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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다시 만나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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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회차의 기억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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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혼자 내버려둬서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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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분명 바로 직전 회차에서 노네임이 한 말이었어... 하지만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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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17회차까지의 잊혀진 기억을 전부 곱씹으니 눈에 눈물이 가득 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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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꼭 살아서 돌아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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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으윽 성공했어... 뭔진 모르겠지만 성공했다고...! 다 기억이 난다고! 그러니까 신님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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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는 돌아가라는 문구를 보자마자 노네임한테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도저히 떨쳐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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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어루만진 돌담에 갑자기 파밧-하고 스파크가 튀더니 그동안 머리를 어지럽히던 기계음이 또렷이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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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올려, 기억해, 잊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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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올리라는 말에 그녀는 떠올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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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네임은 오늘도, 오늘도, 그리고 오늘도. 모든 ‘오늘’에서 자신의 머리를 상냥하게 빗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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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기억하라는 당부에 그녀는 기어코 기억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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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로 성공할 수 없었던 임무에서, 노네임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제 한몸을 기꺼이 희생했다. 그리고 세상이 되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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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잊지 말라는 약속까지 모두 지켜낸 아델라는 은인이 있어야 할 위치로 서둘러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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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억...! 절대로 아무한테도 안 뺏길 거야. 노네임을 내가 무조건 살릴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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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안심하기에는 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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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가 기억이 돌아오는 조건은 언제나 노네임이 죽고 세상이 무너질 때로만 한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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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델라는 왠지 이번 회차에서만큼은 다른 느낌이 강하게 든다는 걸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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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은 삽시간에 바뀌어 아카데미 대련장이 시야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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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두 번이나 같은 장소에서 친우를 잃은 아델라는 가슴이 메어질 듯이 아파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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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늦지는 않았을까, 또다시 이상한 문자가 나타나 그녀의 죽음을 가리키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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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마조마한 가슴을 부여잡고 그녀는 사람의 눈을 피해 건물 옥상 사이사이를 단번에 뛰어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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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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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에서 흔히 찾아볼 수 없는 쨍한 황금색 머리와 뾰족 튀어나온 귀, 더욱 눈에 마나를 집중하자 새초롬한 표정까지 하나하나 전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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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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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네이이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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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청껏 내지른 소리가 제발 닿기를. 설령 이대로 목이 쉬어버려도, 아니 영영 말을 못하게 될지라도 상관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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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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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는 고민도 하지 않고 나메에게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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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방금까지 함께 있었는데, 정말 십년간 못 본 사이만큼 감격스러운 감정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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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왔어 여기에? 시시엘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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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치료를 했어! 네가 알려준 거잖아? 조직재생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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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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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동작이 굳어버린 나메를 뒤로 하고, 아델라는 침착하게 상황을 살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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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대치 중이었지만 그렇다고 전투가 개시된 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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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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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지기야, 우리 도망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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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소리야? 임무 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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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으면 그깟 임무가 다 무슨 소용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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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여전히 올곧기만 엘프의 눈이 미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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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자신을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내던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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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 진정해봐. 어차피 저들은 우리를 보내줄 생각이 없어. 그리고 알페리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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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는 반대편 진영에서 쓰러져 있는 기사를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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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이라도 목숨이 끊어질 것처럼 위급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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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는 눈을 질끈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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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적인 상황이다. 애초에 이 임무를 받으면 안 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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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생명의 월계수에 들어있는 악마의 초석을 내버려둘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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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월계수가 악마 숭배자들의 손에 넘어간다면 세상이 멸망하는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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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설마 했는데 아직도 아카데미에 있었을 줄이야. 이거 상상도 못한 일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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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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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스토리 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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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크로니클이 직접 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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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그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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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래 섞인 불쾌한 음성이 들려왔다. 똑딱거리는 회중시계는 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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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크로니클, 아카데미의 부학장, 그리고 악마 숭배자이기도 한 그가 강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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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가 제대로 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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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아카데미 내부에 있는 이상, 플레이어는 진 크로니클과 절대로 조우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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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과 경비기사단을 상대하면서 얼마나 시간을 끌든 상관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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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적으로는 말이 되지 않는 일이었지만 그것이 게임사가 보스에게 부여한 제약이었고, 진 크로니클은 주인공들이 아카데미를 빠져나오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또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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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에서 내려온 남성은 수많은 군중들을 뚫고 직선으로 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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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 그대로 사람들을 통과했다,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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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꺄아아아아아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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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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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버그였네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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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 떨어질 뻔 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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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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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어떻게 사람들을 통과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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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의 감이 최고조로 경계태세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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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도 안 되는 일이다, 진짜 그는 유령이라도 되어서 돌아온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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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무슨 사람들이 있다고 하는 거지? 