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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얕게 자는 사람이 있는 반면 깊게 자는 사람도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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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에서는 작은 인기척에도 깨는 경우가 다반사였기에 내가 언제나 잠을 얕게 자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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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알람소리를 못 듣고 하마터면 아카데미에 지각할 뻔한 경우를 생각하면, 의외로 나는 누가 억지로 깨우지 않으면 잘 일어나지 못하는 스타일이었나 하고 생각이 바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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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뇌는 결핍의 경험을 기억한다고 예전에 스승님께서 말씀하신 게 문득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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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하루에 한 끼만 먹는 간헐적 단식은 단기적으로는 효과적인 다이어트 방법일지 몰라도, 우리의 몸은 적은 식사량에 적응하여 칼로리 흡수율이 점진적으로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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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요현상에 더욱 취약해지는 것도 보상심리와 더불어 이런 이유도 있다고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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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였을 때 잠을 많이 못 잔 게 원인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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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때도 잠이 부족하다고 느껴본 적은 딱히 없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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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내일 눈을 뜨지 못한다는 불안감 때문에 불면증을 앓았으면 모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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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런 몸이 되어서 편한 점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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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에 누워서 눈만 붙이면 잠이 오는 건, 식성을 가리지 않는 것과 더불어 한 개인이 얻을 수 있는 축복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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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내 몸을 멀미가 날 정도로 흔들어댄 까닭에 나는 강제로 기상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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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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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미안. 깜빡 자버렸네. 저녁은 잘 먹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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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 불도 안 켜고 들어와 조용히 나를 깨운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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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껏 파자마 파티를 준비해놨는데 집주인이라는 사람이 방에 틀어박혀 잠이나 자는 추태를 보여 미안하다고 사과의 뜻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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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먹었으면 혹시 영화 볼래? 다운받아 놓은 것 중에 ‘주스토피아’도 있고 ‘아웃사이드 인’도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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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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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다들 대답이 없지? 나이를 고려해서 일부러 애니메이션 영화로 골랐는데 취향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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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를 보던 하루가 먼저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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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야... 혹시 지금도 피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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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하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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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피곤하긴 했는데 잠시 눈을 붙이고 일어나니까 개운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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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놀고 있는 와중에 내가 자버림으로써 분위기를 망친 것 같아 애써 변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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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빔프로젝터 설정하다가 깜빡하고 잠이 든 거야. 절대 너희들이랑 노는 게 재미 없어서 자러 간 게 아니라. 오늘 파자마 파티가 정말 기대돼서 일찍 일어났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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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나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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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가 울음기 가득한 목소리로 살그머니 내 잠옷을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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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싸우기라도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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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이 너무 어두워서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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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일으켜 방 전등을 켰더니 인상을 잔뜩 찡그린 유나를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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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또 울려고 그래. 나 없을 때 하루랑 싸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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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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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의 붉은 머리가 좌우로 세차게 흔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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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다독여주기 위해 평소처럼 안아보려고 했지만 유나가 나를 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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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무 말 안하고 방으로 들어가버려서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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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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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고개를 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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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말랑말랑한 볼을 살짝 꼬집어보지만 이번에도 뿌리치고 씩씩대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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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고 해서 네 속마음까지 전부 알아줄 수가 없어. 서운한 게 있으면 숨기지 말고 말로 해줬으면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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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나 아이들의 감정은 복잡하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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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은 기쁨이면 기쁨, 슬픔이면 슬픔, 혐오면 혐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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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한 감정이 딱딱 표정에 드러나지만 아이들은 자신조차 무슨 감정을 느끼는지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었기에 생각을 읽어내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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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하게 알 수 있는 사실은 유나의 두 눈에 서운함이 뚝뚝 묻어져 나온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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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기는 게 있는 건 너잖아 노나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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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하루가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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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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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너도... 너도 우리들한테 숨기는 게 있는데 왜 유나한테만 다 솔직하게 말하라고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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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내가 놓치고 있는 것 같은데 무슨 일인지 설명 좀 해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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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게 당황스러운 기분이다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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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 후 활동 때 깜빡하고 놓고 온 필통을 되찾으러 조금 늦은 시간에 들린 미술실에서, 미술 선생님과 체육 선생님이 서로의 입술을 탐하던 장면을 목도해버린 초등학생의 심정만큼 당황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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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생활을 위해 누구인지는 알려주지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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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가 내 허벅지에 이마를 맞대고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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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악몽 꾸는 거... 너무 무서웠어... 막 룬문자를 중얼거리는데 갑자기 아프다고 하고, 살려달라고 하고, 또... 또... 