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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riri Ch. / NoN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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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오브 아르세리아 – 소중하고 자그마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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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시간 - 1: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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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 수 – 37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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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실패로부터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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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치고사에서나, 쇼케이스에서나 내가 왜 져야만 했는지 돌이켜보면 모두 합당한 이유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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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PC의 성장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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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PC 하나쯤이야 그냥 아군 하나 더 붙여주는 거라고 너무 단순하게만 생각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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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이 일정 부분 진행될 때마다 NPC들의 스토리와 연관지어서 나타나는 이벤트는 단순히 지고 이기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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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에서 적의 정글 몬스터를 빼먹으면 2배짜리라는 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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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도 그런 이벤트 하나하나를 충족시키지 못할 때마다 이기고 있던 게임을 어이없게 역전당하거나, 지고 있을 때는 성장격차가 더 벌어지는 웃지 못할 상황이 자주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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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실력에 자신 있으니까 NPC가 없는 곳에서 더 벌어야 한다는 직관은 결국 틀린 명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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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세움에 입장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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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팀 (4/6) vs 빨강팀 (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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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유! 아슬아슬하게 세이프! 아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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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히는 철창문 사이로 간신히 몸을 비집고 들어온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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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도 자기 무기에 찔리는 칠칠지 못한 모습을 동네방네 소문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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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너희들 어떻게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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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마법사는 적잖이 당황에 찬 눈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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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핫 이번 콜로세움에서는 니네들이 쪽수가 더 많다고 생각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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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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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리가 날카로운 손톱을 서로 비비며 얄미운 웃음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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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들이 당황하는 것도 이해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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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리와 나는 1분 전까지만 해도 맵 반대편에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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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류하겠다고 체력 방어템을 하나도 안 사면 어쩌자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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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건 싫으니까 주문력에 올인하려고 합니다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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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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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이 전략 맞냐? 콜로세움 이겨도 본전이고 지면 대참사 나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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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오아에서는 플레이어에게 계속해서 선택을 강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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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군 병사들에게 이로운 버프를 제공하거나, 적 병사들에게 디버프를 부여하는 NPC 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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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자는 제 아버지의 원수입니다. 검투사였던 제 아버지의 명예를 실추시킨 것도 모자라 음해까지 했단 말입니다! 저는 절대로 나히비탄을 용서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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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여기에 참여하면 일시적으로 전열은 뒤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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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잠깐의 불리함을 감수하고 더 큰 이득을 취할 것인지, 아니면 이벤트는 최대한 지연시킨 채로 지리적 이점을 취할 것인지, 선택의 몫은 오로지 플레이어들에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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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4드론 전략 아니야? 그냥 여기에 올인하겠다 이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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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얼떨떨한 얼굴을 한 마법사에게 내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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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커가 체력 방어를 안 찍으면 미친 게 맞지. 일반적인 탱커라면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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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 카리리는 체력이 낮아질수록 강해져! 나는 암살자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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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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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지맞지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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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 맞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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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걍 궤변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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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리의 캐릭터는 사실 보기 좋다고 빈말로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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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거리가 극히 짧은 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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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거리 안으로 들어오기만 한다면 극한의 살상력과 높은 자유도라는 장점은 내세울 수 있었겠지만 그것도 붙어야 의미있는 말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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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게임 시작 전, 카리리에게 물어봤었다. 온통 체력 중심의 성장 능력치와 탱커 전용 특성들로 덕지덕지 붙여버린 사안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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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암살자 클래스를 처음부터 탱커로 키울 생각을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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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암살자보다는 탱커가 오래 붙들고 싸울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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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붙어야 세다’라는 조건을 ‘탱커로 쓰면 좋겠네’라고 일차원적으로 생각해버렸다는 게 그녀의 주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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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력이 다른 무기보다 센 것도 결국 인게임 내에서 체력을 찍어버리면 거추장스러운 쓰레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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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어떻게든 그녀를 어엿한 1인분의 플레이어로서 둔갑하기 위해 고안해낸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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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 탱커? 지금 나랑 장난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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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어보면 알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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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가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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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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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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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의 문이 차례대로 닫히고 전투의 시작을 알리는 나팔소리가 전투의 개시를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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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툼한 방패를 앞에 내세운 기사가 가장 앞에서 뚜벅뚜벅 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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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맞서 카리리의 몸이 재빠르게 튀어나가 거대한 손톱으로 방패를 할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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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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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과 금속이 맞부딪치며 두 전사가 힘을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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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한 공방이 오갈 거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오히려 카리리가 압도하는 형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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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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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히 아직 멀었다고! 자, 노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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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로 붙들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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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과 방어력 스탯이 높아질수록 이동속도는 낮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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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카리리는 레벨업에 따라 저절로 증가하는 스탯을 제외하고는 전부 주문력 아이템을 휘두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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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카리리의 캐릭터가 가진 특성 중 ‘키메라의 사냥’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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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접 공격에 흡혈효과를 부여해주는 특성은 하필이면 ‘주문력’ 계수에 비례하는 효과를 지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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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근접 공격이 모두 ‘공격력’ 베이스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폐기물 수준의 효과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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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클로 덕분에 공격력이 일정 수준 갖추어지고, 탱커에 버금가는 HP를 가진 그녀가 키메라의 사냥을 발동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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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으로는 쓰레기일 수 있어도, 아군 힐러의 체력 재생력 증가와 함께라면 곱연산 시너지를 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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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까지 확신할 수 있었던 이유는 내가 직접 복잡한 수식을 모든 레벨에 따라 미리 끝내놓고 연습모드에서 한차례 검증까지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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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목걸이를 찬 울버린, 아니 오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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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반지를 낀 울버린, 아니 오소리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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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렘가에서 흑인들이 할법한 패션을 앳된 소녀가 하고 있으니 상당한 위화감이 느껴졌지만 카리리는 훌륭하게 적장을 가두는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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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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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아아아아! 