나와 너, 그리고 숲지기를 사칭하는 녀석이 전부이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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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 크로니클의 시야에 비치는 건 나메와 아델라가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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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세상이 겹쳐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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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하나만으로도 벅찬 일이었는데 설상가상으로 두 진영을 상대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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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지기야... 이게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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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 모든 기억이 돌아왔다고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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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어 맞아! 저 새끼... 악마 숭배자였어! 애초에 제국 사람도 아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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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네가 진 크로니클을 상대하고 있어줘. 내가 나머지 모두를 상대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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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긋지긋한 1막에서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이 나메의 머릿속에서 재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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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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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럽게 발발한 진 크로니클과의 보스전. 그러나 나메는 여기에 참가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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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대군의 어그로를 모두 짊어지고 아카데미 본관으로 내달렸다. 지젤 피닉스라는 아이를 찾기 위함이라고 이유를 짤막하게 밝히고 떠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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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2년 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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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의 무심한 질문에 아델라의 주먹이 부들부들 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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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난지 하루도 안 됐어 이 개자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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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깝군. 난 널 처음 보는 것 같은데. 어디 멀리서 날 훔쳐보기라도 했나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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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회차에 달하는 경험을 모두 축적했음에도, 진 크로니클이라는 존재의 격은 아득히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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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졌기에 더욱 정확하게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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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 부학장이라는 타이틀은 절대 낙하산으로 딴 게 아니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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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이를 정면에서 압도한 숲지기가 얼마나 대단한 존재였는지를 체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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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는 그리 생각하면서도 날카로운 손톱을 세우며 마음을 다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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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그녀가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노네임의 작전이 성공할 때까지 시간을 버는 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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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은 공포심이 짓눌렀지만 그보다 더욱 무서운 건 이대로 동료를 영영 잃을 수도 있겠다는 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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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노네임처럼 강하지는 않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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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는 양팔을 교차했다. 흉흉한 단검의 날 너머로 그녀의 안광이 밤중에도 푸르게 번뜩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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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네게도 전회차의 기억이 남아있었다면 지금의 나는 노네임을 상대하는 기분일 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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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츄르와 당근 따위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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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판단을 스스로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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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아델라는 모든 상황에서 노네임과 같은 판단을 내릴 자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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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이 순간만을 위해 태어난 것 같은 고양감을 한껏 느낀 아델라가 단검을 모두 던짐으로써 승부의 시작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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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단검이 마치 비도가 되어 남성을 향해 쏘아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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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는 정면이고, 다른 하나는 옆으로 크게 회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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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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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니클이 펼친 검기를 뚫지 못하고 튕겨져나간 단검을, 어느새 코앞까지 당도한 아델라가 회수하여 그의 목을 향해 재차 찔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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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의 눈에 놀라운 감정이 깃들었다. 그녀는 분명 발전할 가능성이 전무했던 아이일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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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2년 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움직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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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더 깊게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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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소를 찔러들어오는 공격을 회중시계가 난입해 막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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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옆에서 날아오는 단검도 잊지 않고 있었다. 무시무시한 위력까지는 아니었지만 검에 무슨 장난을 쳐놓았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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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검을 주로 다루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방어보다는 회피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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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나의 시간 사이에 그의 시선이 아델라의 머리에 꽂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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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이 조금 짓눌린 것 같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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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실력이 늘었다 했더니 월계수를 네가 가지고 있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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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 뺏어보려고 해도 소용이 없어! 이건 네가 계약한 생명의 월계수가 아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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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마법을 사용하지 못하면 크게 문제될 것도 없겠지. 널 여기서 죽이고 둘 다 빼앗아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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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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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아델라 시점으로 보고 있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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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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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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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 혼자서 일대일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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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장이 생각하는 게 있겠지 시간만 끌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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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믿어 우리 아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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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NPC의 시점은 카메라 9번으로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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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메의 방송에서 9번 카메라를 보고 있는 소수의 시청자들은 비록 응원의 외침이 전달되지 못하더라도 열렬히 아델라를 응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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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여줘, 노네임이 너에게 기대를 걸었던 게 헛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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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기대에 응답하듯 아델라가 보스에게 첫 일격을 가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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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처음부터 크리티컬? 운이 좋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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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임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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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끝나기 전까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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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방향으로 쏘아진 비도를 모두 피한 진 크로니클. 