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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다연아 그래 진짜라니까! 나 지금 노네임이랑 같이 있어. 어 바로 옆에. 그럴 리가 없다고? 자기가 맞다는데? 너 지금 수업 있었다고 하지 않았... 뭐 째고 와? 야 우다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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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없이 툭 끊겨버린 전화에 여성은 쓴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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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미안해 내 여동생인데 진짜 네 광팬인 것 같네. 다연이가 저번에 무슨무슨 방송인에 대해서 조사 프로젝트 한다고 집에 브로마이드까지 붙였지 뭐야? 그렇게 온 난리를 피워서 내가 얼굴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는데, 어쩜 이렇게 사진이랑 똑같이 귀여울까! 브이튜버 맞아?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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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는 트위시에서 활동하고 있긴 한데... 천교수님이랑은 아는 사이신가요? 그 대학원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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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천규진 교수님이 내 지도교수님 맞으셔. 명찰보고 알았구나! 근데 여기는 무슨 일로 찾아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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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질문은 상식적으로 건물 안에 들여보내기 전에 물어봤어야 했던 거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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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핫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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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마당에 왜 왔냐고 물어보면 어쩌자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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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천교수님이 불러서 왔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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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그래? 혼자 찾아온 거야? 대단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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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요. 안내해줘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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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삭막한 건물의 풍경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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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타 다른 건물들과 구조적으로 크게 다를 게 없었지만 분위기가 왠지 우중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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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이 약해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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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씨 복도 불을 왜 다 꺼놨어! 미안 여기 애들이 워낙 빛을 싫어해서. 지들이 무슨 드라큘라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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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그런 문제만은 아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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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교수님이랑은 어떻게 아는 사이야? 친척 조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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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에 불이 환하게 점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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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가장 끝에서 사람들이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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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 손을 맞잡고 걸으면서 태연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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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아버지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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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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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바나나 우유를 마시고 있던 그녀가 내용물을 뿜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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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잠만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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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가를 소매로 쓱쓱 닦더니 경악 어린 시선으로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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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머리에 오만가지 생각이 스쳤는지 여성이 어버버 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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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교수님 분명 미혼이신데... 그 뭐 숨겨진 딸? 아냐 나이가 말이 안 되잖아! 되나? 아 씨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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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아버지예요 양아버지. 입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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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짧은 시간에 사랑과 전쟁 한편이라도 찍은 여성은 가슴을 쓸어내리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나를 바라보는 눈은 복잡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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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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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신경 안 쓰니까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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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가 정말 미안해... 너무 충격적인 소식이었어가지고 말이야... 왜 우리한테는 그런 말을 한마디도 안 하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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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가 연구년이었던 천교수는 해외여행도 가지 않고 똑같이 연구실에 계속 출근을 하며 이따금씩 대학원생들의 연구도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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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졸업 걱정에서 한시름 덜 수 있었던 학생들은 환호했지만, 쏟아지는 과제 폭탄 덕에 우리 교수님에게 양가적인 감정을 갖고 있었다. 이런 걸 애증의 대상이라고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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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보는 시간이 길었던 만큼 사사로운 얘기도 많이 주고 받았나 본데 그런 와중에 내 얘기를 한 번도 꺼내지 않으셨던 것만큼은 나도 신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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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내 사생활을 지켜주고 싶었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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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깜짝 선물을 준비해놨다더니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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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우희진씨와 함께 들어선 연구실에는 사람 여럿이 테이블을 가운데 두고 모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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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를 킁킁대지 않아도 풍겨오는 냄새가 피자에서 비롯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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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희진을 제외하면 여성은 한 명도 없었고 네 명 전부 남자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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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가장 멀리 떨어진 칸에서 머리 희끗한 아저씨가 일어나 번쩍 손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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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나메야 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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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교수의 부름에 먹던 피자도 뱉어내고 반사적으로 일어난 네 남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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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가 조건반사를 방불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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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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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다들 처음 만난 사람이니만큼 공손하게 머리를 숙여 인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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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배꼽 인사를 하면 너무 유치원생 같아 보일까 봐 허리를 많이 숙이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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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어 안녕...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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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 앞에 있던 남성이 내 인사를 간신히 받아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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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타고 오지 뭣 하러 힘들게 버스 타고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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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학교 말고 다른 곳으로 외출하는 건데 버스가 좋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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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그래 여기 앉아서 피자 한 조각이라도 먹으련? 손님이 조금 늦게 온다고 해서 조금 기다려야할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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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별로 안 고파서 딱 한 조각만 먹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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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애 앉게 자리 좀 비켜주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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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넵 교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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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일어설 필요까지는 없고, 옆으로 조금씩만 이동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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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러운 분위기 속에 소파 한가운데에 앉게 된 나는 떨떠름하게 손을 무릎 위에 가지런히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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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이대로 아무 말도 안 하고 피자를 먹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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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 불편해서 속 뒤집어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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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교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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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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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인지 소개해주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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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마침 남자 하나가 조심스레 자몽주스를 내 컵에 따라주며 용기를 내었다. 자몽은 별론데 오렌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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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그래 내 정신 좀 봐! 이쪽은 우리 딸 나메라고 한다. 다들 나메한테 한 번씩 돌아가면서 자기소개도 해주면 좋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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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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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뭐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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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럭! 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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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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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바탕 자기소개가 끝나고 천교수의 주도하에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다들 피자를 입에 욱여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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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가 손님을 맞이하러 방에서 나갔을 때, 그제서야 대학원생들은 덫에서 풀린 사슴처럼 숨을 쓸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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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봤을 때는 몰랐는데 의외로 랩실 사람들한테는 엄격한 편이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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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하아아아. 와 미친 줘어어어어얼라 귀여워어어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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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김현우! 그 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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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다 흡! 전 아무 말 안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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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천교수는 아무래도 나이 차 때문에 친딸이라고 간주하면 상상의 나래가 안드로메다까지 가버리니까 우희진이 넌지시 다른 사람들에게 사실을 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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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천교수님한테 이런 딸이 태어나는 건 말도 안 되긴 했어. 아니 애초에 손녀 볼 연세시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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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그 말을 해도 애 앞에서! 이르면 어쩌려고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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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말 교수님한테 잘 전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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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아아아 안 돼! 거짓말, 아니 농담. 