나 곧 죽을 것 같은데! 피가 너무 빨리 닳아버린다고! 언제 와 노네임아 으아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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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위에 있던 것도 잠시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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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속도가 더해진 일격이 마치 그녀의 원래 힘이라고 착각했던 적들이 다시 객관적으로 사태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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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기세는 대체 어디로 사라졌는지 그녀의 발이 조금씩 뒤로 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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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을 반전시킬 요인이 없다면 그녀의 주먹에 달린 손톱들이 모두 아작날 미래밖에 안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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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리의 인원은 저들보다 한명이 더 많은 4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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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슨, 3대3으로 팽팽한 대치가 이루어진 곳에서 나는 계속해서 자유로운 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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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바로 부무장을 꺼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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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집에서부터 이어진 서늘한 은빛의 실선이 공기를 갈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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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리가 정확한 타이밍에 몸을 뒤로 내빼준 덕분에 힘을 잔뜩 주고 있던 기사가 앞으로 몸이 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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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차 싶어 가드를 올려보아도 이미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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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이런 게 다 있느냐는 방패기사의 마지막 유언을 받아주며, 제대로 관통한 어깨에서 검집을 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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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카리리에게 들어가는 회복 스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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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급 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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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메라의 사냥이 중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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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이 회복되는 과정 중에 있어도 한번 빈사 상태에 돌입한 암살자는 마치 광전사처럼 ‘각성’ 상태에 돌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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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리의 주위로 붉은 오오라가 휘몰아치며 열을 발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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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쁜 새끼! 갑자기 방패로 옆구리 찔러서 깜짝 놀랐잖아! 때찌때찌때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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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리가 마구 할퀴기로 후처리까지 끝내며 짧은 콜로세움은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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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나틱’님이 10,000원 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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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읍 카리리 좋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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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헙! 네임아 못 들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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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리가 두 손을 입에 모으고 떨리는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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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나 이래 봬도 롤만 몇 년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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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뭐야 경력직이었네! 여러분 왜 이렇게 호들갑이에요! 노네임이 자기 애기로 취급하지 말아달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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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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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 경력직은 ㅇㅈ이지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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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악귀들의 종착지... 대체 롤은 뭐하는 곳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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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광 같은 애들이 탑에 수두룩하게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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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리야 어서 구속구 하나 풀어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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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오아 나이트메어가 15세 연령가인 것보다 롤이 7세 연령가인게 더 신기함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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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eyChyupa’님이 50,000원 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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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리 얼리어답터 모드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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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아앙! 내가 그런 말 쓰지 말랬잖아! 대체 왜 그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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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리어답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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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아냐! 신경 쓰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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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무슨 뜻인지 알아. 로저스의 혁신확산이론에서 나오는 말이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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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의 소비성향에 따라 신제품이 출시되었을 때 남들보다 일찍 도입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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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리가 시청자들과 나누는 대화에서 오랜만에 아는 단어가 나와서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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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애들은 별 해괴한 신조어를 창조해내다보니 음절만 들어가지고는 못 알아듣는 게 많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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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하... 그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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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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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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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지터’님이 5,000원 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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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스택: 현재 4스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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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오나시(매니저)’님이 20,000원 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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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카리리 팬덤 일동은 노네임씨에게 진심어린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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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충격적인 비유법이라 현기증이 올 뻔도 했지만 이 정도면 어린 애들의 장난이라고 가볍게 넘길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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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지키면서 도네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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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즐기는 건 카리리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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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발상 미친놈인가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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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리어답터 ㅇㅈㄹ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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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성적 취향에 대해서 왈가왈부할 생각은 없지만, 적어도 법의 테두리 안에서는 선을 지켜줬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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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야! 아니라고오! 나 로리콘 진짜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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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을 아끼는 것과 성적으로 좋아하는 건 전혀 별개의, 아니 다른 한쪽은 용납할 수 없는 행위에 가까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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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공유 - ‘Asantia’님이 20,000으로 공유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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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리 귓말 테러 당시 발언.mp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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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네임을 나의 기사로 삼고 싶다. 아아 다키마쿠라에 가둬가지고 매일 밤에 껴안고 자고 싶다. 얘들아 로리콘이라 하지 말고 나를 얼리어답터라고 불러주지 않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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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구조가 어떻게 생겨먹었으면 로리콘=얼리어답터라고 생각할 수가 있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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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쟤는 저런 심연의 드립까지 대체 어떻게 알고 있는 거냐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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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갤질에 목숨을 걸었다고 보면 됨ㅋㅋㅋ 모르는 게 없어 우리 카리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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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뜻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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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가는 몰라도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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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줜나 어지럽네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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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정말로 자제하는 거였구나 와... 와... 와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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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질어질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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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 내놓아도 부끄러운 방장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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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에에에에엥... 