죽을 것 같다고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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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가 자신이 본 것을 고백하자 이번엔 돼지 잠옷을 입은 소녀가 내 옆에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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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면 아프다고 말을 해. 난 아픈데 괜찮다고 말하는 사람이 제일 싫어... 거짓말쟁이 중에서 제일 나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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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주먹을 꾹 쥐며 말하는 이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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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도 툭 건드리면 금방이라도 눈물을 왈칵 쏟아낼 기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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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에 달려드는 두 소녀를 껴안으며 한숨을 푹 쉴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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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자마 파티 첫째 날, 두 소녀를 화해시키기는커녕 오히려 울려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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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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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에 가까운 조명이 밤하늘에 걸리고, 땅거미가 질 무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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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는 두 소녀의 웃옷을 챙겨주며 나갈 채비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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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간에 밖에 나간다고? 뭐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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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교수가 의아한 어투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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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보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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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는 짧은 대답과 함께 현관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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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교수의 의문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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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가장 밤이 밝은 도시에서, 별들은 수줍은 듯이 제 자취를 감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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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같은 날은 구름도 많이 껴서 그나마 있는 것도 안 보일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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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요. 어디 숨어있는지는 다 기억하고 있으니까. 이거 빌려가도 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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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의 일행들이 향한 곳은 아파트 단지 놀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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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방곳곳을 누비던 아이들의 자취는 온데간데 없고 적막함만 남은 황량한 공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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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와 하루의 손을 이끌고 그녀들을 각각 그네에 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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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한가운데에서는 별을 보기가 어려운데 그 이유가 광해 때문이래. 그래서 별을 보고 싶으면 사방이 어두운 곳으로 가야 할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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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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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MI를 남발하는 하루와, 여전히 나메의 잠꼬대의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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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가 이유도 알려주지 않고 반강제로 끌고 오는 바람에 불신이 가득 담긴 눈빛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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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꾼 건 악몽 같은 게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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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끄럼틀의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간 나메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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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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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가 투정부리는 걸 표현하려는 듯, 땅을 세차게 박차고 그네를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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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나메는 하나부터 열가지 다 신비주의로 점철된 소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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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자신의 모든 것을 알고 있었지만, 유나는 그녀의 어떤 것도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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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화나고 가슴이 답답했다. 그녀에 대해 알고 싶어 한 발자국을 내딛으면, 그녀는 다시 두 발자국을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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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만 더 얼버무리려고 하면 유나는 용납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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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은 살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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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가 꾼 꿈은 악몽이되 악몽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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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가장 힘들고 처절했던 순간이었던 것은 맞았지만, 동시에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돌아오기만을 염원하던 사람의 투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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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여기서, 이 세상에 별이 얼마나 많은지 알려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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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교수에게서 빌린 간이 연성진 작성기를 꺼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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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공에서도 매질 없이 연성진과 마법진을 작성할 수 있는 완드류 제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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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나 기록-주입-발동의 단계가 모두 ‘작성’에 의해 일괄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중간에 수정할 수 없다는 디메리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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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단점이 있으면 장점도 있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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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전자가 머릿 속으로 행하는 사고를 마법진에 반영하는 연산처리속도가 우수하며, 최적근사값으로 마나를 주입시키기 때문에 마나 소모량도 적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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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나메가 쓸 마법에 룬어와 수식이 대량으로 사용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필수적인 물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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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참 괴짜들이 많아. 모든 룬어를 한번씩 다 써서 마법진을 만들면 그게 과연 발동될지 궁금해하는 사람은 예나 지금이나 있었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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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집합을 뜻하는 ‘눌’은 생략해도 무방하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정석대로 시전하고 싶었기에 그녀는 마법진에 128개의 공란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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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들은 여전히 나메가 무얼 하는지 모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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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진의 북쪽에서 빛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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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눌. 엘. 