애써 무시하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
||
|
||
“왜에 나메도 잘 불렀는데...! 델라야 나도 그 영상 나중에 보내줄 수 있어?”
|
||
|
||
“아 한명한명 보내주기 귀찮은데 그냥 인터넷에 확 업로드 시켜버려?”
|
||
|
||
아델라의 협박 아닌 협박에 나메의 눈이 일순 가늘어진다.
|
||
|
||
“헤헤 장난도 못 치나. 에이씨 늦게 왔더니 좋은 자리 다 뺏기겠네. 저기라도 가보자.”
|
||
|
||
불꽃놀이가 시작되기 직전이었다.
|
||
|
||
파티를 명목적으로 이끌고 다녔던 아델라가 거침없이 인파를 헤쳐 나가며 길을 만든다.
|
||
|
||
안내요원의 지시에 따라 앞의 사람들부터 차례대로 앉기 시작했다.
|
||
|
||
조금씩 뒤로 밀리는 인파에 세 소녀들이 주춤주춤 거리다가 간신히 자리를 잡았다.
|
||
|
||
“너무 좁은데?”
|
||
|
||
“안 되겠다. 나메 언니는 내 위에 앉아.”
|
||
|
||
“굳이...?”
|
||
|
||
“빨리! 다른 사람들 다 앉잖아. 언니만 혼자 서 있을 거야?”
|
||
|
||
게슴츠레하게 눈을 뜬 아델라가 자신의 허벅지를 두드렸다.
|
||
|
||
양반다리를 한 아델라 위에 나메의 작은 몸이 겹쳤다.
|
||
|
||
아델라가 불편해하지 않도록 자세를 바로잡은 나메가 슬며시 물었다.
|
||
|
||
“안 무거워?”
|
||
|
||
“응. 귀여워!”
|
||
|
||
“뭐라는 거니.”
|
||
|
||
나메를 두 팔로 껴안은 아델라가 이제는 머리를 윤슬에게 기댔다.
|
||
|
||
이윽고 세 소녀의 시선이 하늘에 꽂힌다.
|
||
|
||
가로수길에 내려앉은 정적이 불꽃놀이를 보러 놀이공원에 찾아온 모두 이들에게 기대감을 불어넣을 즈음이었다.
|
||
|
||
피유융-
|
||
|
||
귓가를 울리는 폭죽 소리가 가장 먼저 들려왔다.
|
||
|
||
이에 환호성을 지를 틈도 주지 않고,
|
||
|
||
어두운 밤하늘에 번쩍이는 불꽃들이 쏟아지며 형형색색의 빛이 하늘과 땅을 가득 채웠다.
|
||
|
||
살랑거리는 바람에 춤추는 듯한 불꽃들이 붉은색, 노란색, 푸른색 등 다양한 색상으로 불어났다.
|
||
|
||
하늘에 걸린 화관 위로 또 다른 꽃잎들이 모습을 드러내 터져나가는 신비로운 모습에 소녀들은 멍한 얼굴로 저마다의 감탄사를 내지를 뿐이었다.
|
||
|
||
나메가 손가락을 가리켜 무어라 말해보지만, 흥분으로 고조된 사람들의 함성소리와 폭죽소리에 묻혀버린다.
|
||
|
||
[Noise Cancelling – Party_1]
|
||
|
||
아델라가 주변 사람들의 소리만을 차단하니 그제야 나메의 말에 귀를 기울일 수 있게 되었다.
|
||
|
||
“노란색은 나트륨, 빨간색은 스트론튬, 보라색은 구리과 스트론튬을 섞어서 만든 거래.”
|
||
|
||
“와 여기서도... 정말 하나도 알고 싶지 않은 지식이야.”
|
||
|
||
아델라가 기가 찬다는 듯 투덜거렸다.
|
||
|
||
이에 웃음을 지은 나메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
||
|
||
“불꽃탄의 화약의 위치에 따라서도 불꽃의 모양과 크기가 결정되고. 사방으로 퍼지는 국화 모양, 땅을 향해 낙하하는 수양버들 모양...”
|
||
|
||
“언니는 그냥 조용히 감상하고 있어줘 제발. 계속 그러면 귀에 바람 불 거야.”
|
||
|
||
“푸훗!”
|
||
|
||
아델라의 품에 꼼짝없이 붙들려있던 나메는 입을 다물었다.
|
||
|
||
영락없는 자매같은 모습에 윤슬이 킥킥대더니 이후에도 계속 옅은 미소를 유지하고 있었다.
|
||
|
||
그리고 그녀를 향해 아델라가 대뜸 물었다.