망했어... 기껏 열심히 준비한 합방이었는데 다 망했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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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리가 바닥에 풀썩 무릎을 꿇어 대성통곡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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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사뭇 불편해진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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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겨우 첫 번째 판이었는데 게임이 끝나고서도 서로 뭐라고 해야할지 참으로 난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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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너희들이 알아! 나 노네임이랑 합방 준비한다고 밤새도록 브이튜브 영상도 다 돌려보고! 또 노네임 팬카페에도 가입하고! 노네임 마갤에도 고닉으로 홍보하고 그랬단 말이야! 흐에에에에에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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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닉은 굳이 왜죠...?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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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우 가식적인 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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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는 것도 컨셉임 노네임님 신경 안 써도 돼영 ㄴ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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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드립 장전하려고 실실 웃고 있는 것 같은데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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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하자 빨리 담판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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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4판은 할 줄 알았는데 2판 하고 끝이겠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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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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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으으으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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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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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카리리가 장난으로 우는 것 같다고 생각은 했는데 아무래도 반쯤은 진심이 담겨 있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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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채팅창을 슬쩍 살펴보고, 그녀 몰래 시청자들에게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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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지 말고 카리리 언니가 멋있었던 모습을 보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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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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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씨 너무 착해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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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네임! 노네임! 노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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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카리리 이래 보여도 진짜 착하고 순수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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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딱대라 도네 일발 장전했다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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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리 수금 장인이야 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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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드무비는 이미 넘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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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냐아냐 노네임...! 장난이었어 나 진짜 괜찮은데 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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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리가 뒤늦게 몸을 일으켜 내 어깨를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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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시선이 뒤를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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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동시에 우리의 옆에서 커다랗게 나오는 직사각형의 후원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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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공유 - ‘HoneyChyupa’님이 300,000으로 공유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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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리 2049 연말 콘서트.mp4) - ‘들국화 / 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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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왜 이런 걸 굳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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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눈동자에 이채가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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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원형의 홍채에 비친 것은 과거의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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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개가 덩달아 오른쪽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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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속의 그녀는 약간 수줍은 듯이 마이크를 두 손에 꽉 쥐고, 이내 머뭇거리더니 큼큼 잔망스러운 소리를 내며 목소리를 가다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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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입을 열고 노래를 시작하니, 채팅창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응원봉 이모티콘이 끝없는 파도를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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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파도는 거칠지 않고 잔물결이 치듯 잔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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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보다도 커다라진, 물결처럼 일렁이는 듯한 옅은 노을빛 눈동자에 담긴 건 어떤 감정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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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순한 음색이 길게 늘어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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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간이 영원히 지속될 것만 같은 착각이 일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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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운 추억도, 아련한 마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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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에 담긴 감정이 고조되는 시점에서 카리리가 영상에 맞추어 작게 가사를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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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지나친 돌담 아래, 너를 홀로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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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트막하게 떨리는 성대에서 부드러운 음색이 흘러나와 공기에 소리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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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떨쳐낼 만큼만, 버텨낼 만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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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의 초조했던 시선이 나를 한번 향했다. 내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니 떨리는 눈빛이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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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물로 적셔 흘린 떨림 속에서, 푸른 잎을 피우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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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깊은 날숨까지 내뱉으며 과거의 자신과 합주를 끝낸 카리리. 그러나 영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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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래 진짜 잘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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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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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툭하고 던진 칭찬에 카리리가 몸을 움찔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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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리는 신이에요! 카리리는 신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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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다살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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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경력직은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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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나 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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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캬ㅑㅑㅑㅑㅑㅑ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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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개잘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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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캇치 더 락이지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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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IS LEG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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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에 이 노래를 들려줬더니 들국화가 되겠다며 뛰쳐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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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점... 10점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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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카리리 브이튜브 바로 검색하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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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ㄹㅇ 정주행 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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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달라보이네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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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 최고의 플로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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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카리리는 전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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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중에 또 불러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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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에... 나한테 반했구나 노네임 친구? 괜찮아 벌꿀오소리를 사랑하는 건 정말 자연스러운 감정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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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등을 두어번 툭툭 두드리며 하얀 송곳니가 보일 때까지 해맑게 웃어보이는 카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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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장난기 가득 담긴 제 목소리로 돌아와 왠지 모르게 안심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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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매력있는 친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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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들이 그녀를 좋아하는 것도 이해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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