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d 3 AI agents (writing, revision, story-continuity specialists) - Add 4 slash commands (rovel.create, write, complete, seed) - Add novel creation/writing rules - Add Novelpia reference data (115 works, 3328 chapters) - Add CLAUDE.md and README.md 🤖 Generated with [Claude Code](https://claude.com/claude-code) Co-Authored-By: Claude Opus 4.5 <noreply@anthropi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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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중심에서 검은 먹구름이 나선형으로 팽이처럼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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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색 번개가 콰르릉 치고, 수림에 불씨를 가득 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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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끝내 세상 전부를 뒤덮을 기세로 소용돌이는 크기를 점점 더 키워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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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stem: Run as administr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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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stem: trig/0xf29a31가 추가되었습니다.(명령어: REC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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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 스킬 - ‘팬터마임’이 추가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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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림: 특성 - ‘불사의 저주’가 추가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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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자로부터 약속받은 것들을 전부 확인했다. 관리자 권한을 제외하면 모두 인게임 내에서 직접 구할 수 있었지만 시간 단축을 위해선 꼭 필요한 것들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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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할 여유도 없이 교황청 계단을 구르듯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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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 18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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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의 위치는 게임 시스템 상으로 바로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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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데까지 마법을 쓰지 않아도 되는 게 참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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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위로 높이 솟아오른 건축물들이 하나둘씩 배경에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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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야 끝 산등성이에서는 검은 장막이 드리우고 있었다. 울창한 수림이 안개에 잡아먹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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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가 다른 세계와 충돌하면서 잡아먹히는 중이라고 표현하는 게 적절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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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공기에 속이 쓰릴 때까지 숨을 깊게 들이쉬었고, 전방을 향해 날숨을 토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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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전: 보강 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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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으읍... 아델라아아아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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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으로 퍼져나가는 소리, 이에 응답하듯 까마귀들이 소리를 질러대며 날갯짓하기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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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 395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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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 390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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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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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내 목소리를 들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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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어두운 숲속에서 귀를 쫑긋거리며 달려오는 은색 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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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으으... 언니... 언니! 으아아아아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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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럽게 울부짖는 소녀는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내게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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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보니 팔이며 다리며 베이고 까진 상처들로 가득해서 도저히 성한 몰골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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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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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언니가 날 두고 어디 갈 리가 없지... 그래... 헤흐... 으으... 무서워... 너무 무서워. 나 이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 마... 막 언니가 갑자기 사라지는데... 세상이 온통 검은색하고 하얀색으로 변하더니... 흐끅... 저기 멀리서 막 땅이 무너지고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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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는 몸을 부르르 떨며 격렬하게 울기 시작했다. 처연한 울음소리와 고통스러운 신음이 한데 뒤섞여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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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사라져버린 나를 책망하려는 듯 내 허리를 점점 강하게 조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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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야... 꿈일 거야... 흐윽... 언니 나 버리지 말아줘 너무 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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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동자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아델라가 내게 실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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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그녀의 머리에 손길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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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약한 아기를 다루듯이 손으로 살짝살짝 쓸어내리며 머리에 얽힌 나뭇잎과 잔가지들을 떼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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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누구에게는 하나의 게임일지 몰라도, 그녀에게는 세상 전부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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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지금 느끼는 두려움, 공포, 불안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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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마치 인간이 침식을 처음 목도했을 때처럼,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러한 감정을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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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태여 침식이 아니더라도 지진, 쓰나미, 홍수, 태풍 등. 대처할 수 없는 압도적이고 일방적인 폭력 앞에서 만물은 평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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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상한 손에 깍지를 껴주고, 눈물 가득한 그녀의 얼굴을 내쪽으로 바라보게 턱을 당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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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로로 얇게 찢어진 고양이 동공과 마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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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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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을 거야... 꿈이야... 흐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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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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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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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언니 말 들어서 잘못된 적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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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윽... 아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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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이 세상을 구해줄게. 대신 한가지 약속을 해줘. 무슨 일이 있어도 무조건 나를 믿어. 설령 다른 생각이 들어도 무조건 내 말이 맞고 내가 무조건 옳아. 알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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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응! 알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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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없어. 놓치지 말고 따라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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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급 힐 lv.2: 10초에 걸쳐 3000의 체력을 회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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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모 MP: 1200, 쿨타임: 45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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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계수 4개의 힘은 현실의 마법을 아득히 뛰어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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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모든 기운을 되찾은 아델라는 흙을 탈탈 털어내고 내 뒤꽁무니를 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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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왔던 맵을 다시 되돌아가면서 엔딩을 위해 고려해야할 조건을 빠르게 복기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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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메피스토펠레스의 초석이 봉인되어 있는 ‘죽음의 월계수’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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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월계수가 아델라의 몸을 탈취하는 순간이 최종보스가 등장하는 트리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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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그 월계수는 지금 누가 갖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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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앞에 앞에! 앞에 벽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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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시하고 그냥 뛰어! 