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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잘도 나를 공개처형 해왔겠다! 불구대박의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더니! 딱 대라 노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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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버린 클로를 손에 장착한 소녀가 게임이 시작하기도 전에 으르렁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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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과 하양이 투톤으로 허리까지 떨어지는 긴 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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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증맞은 동물 후드티를 입고 있었지만 그 정체는 쉽게 추론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얼핏 보면 두더지나 비버에 가까워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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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불구대천지원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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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무슨 소리니 카리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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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구로 만들어버리겠다는 의지라네요 ㄷㄷ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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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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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카리리 네가 저격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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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견된 외나무다리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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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자기가 놓은 거였냐고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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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머가 막 저격해도 되는 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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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성공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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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리리! 大리리! 大리리! 大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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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을 내릴 수도 없는 내 심정도 모르면서! 노네임을 여섯조각으로 찢어버릴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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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꿀오소리를 컨셉으로 한 버튜버 ‘카리리’가 노네임에 대한 복수를 다지게 된 건 약 열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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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중학생 때부터 줄곧 올려왔던 일본 애니 커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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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카리리를 인기 버튜버로 만드는데 큰 기여를 한 영상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그녀의 흑역사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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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브이튜브라는 게 알고리즘 성능이 좋아 웬만해서는 그쪽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평생 볼일이 없을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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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노네임이 방송 오프닝 송으로 계속하여 그녀의 노래를 틀어주자, 결국 오타쿠 문화에 면역이 없는 시청자들에게까지 퍼져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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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들이 주를 이루었던 훈훈한 댓글창은 금세 인터넷 커뮤니티 경력이 지긋한 사람들의 장난성 댓글과 악플들로 가득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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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우연히 이 소식을 들은 카리리는 그런 댓글들을 하나하나 정독하며 마음의 상처를 입었고, 그날 하룻밤을 꼴딱 새버려 방송에 6시간이나 지각해버린 건 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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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 팀이라면 충분히 이길 수 있어. 다들 화이팅! 후후후... 지옥에 어서오소리라구 노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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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카리리님 여기 저격해서 들어온 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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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네임이 일반게임을 돌린다고 선언하자마자 하던 컨텐츠도 전부 내팽개쳐버리고 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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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운은 언제나 그녀의 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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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판부터 저격에 성공한 카리리는 아군과 상대팀의 격차를 확인하고서는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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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턴 나일링크 vs 프리드리히 황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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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p: 아르세리아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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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드리히 황태자가 당신의 팀에 합류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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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점을 점령하여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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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게임이라면 몰라도 월오아만큼은 플래티넘을 계속 유지할 정도로 자신 있는 게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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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라면 전투력 차이가 극심한 적과는 만나고 싶지 않았겠지만 오늘만큼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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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한번만, 딱 한번만 죽이면 카리리의 승리인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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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그렇게 정한 거죠?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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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대로 룰을 만들어내지 말라고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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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네임 1킬이면 평생업적이긴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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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아니면 절대 못 만난다 ㄹㅇ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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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노네임 시청자 왜케 많냐? 카리리랑 삐까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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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임 유명한 사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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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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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리는 자신의 남동생이 노네임의 애청자라서 그녀에 대해 익히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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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면에 있어서는 발군의 실력을 보여주는 생태 파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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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지금 그녀가 사용하는 캐릭터도 세계 랭킹 1위를 갱신한 전투력을 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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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네임 말려 죽이기에 암묵적으로 동의한 팀원들은 일단 그녀를 찾으러 둘씩 셋으로 쪼개졌고, 초반에 주도권을 가지고 흔들면 무난하게 이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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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카리리의 상태창이 붉은 색, 전경은 회색으로 물들어감에 따라 시청자들의 반응을 보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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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킬 10데스 4어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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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서! 구아아아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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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 좀 박아요! 안 그래도 님 때문에 노네임 점점 더 세지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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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네임 진짜 미쳤냐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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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도 안 가고 얼마나 앞에서 죽치고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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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힐로 무한동력이네 ㄷ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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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여섯명이서 힐러 하나를 못 잡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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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오브젝트 한타에서 이길 때까지만 해도 무난히 승리할 줄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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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노네임이 중간에 사라져 킬카운트를 올리지는 못했지만 게임 자체는 순조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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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오브젝트를 포기하고 남은 두 중립 거점을 먹는데 성공한 노네임은 차례대로 카리리의 팀원들을 격파하며 리스폰 장소로 보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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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나가봐! 네가 탱커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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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어쩌라고 나가면 나도 5초 컷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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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초라도 버티니까 나가라는 거지 우린 나가면 1초 컷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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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러들이 잡을 딜이 안 나오는데 내가 몸 대봤자 뭐함 물음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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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미친 사회 부적응자 월악귀 새끼 물음표를 입밖으로 말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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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시피 팀원들의 상태도 절망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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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내 복수가 이렇게 허무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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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리스폰 장소 바로 앞에서 무적판정이 끝나는 지점에서 나오자마자 거침없이 목을 썰어버리는 망나니의 등장에 아무도 나서려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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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크(★★): 파랑 팀이 알폰스 쉬폿을 처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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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오브젝트가 방금 막 사냥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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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섯을 바라보는 노네임은 파밍을 하지 않는데도 계속해서 강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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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Name(사제): 3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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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력: 39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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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게임 시작 15분인데 너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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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에 골드 6천은 넘게 쌓여있을 텐데 벌써 4만이라고 장난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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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티넘들 어리둥절하는 거 봐라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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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압감 장난 아니다 미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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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노네임 이길 방법 딱 알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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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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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킬도 안 주고 계속 피해다니는 거임. 1킬 주는 순간 서렌 누르면 정신승리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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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ㅅㅂ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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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ㅋㅋㅋㅋㅋㅋㅋㅋ이미 이 판은 글러먹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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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리야 우리 그만 서렌 치자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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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킬을 너무 쉽게 대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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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노네임 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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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이틈에 빨리 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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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진영에서 위그드라실이 자라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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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게임 시각 15분부터 자라나는 거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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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팀원들과 함께 위그드라실을 수호하는 병기를 모조리 파괴한 노네임은 3차 오브젝트가 나오는 시각이 도래하기도 전에 끝내버리며 카리리의 복수는 허무하게 끝이 나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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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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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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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me: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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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Name(사제): 4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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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 이겼어...! 