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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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초의 세상에는 위그드라실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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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에서 나레이션이 위그드라실이 어쩌구, 마왕이 어쩌구, 태초의 멸각이 어쩌구 떠드는 말은 한 귀로 듣고 다른 귀로 흘러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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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내 기억 속에는 항상 남아있을 거라는 사실이 불편할 따름이지만 어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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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고 살 줄도 알아야 하는 법이다. 그런 마인드로 내가 여체(女體)로 살아간 지 어느덧 33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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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에서의 7년은 빼야하나? 아무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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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리밍을 시작합니다: 0:00:01 – NoN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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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오브 아르세리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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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시간 - 0: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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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 수 – 5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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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케 됐어? 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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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엔딩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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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는? 아델라는? 아델라는? 아델라는? 아델라는? 아델라는? 아델라는? 아델라는? 아델라는? 아델라는? 아델라는? 아델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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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 버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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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터진 거 실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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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생살려’님이 1,000원 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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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선생님... 혹시 아델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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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초도 안 돼서 5천여명의 사람들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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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머리 수에 비해 채팅창이 빠르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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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내가 숙연한 표정을 짓고 있어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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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파티 목록에 아델라가 사라진 게 가장 큰 원인일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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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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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야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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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엔딩이라서 돌아가기도 안 되는데 오또케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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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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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 여기에 잠들다... R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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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말도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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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저보다 아델라가 좋으신가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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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자꾸 아델라만 찾으니까 뭔가 질투심이 샘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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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연히 방송을 하는 것도 나고, 실질적으로 메피스토를 물리친 것도 나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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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소리가 아니잖아요 방장니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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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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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진짜 웬만해서는 눈물 안 나는데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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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결국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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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는 잘 살아 있어요 걱정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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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음속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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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드립 안 통해요 노네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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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장한테 너무 뭐라하지 마셈 진짜 최선을 다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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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ㄹㅇ 10/10/10 최초 클리어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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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긴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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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니까 5서클 마법도 자유자재로 쓰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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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종료하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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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 오브 아르세리아를 종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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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력 집계는 이따가 봐도 상관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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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 시청자들이 보채길래 나는 할 수 없이 게임을 종료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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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vate Ro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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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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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환된 곳은 프라이빗 룸 바로 바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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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부러 방문에 노크소리를 내고 들어가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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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손잡이를 돌리기도 전에 벌컥 열리는 문 뒤에는 익숙한 인영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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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의 단발머리를 한 고양이 귀 소녀, 우리가 그토록 살리고자 염원했던 아델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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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고생 많았네, 아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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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가 정말 산발이 되었네. 테이블에 빗이 있었을 텐데 좀 빗기라도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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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아아아... 허윽... 어... 언니지? 언니 맞지? 언니이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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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알아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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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내 모습은 현실의 모습과 거의 똑같은 검은 머리의 꼬마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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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훌쩍 자란 키를 반영해도 여전히 110cm였다. 그래 103cm가 아닌 게 어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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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알아보면 조금 가지고 놀리려고 했는데, 계획이 초장부터 어그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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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가 털썩 무릎을 꿇더니 나를 힘껏 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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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녀보다 한참은 작은 품에 안겨 눈물을 뚝뚝 흘려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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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깻죽지가 눈물로 번져갔지만, 괜히 그녀의 감정에 동화되어 나도 뭉클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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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한참동안이나 엉엉 울어대는 그녀의 등을 토닥이는 동안 채팅창은 이미 난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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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델라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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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밖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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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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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빗 룸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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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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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어떻게 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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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명해 노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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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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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된겨어떻게된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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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그 몸은 또 어떻게 된 거야. 여긴 어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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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 숨 막히니까 조금만 떨어져 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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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앗! 아 미안! 너무 세게 안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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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의 내 몸은 게임 속 세상처럼 만능이 아니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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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너프는 아델라도 비슷하게 먹었는지 평범한 여고생다운 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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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내게서 떨어뜨린 뒤 안락의자에 앉혀 진정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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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네가 누군지 궁금하대. 여기 카메라를 보고 이름과 나이를 말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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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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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씹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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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가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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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어? 그러니까 내 이름은 아델라고, 나이는 열여덟 살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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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네요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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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 설마 여기가 천국이야? 나 죽었어? 내가 생각했던 천국은 이렇게 비좁고 허름한 방이 아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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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좁고 허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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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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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씨 뭐야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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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아델라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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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일 다 기억하는지 물어봐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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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어케 데려왔냐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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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네임 화났다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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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은 아니야. 