그러나 어느새 그의 뒤에서 나타난 아델라가 휘두른 검격으로 허벅지에 자상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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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에 휩싸인 남성이 특유의 레이저를 빙자한 물대포를 쏘아보지만, 민첩한 몸은 단 한차례의 타격도 허용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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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ㅈㄴ 빨라 아델라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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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대도 안 맞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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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된다니까 애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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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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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들이 보기에는 가볍게 피한 듯 보였지만 아델라는 어금니가 당장이라도 깨질 것마냥 전력으로 달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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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말대로 아델라는 회중시계의 공격에 한 대만 맞아도 위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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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실을 아델라가 모르는 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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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제 더 이상 죽음이 두렵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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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보다도 더 두려운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그녀는 레이저 다발 사이로 몸을 내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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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십 차례의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고, 움직임을 제한하는 회중시계를 부셔뜨려야 승산을 잡을 수 있겠다는 판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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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망할 놈의 시계 시끄러워 죽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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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계수의 기운을 모조리 끌어낸 아델라가 각각 다리와 검에 불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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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이라도 손에 힘을 주지 않으면 놓쳐버릴 정도로 검이 무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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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의 시선이 오로지 회중시계에만 고정되어 있다.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의 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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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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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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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스 또 온다!!! 피해!!! 아니 부셔버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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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ㅏㅏㅏㅏ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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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ㅈ됐다 늦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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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가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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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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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의 검이 회중시계에 닿기 전에, 진 크로니클이 발동시킨 광선이 더욱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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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직선으로 뻗어나가는 광선의 불빛에 휩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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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보더라도 그녀의 생존을 기약하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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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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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회의 월계수 lv1: 사망 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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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받은 피해가 사망에 이르는 공격일 시에, 받은 피해의 50%만큼을 3초에 걸쳐서 입습니다. 적이 처치되면 ‘사망 지연’ 효과가 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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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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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선을 얼굴로 정면으로 받아낸 아델라가 섬뜩한 단검을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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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는 건 너야! 내가 그렇게 정했으니까! 내가 노네임이랑 약속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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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 끝이 크로니클의 목을 내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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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게 아델라의 얼굴에서 뇌가 타는 듯한 고통이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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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무릅쓰고 벌인 위험천만한 도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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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지는 크로니클의 몸뚱이 위로 피떡이 되어버린 아델라의 육신이 덩달아 포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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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지연 효과가 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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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회의 월계수: (0/30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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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빨리 돌아와서 츄르... 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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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생각하기에도 노네임이라면 절대 하지 않을 법한 무모한 공격이었지만, 그렇기에 이를 성공시킨 자신이 더욱 대견스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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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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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델라는 보스를 물리쳤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월계수도 지니지 않은 진 크로니클을 상대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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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가 소지했던 생명의 월계수가 두둥실 날아오더니 시체가 되어버린 남성에게 흡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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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타이밍에 잘 해치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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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에서 돌아온 나메는 힐 스킬을 통해 아델라의 체력을 채워주려고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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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같은 시각, 벌떡 일어선 남성은 눈살을 한 차례 찌푸리고선 전조도 없이 마법을 시전하여 둘 사이를 갈라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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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결감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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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개의 기둥이 나메의 몸을 또다시 속박하려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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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저항하려고 해보아도 물리법칙에 종속되어 있는 이상 피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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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너무 위험해. 조금만 시간이 지났으면 이 자의 힘으로도 충분하지 못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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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노네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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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바닥에 엎어져 손을 바들바들 떠는 모양새가 애처롭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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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재능은 실로 놀라울 정도야. 심지어 네 육신에 내린 저주마저도 스스로 극복해냈구나 어리석은 미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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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차, 2회차와 마찬가지로 월계수에 깃든 악마는 아델라의 몸을 숙주로 삼으려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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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쓰러지면 악마가 강림하리라는 것도 알고 있었던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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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더 이상 비축해놓은 힘이 없었던 그녀는 속수무책으로 그에게 끌려다닐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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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 건드리기만 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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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이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인생을 선사하는 것이지. 위그드라실이 내린 육체를 빼앗고 싶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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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져... 난 저렇게 큰 가슴 필요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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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항해봐야 소용없다. 우리는 너의 본성을 그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다. 그저 너의 꿈을 쉽게 이루어주기 위한 발판을 마련해주는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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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져! 다 꺼지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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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가슴이 어쩌고 어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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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시전: 난기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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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순 강한 폭풍이 불어 피투성이의 남성이 아델라에게 떨어져 저만치 날아가 건물에 처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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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두 손 두 발이 자유로워진 노네임이 목을 우두둑 꺾으며 아델라에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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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노려보는 살기어린 눈을 목격한 아델라는 넋이 나간 목소리로 읊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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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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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하는 게 어지간히 쉬웠나보지? 아직까지 헛소리가 잘도 나오는 거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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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불기 '빙결감옥'이 녹아내리고 있었다. 지젤 피닉스의 '화신강림'에 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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