이걸 이겼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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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의 전율이 아직 가시지 않았는지 소년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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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오아 이 갓겜을 왜 아직도 안 해봤을까. 인생 절반 손해 본 기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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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 진짜 대박이네요! 심장 너무 떨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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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을 수 없는 결과에 그들은 한참동안이나 대기실에서 벗아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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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나 츠바이헨더를 쥔 남성의 시선이 옆으로 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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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뿐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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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시선이 아리따운 여성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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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력하게 질 것만 같던 게임을 아군들을 규합해 일직선으로 뚫고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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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무너진 진형으로 파고들어 차례대로 적장의 목을 벤 여성은 이후 아군들에게 할 일을 부여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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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모든 게 미숙했지만, 철두철미한 지휘 덕분에 적의 견고한 철옹성도 조금씩 무너지는 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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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쟁취한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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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비들의 가슴에 불을 지핀 것도 모른 채, 나메가 고개를 돌리자 이들과 시선이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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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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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다섯명의 사람들은 그녀의 머리 뒤에 후광이 비치는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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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속에서 환희와 충족감이 들끓어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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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도 웃는 낯으로 맞이하는 여성의 얼굴은 그 누구보다도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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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노네임님 미쳤어요? 게임을 이렇게 캐리해놓고 왜 이렇게 태연한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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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어떻게 본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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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는 승리의 기쁨에 환호성을 지르고, 누구는 재능의 차이에 낙담하는 등 상이한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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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숨을 고른 아저씨가 나메에게 다가와 악수를 청하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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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을 하고 있다고? 활동 닉네임을 혹시 알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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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형님! 아무리 가상현실이라도 그렇게 막 하면 요즘 사람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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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는 거리낌없이 남성의 손을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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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네임. 트위시에서 방송 중인 노네임이라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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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좋은 경험하고 간다. 고마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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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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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도 이어지는 격렬한 팬미팅에 나메는 빨리 대기실을 빠져나오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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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재차 나타난 벌꿀오소리 후드를 쓴 소녀. 나메에게 13번이나 죽음을 당한 비운의 소녀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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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이 익은 나메는 고개를 한번 갸웃거려보지만, 카리리는 그녀의 앞에 당당하게 서서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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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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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저 맞아요! 카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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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에... 예전에 영상으로 몇 번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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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18데스나 시켜놓고는...! 아니 이게 아니지. 제 노래영상! 언제까지 오프닝 송으로 틀 거예요 대체! 너무 부끄럽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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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리가 발을 동동 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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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가 어색한 얼굴로 머리를 긁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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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카리리님 목소리가 저랑 비슷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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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4년 전 목소리... 게다가 오토튠까지 한 거거든요! 제 목소리 아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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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하지 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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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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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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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 저랑 합방하실래요? 그럼 계속 제가 부른 노래 언제든지 틀게 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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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을 활짝 피고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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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싫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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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에에에에? 왜요왜요? 대체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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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싫어요. 불편하시다면 영상은 안 쓸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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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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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는 카리리의 애걸을 단호하게 내치고 대기실에서 쏜살같이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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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친 곳에는 낙원이 없다고 했는가, 이제는 불타오르는 시청자들을 상대해야 할 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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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 중 도네이션: 148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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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꺼번에 받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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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저1: 잠깐만 방장님 그거 누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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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ㅁㅊ 님 진짜 15세 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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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메어는 대체 어케 뚫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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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왜진?이왜진?이왜진?이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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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노네임의 시대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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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이지? 거짓말일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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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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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네 좀 봐 방장노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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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살? 13살? 설마 12살 초딩은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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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초졸보다도 못하다고 생각하면 개추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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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하 V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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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전설은 실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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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 5만판은 진짜 초딩 때 하신 건가요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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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나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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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시 최연소 파트너 스트리머 ㄷㄷㄷ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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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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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시스템에 의해 확실하게 15세 미만으로 판명난 이상 구태여 숨길 필요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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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는 기지개를 쭉 켜고 하품을 길게 늘어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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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카메라와 정면으로 시선을 마주친 나메는 손바닥을 활짝 피고 흔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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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아아암. 그럼 다음에 봐요. 내일은 학교 가야 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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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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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리님의 방송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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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만만’님이 1,000원 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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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리리님 들었어요? 노네임 14살이었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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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그게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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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Name님이 19,038명을 호스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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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불쏘시개를 제대로 쑤셔 넣어 활활 타오르다 못해 폭발 지경인 노네임 시청자들을 받아낸 건 다름 아닌 카리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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