지금이라면 그냥 통과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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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에서 2부로, 2부에서 3부로 맵이 바뀔 때마다 일반적으로는 이전의 맵으로 돌아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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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진행의 원활함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오픈월드의 한계 때문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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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오픈월드가 서로 충돌하는 현 시점에서 이러한 구분은 의미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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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크로니클이 군중들을 통과했던 것처럼, 검은 안개를 넘어선 시점에서 우리는 하나의 유령이나 다름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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쨍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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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야아앗! 이거 뭐야! 칠면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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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내 저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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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미안 대머리 아저씨! 값은 나중에 물어줄 테니까... 아무튼 남은 음식이라도 맛있게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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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와중에 상호작용이 되는 물체가 섞여있었는지 하루아침에 저녁밥상을 잃은 대머리 아저씨가 발을 동동 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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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지역의 하이퍼루프 장치를 최단시간으로 주파한 우리는 어느새 제국의 수도에 다다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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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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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를 늦추고 미니맵을 살펴봤지만 먹통이 된 내비게이션처럼 응답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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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력을 되살려 트리위키에서 보았던 전체맵을 복기하면서 길을 찾아가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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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긴 어비스의 본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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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비스의 본부? 잠깐만, 여기는 황실이 아니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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렘넌트 아카데미 후문에서 볼 수 있는 바로크식의 궁전. 그리고 우리는 방금 막 그 정원을 가로지르고 왔던 터라 그녀의 의문은 타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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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는 황실의 지하지. 어비스의 수장은 다름아닌 황태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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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비스는 악마 숭배자였던 황태자를 막기 위한 황태녀의 사조직이라는 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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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과 성국 어느 하나 믿을 수 없었던 그녀는 아예 스스로 인재를 모아 서로를 이간질시키고, 모든 월계수를 찾아 이 세상에서 없애버리려고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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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본부로 돌아온 게슈탈트는 아델라를 잃은 슬픔을 주체하지 못하고, 본부에 하나 남은 월계수를 빼앗아 악마를 부활시키는 게 본래 4부의 스토리였을 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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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육신을 찾은 악마는 아델라의 몸에 깃들어 현현할 수 있었고 그게 바로 메피스토펠레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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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자들은 여기서 ‘생성코드’를 덧씌운다고 표현했는데 모두 알아듣지는 못 했어도 의미는 짐작해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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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월계수가 하나의 열쇠 역할을, 아델라는 자물쇠 역할을 부여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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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어느 하나라도 빠진다면 메피스토펠레스를 만날 수는 없고, 세계는 붕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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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구하기 위해 세상을 멸망시키려는 악마를 소환해야한다는 사실이 정말 어처구니 없었지만 우리에게는 그 방도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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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중으로 칭칭 둘러싼 금고에 손을 넣으니 정말 허무하게 느껴질만큼 월계수가 쉽게 딸려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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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r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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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월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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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화가 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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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뭵곐게 홿뻁?의 축썛뀄 듃?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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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5서클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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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vel: 30 →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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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 39250 → 43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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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stem: error 0xff021a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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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에러는 났을지언정 일단 스토리를 진행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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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첫 번째 단계는 통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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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 1회차에서 네 몸을 강탈했던 악마를 기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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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모데우스를 말하는 거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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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지금 여기서 아스모데우스를 소환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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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라고오? 미... 미쳐버린 거냥? 언니 지금 제정신으로 하는 말 아니지? 내가 자... 잘못 들은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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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난이도는 여러 루트가 있는 만큼 최종보스 또한 가지각색이었고 아스모데우스도 그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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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나이트메어 스토리에서는 아델라가 자살해버림으로써 얼굴도 비추지 못하고 퇴장해버린 비운의 악마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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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모데우스의 고유 스킬은 ‘영혼 교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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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 범위의 모든 영혼을 뒤섞어버림으로써 인게임에서는 무작위의 파티원으로 전투를 수행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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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불법사 지젤이나 얼음법사 루나가 되어 싸우고픈 플레이어들의 니즈를 반영하기라도 한 듯, 아스모데우스와의 보스전은 월오아 내에서도 특별 이벤트에 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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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설정을 나이트메어 스토리에서도 재활용해서 이런 사단이 나버린 꼴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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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아델라는 기겁하여 펄쩍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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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는 아스모데우스의 스킬만을 가져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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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킬? 하아... 난 또 식겁했잖아...! 근데 그걸로 뭐 어쩌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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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야 뻔하잖아. 여기에 너와 나 말고 더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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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터마임: 상대의 스킬 하나를 강탈하여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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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모 MP: 2000, 쿨타임: 80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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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제 클래스이기 때문에 멀티플레이에서는 쓸 수 없었지만 스토리에서는 직업과 상관없이 스킬 터득이 자유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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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랬으면 순수 힐러로는 죽어도 이 지옥같은 난이도를 깨지 못했을 테니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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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라면 팬터마임을 사용할 수 있는 건 적군에게 한정되어 있겠지만, 지금의 나는 관리자 권한을 이양받은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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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슨, 생명의 월계수라는 하나의 ‘물체’에게 사용해도 코드를 그대로 베껴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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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 잠깐이지만 내 몸을 잘 부탁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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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교환’을 강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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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시 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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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 범위 내의 무작위의 아군과 ‘영혼 교환’이 이루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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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 ⥨ NoN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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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Name ⥨ 아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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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프 귀에 익숙해지려는 차였는데 이제는 고양이 귀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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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꼬리까지 같이 구현되는 건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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