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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햇볕이 비집고 들어와 강제로 눈을 뜰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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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롱한 정신을 붙잡고 상반신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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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눈을 비비자 그제서야 시야가 점차 맑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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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아니 방금 전 상황의 일을 되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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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무언가가 나를 향해 달려오더니 그대로 충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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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라면 가볍게 밀쳐질 뿐인 힘에, 나는 영혼까지 빨려나간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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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비스 15지부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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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에서 죽음을 맞이했을 때 가장 먼저 반겨주는 익숙한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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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내가 목적지로 삼았던 세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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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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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은 잘 찾아오긴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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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헛것이라도 본 걸까? 아니면 오픈월드를 건너뛰면서 충돌이 일어난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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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의 의문은 여관의 문이 열리자마자 단번에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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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났구나 언니!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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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 뭐야, 네가 여길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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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 세상의 아델라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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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그녀는 나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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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무엇보다 나를 노네임이 아니라 언니라고 부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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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델라와 바꾸었던 내 몸도 어느새 원래대로 돌아와 찰랑거리는 금발이 손에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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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 몰라 갑자기 악마가 나타나서 무진장 도망치고 있었는데 갑자기 앞에 언니가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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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하며 설명하는 아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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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간을 찌푸리고 설마 하는 생각에 이벤트창을 열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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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0][‘영혼 교환’의 지속시간이 끝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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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1][NoName ⥨ 아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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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21][아델라 ⥨ NoN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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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킬이 끝났기 때문에 다시 영혼이 교환되는 과정에서 아델라까지 이쪽 세상으로 끌어들인 결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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턱을 매만지며 곰곰이 생각을 거듭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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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잘 된 일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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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메피스토펠레스는 여전히 소환된 상태일 테고 아델라는 나와 같이 있음으로써 그것에게 죽을 염려조차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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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아델라와 나의 눈이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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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 ‘뭐하냐’라고 한번 말해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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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하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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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냐라고도 말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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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냥? 뭐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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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런 발음도 아델라가 해야 귀엽지 나는 저 몸으로는 별로 살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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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짐 챙기고 나가자. 진 크로니클이 있던 곳까지만 가면 다음 세계로 넘어갈 수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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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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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 손잡이를 잡은 손 위로 그녀의 손이 얹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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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눈을 부릅뜬 그녀와 다시 시선을 주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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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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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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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세상이 맞아. 한번 거쳐왔던 세상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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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그런 의미가 아니야! 그보다 훨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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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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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손잡이를 돌리지도 않았는데 저절로 열리는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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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터면 중심을 잃고 아델라와 같이 넘어질뻔 했지만 두 번은 당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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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자네들 괜찮나? 나오려는 줄도 모르고 갑자기 열어서 미안하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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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래 섞인 중년 남성의 목소리에 아델라는 화들짝 놀라 다시 방 구석으로 도망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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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딸막한 체구, 검은 망토를 몇 겹이나 칭칭 둘렀는지 몸의 형체를 가늠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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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1부에서 회귀를 거듭하면서 아델라만큼이나 자주 본 인물이었기에 그의 모습은 어딘가 달라졌다 할지라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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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슈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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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호, 자네도 나를 아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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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머리숱은 풍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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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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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슈탈트 서브 퀘스트에서 회상씬에 나오는 모습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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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네 확실히 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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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모드는 아니잖아 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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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ㅇ 단순히 회상으로만 등장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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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힐끔 옆으로 흘기며 채팅창들을 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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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과거의 세계로 온 것은 맞지만 ‘플레이어’의 과거가 아니라는 점이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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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부탁하나 합세. 우리가 칼밥 먹고 사는 사람인지라 애 보는 데에는 도통 소질이 없어서 말이야. 오늘 밤까지만 어떻게 봐주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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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지부장실을 갔을 때처럼 지하로 내려가 좁다란 복도를 쭉 지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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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방문 틈새로 불빛이 새어나오는 것으로 보아 사람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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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가 말을 도통 안 들어서... 하하 뭐 같은 수인이니까 말을 잘 듣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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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청스럽게 웃으며 아델라의 등을 팡팡 두드려준다. 속절없이 맞고만 있을 수 없었는지 그의 투박한 손을 피해서 내 옆으로 다가와 팔짱을 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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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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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잘 부탁하네. 어미가 오늘 밤에나 온다고 해서 말이야. 외로움이 많은 아이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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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긴장되는 마음에 심호흡을 한번 거하게 내쉰 아델라는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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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활짝 열리자마자 오도도도 달려오는 두 살배기의 자그마한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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짤막한 다리가 속도를 주체하지 못해 우리 바로 앞에 대자로 풀썩 쓰러지고는 바로 울상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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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에에에에에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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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등허리에는 귀여운 꼬리가 달려있었고, 그 색은 아델라의 것과 같은 은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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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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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이거 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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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우리가 아델라의 과거로 회귀했을 줄은 로드맵을 제공한 운영자들도 상상도 못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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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불확실의 연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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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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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저기 애야? 그만 해주면 안 되겠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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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흣! 언니 또 할래! 다시 머리 풀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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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머리를 막 잡아당기면 냐아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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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가 괴성을 지르며 살려달라는 말을 온몸으로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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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 비해 아이는 아델라의 두피는 안중에도 없는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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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이리저리 꼬아보기도 하고, 손가락에 둘러 당겨질 때마다 그녀의 목소리는 점점 데시벨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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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헉... 