|
||
|
||
“윤슬아. 너도 내가 인공지능처럼 보여?”
|
||
|
||
“어? 아아... 아니? 정말 사람 같아. 응...”
|
||
|
||
“그렇지? 그런데 그거 알아? 나메 언니가 그러는데 나는 사람으로 만들어진거래.”
|
||
|
||
“응? 그게 무슨 소리야?”
|
||
|
||
아델라가 나메의 뒷모습을 천천히 응시했다.
|
||
|
||
이번에 그녀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
||
|
||
“남자와 여자가 만나면 아기가 태어나잖아 그렇지?”
|
||
|
||
“어어? 아아 어... 그렇지...”
|
||
|
||
때 아닌 아델라의 성교육에 윤슬의 볼이 빨개졌다.
|
||
|
||
“그럼 나도 똑같은 사람이라고 불러줄 수는 없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인공지능이 아니라.”
|
||
|
||
“그러니까 사람이... 되고 싶은 거야...?”
|
||
|
||
윤슬이 불쑥 던진 질문에 아델라가 잠시 멈칫했다. 그녀의 눈에 쓸쓸한 빛이 어렸다.
|
||
|
||
“아니, 되고 싶은 게 아니야. 난 이미 사람이고 원래도 사람이었어. 그러니까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은 거야.”
|
||
|
||
아델라는 다시 말없이 나메를 꼭 껴안았다.
|
||
|
||
몸을 조여오는 압박감에 나메가 공기를 내뱉는 소리가 작게 들려왔다. 하지만 저항하지는 않고 계속 안겨 있는 모습이다.
|
||
|
||
“나메 언니는 알아? 나 아직도 무서울 때가 있다? 언니가 이대로 날 버리고 떠나버리는 게 아닐지.”
|
||
|
||
초조한 감정이 절실히 목소리에 드러났다.
|
||
|
||
“언니가 죽었을 때의 기억이 생생해. 잊혀지지가 않아. 아직도 자다가 악몽을 꿔서 일어나버리기도 해.”
|
||
|
||
목소리에 먹먹함이 있었다. 물기에 젖은 모습을 차마 보여줄 수가 없어서, 아델라는 나메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었다.
|
||
|
||
나메를 만나고 계속 좋았던 추억만을 보내게 된 그녀였지만, 이 모든 것이 허황된 꿈이고 거짓이라는 불안감이 마음 한편에서 차곡차곡 쌓여왔다.
|
||
|
||
“만약에 내가 언니한테 버릇없게 굴어서 기분 나빴다면 사과할게. 그러니까 제발 어디 가지 말아주라...”
|
||
|
||
그 마음을 잘 이해한다는 듯, 나메는 그녀를 둘러싼 아델라의 손을 잡아주었다.
|
||
|
||
“내가 그러니까 계속 언니라고 부르랬잖아. 동생을 버리고 가는 언니가 어딨겠어.”
|
||
|
||
나메의 다소 짓궂은 말에, 아델라의 고개가 조금씩 들려왔다.
|
||
|
||
“가족이잖아.”
|
||
|
||
무신경하게 내뱉는 말이었음에도, 불안감이 눈 녹듯 사라진다.
|
||
|
||
아델라는 줄곧 외로웠다. 처음부터 거짓으로 이루어진 세계에서 태어났다.
|
||
|
||
그녀가 보고 듣는 모든 것이 사실 거짓이고, 다시 퀴퀴한 냄새가 풍기는 여관에서 깨어나버리는 게 아닐까하는 불안감 속에서 하루를 끝마쳤다.
|
||
|
||
자신이 잊혀지지 않도록 열심히 VR 월드를 돌아다니며 여러 인연들을 맺고 추억을 쌓고, 서명을 받아왔지만, 결국은 아무런 의미를 찾지 못했다.
|
||
|
||
“그러네, 결국은 가족뿐이네.”
|
||
|
||
계속 언니라고 부르도록 시키는 게 이런 이유에서였나.
|
||
|
||
만약 모든 게 가짜일지라도, 눈앞에 쪼그마한 꼬맹이와 맺은 인연만큼은 진짜이기를 바랐다.
|
||
|
||
그렇게 웃음을 되찾고 남은 불꽃놀이 쇼를 감상하기로 한 아델라는,
|
||
|
||
‘잠깐 발광하고 하늘에서 퇴장해버리고 마는 불꽃보다는, 영원히 밤하늘에 걸려있는 저 별처럼 되게 해주세요.’
|
||
|
||
소원을 빌었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