조크였던 거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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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오빠 너희 아버지한테 꼭 일러줘. 혼날 쿨타임이 돌고도 남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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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한테 뭔가 배신당한 기분이야. 만약 매일 나메 사진 한 장씩 보여주는 조건으로 출근하라고 했으면 기쁜 마음으로 왔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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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이 왜 저를 감췄는지 왠지 알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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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미덥지 못한 사람들이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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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다들 교수님 아래에서 지냈던 사람들이라 그런지 사람은 좋아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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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진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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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다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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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희진이 동생 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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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위하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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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벌컥 열고 들어온 건 밀짚모자를 쓴 또 다른 여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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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서울에서 밀짚모자를? 패션 센스가 괴이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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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손으로 스스로의 입을 틀어막은 우다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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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 돼. 똑같잖아...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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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짚모자가 주르륵 흘러내리고, 나풀거리며 땅바닥에 착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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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린 듯이 다가온 여성은 나도 낯이 익은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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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를 주워주며 그녀에게 슬쩍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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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저희 한번 만났지 않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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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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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체험박람회 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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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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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다연은 번개에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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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맞아, 그때 그 천재 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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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한날 드라마나 영화에서 안면인식장애가 있는 주인공들을 보고 얼마나 욕을 많이 했었는데 설마 자신이 그 대상이 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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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네임의 메인 아바타와 그 때 그 꼬마는 비슷하다 못해 얼굴도 완전히 똑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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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둘이 아는 사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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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내가 예전에 말했던 엄청 천재라는 애 말이야! 그게 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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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연은 이 순간만큼 자신의 기억력이 이렇게 미울 수가 없었다. 어떻게 두 사건을 연관짓지 못할 수가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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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아 너 작년에 봉사활동 간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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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아니 그냥 천재가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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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체험박람회 정도라면 그저 영재발굴단에 나올만한 습득력이 좋은 천재 수준이라고 치부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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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만약 이 꼬마가 자신이 아는 ‘노네임’과 완벽한 동일인물이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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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뭐 예능 프로그램을 넘어서 세계적인 특종감으로 스케일이 커져버리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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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악의를 가진 제3자가 캡슐윤리코드를 뚫고 아이와 똑같은 모습으로 아바타를 베꼈다고 생각해볼 수도 있었지만, 이 또한 전혀 현실성이 없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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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는 소파에 다시 앉아 주스를 홀짝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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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큼한 자몽 주스의 맛에 머리를 부르르 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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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다연의 머릿속에서 내적갈등이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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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이 뛰어난 건 둘째치고 방송에서 너무 어른스러웠던 모습을 보였던 노네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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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천재와 연륜이 있어보이는 건 별개였기에 마음 한편에 의심의 싹을 지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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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가방에 딸기 사탕을 잔뜩 가지고 있던 다연은 자몽주스의 시큼한 맛에 정신을 못 차리는 나메에게 사탕을 건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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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 저기 이거라도 먹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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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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잽싸게 사탕을 손에서 뺏어간 나메가 핑크빛 설탕 덩어리를 입에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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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물오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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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근데 혹시 하나 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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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있지...! 하나 더 먹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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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면 감사히 받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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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투도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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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답지 않게 어른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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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옆에서 사탕을 받아먹는 아이를 흐뭇하게 쳐다보는 남성들과 달리 다연의 심정은 복잡해져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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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천재길래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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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진이 다연의 옆구리를 콕 찔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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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사실이라면 세계 제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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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언니 희진은 인터넷방송이나 브이튜브를 한번도 본적이 없어서 나메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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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말을 직접 꺼내놓고서도 뭔가 중2병스러워서 아차 싶었지만 별다른 수식어가 필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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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교수의 연구실 한쪽에 놓여있던 화이트보드를 끌고 온 다연이 무언가를 급히 적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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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87,739*390,39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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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나메야 사탕 더 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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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달달해서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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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거 맞추면 바로 하나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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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7,959,250,979,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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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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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공학용계산기를 꺼낸 대학원생이 나메가 맞춘 정답에 경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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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어떻게 맞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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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정답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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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데 다른 문제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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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그럼 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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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n(123,456,7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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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대략 18.6314... 굳이 더 붙이면 017661과 2사이? 참고로 2에 가까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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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자연로그는 대체 어떻게 계산하는 거야? 곱하기야 그렇다 치더라도 이건 암산의 영역이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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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이 마...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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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개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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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주세요 사탕. 그리고 로그표 외우고 다니면 이 정도는 다들 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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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도 순식간에 사탕 다섯 개를 빼앗긴 다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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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는 사탕으로 가득 찬 입을 햄스터처럼 오물거리며 흡족하게 눈을 감고 소파에 기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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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맞잖아 노네임... 그럼 그게 본명이었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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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진이 알려준 꼬마의 이름은 노나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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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봐도 저리봐도 그냥 노네임을 그대로 읊어놓은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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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연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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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그래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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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가 힉스 스튜디오 PD라고 들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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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았다. 얼마 전 노네임의 플레이를 토대로 과학 및 마법학 컨텐츠 영상을 올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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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제 영상 허락도 안 맡고 그대로 올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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