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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을 끝내고 프라이빗 룸으로 돌아온 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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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의 프라이버시 존중을 위해 문을 두 세번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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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더니 인상을 최대한으로 찌푸린 것 같은 아델라가 오도도 달려와 나를 번쩍 들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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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하는 거야. 겨드랑이 간지러우니까 내려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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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노나메 언니! 왜 이제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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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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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놀이공원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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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놀이공원에 가자고? 지금? 이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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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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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다시 바닥에 살포시 내려준 아델라가 빔프로젝터를 실행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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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났는지 모를 안경을 끼고 가느다란 막대와 함께 거창한 프레젠테이션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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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도쿄 디자이어랜드 VR 월드에 가야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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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안 말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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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이이! 좀 끝까지 들어보라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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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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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색 바탕에 보노보노 탬플릿 피피티를 써버리면 허락하고 싶은 마음도 달아나게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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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되도록 빠른 허락을 해준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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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열정적으로 설명을 하는 아델라를 잠잠히 지켜보고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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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오늘 밤 불꽃놀이에 구경 나가고 싶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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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1년에 한번 있는 특별쇼래. 그것도 현실에서 하는 걸 그대로 이쪽 세상에 연동시킨다나? 정말 가보고 싶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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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동하는 거랑 가상현실에서 만들어낸 거랑 무슨 차이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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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차이는 없겠지만... 하 정말 언니는 낭만이 없어 낭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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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가 안경을 다시 빼서 책상에 올려놓았다. 다시 보니까 알 없는 안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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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가줄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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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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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여기까지 듣고 안 따라와 줄 생각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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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겠다. 너 국가 간 방화벽 때문에 다른 나라 서버로 못 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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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도 잘 놀던 애가 왜 갑자기 오늘따라 매달리나 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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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칫! 이래서 눈치빠른 꼬맹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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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부탁하는 사람의 태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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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부탁드립니다 오네사마! 일본에 꼭 가고 싶스므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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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나는 천교수라는 국가가 공증한 든든한 빽을 가족으로 두고 있었기에 내가 일본서버로 가는 건 프로토콜 상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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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델라를 데려가려면 최소한 두명의 보호자를 대동해야 하는데, 나 말고 일본 서버에 접속할 권한을 가진 사람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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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없는 친구창을 주르륵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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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 언니가 다른 서버에서 롤을 했다는 소식은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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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클랜원들도 마찬가지일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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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상태로 변하는 카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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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할 정도로 일본인 시청자들이 많은 이 사람이라면 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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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슬은 이들이 곧바로 일본 서버로 떠난다는 말을 듣고 경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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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되는데... 자... 잠깐만 그럴 거면 나 아바타좀 빨리 바꾸고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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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돼! 지금 월드 인원 5만명 차기 직전이라고. 빨리 가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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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가 계속 재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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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윤슬은 너무나도 불안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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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그녀의 몸은 카리리의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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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가 작고, 빼빼 마르고, 특별한 매력이랄 것이 하나도 없는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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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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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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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놀러가는 거잖아? 다른 몸으로 오래 지내면 안 불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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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의 아바타라고 만능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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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뇌는 언제나 항상성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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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 월드에서는 사용자가 원하는 아바타를 다양하게 만들 수 있었지만, 오랜 시간 동안의 접속으로 발생하는 몸의 괴리는 어떤 형식으로든 사용자에게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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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는 그런 점을 꼬집으며 윤슬의 소매를 당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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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델라 안 데려가면 하루종일 투덜거릴 게 분명하니까 빨리 가자. 그리고 언니도 아이돌처럼 예쁜데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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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지금 49500명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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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가 방방 뛰다 못해 아예 두 사람을 직접 이끌고 VR SPACE에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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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R - Tokyo Desireland 20:00 ~ 22:00 (49819/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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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EEE 903.18: 승인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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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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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미 줄이 뭐 이리 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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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의 한탄대로 VR 월드인데도 입장 줄이 길게 늘어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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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서버라면 그냥 입장하자마자 월드 한가운데로 떨어지기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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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곳은 그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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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VR월드에서 신원 확인을 디지털 방식으로 하지 않고 경비요원이 일일이 확인하는지 궁금하다면 그에 대한 답변은 실로 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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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일본이니까.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일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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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는 그래도 5만명 안에 든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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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랬으면 한국대학교에 갔던 날, 바깥 구경을 안 시켜줬다고 약속을 어겼다며 몇 시간동안 푸념을 늘어놓던 아델라를 상대해야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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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초조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 윤슬은 엄지손톱을 계속 깨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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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드득 거리는 소리가 아델라의 귀까지 들어오자, 그녀가 성질내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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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대체 아까부터 왜 그러는 건데 너는! 뭐가 그렇게 불안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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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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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래 언니? 어디 아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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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도 평소 모습과는 전혀 쌩판 다른 윤슬의 모습에 의문을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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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선 전혀 다른 사람 같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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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알아볼지도 몰라... 이 얼굴로는 안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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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시선이 초조하게 흔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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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와 나메가 서로 한번씩 보더니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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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 체나 언니를 죽게 만든 게 다들... 