라스, 마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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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서클과 2서클 마법을 시전하는 이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룬으로 낭송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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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진의 최상단에 룬이 박히면서 불이 하나씩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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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트라, 아르헨, 게르눔, 프시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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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된 회로가 수식이 다섯 개의 톱니바퀴를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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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의 초침이 째깍거릴 때마다 최외곽의 선로가 시계방향으로 점차 길을 밝혀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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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냐, 뤼미에르, 프레시안, 판타지아, 넬리멜로, 사맛트라, 베스티알, 하이프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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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함을 넘어선 숭고함마저 느껴지는 마법진의 크기에 압도된 유나의 입이 슬그머니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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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기를 타고 주입되는 마나의 양은 끝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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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의 마나를 기껏 쥐어짜내면 새로운 룬이 나타나 이를 게걸스럽게 먹어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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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를 중심으로 직경 8m에 달하는 거대한 마법진이 웅장한 자태를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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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졌다 켜졌다를 반복하는 가로등보다도 밝은 다섯 겹의 톱니바퀴가 놀이터를 밝게 비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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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제 겨우 반만 불이 들어왔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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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익하고 그네가 멈추는 순간, 나메는 마지막 64개의 7음절 룬어를 한 호흡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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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그문트아셴테, 레샤아이크바르, 살레안티루모네, 하라예트레이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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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마법진에 쓰이는 128개의 룬어가 빠짐없이 쓰인 마법진의 이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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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전: 알케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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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케미스트, 소망을 저장하는 마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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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세 소녀를 중심으로 세상의 모든 빛이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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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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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라기도 잠시, 가장 먼저 북극성이 반짝이면서 그녀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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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쪽에서 열세 개의 별이 푸르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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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쪽에서 아홉 개의 별이 붉게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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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의 머리 위에도, 하루의 발 밑에도 별이 송송 생겨나며 온 세상이 별빛으로 뒤덮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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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그녀들은 지면을 밟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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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때? 우주의 중심에 있는 기분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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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미끄럼틀에서 내려온 나메가 소녀들에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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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까지 앉아 있던 그네조차도 사라져 버린 걸 깨닫고 하루의 심장이 격하게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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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무슨 마법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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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이 예쁘지 않아? 어딜 가도 이런 데는 찾아볼 수 없을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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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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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 수만개의 별들로 빼곡히 검은 캔버스를 채운 풍경을 하루는 단언컨대 본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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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야, 그럼 네가 자면서 중얼거린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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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난 이 마법을 쓰고 있었나 봐.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마법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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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이 마법이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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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밤하늘을 보기 위해 그런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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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유나의 의문은 금세 해소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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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지점에 눈길이 저절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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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 하늘에서 한 줄기의 별똥별이 하늘을 갈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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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떨어지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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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감탄하기 이르다는 듯, 나메는 웃음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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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윽고 두 개의, 세 개의 별들이 추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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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하늘에는 수백개의 별이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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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열 개, 스무 개의 별이 한꺼번에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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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 이쪽으로 떨어질까봐 덜컥 겁부터 난 유나가 나메의 손을 꽉 쥐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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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하루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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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하늘을 수놓는 유성우의 향연이 하루의 가슴 한켠을 뭉클하게 만들었다. 마찬가지로 나메의 빈 손을 놓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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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지나간 경로를 따라, 검은 하늘에 금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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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들이 보는 세계가 알의 내부였다면, 지금은 그 알이 깨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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쨍그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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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번째 별이 제 역할을 다하고 떨어졌을 때, 검은 돔이 완전히 무너지며 바깥세상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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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한 점 찾아볼 수 없는 푸른 하늘과, 광대한 생명을 머금은 초원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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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성한 녹색의 잔디밭 위에는 흐드러지게 핀 선홍색의 꽃이 대지에 색채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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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부는 데는 따뜻한 봄 햇살과 신선한 풀 향기가 어우러져 마치 자연의 향수를 뿜어내듯 퍼져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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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그러운 바람을 타고 온 꽃잎들이 환영의 인사를 하는 듯, 소녀들의 뺨에 달라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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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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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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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메가 언덕의 끝을 가리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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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내음 가득한 잔디 위에 단아한 돗자리를 깔고 자리잡은 일행 두명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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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는 차가운 인상의 금발머리 소년이었고, 다른 하나는 그보다 조금 어린 웃음기 가득한 소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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