죽은 것도 아니고. 한마디로 말해 내가 사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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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천국 맞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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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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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는 천사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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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천사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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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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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헤맨다. 대화가 계속 겉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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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방송을 잠시 끄고 진솔한 대화를 나누어야 할 듯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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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 양해를 부탁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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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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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상현실게임 속 인물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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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현실게임이 뭔지는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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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라? 내가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분명 처음 들어보는 말인데, 이해가 저절로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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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가 혼란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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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나는 가짜라는 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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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복제품, 레플리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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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원본으로부터 파생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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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는 고개를 저으며 그녀의 말을 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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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내가 아는 아델라는 오직 하나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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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벤토리에서 꼬리빗 하나를 꺼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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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바닥에, 나는 침대에 걸터앉은 상태로 그녀의 머릿결을 차분히 빗어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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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전투로 머리끝이 많이 상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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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비스에서도 내가 이렇게 네 머리를 빗겨줬잖아. 그때 기억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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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읍...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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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의 등이 들썩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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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랑곳하지 않고 빗질을 계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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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함께 레벨을 올리고, 경험치를 나누고, 장비를 분배하고, 적을 물리쳤어. 나와 함께한 모든 기억이 있는데 네가 어떻게 가짜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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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오아에서 함께했던 모든 일들에 대해 하나하나 자세하게 담화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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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그녀가 아카데미를 상대로 복수를 꿈꾸게 된 이유, 악마를 물리치기 위한 고귀한 희생, 수없이 반복되는 회귀와 버그로 무너져가는 세상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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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이 세상에 DNA까지 100% 일치하는 도플갱어가 설령 존재한다 한들, 그 이후에 쌓은 경험이 다르다면 그들은 서로 다른 사람이 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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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진심이 어느정도 정해진건지 아델라의 머리가 내쪽으로 휙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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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같은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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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는 갑자기 욕설을 내뱉더니 눈살을 확 찌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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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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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상하다 했어! 어떻게 사람 이름이 에트갑 시펜(etteugab c’pn) 일 수가 있어! 상식적으로 부모라면 자식 이름을 그렇게 지으면 안 됐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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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분에 찬 어투로 소리치는 아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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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곰곰이 생각해보다가 그녀가 말한 게 한 NPC의 이름이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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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하면 npc baguette네. 확실히 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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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리고... 흑...! 빵 사러 가는 길이었는데 사람들이 모두 앞만 보고 걸어가고, 막 내가 말하는데 아무런 대꾸도 안 하고... 이씨 난 도대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었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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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념에 가까운 탄식이 울음기 사이에 섞여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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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품에 와락 안긴다. 잠시 진정될 때까지 그녀의 등을 쓸어넘겨주며 그녀가 묻는 질문들에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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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여기는 진짜 세상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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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여기는 중간 세상이라고 보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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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여기도 가짜 세상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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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품에서 떨어져 눈을 휘둥그레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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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쑥 꼬리를 빳빳하게 세운다. 왜, 꼬리도 같이 빗어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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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는 가상현실이지 게임 속 세상은 아니야. 만약 저 문 밖으로 나가서 볼 수 있는 모든 이들은 다 ‘진짜’ 사람들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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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젠장... 어째 내 인생은 이토록 기구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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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냥체 안 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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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 소리야? 어? 그러고보니 뭔가 달라진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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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말끝마다 냥냥 붙여대는 건 말하는 이에게도 듣는 이에게도 정신병 걸릴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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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녀에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대해 한참이나 설명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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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해서 듣는 아델라의 귀가 이따금씩 쫑긋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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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지고 싶은 욕구를 꾹 참아내기가 영 힘들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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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시 엔드 스페이스에서 방송을 재촉하는 시청자들이 어째 방송을 끌 당시보다 많아져 당황스럽지만 일단은 짚고 넘어가야 할 점들이 많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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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넌 인공지능보다 사람에 가까운 존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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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이쪽 지구에서도 ‘페르소나 파이시’ 마법을 현대 기술로서 엇비슷하게나마 흉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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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아를 유지하고 있는 개체를 ASI라는 이름으로 덧씌웠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발푸르기스’가 관여하고 있음이 명명백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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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에서 아델라의 사고를 관장하는 모델은 캘리포니아 레드우드 시티에 있을 테지만 지도를 살펴보니 웨어소프트 쪽의 관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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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회사 내부 ASI 관계자와 미팅을 가졌을 때 말하는 걸 들어보면 그쪽도 인공지능 설계에 조예가 그리 깊지는 않아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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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발푸르기스에 대해 파헤쳐보려면 웨어소프트가 아니라 여기에 ASI를 공급한 제작사에 가서 따져야 할 일이라는 건데 말이야 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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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세세한 사실들까지 설명하기에는 시간이 모자라 생략했지만, 이미 아델라는 충분히 머리가 복잡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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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마지막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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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알자하브라는 이름에 대해 들어봤어? 아니면 카이젠 제국은? 게임 속에서라든지, 아니면 기억에 남는 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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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자하브? 아니 처음 들어보는데? 중요한 사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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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냐 뭐 중요한 사람은 아니고. 그냥 한번 물어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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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는 나의 전생과 일말의 접점조차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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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페르소나 파이시로서도 밝히지 못했는데 그녀가 모르는 것도 당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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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런데 그런 말은 들었어. 그니까 언니 몸에 다른 사람이 빙의되었을 때, 그 사람이 분명 메피스토펠레스를 계속 쓰러뜨려 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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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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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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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기억 속에서 얼핏 훔쳐본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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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몸의 제어권을 잃었을 때에도 아델라는 누군가와 계속해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본체가 남긴 의지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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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메피스토는 한번밖에 등장하지 않는데 계속 쓰러뜨려달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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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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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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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물어볼 게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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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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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는 현실 세상에서 몇 살인거야? 그게 그렇잖아! 사실 언니가 알고보니 막 사오십살 되어버리면 나도 언니를 언니라 부르기 조금 민망하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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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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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물쭈물 대며 뒷말을 흐리는 밉상의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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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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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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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습 그대로 일곱 살이야. 그래도 넌 계속 나 언니라고 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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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슬 시청자들을 보러 나가볼까. 그녀의 손목을 이끌고 현관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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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어어어? 거짓말이지? 어? 아니야? 거짓말이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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