이건 악몽이야. 이보다 더한 악몽은 있을 수가 없다구! 언니 빨리 내 뺨을 세게 때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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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냥이 참교육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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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그 이이제이라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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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고양이로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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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 쪼꼬맜을 때 왜 이렇게 귀엽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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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실육아는 다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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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ㅅㅂ 정신 사나운 게 우리 딸이랑 똑닮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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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재 주말인데 방송 그만 보고 퍼뜩 아이 밥이나 챙겨주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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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같이 논 것 같지도 않은데 벌써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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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데이터이기 때문에 하루의 시간 또한 배속으로 설정된 탓이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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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델라는 함께 있던 시간을 길게 체감했던 탓인지 어서 밤이 오기만을 바라고 있는 눈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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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 너 어릴 때 생각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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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어릴 때를 기억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다고 그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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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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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참 신기하네. 어릴 때부터 게슈탈트가 날 알고 있었다니. 사실 스토커 아냐? 흐으 소름끼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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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는 자신이 아주 어릴 적 어비스 지부에 들렀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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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지금 그녀의 마음도 무지 심란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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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환생자라 예외로 치고, 확실히 첫 번째 생애를 생각하면 인간은 어릴 때의 기억을 거의 망각하고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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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 과거에 분명 존재하고 있었을 터인데 우리 스스로 그 사실을 확인하려면 오로지 사진이나 영상 등의 데이터로만 의존해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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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그게 인공지능이랑 다를 게 뭐가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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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가 ‘아기 아델라’랑 놀아주는 사이, 나는 잠시 수도 전역을 둘러보고 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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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이 세상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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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 많기로 유명한 렘넌트 아카데미에는 거짓말처럼 NPC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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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하게 진 크로니클이나 알폰스 쉬폿 같은 인물들이 대련장에서 간단하게 몸을 풀고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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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PC들이 과거를 기억하기 위해 만든 일종의 ‘학습 세계’라 지칭하는 게 타당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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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들이 말하는 회상씬을 보여줄 때 활용하는 세상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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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저희를 키워준 부모님, 당신이야 말로 GOAT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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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아기 왜케 진짜같냐ㅋㅋ 하나도 NPC라고 생각이 안 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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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ㅋㅋㅋㅋ육아(절망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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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모델에도 일반 AI가 아니라 ASI를 적용한 거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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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크로니클도 ASI고 지젤 피닉스도 다 같은 ASI인데 NPC마다 위화감 느껴지는 게 다르잖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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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뭐 슈퍼울트라캡숑짱 ASI를 썼나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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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시 세계관 최강자 메피스토펠레스의 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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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이제 어떻게 빠져나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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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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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잘 놀고 있던 아이에게는 절망의 소리가, 아델라에게는 구원의 소리가 문을 타고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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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엄마를 만나볼 수 있는 걸까? 나 예전부터 궁금했거든. 날 낳아준 엄마는 어떻게 생겼을까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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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다 큰 성인쪽이 아이쪽보다 더 기대의 눈빛에 찬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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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예상과 달리 문이 열리지는 않았고 오히려 알아들을 수 없는 고성이 서로 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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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와 눈짓을 통해 아이를 잠시 바닥에 앉혀두고, 조심스럽게 문에 귀를 가져다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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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목소리는 확실하게 게슈탈트의 것이었다. 다른 쪽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는 여자라는 것 외에는 정보를 파악하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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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가 이 모양이 되도록 대체 어떻게 키운 거야! 네가 그러고도 사람이야?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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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애새끼도 아니면서 뭘 그리 쫑알쫑알. 정 신경 쓰이면 네가 가져다 키우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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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무슨 물건도 아니고 뭘 가져다 키워! 대체 왜 그러는 건데! 너도 이런 애가 아니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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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우. 내가 그럼 어떤 사람이었는데? 정말 하아아아나도 모르겠어서 말이야 물어보는 거야, 게슈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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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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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슈탈트의 목소리가 분노에 차 덜덜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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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이를 귀담아 듣는 아델라의 표정이 세상 심각해져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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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손은 손잡이로 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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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잡이를 잡고 돌리기만 한다면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어머니의 모습을 볼 수 있었을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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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 치고 손잡이는 미동 하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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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계속 그렇게 살지 마. 아니, 살 거면 너 혼자만 그렇게 살아. 하지만 아델라는 안 돼. 네 스스로 만든 구렁텅이에 네 딸까지 밀어넣지 말라고 알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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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나 큰소리치면 쫄 줄 알고? 마음대로 해. 어차피 내 배에서 나왔어도 딱히 내 애라고 생각했던 적도 없으니까. 아 참, 양육비는 안 줘도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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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이게 끝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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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가 자기 친딸도 아닌데 왜 저렇게까지 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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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슈탈트의 소꿉친구이자 첫사랑이 아델라의 어머니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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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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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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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사랑과의 재회는 최악이었다 최종진화형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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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가 십수년간 뒷골목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가 게슈탈트가 계속 뒤를 봐줘서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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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 일그러진 순애네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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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스토리는 어디서 나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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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체력 90%이상 남기고 메피스토 클리어가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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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 굳었어 어뜨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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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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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가 고개를 떨구며 잠긴 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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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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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있잖아... 오늘 일은 그냥 없던 일로 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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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잃은 눈가 주위로 축축한 방울들이 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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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잠시, 곧바로 머리를 치켜들어 천장을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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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을 나온 곳으로 다시 들여보낸 아델라는 에메랄드빛 홍채를 글썽이며 담담하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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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이런 말 안 들어도 날 충분히 좋아해주는 사람이 있으니까... 그냥 우리 엄마도 좋았던 사람이라고 생각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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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stem: 세션이 만료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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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stem: Loading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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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critical error has been occured: 6a 61 69 6c 62 72 65 61 6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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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괜찮겠지 언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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