나라고 생각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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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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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지만 나메는 들어본 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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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우울증으로 생을 마감한 대한민국 가수, 또 어디서 들어봤나 머리를 쥐어 싸맨 결과 카리리 트리위키 항목에 걸려있던 것이 기억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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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체나 사망사건 관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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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너 모르는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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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 알 거야 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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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각지에서 체나의 죽음을 보도하는 뉴스에는 항상 윤슬 본인의 사진이 항상 대문짝하게 걸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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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슬과 체나가 캡슐에 들어가기 전 잠깐 송출한 그 영상은 아직까지도 불법적으로 떠돌 정도였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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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사람이 너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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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로부터 지켜주는 카리리라는 육체도 없어서 윤슬은 지금 이 공기가 죽을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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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보면 어떡하지? 여기는 일본인들뿐만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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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나를 아는 사람이 수억 명이라 하면 여기 있는 사람의 절반은 자신의 얼굴을 한번씩은 뉴스를 통해 봐왔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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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그 중에 체나의 팬이 있기라도 했으면 무슨 낯짝으로 봐야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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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슬은 도저히 답을 찾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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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상념에서 빼온 것은 아델라의 앙칼진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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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봐봐. 보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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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현듯 아델라가 쪼그리고 앉은 윤슬을 일으켜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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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이름이 설윤슬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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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 앞에 펼쳐진 파란색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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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검색어에 각각 ‘아델라’와 ‘설윤슬’을 입력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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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량 데이터 도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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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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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자의식 과잉이 은근 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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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가 화면 인터페이스를 손으로 쓸어 그녀에게 넘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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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슬은 멍하니 화면을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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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량: 아델라(83,103,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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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윤슬(20,4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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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백만? 아니 8천만인가? 나를 8천만 명이나 검색했네? 그에 비해 너는 겨우 2만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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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가 꼬리를 이리저리 흔들며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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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믿고 그러는지는 몰라도 여기 있는 사람들은 아무도 너 몰라. 지가 스타야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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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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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말에 윤슬은 머리를 망치에 얻어맞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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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비해 난 스타긴 하지 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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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가 코를 가볍게 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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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다가 왠 자기자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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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 땐 그냥 그렇다고 해주면 어디 덧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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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카리리 언니한테 사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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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이 이 쪼꼬미한테는 꼬박꼬박 언니라고 부르면서, 왜 나한테는 계속 자기보고 언니라고 부르래... 이 세상은 완전 개족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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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와 아델라가 티격태격 하는 사이에 지나가는 행인들이 다가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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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또... 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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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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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아델라 맞아요? 와 맞네!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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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헤. 싸인 호시이(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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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요? 이야! 오늘 무조건 로또세븐 사러 가야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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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저도 아델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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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에 하얀 끈을 두른 두 남성의 요청을 기점으로 순식간에 인파가 세 소녀의 일행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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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잖아? 월오아 NPC가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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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사람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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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양 너무 이뻐요! 그러니까 나도 싸인 한 장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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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 너희들 똑바로 줄 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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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이 순식간에 두 갈래가 되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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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은 디자이어랜드 입장 줄. 그리고 다른 하나는 아델라에게 싸인을 받으려고 길게 늘어선 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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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헤이 봐봐 내가 이렇게 산다니까? 나메 언니도 이걸 알아줘야 하는데 참... 야 너네들 랜드 안에 들어가면 싸인 안 해줄 거니까 너희들끼리 알아서 줄 끊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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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는 쉴 새 없이 손을 놀리면서도 뿌듯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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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개그 프로에나 나올 법한 우스꽝스러운 연출에 윤슬은 다소 넋이 나간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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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델라가 좀 제멋대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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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가 그녀의 손을 꽉 잡아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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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감을 느끼기에는 터무니 없이 작은 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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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리 언니가 예전에 무슨 경험을 했는지까지는 정확하게 잘 몰라. 아니 알아도 언니 마음에 전부 공감해주지 못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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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기본적으로 타인에게 무관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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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유나의 케이스만 봐도 쉽게 예시를 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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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초등부의 경우 대부분의 학생들은 부자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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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천적인 재능보다는 조기교육에 영향을 더욱 많은 영향을 받을 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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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상황에서도 유나가 기초생활수급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던 학생은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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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모든 학생이 조금씩 관심을 주었더라면 유나가 그렇게 엇나가는 일도 벌어지지 않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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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나메부터가 7년 동안의 경험을 통해 이 사실을 억지로 깨달을 수밖에 없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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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을 7년 동안 5만 시간이나 했으면 알아줄 법하지 않냐는 사람들을 나무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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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 자신도 지금 월오아와 레저넌스를 가장 많이 플레이한 사람이 누군지 전혀 모르고 있었기에 그럴 자격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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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의외로 타인에게 관심이 없지만, 이렇게 언니 사정을 잘 알아주는 사람들이 주위에 있을 거잖아. 안 그래? 난 그거면 충분하다고 봐. 언니가 뭐 잘못한 것도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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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의 경우에는 천세민이, 카리리의 경우에는 동생 설태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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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꽤 유명했던 연예인들도 막상 길가에 나가보면 몰라보는 사람이 수두룩하대. 그러니까 언니가 굳이 타인의 시선까지 신경쓰지 않았으면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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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는 카리리의 논란 항목을 쭉 훑어보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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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항목에서도 그녀가 크게 잘못한 점을 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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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카리리가 너무 많은 사건사고에 휘말린다고 하는 여론들이, 그녀를 더욱 낙인찍는 것은 아닌지까지 생각했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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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ireland 7Wish Festival이 잠시 후에 시작할 예정입니다. Main Street에 안내요원의 지시에 따라 질서정연하게 입장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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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놀이 보러 가볼까? 아델라 아직 멀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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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 언니! 야 오마에! 약속대로 여기에는 서명하고 가야지! ‘아델라는 인공지능이 아닙니다.’ 이 문구 안 보여? 무턱대고 싸인만 가져가버리는 게 어딨어 이 쪽바리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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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고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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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흐흫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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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기 있기야 진짜 너희들! 야아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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